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1화. 지금부터 반격이니까 (4)
나는 조범에게서 받은 감상을 사부님께 전했다.
‘조범이라는 늙은이. 정말로 화경에 들었다고 보기엔 뭐하네요.’
- 그래서 나도 얼추 화경에 든 것 같다 말하지 않았더냐? 하나 방심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살수로 저 정도 경지에 오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부님은 내 말에 동의하면서도, 경고를 해오셨는데.
그런 말씀이 이어지는 때.
조범의 검이 속사하듯 찔러 들어왔다.
쌔액! 쌔액! 쌔액! 쌔액!
나는 바쁘게 보법을 밟으며 생각했다.
‘지금껏 숱한 절대 고수들을 경험해왔다.’
나를 죽이려 들었던 마두들, 그리고 기꺼이 내 상대를 자처해 주셨던 백도 무림의 어른들.
그중엔 조범의 검처럼 매서운 초식으로 점철된 검도 있었다.
‘경혜사태.’
하나 그녀의 검과 조범의 검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같은 살벌한 초식이라도 사태의 검엔 유려함이 있었던 반면.
조범의 범엔 그게 없었다.
그저 표적을 쫓는 화살 같았다.
‘뭐, 그럴 수밖에 없긴 하겠지.’
경혜사태는 아미파에 입문해 마보(馬步)부터, 아미의 검을 하나하나 독파하여 화경의 경지에 올라간 것이다.
정종무공들이 으레 그렇지만, 그렇게 익힌 초식 중엔 마치 춤사위라 해도 무방할 만큼 난해한 초식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걸 익히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초식들.’
하나 대를 이어 내려오는 상승무공에 허투루 포함된 초식은 없는 법.
그렇게 몸에 익은 초식들이 조화경에 이르게 되면, 몸과 기의 운용이 비로소 조화를 이루며 개화하게 된다.
살수인 조범은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부님 말마따나 살수는 이 경지의 근처에 이르기도 힘들다.’
직업 자체가 생과 사의 경계에 걸쳐있기도 하지만.
‘죽이는 법부터 배우니까.’
그들은 꼭 필요한 수련을 거치지 않고, 누군가를 죽이는 법부터 배운다.
그리고 상대를 방심시키는 법을 익힌다.
강호에 아이, 여자, 노인을 조심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말이 있는 이유는 저 세 분류가 사람을 방심케 하는 구석이 있어, 살수들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었다.
‘노인의 경우는 거기에 더해, 험한 세상에 장수했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한 수가 있다는 뜻이 있긴 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해서, 조범의 인생은 그 말을 관통하고 있었다.
‘살수로서 늙은 자.’
급소를 찌르는 법부터 익힌 어린 시절을 거쳐, 이후로 숱한 임무 속에 살아남아 노인이 된 존재.
스스로 시각을 버린 것조차 최초에는 타인을 방심시키기 위한 수단이었겠지.
‘잘 알았다. 당신의 수준.’
잠시 조범의 검세를 막고 피하며 그의 기량과 숨기고 있는 한 수가 무엇인지를 가늠해봤는데.
‘파악 완료.’
어떻게 상대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확실히 선 때.
조범의 검초가 계속해 나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쌔액!
쌔애애액!!!
많은 이들이 살수로 이룩하기 힘든 경지에서 뻗어져 나오는 저 검초에 당황했을 것이다.
‘그걸 맹인이 펼쳐낸다는 사실이 한몫 더했을 것이고.’
여기에 기염곡의 위명까지 있으니, 많은 검수가 목숨을 내준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테다.
‘하지만 나는 아니야.’
편법으로 이른 경지의 약점은 따로 있지 않다.
그저 정공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본격적으로 진한 강기가 어린 검을 펼쳐나갔다.
캉!!
조범이 장악하고 있던 반경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 * *
캉! 카앙!!!!
언용운이 펼쳐내는 검초를 받아내느라 저릿해 오는 손에, 조범은 마른침을 삼켰다.
‘…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된 조범이었지만, 표적을 제거하는 길을 잃은 적은 없었다.
하나, 이 순간만큼은 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름이야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였다니.’
자경에게 후일을 부탁하긴 했으나, 전혀 길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용운만 죽이면. 저 요괴 같은 것들은 다 쓰러질 것이고 왕자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늘….’
