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302화 (302/444)

제302화. 쉽지 않다 (2)

응시생들 틈에 섞여들기 위해 은하성과 우소릉은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성으로 삼았다.

그리고 언용운의 이름을 한자씩 빌려와 가짜 신분을 만들었다.

“성룡입니다.”

“능운이에요.”

“성룡. 능운. 자네들은 배정받은 숙소가 어딘가?”

“저희는 둘 다 향란관입니다. 상 형과 백리 형은 어디십니까?”

“나는 운매관이고 백리겸 이 친구는 윤국관일세. 괜찮으면 이 친구의 숙소에 들렀다 가겠나?”

“백리 형 숙소엔 뭐 꿀단지라도 있습니까?”

“입관시험 관문들의 시제는 당일 공개되지만 어쨌거나 맨 마지막 관문은 항상 조별과제가 아닌가?”

“그렇죠?”

“백리겸 이 친구가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해서 따르는 이가 많네. 그렇게 둘이 다니는 거면 우리 패와 미리 사귀어두면 좋을 거 같아서 권하는 걸세.”

그렇게 은하성과 우소릉은 학관생 식당에서 쫓겨난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상우청과 백리겸의 패거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패거리의 면면들을 확인하자 놀라고 말았다.

“!”

“!?”

상우청과 백리겸을 따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은형.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데요.]

[그러게.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써 스물이 넘는데? 그 용운 형님도 입관시험 칠 적엔 우리랑 정현 도장 말곤 패라고 할 사람이 없었는데….]

[언 형은 망나니 꼬리표가 붙어계셔서 그런 거긴 했지만요.]

[아무튼 이 자식들은 어떻게 이렇게 수가 많지?]

의문은 그 패거리 속에 섞여 들어가 분위기를 보자, 자연히 풀렸다.

“이 홍필은 이 순간 무림맹주나 천자보다도 백리 형과 상 형이 부럽습니다.”

“이제 겨우 시험을 치르고 있는 우리가 뭐가 부럽나.”

“석차를 적어 놓는 흑판의 상위권에 떡하니 이름이 올라있으니 합격은 맡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하하. 속단은 이르네.”

“이르긴요. 합격도 하실 것이고 두 분의 대에 공동파도 백리세가도 크게 일어날 겁니다. 반면에 저는 까닥 잘못하면 낙방의 고배를 들게 될 것 같습니다.”

“홍필.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좀 부족했다면 내년을 기약하면 되지. 나이도 젊은데 무얼 그리 걱정하는가?”

“입관 시험 준비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닌지라, 저는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걱정이라면 백리겸 이 친구를 믿으면 되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약에 우리 패 중에 누가 낙방을 한다면, 이 백리겸이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겠네. 우리 가문이 운영하는 무관이 있다네. 거기서 차분히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돕겠네.”

이들 무리는 합격권에서 아슬아슬하거나, 참가에 의의를 두고 간신히 관문을 넘고만 있는 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는데.

“백리형!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암울하던 차에 공동파와 백리세가가 보증하는 살길이 열리니, 이들로서는 상우청과 백리겸을 자연히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은하성과 우소릉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응시생이었다면 그저 형님 기질이 있는 자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나, 두 사람은 언용운의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하여, 은하성과 우소릉의 귀에는 패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다르게 들렸다.

두 사람의 눈빛이 얽히는 순간이었다.

‘백리세가의 무관이라는 곳이 알고 보면 마교의 소굴이겠죠?’

‘아마 그렇겠지.’

두 사람이 그렇게 눈빛으로 의중을 나누고 있는 때.

백리겸은 연신 감사 인사를 하는 동기 응시생들을 향해 말했다.

“됐네. 감사를 듣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들 풀 죽지 말라는 이야기일세. 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출신 생도들이 주도하는 백도 무림을 바꿔야 해.”

그에 홍필을 비롯한 다른 응시생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백리 형과 상 형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예. 그 언용운도 일학년 신분으로 학관을 좌지우지했는데 두 분이라고 안 될 거 있습니까?!”

“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언용운은 순 제멋대로인 자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위인이 시대를 잘 만나 공으로 모든 것을 덮은 유형 아닙니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풍문은 살이 붙기 마련이니, 실제로 겪어보면 별 볼 일 없는 자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 언용운을 따르는 언동생이라는 무리도 가문의 후광만 등에 업은 자들일 수도요?”

