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9화. 소림이 걱정 되는구만 (5)
언동생들은 채비를 끝냈고, 신입생들은 견학 일정을 마쳤다.
신입생 대표 남궁영의 보고와 함께, 정무학관의 생도 일동은 무림맹을 나서게 되었다.
“생도 일동, 복귀 준비 마쳤습니다!”
“고생들 했네. 무림맹에서 보고 겪은 일들이 자네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겠네.”
생도들을 배웅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무림맹의 정문에 모여있는 가운데.
공손무결이 신입생도들을 격려하며 무림맹의 피풍의를 선물로 주는 때.
“약왕 어르신. 다시 뵙는 날까지 건강하셔요.”
당옥기는 약왕 오균천을 향해 꾸벅 포권을 취했다.
“엉뚱한 제 생각들을 같이 고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혀 엉뚱하지 않았다. 젊은 머리로 떠올리는 생각의 참신함에 나 역시 공부가 되었어. 막히는 부분 있으면 언제고 기별을 넣거라.”
“네!”
“아, 참 그리고….”
“넹? 저한테 뭐 따로 분부할 일이 있으신가요?”
“쓰흡. 이게 사실 옥기 너한테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용운이 그 고얀 놈한테 있는 볼일인데….”
그러다 오균천의 입에서 나온 말에, 당옥기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걔가 고얀 놈이긴 하죠!”
“그렇지?”
“완전요!”
“그 고얀 놈이 글쎄 나랑 선약을 잡아 놓고는 서찰 하나만 두고 공덕대사를 따라가 버렸다. 뵙고 싶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리들이 다 입에 발린 말이었다는 결론이지!”
“저희한테는 서찰 한 장도 없었어요!”
“에이잉! 고얀 놈!”
“에라이! 언용운!”
그렇게 오균천과 당옥기가 조손처럼 의기투합을 이루기를 잠시.
오균천은 당옥기에게 목함 하나를 내주었다.
“마음 같아선 장침을 꽂아버리고 싶은데, 내빼버렸고. 약속은 약속이니 이것 좀 전해주거라.”
“이게 뭔데요?”
“당가의 돌파… 옥기 너희 가문의 의원들이 용운이 녀석에게 좋은 약을 많이도 썼더구나?”
“아. 혈맥에 산재해 있는 기운을 녹이는 단약 같은 건가요?”
“오냐. 약방문을 넣어 놨는데, 들어간 재료 대부분이 독성이 없는 것들이라 꼭 용운이 녀석이 아니라도 탈이 나지는 않을 것이니. 그 녀석과 의논해서 필요한 다른 사람 있다면 먹이면 될 것이다.”
“그러면 어르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냥 그놈한테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심부름하기가 싫으냐?”
“아뇨. 심부름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장침을 놓으라는 말씀도 같이해주세요. 그럼 제가 가서 약왕 어르신 말씀이다, 하고 그 고얀 놈 몸에다 장침을 놓을게요.”
“오호? 듣던 중 묘안이로다. 역시 젊은 머리라 그런지 팽팽 돌아가는구나?!”
“헤헿.”
“흐흐.”
그렇게 두 사람이 작당 모의를 하던 때.
제갈혜는 예해수를 불렀다.
“해수.”
“예! 대군사님!”
“여기 이건 하연이 가져다줘. 장학보의 지원에 관련된 문건이야.”
“예.”
“그리고 이건 설지 가져다줘. 백본회 회의록 정리한 거랑, 용운이 발표한 거 속기한 건데. 가져다주면 걔가 정무학관 운영위에 전달할 거야. 아, 그리고 용운이한테는 최종 결정 났다고… 뜻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전해주고.”
“용운 후배님한테는 그냥 말씀만 전해드리면 될까요?”
“응 그렇게만 말하면 알 거야.”
그렇게 언동생들과 신입생들이 받을 것을 다 받고 나자.
공손무결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고.
“모두 조심해서 돌아들 가게.”
마지막으로 팽소진이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들 조심해서 가. 용운이한테 사람 걱정 좀 그만 시키라고 전해주고.”
그녀의 말에 은하성이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용운 형님이 어디 그런 말이 통할 사람인가요. 차라리 소천이 형에게 전할 말을 한마디 하시죠.”