한데, 그 언용운을 죽일 수 있는 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조범이 언용운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는 사이, 기염곡의 살수들은 속절없이 쓰러져가고 있었다.
‘…기염곡의 위명에도, 일격필살의 검초에도 전혀 당황치 않는다. 이 녀석이 정말로 이립에도 이르지 못한, 갓 약관을 넘은 후기지수가 맞는가?!’
쓸 수 있는 수를 모두 써서 공격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사이사이 펼쳐낸 암수와 독도 무용지물.
그러니 남은 것은 조범 역시 정공으로 검을 부딪쳐 가는 것뿐이었는데.
이쪽이야말로 여의치가 않았다.
조범의 검은 언용운의 몸에 제대로 된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고.
캉! 카앙!!!
언용운이 휘둘러내는 검을 제대로 받아내기라도 하면 속절없이 몇 걸음을 물려야 했다.
어찌나 견고한지.
쉽게 휘둘러 온 검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훈계를 당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살수는 검수가 아니라는 것이냐?’
이 순간 조범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스쳤다.
‘살아남기에 급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씨앗이라 불리던 시절.
조범의 손에 쥐어진 것은 작달막한 단도였다.
‘들은 말은 누군가를 죽이라는 말.’
그 말을 이행치 못한 씨앗들은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만다.
아이의 힘으로 어른을 죽이려면 정확하게 급소를 찔러야 했다.
‘그러려면 방심을 시켜야 했다.’
조범은 담도 컸고 무재도 있었기에, 싸늘한 주검이 된 다른 씨앗들과 달리 숱한 임무 속에 살아남고 살아남았으나.
청년이 되자, 사람들은 더는 그에게 방심하지 않았다.
하여, 그는 눈을 지져 맹인이 되었다.
타고난 무재가 천재라 불릴 정도는 되었기에 그러고도 살아남아 오늘날에 이르렀으나.
언용운의 검을 상대하고 있다보니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때 눈을 지지지 않고 진득이 무위를 익혔다면… 이 순간에 길이 느껴졌을까?’
곡내에서 촉망받던 시절의 조범이었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지. 그 길을 택해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니. 의미 없는 가정일 것이다.’
그보다 그를 거슬리게 하는 건,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살수로서의 감각이 보내오는 경고였다.
카앙!!!
언용운과 검을 맞대면 맞댈수록 그 감각이 조범의 귀에 속삭여왔다.
이 임무는, 애초에 받지 말아야 했었다고.
‘…기염곡의 명성과 살수로서 버텨온 스스로에 취해. 상대를 파악하고 방심시킨다는 초심을 잃고 말았나.’
치미는 후회에, 조범은 언용운이 자신에게도 감정을 일깨우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허허. 여러 가지 의미로 무서운 젊은이로고.’
하나 후회해도 늦었다.
일은 맡았고.
쓸 수 있는 수는 모두 썼다.
남은 것은 결국 언용운을 쓰러뜨리는 것뿐.
‘결코 쉽게 휘둘러 온 검은 아니니라.’
조범은 한마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검을 펼쳐나갔다.
* * *
조범은 자신의 거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 거리에 진입하면 그의 검이 급격하게 각을 틀며 날카롭게 찔러져 들어왔는데.
캉캉캉!!!!
회한을 바쁘게 휘저어 검초를 모조리 튕겨내고 있으면.
뭐가 됐든 암수가 이어졌다.
‘아까는 독무(毒霧)였고….’
이번에는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 톱날 모양의 단도가 그것이었다.
휘이익!
조범은 맹독을 먹였는지 날이 퍼렇게 물든 단도를 휘둘러 거리를 벌리도록 만들었고.
거리상 유리한 고지를 점한 뒤에는 다시금 맹렬한 살초를 날려왔다.
캉! 캉!
카카카캉!
삽시간에 교환되는 수십 초 끝에 발견한 약간의 틈.
나는 하단을 쓸 듯 다리를 내뻗어 조범이 뛰어오르도록 한 뒤.
파천단악의 검초를 내질렀다.
쌔애애애애액!!
그에 조범은 기겁을 하며, 지팡이 검을 세로로 세워 막았는데.
