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222화 (222/444)

제222화. 호원단철 (3)

“엌?!”

“컥?!”

젊은 야장 놈과 대인이라 불리던 중늙은이.

나는 두 놈의 멱살을 틀어쥔 채 미닫이문을 닫을 때처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술잔을 나누려던 두 놈은 이마빡을 나누게 되었다.

빠악!!!!!!

썩은 박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널브러진 두 놈.

야장 쪽은 곧바로 기절했는지 축 늘어졌다.

하나, 대인이라고 불리던 자는 제 이마빡에서 흐르는 붉은 액체를 찍어보더니.

“으악! 피! 피이이?!”

발광하듯 악다구니를 질렀다.

“자객이다 자객!!!”

그러자 옆방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놈이 데려온 두 명의 호위무사가 등 뒤로 나타났고.

“뭣들 하고 있나?! 자네들도 나를 지키게, 어서!”

호원단철의 다른 야장들이 망치와 곡괭이 같은 연장들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제 편에게 둘러싸이게 되자, 의기양양해진 중늙은이가 입을 열었다.

“단강구에서 감히 이 편경철을 습격해?!”

편경철.

호원단철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각종 서류를 만드는 중에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십언단철장과 점포의 소유주이자, 단강구 상인회의 부회장이셨군?’

이번 사태의 원인이 대강 예상이 갔다.

편경철 본인은 야장이라기 보다는 상인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저 인간의 아버지 되는 양반이 이 근방에서 가장 잔뼈가 굵은 대야장이었다.

아버지의 후광과 본인의 사업감각을 바탕으로 단강구 일대에서 부를 축적한 그는, 단강구 인근의 야장 집단의 구심점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 편경철이 여기서 이러고 있었다는 것은?’

이 근방의 대장장이 모두가 나와 은하연이 대장간을 인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대야장 일가였던 원홍 부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호원단철의 야장들이 무슨 배짱으로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벌이는가 싶었는데, 믿는 구석이 있었네.’

그렇게 내가 생각을 짜 맞춰 보고 있는 사이.

편경철은 나를 향해 삿대질을 시작했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허름한 옷까지. 조금 전에 흥취를 깨서 술맛을 조져놓은 그 일꾼 놈들 중 한 놈 같은데. 야 이놈아, 너 오늘 잘 걸렸다!”

놈의 음성에 나와 사부님은 코웃음을 삼켰다.

- 큽. 저놈이 너더러 잘 걸렸다는구나?

‘잘 걸리긴 했죠. 발품을 팔아야 할 줄 알았는데, 편경철 저 인간이 개입했다는 걸 알게 된 덕분에 대략적인 윤곽이 섰으니까요.’

- 그렇게 보면 또 그렇긴 하구나?

‘그나저나 당옥기 손재주가 좋긴 한가 봅니다.’

- 용운이 네 연기도 한몫했느니라. 기운을 모조리 갈무리할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은은히 흘려 놓으니, 누가 봐도 삼류 무사로 보이지 않느냐? 뭐, 송길준이 그놈도 면전에서 속여먹은 솜씨이니 저놈들이 어찌 당하겠느냐.

그사이 한참을 이죽이던 편경철이 목청을 높여 명을 내렸다.

“힘깨나 쓴다고 이런 짓을 벌였나 본데. 내 네놈을 저 앞의 문루에 매달아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 오늘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 쳐라!”

편경철의 명령에 야장들이 전면에서 연장들을 내려쳐 왔고.

“이놈!!”

뒤쪽에선 두 명의 호위무사가 검을 찔러 들어 왔다.

쌔애액!

쌔액!!!

나는 번개같이 몸을 돌려 두 명의 호위무사가 찔러 들어온 검날을 왼손과 오른손으로 각각 잡았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것일까, 아니면 수준 차이를 깨달은 것일까?

토끼 눈을 뜨고만 두 호위무사.

“!”

“?!”

나는 파천의 내력을 실어 잡아당기는 것으로 두 무사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 뒤.

“어?”

“어어?!”

