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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언가 망나니-219화 (219/444)

제219화. 패룡도를 찾아라 (2)

우소릉과 나는 언동생들이 제단을 설치하기 시작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수풀로 자리를 옮겼다.

야행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옷을 갈아입으며 우소릉은 내게 물었다.

“저보고 따라오라고 하신 걸 보면, 그 소련주의 혼령이 사도련의 신표가 용왕묘에 있다고 했나 보죠?”

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우소릉은 홀로 몸서리를 쳤다.

“무, 물에 빠져 죽으면 엄청 고통스러워서 원한이 대단하다던데. 저한테 달라붙는 건 아니겠죠?”

“내가 있는데 걱정도 팔자다. 알아보라고 한 거는?”

내 말에 우소릉은 용왕묘의 건물 배치도가 그려진 지도를 꺼내 보였다.

“건물 배치는 이렇고요. 북편에 있는 요 회(回)자 모양 건물이 여기서도 보이는 저 망루인데, 이 건물의 지하에 시주받은 물건들을 보관하는 두 개의 수장고(收藏庫)가 있대요. 관군들이 서서 지키는 곳은 붉은 점을 찍어 둔 곳인데. 이경(二更)에 교대한다고 하네요?”

“백호(百戶)에 대해서는?”

세인들은 뭉뚱그려 ‘파양호의 용왕묘는 금군이 지킨다.’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조직은 백호소(百戶所)라 하여 백 명 정도가 주둔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군무처였다.

‘백 명의 군졸이 전부 금군인 것도 아니고.’

단, 그중 지휘관인 백호는 금군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금군에서 창술 교두를 하다가 은퇴할 시기가 돼서 이리로 오신 분이라던데요?”

용왕묘에 설치된 백호소의 기강과 분위기는 지휘관인 백호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소릉의 말을 듣고 보니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았다.

“경계가 삼엄하겠는데? 긴장을 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간을 좁히자.

우소릉과 사부님이 차례대로 말했다.

“음? 은퇴할 때가 된 분이라 수하들이 실수해도 매를 치는 일 없이 훈계로 넘어가는 분이라던데, 경계가 삼엄하려나요?”

- 그래. 사람 좋은 장수 아래 강졸 없다 했다. 안 그래도 소릉이 녀석이 담이 작은데 너무 겁을 주는 거 같구나.

나는 둘에게 답했다.

“금군의 젊은 장수가 용왕묘의 백호로 온 것이라면 명백한 좌천이다. 미래가 없는 자고 술이나 퍼마실 테니 수하들도 덩달아 해이해지겠지. 하나, 은퇴를 앞둔 이가 이곳에 온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은퇴를 앞둔 사람도 같은 것 아닌가요?”

“아니지.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말년은 편히 보내라는 뜻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인품이 온화하다고 해도, 그 마음가짐은 좌천당한 이와 천지 차이겠지. 그리고 그동안 금군과 황궁에서 쌓은 인맥이 있어, 본인은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도 천거를 받고 싶은 수하들은 아마 백호의 눈에 들기 위해 알아서들 열심히 일 거야.”

-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조, 조심해야겠네요.”

“들키면 일이 피곤해질 테니 조심해야겠지.”

내 말에 우소릉은 마른침을 삼켰다.

관군, 그것도 금군과 연이 닿아있는 녀석들과 부딪히면 이래저래 피곤한 상황이 벌어진다.

하여,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인데.

사부님의 말마따나 담이 작은 소릉이 녀석인지라,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우소릉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고. 소릉이 너는 황궁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뇌전편복 어르신의 피와 비전을 이은 유일한 전인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믿는다.”

그러자 우소릉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언 형!”

“서두르자. 슬슬 이경이 다 돼간다. 교대하느라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야지.”

“예!”

* * *

댕-

이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사당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울리는 종소리에, 용왕묘를 지키고 있던 병졸들은 임무 교대를 시작했다.

나와 우소릉은 그 틈을 타 용왕묘의 담을 넘었다.

처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대앵-

이경의 종소리는 우리의 발소리를 숨겨주었고.

[언 형, 앞에!]