그때 그들의 대화에 초대받지 않은 누군가가 끼어들었으니.

“그 말씀은 듣기 거북한데요? 언용운 형님도 다른 형님과 누님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세요. 당신들이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름 아닌 언용운이 양양까지 가서 데려와 해남파에 맡긴 장선이었다.

“……!”

“……!”

장선의 등장에 은하성과 우소릉은 혹여라도 장선이 자신들을 알아볼까 숨을 죽였다.

그사이 홍필은 장선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는데.

“…교직원이십니까?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곁에 있던 응시생 하나가 장선을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홍 형. 저 녀석 같은 응시생입니다. 왜 병급에 엄청 노안인 녀석이 하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해남파의 제자라는?”

같은 응시생에게 굽실거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홍필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소리를 질렀다.

“아? 그러고 보니 병급 무복을 입고 있고… 형님이랑 누님이라 그랬지? 에이 씨 놀래라! 교수님인줄 알았네! 야 임마!”

“제 이름은 야임마가 아니라 장선이에요.”

“장선이고 짧은 선이고. 네가 뭐 언용운 동생이라도 돼?!”

“…아직은 아니죠.”

“근데 왜 난리야? 우리 입인데 우리 마음대로 말도 못 해? 없는 자리에선 황상과 군왕의 욕도 한다는데, 언용운이 뭐라고!”

또다시 언용운의 이름이 아무렇게나 취급되자, 장선의 눈썹이 삐뚤어졌다.

“그럼 저도 제 마음대로 주먹을 써도 되나요?”

“하. 입관 시험 중에 생도들끼리 함부로 주먹다짐하면 결격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거 몰라?”

“덕분에 알게 됐는데, 저는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방금 하신 말씀 취소하세요. 아니면 저는 마음대로 주먹을 쓰겠습니다.”

장선의 입에서 나온, 모두 좋은 분들이니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말.

그리고 사과를 하지 않으면 낙방도 불사하겠다는 태도.

그 모습에 은하성의 가슴엔 어쩐지 뭉클함이 들어찼다.

‘애가 착해… 녀석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아직도 적응 안 되지만.’

하나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알아챌까 가만히 있었는데, 이러다간 장선이 입관 시험을 망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은하성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우소릉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우소릉은 아예 눈동자가 그렁그렁해져 있었다.

“…….”

모두의 관심이 장선 쪽에 쏠려있어서 그 모습을 주목한 사람은 없었으나, 가만히 둬선 안 됐다.

은하성은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우소릉의 허벅지를 은밀히 꼬집었는데.

“!”

그러고 있는 사이 저쪽에서 일이 터졌다.

“해남파의 제자가 결격이 두렵지 않다고? 사문에 똥칠할 텐데? 사람을 봐가면서 그런 어깃장을 놔야지.”

사람을 봐가며 이야기하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눈앞의 장선이 어떤 성정인지 살피지 못한 홍필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뱉어버린 것이다.

“사과는 무슨 사과! 조까! 언용운은 똥 같은 놈이고 너는 그놈을 졸졸 따라다니는 똥개 같은 놈이다!”

언용운을 욕 보이는 말을 들은 즉시, 장선은 이를 까득 물며 땅을 박찼다.

쌔액!

‘사, 살려야 한다!’

은하성은 속으로 한마디를 중얼거리며 급히 홍필과 장선 사이에 끼어들었는데.

그 바람에 장선의 주먹이 은하성의 턱을 향해 날아들게 되었다.

빠악!!!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은하성은 그 지독한 언용운을 휘주에서부터 쫓아다녔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은하성은 몸에 내력을 돌렸고, 턱을 당김과 동시에 장선의 팔이 온전히 뻗기 전에 미리 맞아 충격량을 줄였다.

‘…뭔 놈의 힘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성은 전해지는 장선의 괴력에 잠깐 별을 보았는데.

그는 돌아갈 뻔한 목을 가까스로 가누며 입을 열었다.

“…크윽. 내가 대신 사과하지. 방금의 말도 취소하고. 됐나?”

“조심해주세요.”

장선이라는 이름의 폭풍은 그렇게 백리겸 패거리의 앞을 떠나갔고.