면상들에 일권을 먹여주었다.

빡!

빠악!!

그렇게 그나마 무사라 불러 줄법한 두 사람이 이빨 몇 개를 토해내며 뒤로 넘어간 상황이었지만, 숨돌릴 틈은 없었다.

그러자마자 연장들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번개같이 회한을 뽑아 들었다.

우웅-

그리고 강기를 휘어 감아 망치와 곡괭이의 자루들을 일검에 썽둥! 베어버렸다.

“…….”

“?!”

“……!”

“???”

“…고, 고수.”

그에 야장들은 자루만 남은 연장들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멍청한 표정만 지었다.

‘힘 조절해야 한다. 힘 조절.’

나는 한마디 말을 되뇌이며 야장들에게 다가선 뒤.

걷어찰 놈들은 걷어차고.

퍽! 퍽! 퍼퍼퍽!!

턱을 돌릴 놈은 턱을 돌렸다.

빡! 빠악!!

그러고 나니 두 놈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길래 뺨을 후렸다.

짝!

짜악!!!!

이제 이 자리에 정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나와 편경철뿐이었다.

나는 우둑우둑 목을 풀며 놈을 향해 다가갔다.

편경철은 양 손바닥을 내보이며 뒷걸음질을 쳤다.

“미, 밀린 삯 때문에 이러시는가? 내 두 배, 아니 다섯 배를 주겠네!”

“…….”

“여, 열 배는 어떠한가? 아니 그럴 게 아니라 내 호위무사를 시켜줌세! 집도 주고 땅도 주겠네!”

“…….”

“나, 나를 건드리면 이 일대 어디에서도 일감을 못 찾을 걸세!!”

그러고 보니 여태 돈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나는 면구를 찢어 얼굴을 내보였다.

그러자 편경철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꽈당 주저앉더니, 튀어나올 것 같은 눈알을 하고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괴, 괴룡 언용운?! 자네가 여기서 왜?”

나는 그런 편경철을 향해 피식 웃으며 또 한 걸음을 다가가 섰다.

“그러는 당신은 여기 왜 있는데? 그리고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한가?”

자기 생각에도 중요하지 않다 싶었던 것일까?

편경철은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앉은 상태로 뒤로 기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협박거리가 생각났는지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이, 이러면 자네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걸세! 나를 건드리고 호원단철을 인수할…. 끄아아악!!!”

나는 아까부터 거슬렸던 편경철의 검지를 잡아 꺾어 놓은 뒤.

악다구니를 지르는 입에 돈피면구를 쑤셔 넣었다.

“어차피 훼방 놓을 생각 밖에 없었으면서 뭘? 잘못 맞으면 이빨 나가니까 이거나 잘 물고 있어.”

* * *

맞아야 할 인간들을 흠씬 두들겨 패놓은 나는 우선 일꾼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청죽관의 주도로 임금을 지불하고 호원단철의 정상화가 진행될 것임을 알려준 뒤.

“그럼 저희는 너무 좋습니다요!”

“피가 말라 죽는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좋고 감사한 김에 두 분은 그럼 정무학관의 본관과 단강제일객잔에 다녀와 주시오. 각각 이 서신을 전해주시면 되겠소.”

벌어진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람들을 불렀다.

그에 학관에선 운영위원회의 교수님들과 양호처의 처장님이 나왔고.

“언용운 생도와 편 대인이 싸움을 벌이다니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총장님?”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 차차 들어볼 일입니다. 양호처장님은 우선 부상자들을 살펴봐 주세요.”

청죽관에선 경룡이 형과 은씨 남매가 달려왔다.

“언 부회장,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회장님도 참. 형님이 괜찮은 게 아니라 상대를 걱정해야죠. 상대는 괜찮습니까, 용운 형님?”

“…하성아.”

“예? 닥쳐야 할까요?”

“그래.”

“그런데 언 공자. 이 경우엔 하성이 말도 일리가 있는데요? 오다 들으니까 편경철 대인이 이번 참교육 대상이었다면서요?”

“대인은 무슨. 편가 놈이라고 하시오.”