“돼지는 애가 모자라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한마디로는 못하겠는데… 용운이랑 너희가 많이 도와줘. 애는 착해.”
“그래서 누님은 언제 복학하시는데요?”
“스승님께서 기초는 거의 다 잡혔다고 하셔서. 아마, 이 학기부터는 다시 학관에 나갈 것 같아.”
대화 끝에 나온 복학 이야기에, 신입생 삼인방이 입을 열었다.
“와, 너무 좋아요 소진 선배!”
“고대하겠습니다. 선배님.”
“그때 뵙겠습니다 소진이 누님!!”
그중 장선의 목청이 단연 으뜸이었다.
목청과 함께 전해지는 액면가에, 순간적으로 흠칫한 팽소진이었으나.
이내 곧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다들 또 보자.”
* * *
낙양의 무림맹에서 숭산까지는 고수가 걸음을 서두르면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하나, 이번 여정에는 단순히 거리로만 말할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첫째로 이들이 움직임이 곧 언용운의 징계가 끝났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소림의 제자들이 함께하는 여정이기 때문이었다.
“아그. 아그그그.”
“어흑. 사숙 조금만 천천히 가주십시오.”
“조용히들 하게! 그런 사고를 쳐놓고 아프다는 소리가 나오시는가?!”
그런 소림의 제자 중엔 무림맹에서 벌인 주먹다짐의 여파로 여즉 들것 신세를 지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아미타불. 송구합니다. 시주들. 괴룡에게 근신이 끝났다는 소식을 어서 전해드리고 싶으실 텐데요.”
“원시천존. 아닙니다. 어차피 공식적인 징계 해제 일자는 내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중으론 도착하지 않겠습니까?”
“예. 아시겠지만 저기 뾰족 솟은 세 봉우리가 있는 곳이 숭산이니. 오늘 중으로는 도착할 것입니다.”
하여, 언동생들은 걸음을 서두르지 못하고 관도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소림의 제자들을 이끄는 원경이 사과를 하고 떠나자.
우소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현 도장. 그런데요. 화산파는 화산에 있어서 화산파고, 도장의 사문은 무당산에 있어서 무당파잖아요? 근데 소림은 왜 숭산에 있는데 소림인가요?”
“아. 저기 보이는 세 봉우리 중 가운데의 것을 준극봉(峻極峰), 동쪽은 태실봉(太室峰), 서쪽 봉우리를 소실봉(小室峰)이라 하는데, 저 소실봉의 숲속에 있다 하여 소림(小林)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하.”
“물론, 소림이 처음 생길 때의 이야기고. 본산은 소실봉에 있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준극봉과 태실봉에도 암자와 산문이 있고, 산 아래에도 선원(禪院)들이 있습니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여전히 봉우리만 보이는 지점임에도 엄청난 수의 향화객과 승려들이 그들을 향해 합장을 해왔고.
승려들이 먹지 않는 오신채를 빼고 조리한다는 깃발이 내걸린 객잔들이 줄을 이었다.
“!”
“!?”
말 그대로 지역 자체가 소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습과.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총면적이 수만 평에 달한다는 거찰의 모습에.
처음 소림에 발을 디디는 언동생들은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
“허.”
언용운을 만나기 전까지 휘주에서만 지내 온 은하성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뭔 놈의 절이 우리 집만 하네… 심지어 동네 자체가 그냥 소림이야. 여기서 빡빡이들 욕을 했다간….”
“으, 은형!”
“…스님들 욕이라도 한마디 했다가는 그냥 몰매를 맞겠는데?”
은하성의 말에, 남궁윤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언행을 조심해라. 은하성.”
“허. 천하의 궁윤 형도 경도되셨습니까?”
“경도는 무슨. 어딜 가든 예의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나는 소림에 오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치. 그런 걸로 유세를 부리시네.”
“…유세가 아니라. 은하성 네가 경도가 되었다 하니까 하는 말이었다.”
남궁윤의 변을 못 들은 척하며, 은하성은 정현에게 말했다.
“궁윤 형은 그렇다 치고. 정현 도장은 어떠십니까? 거짓말은 하지 맙시다. 방금 마른침 삼키는 거 다 봤습니다?”