[내 뒤에 붙어!]

내리깔린 어둠 속에 시전한 사출계 흑마법 암흑동화는 기감이 썩 예민치 못한 병졸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감춰주었다.

사악-

“별일 없지?”

“별일이 있을 게 있나? 신임 백호 어른 눈에 들어 천거장 하나 받아보려는 총기(總旗)들 때문에 애꿎은 우리만 구르는 거지.”

“요즘 흑도 패거리들이 이 근방에서 떼를 지어 설치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

“그놈들도 대가리가 있으면 생각을 할 텐데 여기는 못 건드리지. 아무튼 고생하게, 총기들이 눈이 벌 거니까 그 밑에 소기(小旗)들도 불시에 점검하러 돌아다니더라고.”

“그래?”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주 각을 접고 서 있었네.”

“그래. 고생했네. 가보게.”

사아악-

[…별의별 방술이 다 있네요. 언 형은 사실 정체를 숨긴 신선 아니세요?]

[하성이랑 어울리더니 헛소리가 옮았네. 아무튼 이제 가자.]

[예!]

그렇게 우리는 수장고 위에 세워진 망루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는데.

[언 형. 이건 문을 열면 무조건 소리가 나겠는데요?]

문제는 탑에 드나들 때 사용하는 정문의 경첩이 너무 오래된 터라, 몰래 숨어든 우리로서는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소릉이 곧바로 방법을 찾았다.

[저기 중간에 창이 하나 있어요. 비영파천보로 오르시면 벽을 밟는 소리가 울릴 테니 제가 먼저 올라가서 줄을 내려드릴게요.]

[그렇게 하자.]

내게 허락을 구한 우소릉은 석 장 높이에 달린 창을 향해 제비처럼 뛰어올랐다.

‘신법만 보면 네가 더 신선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촤르륵- 풀려 내려온 잠사로 된 줄.

나는 그 줄을 잡고 빠르게 망루를 올랐다.

그렇게 망루의 중간에 뚫린 창으로 들어온 나와 우소릉은 지하의 수장고로 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계단도 너무 낡았는데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겠어요.]

[그럼 계단을 사용하지 말고, 저 위에 있는 들보에 잠사 줄을 걸어서 단번에 내려가자.]

[예!]

휘리릭!

나선형으로 놓인 목재 계단이 너무 낡았기에 잠사로 된 줄을 대들보에 걸었고.

우소릉이 먼저 그 줄에 매달렸다.

한데, 녀석은 정상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다리를 꼬아 줄을 발 사이에 끼우더니 거미처럼 거꾸로 매달리는 자세를 취했다.

[……? 왜 그런 자세로 매달리는 거냐?]

[사찰이긴 해도 수장고인데 기관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운을 뗀 우소릉은 여인들이 쓰는 분첩 같은 것을 꺼내 양손에 끼우고는 팡하고 두들겨 보이며 남은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면 잠사 같은 실로 발동하는 기관을 찾을 수 있어요. 대처도 가능하고요.]

[…전문가라 그런지 다 계획이 있구나?]

[…예?]

[아무것도 아니다. 가자.]

[예!]

그렇게 나와 우소릉이 잠사에 거꾸로 매달려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데.

끼거걱-

낡은 경첩이 접히는 소리와 함께 망루의 출입문이 열렸다.

[!]

[!]

어떤 대화도 나눈 바 없었지만, 나와 우소릉은 이심전심으로 동시에 기민하게 움직였다.

녀석은 팔을 뒤로 뻗으며 내게 분첩을 건넴과 동시에, 밑으로 내려놓은 잠사를 감아올렸고.

나는 암흑동화를 시전했다.

그야말로 환상의 짝꿍이라 할 수….

슥-

그런데 이때.

외조부께서 주신 물건이라 늘 지니고 다니던 철전 목걸이가 내 목에서 빠져나갔다.

[!]

[!]

- !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나는 양손에 쥐고 있던 분첩을 한 손으로 옮겨 쥐고 목걸이를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살짝 늦었다.

[저 좀!]

그런데 이 순간.