콰앙!!!
반동으로 조범이 날아갔지만, 그를 공격한 내 팔도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편법이라도 맵긴 맵다.’
결코 방심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조범은 생과 사의 경계를 숱하게 넘어온 살수의 경험과 기민한 심신으로 기량 차이를 메우고 있었다.
하나, 우리 사이에 우위는 분명히 있었다.
“후우.”
넝마를 주워입은 꼴을 하고, 숨을 몰아쉬는 조범의 상태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 조범의 모습에, 나는 그가 곧 모든 것을 내건 공세를 펼쳐 올 것임을 예감했다.
‘딱 두세 합만 더 교환해도 저쪽은 한계에 이르게 될 테니. 남은 저력을 다 끌어모은 수를 던진다면 지금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조범은 진원진기까지 모두 끌어 올렸는지, 울룩불룩한 핏대가 선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숱한 강호인들을 염(殮)하게 만든 지팡이 검을 뻗어 왔다.
쌔액! 쌔액!
쌔애애액!!!
조범의 손에서 휘둘러지는 살초들은 한층 더 빨라졌고, 그만큼 매서워졌다.
캉! 캉!
카카카카아앙!!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의 발악일 뿐.’
진짜 화경의 고수란 저런 것이 아니다.
나는 늘어지는 시간 속에 다시 한번 조화경의 경지에 대한 사부님과 경혜사태의 말씀을 떠올렸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가운데 놓고 상황을 관조하며 몸과 검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
그에 반해 조범의 검은, 나를 죽이려는 의도에 잠식된 게 훤히 보였다.
달리 말하자면, 검수의 의도가 선명해 궤적이 훤히 보였다.
쐐애애애애애액!!
그러는 사이, 조범의 검이 맹렬하게 허공을 찢으며 내게 쇄도했다.
하나, 이미 그의 영역을 일렁이게 만들어 공세의 시기와 이어질 수 있는 투로를 좁혀둔 터.
‘지금.’
나는 침착하게 회한을 그어 올려 지팡이 검의 투로를 틀었다.
카아앙!!!
그리고, 바쁘게 보법을 밟아 몸을 틈과 동시에, 파천 맹진의 초식으로 회한을 연달아 찔러 넣었다.
푹!
푹! 푸푸푸푹!
그것으로 끝이었다.
회한이 드나든 자리가 축축이 물 든 조범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쿨럭.”
나는 그런 조범에게서 되레 걸음을 물렸다.
그러자, 조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다가오지를 않는다니. 끝까지 방심을 하지 않는군. 재능보다 그 지독한 성정이 더 무섭구만….”
“제가 의심이 좀 많습니다.”
“…애초에 수임하지 말았어야 했어. 어디서 이런 괴물이.”
“그 말씀도 그렇고, 검초도 그렇고. 후임에게 뒤를 맡기신 것 치고는 삶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던데… 그냥 제가 보내드린다고 할 때 가시지 그러셨습니까?”
“큭큭. 임무에 실패한 살수가 도망친 곳엔 어차피 살길이 없느니라.”
그렇긴 할 것이다.
임무의 대상이 된 자, 임무를 맡긴자가 쫓을 것이고.
철칙이 무너진 살수 조직은 그 순간에 와해 될 테니까.
“과신과 간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살수들의 본보기가 되겠군. 장차 천하제일인이 될 자를 상대하다 가는 것이니 그리 비웃음을 사지는 않을지도 모르겠….”
말을 하던 조범은 어느 순간 풀썩 쓰러졌다.
‘…….’
몇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괜한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난 그의 죽음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재빨리 생각해보았다.
이곳이 평범한 전장이었다면 이쯤에서 조범의 목을 베어 ‘적장 물리쳤다!’ 고함을 내질렀겠지만.
상대는 살수들이었다.
곡주를 잡는다고 포기하는 놈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다 죽던, 저놈들이 다 죽던 둘 중 하나다.’
나는 빠르게 땅을 박차 양진무가 이끄는 무리의 틈에 합류했는데.
챙! 챙!
채채챙!!!
“괴룡?! 그 기염곡주라는 늙은이는 어떻게?”