“아, 방금 제가 그런 이유는 막상 소림의 권역에 들어서니, 언 소협이 걱정돼서 말입니다.”
“에이, 걱정할 사람을 해야지.”
“생각을 해보십시오. 언 소협의 성정이 부러졌으면 부러졌지, 꺾이실 성정이 절대 아니시지 않습니까? 소림의 제자들 또한 자존심이 있을 것인데…. 과연 아무 일도 없었을까 하는 걱정이 새삼 듭니다.”
그런 정현의 말에.
언동생들은 미간이 동시에 좁혀졌는데.
그렇게 걱정을 한 아름 안고 걸음을 옮긴 지 한참.
소림의 본산이 있는 소실봉의 북쪽 숲에 다 달아갈 무렵.
익숙한 호각 소리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삑삐이빅!
“하나아!!!!”
삑삐삑비익!
“두울!!!!!!!!!!”
그에 언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홀린 듯 걸음에 속도를 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당도한 소림의 대연무장.
“독수리들 목소리가 작다! 오늘도 태실봉까지 포복으로 가고 싶나?!!”
“아닙니다앜!!!!!”
그곳에선, 그간의 걱정들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도 정무학관과 닮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에 우소릉과 예해수가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고.
“저, 저희 숭산에 온 거 맞죠? 단강구 아니고요?”
“…용운 후배님을 향한 저희의 믿음이 부족했네요.”
당옥기와 은하성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니, 소림의 제자들이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심지어 올빼미도 병아리도 아니고 독수리랍니다, 독수리. 빡빡이란 소린데… 그걸 들으면서 저러고 있네요.”
그렇게 선배 기수의 언동생들이 저마다 어이없어할 때.
후배 기수의 언동생들은 반대로 탄성을 내뱉었고.
“역시. 용운 선배는….”
“회장님은….”
“대단해!”
그 모습을 보며, 선배기수의 언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원시천존.”
“무림의 미래가….”
“참….”
“…밝네요. 밝아.”
* * *
학관을 비운 지 제법 되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견학 일정이 좀 연장되더라도 학사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일 처리는 완벽하게 해 두었고, 제갈설지와 은하연을 남겨두었으니 걱정은 없었다.
하나, 언제까지 소림에서 죽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속성으로 정무학관의 정신과 체조 등을 전수해야 하는 사명을 띠게 되었다.
삑삐이빅!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림의 독수리들의 심신이 지금껏 맡아온 올빼미나 병아리들보다 월등하게 단단했다는 점이었다.
삑삐삑비익!
전에 없이 혹독하게 굴려도 퍼지지를 않으니, 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독수리들을 조련하고 있었는데.
여느 날처럼 호각을 불어대고 있는 와중, 소림의 경내에 진입한 언동생들이 보였다.
- 네 동생들이 왔구나?
‘아. 그러네요?’
- 음? 네 근신 기간이 공식적으로 끝난다는 것이거늘, 오히려 아쉬운 눈치로구나?
‘정무학관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 소림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모양인데, 그새 정이 든 것이냐? 흐음. 또 그런 것 같지는 않던….
‘그간 독수리들 같이 굴리기 좋았던 녀석들이 없었으니까요. 순수하게 아쉬움이 드네요. 굴리는 맛이 있는 녀석들인데요.’
- …살다 살다 소림의 땡중들에게 측은함이 드는 것은 또 처음이로고.
그렇게 사부님과 몇 마디를 나누는 사이.
열심히 몸을 비틀고 있던 독수리들도 언동생들과 후발대가 도착했음을 발견했는지, 여기저기서 안도의 숨이 터져 나왔다.
“휴우우.”
“드, 드디어.”
“괴룡이… 간다.”
“하, 하하하.”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누가 그런 소리를 내었습니까?! 그렇게 구르고도 아직도 마구니가 끼었습니다! 태실봉까지 포복으로 가겠습니다! 준비!”
“악!”
“목소리가 작다. 준극봉도 찍고 오겠습니다! 준비!”
“아아악!!!!!!!”
나는 그렇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언동생들을 뒤로하고.
독수리들과 함께 숭산의 다른 두 봉을 찍고 다시금 소실봉으로 돌아왔는데.