소릉이 녀석이 짧은 전음과 함께 잠사를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그런 녀석의 한쪽 다리를 내가 잡았고.

그사이 소릉이 녀석은 이빨로 철전 목걸이를 낚아채더니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잘했죠?]

[물귀신 무섭다던 놈이 간도 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소기’ 관직의 하급군관으로 보이는 자였다.

듬직한 풍채를 지닌 사람이었는데.

계단을 오르기가 싫었던 것인지, 망루 위에서 번을 서는 병사들이 밖에서도 보여서 그런 것인지.

지하 쪽만 쓱 훑어보고 밖으로 나갔다.

[방금 나간 사람이 불시에 나타난다는 소기인 거 같은데, 왔다 갔으니 당분간은 안 오겠지. 서두르자.]

[예!]

다시금 잠사를 내린 우리는 조금 속도를 높여 지하로 내려갔다.

우소릉의 예상대로 실을 매개로 사용하는 기관진식이 있긴 했지만, 이쪽에는 전문가가 있었다.

[해체도 할 수 있지만 그럼 누가 다녀간 게 들킬 테고, 이 실을 제가 벌리고 있을 테니 언 형 먼저 내려가세요.]

[그러마.]

그렇게 발을 디딘 지하에는 정보대로 두 개의 수장고가 있었다.

[좌측의 수장고에는 보물이, 우측의 수장고에는 평민들이 시주한 물건들이 있다고….]

[우측으로.]

[예? 거긴 그냥 쌀이나 밀 고철 같은 거나 있을 텐데요? 저희 사도련주의 신표 찾으러 온 거 아닌가요?]

[사도련주의 신표인 패룡도는 전설 속의 보도(寶刀) 같은 게 아니야.]

나는 우소릉의 질문에 답을 하며 우측의 수장고로 향했다.

녀석의 말마따나 평민들이 시주하는 물건을 재어 놓는 곳이라 기관진식 같은 것은 없었고, 자물쇠도 평범했다.

[그, 그런가요?]

나는 혈조술로 가볍게 자물쇠를 열었다.

그리고 수장고 안으로 들어가, 시주한 고철들이 쌓여 있는 곳을 뒤지며 우소릉에게 답했다.

[그래. 대단한 보도였으면 벌써 소문이 파다하게 났겠지, 그럼 사도련주가 호수 속을 뒤지고 있지도 않았을 거고.]

[그건 또 그렇네요?]

[현철이나 한철을 쓴 것도 아닌, 그냥 중식도(中食刀)야.]

[식칼이라고요?]

[흑도인들도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맨 처음 한 사람이 초대 하오문주고, 그 사람이 곧 초대 사도련주인데, 그 양반이 원래는 기루에서 음식을 해주던 숙수였거든. 그런데 남몰래 연모하던 기녀가 어떤 잡놈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중에, 손잡이 쪽에 쓸데없이 패룡이 입을 벌리고 있는, 한없이 조악해 보이는 중식도가 들어왔다.

“찾았다.”

* * *

패룡도를 찾은 나와 우소릉은 드나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안전하게 용왕묘를 빠져나왔다.

언동생들은 저마다 달려와 나와 우소릉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패룡도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런데 정작 패룡도를 보여주자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게 사도련주의 신표라고요? 잘못 아신 거 아니죠, 언 공자?”

“거지 눈에도 거지 같아 보이는 조악함이구만.”

“…장호 자네 말마따나 그래 보이기는 하는군.”

“무겁지도 않다. 아령으로도 못 쓰겠군.”

“신표가 된 사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이든 물건이든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것입니다.”

물론, 춘앵은 패룡도를 알아보고 한쪽 무릎을 굽혔다.

“찾아주겠다 하신 당일에 패룡도를 찾아주실 줄이야. 정말로 소련주의 원혼이 인도를…? 한데 아직 위령제도 올리시지 않았는데?”

“그거야 내 비전이고. 아무튼 찾아왔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소?”

“그, 그렇죠. 하여, 대협. 이제 어떻게 하실 것 인지요? 사도련주가 타고 있는 대선을 향해 신호를 보낼까요?”

춘앵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뜸을 좀 들여야겠소.”