은하성은 욱신거리는 턱을 매만지며 홍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이고 턱이야. 거, 홍 형. 딱 봐도 단순 무식해 보이는 놈인데 뭘 그렇게까지 날을 세웁니까. 조금 전에 똥똥 거리시더만, 똥은 더러우니 피한다는 말 모릅니까?”

“허허허. 순간적으로 욱해서 말이야. 진짜 달려들 줄도 몰랐고. 아니 근데 저놈은 해남파의 제자라면서, 왜 언용운 욕에 발끈하지?”

“그야… 저는 모르죠?!”

“아, 나도 혼잣말이었네.”

“턱을 맞았더니 골이 흔들렸나… 띵해서 머리가 안 돌아가네.”

“나서줘서 고맙네. 순간적으로 시험이 걱정되면서 몸이 굳었는데, 성룡이. 자네 덕분에 욕을 면했어.”

은하성은 대충 손을 저으며 입을 열었다.

“예. 아무튼 저는 양호처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에 백리겸이 말했다.

“골이 흔들린다면서 혼자 괜찮겠나?”

그에 우소릉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제가 같이 다녀올게요.”

“그러시게.”

그렇게 응시생 숙소로 사용되고 있는 생활관을 나서는 은하성과 우소릉의 등 뒤론 이런저런 칭송들이 이어졌다.

학관생 식당에서 쫓겨날 때 간이 큰 것을 알아봤다느니, 민첩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뜻밖의 사건이었으나, 무리 내의 신망은 올라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은하성은 그런 쓸데없는 인망 따위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체형부터 장사긴 했지만, 우리 막내 손 한번 맵네.’

막내에게 얻어맞은 턱이 아직도 얼얼했던 탓에, 그저 조심히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팟-.

그 때문인지 은하성은 우소릉이 나무 위로 올라가, 응용이가 찾아가기로 한 옹이구멍에 쪽지를 넣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진짜. 용운 형님 동생 하는 거 쉽지 않다.”

어느새 내려온 우소릉은 짠한 눈으로 은하성을 바라봤다.

“그러게요.”

*     *     *

입관 시험이 한창인지라 언동생들이 교수님들을 돕는 일에 지원을 나가 있는 가운데.

총학생회실엔 나 은하연 그리고 당옥기 이렇게 세 사람이 남아 있었다.

그중 나와 은하연은 입관시험이 끝나기 전에 장학재단인 학보를 만드는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류와 씨름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응용이가 창을 열고 들어와 낮게 울었다.

호룩-

“언용운! 응용이가 왔는데?!”

그건 응시생들 사이에 섞여 들어간 은하성과 우소릉이 뭔가를 발견해 서간을 보냈다는 뜻이었다.

“수고했다.”

나는 붓을 멈추고 응용이가 물고 있는 쪽지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상우청과 백리겸이 낙방권 응시생들의 불만을 부추김과 동시에 장차 입관 준비를 도와주겠다는 미끼로 패거리를 늘리고 있다. 용운 형님의 예상이 맞다는 전제하에 추후 마교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추신, 장선이 녀석 기특하던데요? …장선이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와?”

그 이야기가 끝이 났을 때.

아미를 좁힌 당옥기가 입을 열었다.

“언용운 너 전생에 마인들을 쫓던 개였던 거 아냐? 개코 급인데?”

“…….”

“그런데 상우청이랑 백리겸 이야기만 있고 독고철 이야기는 없네?”

다른 이가 듣는다면 이상하다고 여길 내용이었지만, 그건 도리어 내게 더 큰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경천혈마가 십만대산의 본단에 충성하고 있다면, 본단 쪽과 연이 있는 두 사람과 독고철이 함께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본단과 연이 닿은 녀석들이, 독고철은 혈교와 연이 닿아있다는 것을 아예 모른다는 거지.’

즉 독고철의 응시가 혈교의 단독행동이 확실하다는 증거이자, 혈교가 마교에서 떨어져 나오려 한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었다.

“독고철은….”

당장 이를 설명해주려 했으나.

생각해보니 지금 단계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나는 다른 말을 했다.

“…당옥기 너는 양호 도우미 일 끝났으면 놀지 말고 천독단 연구라도 해라.”

“캭! 진짜 사람 노는 꼴을 못 봐요!”

은하연이 입을 연 건 이때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언 공자?”