자리로 돌아오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공덕대사가 말을 걸어왔다.
“괴룡 시주.”
“예. 대사님.”
“금일 수련은 이쯤 하는 게 어떻겠소. 시주의 근신 기간이 끝이 나는 것이기도 하고, 정무학관의 생도들도 방문한 터라, 방장 사형께서 오늘 저녁 공양 시간은 조촐하나마 속세의 연회 분위기를 내셨다오.”
“예. 안 그래도 여기까지 하려고 했습니다.”
“하면 목간을 하고 지객당으로 오시오.”
“옙.”
“소림의 제자들도 손님 맞을 준비를 해서 지객당으로 오너라.”
“악… 이 아니고 예!”
그에 채비해서 지객당으로 가보니.
두부와 채소를 재료로 빚은 만두를 비롯하여 연회다 싶을 만큼 푸짐한 요리들이 준비된 가운데.
소림의 방장 공효대사가 입을 열었다.
“소림과 정무학관 간의 교류는 겉으로만 그럴싸했던 게 사실이오. 이번 일로 노납 또한 많은 것을 느꼈소이다. 장차 소림의 제자들과 백도무림의 다른 후기지수들이 진정한 교류를 나누길 바라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 보았소. 속세의 음식에 비하면 부족할 것이나, 성의를 보아 많이들 들어 주시오.”
말을 마친 공효대사가 먼저 젓가락을 들었고, 자리한 모든 사람이 식사를 시작했는데.
언동생들은 앞다투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물어왔다.
“뭔데 언용운?! 여기선 또 무슨 사기를 친 거야?”
“예! 용운 형님! 저 빡빡… 아니 스님들한테 뭐 최면이라도 거신 겁니까?”
“궁금해요!”
“그것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네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 잠깐 사이 성취를 본 것인가?”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림에 와있는 동안 어떤 도를 보신 것입니까?”
“역시 용운 선배세요!”
“감축드립니다. 회장님!”
“…한 명씩 이야기해라, 한 명씩.”
언동생들의 질문 중 성취에 관한 것은 녀석들 역시 무간동에 출입시킬 생각이었기에 답하지 않았고.
백팔나한과 겨룬 이야기와 그날 공덕대사의 말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는데.
“원시천존. 도기입니다. 도기에요.”
“도기는 무슨 도기야. 사기 쳤구만.”
그러고 있던 때.
회장에서 보이지 않다 싶던 공량대사가 다가오더니.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 온 술병을 우리와 소림의 제자들 앞에 내려놓았다.
“!”
“음?”
소림의 제자들과 우리는 동시에 눈을 키웠다.
그러자, 공량대사는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입을 열었는데.
“방장 사형도 이런 날은 곡차(穀茶)를 준비해 뒀어야 했는데. 두타행을 하다 보면 어차피 한두 잔씩 받아먹을 수밖에 없거늘, 저리 딱딱하시다오.”
공효대사는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공량 사제!”
공량대사는 그런 공효대사를 향해 너스레를 떨며 얼싸안았다.
“아이고 사형. 이 사제는 내일 아침이면 소림을 나갈 생각입니다. 한데, 후기지수들만 챙기십니까? 오랜만에 이 사제랑 바둑이나 한판 두십시다.”
“아니, 방금 사제가 저 상에 올린 저것….”
“어허이. 어허이. 우리 같은 늙은이가 예 껴있으면 친해질 녀석들도 못 친해지겠습니다. 자자, 가십시다. 공덕 사형도요.”
그렇게 세 고승이 나가고 난 직후.
나도 술병을 하나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향해 우소릉이 물었다.
“그거 하러 가시려고요?”
“어. 너희끼리 잠시 놀고 있어라.”
나도 성취를 보았고, 장소가 소림이기도 하고.
사부님께 술 한잔 올리고 싶어 그렇게 회장을 빠져나온 이때.
“괴, 괴룡!”
누가 급히 따라 나온다 싶어 고개를 돌리니, 원철이었는데.
“원철 스님? 저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갖고 싶은데, 뭐 급한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그, 그게… 이걸 한 번만 봐주시겠습니까?”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당황하며 품 안에서 삭아가는 고서 하나를 내밀었다.
- 음? 이건 스승님의 필체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