“뜸이요?”

“백광호라는 위인이 의뭉스럽기로 유명하지 않소? 우리는 우리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지.”

“아.”

“며칠간은 위령제를 지내고, 다음 며칠간은 찾는 척을 좀 하고 있을 생각이오.”

그렇게 칠일에서 팔일 정도만 버티면 제갈 군사가 보낸 사람들이 올 것이다.

나는 계획한 대로 처음 며칠간은 성대한 위령제를 지냈다.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들.”

그러자 용왕묘 수역에 끼던 짙고 스산한 안개에 배어 있던 사기들이 옅어졌고.

거칠기 그지없던 물살들도 전보다 순해졌다.

나는 자그마한 배에 올라 파양호의 절경들을 구경하고 다녔다.

그렇게 도합 엿새가 지났을 때.

“언 형! 사도련주의 배들이 이쪽으로 오기 시작하는데요?!”

사도련주의 선단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나는 모용린과 언동생들에게 한가지 당부를 했다.

“저와 사도련주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가든, 놈이 어떤 말을 하든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태연해야 해요.”

그사이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사도련의 선단.

선수(船首)에 모습을 드러낸 백광호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직인가? 달라는 것을 다 주었는데…. 천하의 괴룡이 아직도 소련주의 원혼을 달래지 못했다는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그런 백광호를 향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동정호의 총호라더니 엿새 만에 사람을 채근하십니까? 엎드린 호랑이라고 하기에는 인내심이 조금 부족하시지 않나 싶은데요?”

“내가 원래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인데, 무창(武昌)에 있는 무림맹의 수군진에서 선단이 장강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말일세?”

“오. 그렇습니까?”

“그렇네. 내가 감이 좀 좋은 편인데, 아무래도 이리로 오는 것 같아. 슬슬 자네를 죽이든 살리든 정해야 할 것 같은데. 좀 도와주겠나?”

이쯤 하여 나는 궤짝에 넣어두었던 패룡도를 꺼내 들었다.

“!”

“!?”

그러자 선단에 늘어서 있던 악주검벌의 흑도인 중 백광호를 제외한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성능 확실하구만.’

그 모습에.

허리춤의 사부님께서 한마디를 해오셨다.

- 아주 휘하에 넣어버리지 그러느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저들이 저러는 것은 마주한 패룡도에 예를 표하는 것일 뿐입니다.’

흑도인들은 사도련주의 신표를 가지고 있다 하여 무조건 적인 충성을 바치는 종자들이 아니었다.

‘당장에 백광호부터가 패룡도를 가지고 있던 소련주의 뒤통수를 쳐서 련주가 된 인간이지 않습니까?’

- 그건 또 그렇구나?

내가 패룡도를 가지고 있어 봐야 정사대전의 단초가 될 뿐.

기실 못생긴 중식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받으시죠.”

나는 백광호를 향해 패룡도를 던졌고.

휘리릭!

척!

백광호는 내가 던진 패룡도를 받았다.

하나 받자마자 헛웃음을 흘리며 나를 응시했다.

“하?”

내가 패룡 조각의 눈알에 박혀 있던 녹옥 한쪽을 뽑아 챙겼음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능청스레 입을 열었다.

“건질 때부터 그랬습니다.”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사실이야 어떻든 다른 흑도인들만 그리 믿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 믿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으실 텐데요?”

“…….”

“저 같은 무림말학은 겁이 많아서 훗날을 논할 때 이런 징표가 있어야 안심을 하거든요.”

“크하하하하.”

백광호는 잠시 광천대소를 보였다.

그러더니 끅끅거리며 말했다.

“큭큭. 훗날이라, 내가 보기엔 너무 멀리 보는 거 같은데? 당장에 살아나갈 자신은 있고?”

…당연히 쉽지야 않겠지.

하나, 내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여유로움을 가장하던 그때.

한 줄기 바람이 크게 이는가 싶더니.

수역의 동편에서 배의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尖底船)을 앞세운 선단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 선두에 있는 기함(旗艦)에는 좌견천리 제갈혜 (坐見千里 諸葛慧) 일곱 글자가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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