“아무튼요. 이러면 우리 인수 계획 괜찮은 건가요?”

“차차 제대로 설명해 주겠지만. 편가 놈이 한 짓이나 그런 것을 제외하고 일단 결론만 말하면, 저 작자는 우리가 호원단철을 인수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위인이었소.”

“음. 그 말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가네요.”

그사이 야장들 쪽에서도 사람이 몰려왔다.

“편 대인이 묵사발이 됐다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이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한 약식 청문회가 개최되는 순간이었다.

“정무학관의 총장인 경혜입니다.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양자 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청문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총장님!”

“방현단철의 대야장님이시군요. 말씀하시지요.”

“외람되지만 총장님께서 괴룡을 아끼신다는 건 호북사람이면 삼척동자도 아는 일입니다.”

“맞소이다! 경혜 사태께서 언용운 저 녀석을 싸고도신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소이다!”

“…억측이 과하군요. 빈니가 불가에 귀의한 몸이라 하나,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허허. 고정하십시오, 총장님. 이 친구가 편 대인과 절친하여 말이 좀 심하긴 했습니다만, 괜한 의혹이 남지 않도록 판관은 향란관의 창량 교수님이 맡아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후. 일단 상대인 언용운 생도의 의견도 들어 봐야겠지요. 언용운 생도?”

창량 교수는 자존심이 좀 강하고 법도와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일 뿐.

옳고 그름을 가려내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동의했고.

그렇게 창량 교수가 판관석에 앉았다.

“그럼 편 대인부터 말씀해 보십시오.”

퉁퉁 부은 얼굴로 친우와 함께 나선 편경철은 창량의 물음에 입을 열었다.

“헌하흐 개항하히하! 한핱 백헝힌 허흘 이흫헤 둫흘혀팼음미하!”

“천하의 개망나니가! 한낱 백성인 저를 이렇게 두들겨 팼습니다!”

한데 매가 부족했던 모양인지.

자신은 호원단철의 야장들을 위무하러 왔다가 이유도 없이 얻어맞았다는 주장만을 하다가, 내가 째려보자 히익 하며 시선을 돌렸다.

“…….”

그런데 이때.

매서운 눈초리와 함께 창량에게서 전음이 전해져 왔다.

[…무력으로 해결을 보지 않겠다고 약조하고 나간 지 한 시진도 지나지 않았거늘. 이런 일을 벌였구나.]

[정확히는 신경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무력을 안 쓰겠다는 뜻은 아니었던 셈이죠.]

[…….]

[농담입니다.]

[할 말이 그것뿐이라면, 편 대인에게 사과해라.]

할 말이 그것뿐일 리가.

나는 한 걸음을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불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운을 뗀 나는 편경철이 했던 말과 행동을 늘어놓았다.

“…좋은 시절이 끝날 것이다. 편경철은, 아니 단강구의 야장 집단은 청죽관이 호원단철을 인수하는 일을 막고자 야장들을 회유하고 그를 통해 정무학관의 행정업무를 방해했습니다.”

“억측입니다!”

“제 이야기 안 끝났습니다.”

“편 대인 측은 언용운 생도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정숙해 주십시오. 언용운 생도는 계속하라.”

“그런 방해들 또한 불의라면 불의겠으나, 야장들과 그 식솔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이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나 편경철은 호원단철에 소속된 일꾼들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

“저런 자를 벌하여 의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저는 왜 무를 갈고 닦고 있는 것입니까?”

“…….”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던 것일까?

편경철은 잘 벌어지지 않는 입으로 급히 말했다.

“저, 저놈 혼자 주장임히다!”

나는 그런 놈을 향해 비소를 날리며, 손가락 세 개를 세워 들었다.

“진주언가의 장남 언용운은 맹세합니다. 방금 제 말에 일말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하는 일마다 망해 인생이 궁핍해질 것이며, 가문은 대가 끊길 것입니다.”

내 말에 창량 교수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용운 생도는 말을 삼가라.”