“일단 본관에 다녀와야겠소. 여기 좌측에 있는 서류들은 검토가 끝난 거고, 나머지는 혼자 하고 있으시오. 제갈 소저 오면 좀 도와달라고 하던지.”

“후. 알겠어요.”

- …불쌍하다 불쌍해.

나는 혀를 차는 사부님을 뒤로하고 곧바로 본관으로 향한 뒤.

총장님께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운영위원회 소집은 마교의 일과 연관이 돼 있다는 것을 아시는 터라, 교수님들은 총장실에 바로 모여주셨다.

나는 교수님들 앞에서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을 말했고, 또 잠입조가 보내온 서간을 낭독했다.

“…그런고로 저는 백리겸 생도와 상우청 응시생의 실격을 요청드립니다.”

그러자 경혜 사태께서 회의를 시작하셨다.

“다른 위원님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창량 교수님이셨고.

“백리겸, 상우청. 두 생도의 행보는 확실히 정무의 도를 걷는 자가 보일 행태가 아닌 듯합니다.”

다른 교수님도 고개를 끄덕이시는 이때.

입관처장님이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여셨다.

“하나, 마교와 결탁하였다는 명명백백한 증좌가 없는 데다, 백리겸 상우청 두 생도는 상위권 성적이지 않습니까?”

“하실 말이 남으신 것 같으신데 일단 계속해 보세요.”

“예 총장님. 게다가 언용운 회장이 낭독한 서간대로 무리까지 이루고 있다면, 아무리 처음에 마방연이 소견을 달겠다는 주장에 동의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격한 항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것이다.

심지어 두 녀석의 사문과 집안은 정마대전에서 큰 피를 흘린 공동파와 백리세가였다.

‘마교의 공작까지 곁들여지면 온갖 억측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지.’

그건 나와 학관의 위상에 먹칠이 됨과 동시에 백도무림에 분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곱씹다가 떠오른 의견을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     *     *

총장실에서 백리겸과 상우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지 닷새가 지났다.

그사이 각종 관문이 응시생들에게 부여되며 꽤나 많은 인원이 실격한 가운데.

조별 과제가 부여되기 전날 밤이 되었다.

“입관처장 임태옥이외다.”

그에 무리를 지으라는 과제를 부여받기 위해, 마지막 관문까지 살아남은 생도들이 학관생 식당에 모두 모였는데.

“마지막 과제를 부여하기에 앞서 정무학관의 초대 총학생회장이자 마방연의 실장을 맡고 있는 언용운 생도의 발표가 있겠소이다.”

그 말을 하기에 앞서 입관처장님은 단상을 내게 양보하셨다.

“백리겸 상우청. 두 응시생이 마교와 연이 닿아있는 듯하다는 익명의 투서가 있었습니다. 하여 마방연은 두 응시생을 본 시험에서 열외를 시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러자, 두 녀석과 패를 이루고 있던 응시생들 사이에서 예상대로 항의들이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 정마대전에서 엄청난 피를 흘린 곳의 전인들입니다! 마교와 연관이 되어 실격이라니요!?”

“맞습니다! 스스로를 밝히지도 않는 익명인이 전한 투서로 그런 두 사람을 실격을 시킨단 말입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처사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해합니다. 하나, 마교의 발호로 천하강호가 난세에 접어들었고 작년에는 학관이 불에 타기도 했습니다. 마교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혐의는 백도 무림의 무인이라면 설령 장난으로라도 듣고 싶지 않을 겁니다. 저도 백리겸 상우청 두 후기지수를 돕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돕기 위해?”

“제가 한 말을 떠올려 보십시오. 실격이 아니라 ‘열외’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들끓는 좌중을 진정시킨 나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본디 학관은 합격생 정원을 탄력적으로 정해왔습니다. 두 응시생은 지금까지 상위권 성적으로 다른 관문들을 돌파해 왔으니, 무림맹에서 진행될 검증 절차에 성실히 응해 준다면 특별합격을 시켜주기로 정무학관의 운영위원회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른 응시생 입장에선 합격 정원이 최소 두 명이 느는 상황이고….”

여기까지 말한 나는 피식 웃으며 남은 말을 뱉었다.

“백리겸 상우청 응시생 입장에서는 조별과제라는 변수 없이 합격하게 됨과 동시에, 괜한 의혹을 벗어 던질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난 여기까지 말한 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 놈을 보며 씩 웃었다.

외통수지, 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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