“해치웠소.”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정말이니까 여기 왔지. 그런 표정 지을 새가 있으면 내 뒤나 봐주시오.”
예상대로 기염곡의 살수들은 조범의 죽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부나방처럼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촤악!
촤아악!!
우리는 그런 놈을 베어내고 또 베어내며 밀어냈는데.
그렇게 놈들을 하중도의 가장자리까지 몰아내, 마침내 마지막 살수를 베어냈을 때.
참방!
언동생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다들 피칠갑을 하고 있긴 했으나, 크게 다친 녀석은 없어 보였다.
그에, 안도감이 밀려들며 픽 웃음이 새어 나왔는데.
“고생했다.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러면서 뱉은 말에, 천장호가 빽하고 소리를 질러왔다.
“무사하다뇨!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 상처 난 거 안 보이십니까?! 세 번 정도 뒈질뻔했는데요?!”
“거, 침 바르면 낫겠구먼 엄살은.”
“옥기 누님. 뭐라고 한마디 좀 해보쇼. 이게 어떻게 침 바르면 나을 상처입니까! 진짜 환장하겠네!”
“캭! 내가 더 환장하겠다! 장호 너는 왜 일부러 상처를 더 벌려?! 언용운한테 보여주려고 상처입었냐? 미쳤나 봐 진짜!”
당옥기는 말하며 천장호의 등짝을 때렸다.
“악! 아악!!”
그런 천장호를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뭐, 오늘은 인정하마. 평소에 게으름 피우던 녀석이 부지런히 뛰어다니긴 하더라.”
“이 채작진이라는 놈은 꼬리 역할이 아주 고역입니다. 고역! 뒤치다꺼리하다가 뒈지는 줄 알았네. 다음부턴 나도 앞날개를 할거요!”
“실력이 돼야 하지.”
그러다 이어진 천장호의 말에, 나는 채작진의 날개 역을 도맡았던 남궁윤을 응시했는데.
“좋은 거 먹인 값하더라.”
“…흠흠. 내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남궁윤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하는 때.
우리 틈에 끼어있던 양진무가 입을 열었다.
“괴룡. 이젠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런 양진무의 말에, 은하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양코피 형님은 초왕부의 장수면서. 그걸 용운 형님한테 물어보면 어쩌십니까?”
“양콮… 큼. 방금의 싸움은 누가 뭐래도 괴룡이 주장이었습니다. 적절한 때 저희의 분기를 눌러주시고, 능수능란한 지휘에 적장까지 해치우셨지 않습니까?”
그런 양진무의 말에, 낯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은하성을 향해 눈을 흘기며 양진무에게 말했다.
“금칠은 그쯤 하시오.”
“금칠이라뇨. 사실만 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초왕 전하께 복귀 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괴룡의 휘하에 들어있기도 합니다. 하여, 전하 측에 여기 있다고 알리면 되겠습니까?”
그런 양진무의 말에, 예해수와 은하연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방법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신호탄을 쏘나요?”
“선배님 그 방법은 근왕병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가장 빨리 알릴 수 있긴 하겠지만, 퍼져있는 다른 살수들이 올 수도 있어서 안 될 거 같은데요? 그렇죠 언공자?”
“맞소. 일단 우리는 여기를 철통같이 지키는 것으로 하고, 누구 한 명이 다녀옵시다. 양 총기가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리하겠습니다.”
양진무를 연락병 삼아 떠나보낸 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왕자에게 종묘에 침입한 살수들은 모두 몰아냈다는 보고를 한 뒤.
가볍게 속을 고르고, 조범의 시체를 향해 걸어갔는데.
“…….”
조범의 시체를 빤히 보고 있는 나를 향해 사부님께서 질문을 해오셨다.
- 저 늙은 놈이 용운이 너와 무슨 연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살수 나부랭이에게 마음을 쓰는 것도 아닐 텐데… 뭘 그리 빤히 보고 있느냐?
‘달리 써먹을 방도가 있을 것 같아서요.’
- 달리 써먹을 방도?
데스나이트.
‘중원 식으론 사령장수나 사령기사쯤 되려나?’
내게 충성심이 있는 자는 아니니 성공확률은 낮았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학관에서 연구한 술진과 연계해서 사용하면, 일단 시도는 해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