말을 함부로 했다고 혼을 내고 계셨으나, 그 눈빛을 보건대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이 서신 모양이었다.

‘복권되니까 이런 맹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좋네.’

호적에서 파인 망나니 신분일 때와 공신력이 천지 차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맹세의 자세를 취한 상태로 편경철을 응시했다.

“떳떳하니까 할 수 있는 겁니다. 편 대인도 해보시지요?”

“…….”

그런 나를 따라 편경철도 손가락 세 개를 내보였다.

하나, 정작 입을 떼지는 못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

지켜보고 있던 일꾼들이 입을 열었다.

“언용운 공자님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연판장에 서명하게 하더니! 노모가 아프다는 데도 사람을 꼼짝도 못 하게 했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창량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편 대인께서는 지금 당장 저희와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 * *

호원단철에서 푸닥거리를 한 지 이틀이 지났다.

편경철은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며 그가 가지고 있는 사업권 또한 회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오긴 했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라 확정이 되지는 않은 가운데.

단강제일객잔에는 내가 기다리던 손님이 한 명 도착했다.

다름 아닌 예해수 선배였다.

“여기가 청죽관 생도들이 기거한다는 객잔이 맞나요?”

예해수.

그녀는 내가 일찌감치 공보부장으로 점찍은 인물이자, 소식지 사업의 주필을 맡아줄 사람이었다.

“아, 예. 선배님께서 오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도 후배님 이야기가 많이 들려와서 저는 그렇게 오랜만은 아닌 느낌이지만,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잘 오셨습니다. 복학 결정도 잘하셨고요. 아, 근데 지금 다 맡은 바가 있어서 애들이 나가고 없습니다.”

“다른 간부들과의 인사야 천천히 하면 되겠지요.”

그렇게 운을 뗀 예해수는 소매 춤에서 수첩과 세필 붓을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

“오면서 들으니까 청죽관이 호원단철을 인수하는 일로 사건이 있었다던데요, 후배님? 대장간 인수에 차질은 없는 건가요?”

“일단 정상화는 이뤄지는 중입니다. 문제가 하나 있긴 하지만요.”

임금 문제는 은하연의 방식대로 해결을 보았다.

그로 인해 호원단철은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언동생들이 없는 것이었다.

“그 문제가 뭔가요?”

“야장들의 미움을 샀다는 거죠.”

정상화는 시작됐다.

낙찰이야 은하연이 공언했듯 우리가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단철장에서 쇠를 두드릴 야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협조할 인간들이 아니었으니, 딱히 이번 일 때문은 아닌데. 그래서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냐….’

그 인간들이 쥐어팬다고 쇠를 두드릴 리는 없었고.

다른 곳에서 데려오자니.

이 시대에 정든 터전을 내버려 두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닌 데다.

중원에서 손꼽히는 대장장이 집단 중 하나인 단강구 야장 집단의 텃세를 뚫고 들어올 야장을 어디서 구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기를 잠시.

단강제일객잔의 주인장이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공자님! 손님이 한 분 더 오셨습니다요.”

“손님 누구?”

“창량 교수님이 오셨는데요?”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보니 정말로 창량 교수가 와있었다.

“교수님께서 여긴 어떻게? 지금 조사하신다고 바쁘시지 않습니까?”

“바쁘다. 피차 바쁜 사이니, 용건만 간단히 하마.”

말과 함께 창량 교수는 서신 하나와 동패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동패는 막간산의 대장장이 중 한 명의 것이고, 서신은 그에게 보내는 소개장이다.”

막간산은 춘추 시대부터 이어지는 중원 대장장이들의 성지였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

나는 창량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동패와 서신을 덥석 잡았다.

“당연히 됩니다.”

의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약조한 걸 지키지 않아 내심 내게 불만을 품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창량 교수는 나를 불신했던 게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력은… 앞으로도 신경 써서 쓰도록.”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신경 써서 쓰라고?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자.

그런 나를 두고 스승님께서 한 마디를 해오셨다.

-…이젠 학관에서 네놈 주먹 쓰는 걸 막을 사람이 없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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