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화. 교류생 (1)
밤사이 난리가 난 귀양의 성내였다.
“흐미. 이게 무슨 일이래?”
“칼 부닥치는 소리 못 들었나? 무림인들끼리 한바탕했겠지.”
“이게 무슨 한바탕이야. 온 천지가 피로 칠갑이구먼.”
“관병이랑 포쾌들은 이 사달이 났는데 왜 코빼기도 안 보여?”
“이 사달이 났으니까 안 보이는 게지, 그치들 몸엔 칼 안 들어가? 관무불가침 핑계로 얼씬도 안하는 거지. 들어보니까 이곳이 마교 놈들의 소굴이었다더구먼?”
“마, 마교? 그 우리도 이만 구경하고 뜨자고. 눈먼 칼 날아올라.”
하나, 산 사람은 살아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어수선한 가운데 상인들은 가게 문을 열었고, 객잔과 요릿집들은 물 끓이는 연기를 피워냈다.
나는 그중 가장 먼저 연기가 올라온 곳으로 향했다.
“주인장. 아침 됩니까?”
한창 불 앞에 서 있던 주인장은, 이쪽을 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는데.
“몇 명이십니까?”
“글쎄. 좀 많긴 한데. 어디 보자, 둘네여서여덟열….”
내가 일행을 헤아리기 시작하자, 주인장은 우리 쪽을 보고는 흠칫 떨었다.
닦는다고 닦았음에도, 피 칠갑이 돼 있는 우리 꼴을 보고 놀란 탓이었다.
“?!”
물론, 계속 얼어있지는 않았다.
주인장은 곧 내 뒤에 선 두 사람을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아니 추엽 대행수님 아니십니까? 그 옆에 계신 분들은 개방의 방도 분들 같으시고?”
그리고는 나까지 알아본 듯, 손뼉을 치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 그러고 보니 가장 앞에 계신 훤칠한 공자님은 괴룡! 언용운 대협 아니십니까!? 어쩐지, 얼굴이 눈에 익다 싶더라니! 초상으로 많이 뵌 그 얼굴입니다요?!”
한데, 된다 안 된다는 말 없이 홀로 감탄만 하고 있던 주인장의 태도가 답답했던 모양이었는지.
개방의 우식 분타주가 단호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아 그래서 이놈의 가게는 아침이 되는 거요 안 되는 거요? 질문에 답은 안 하고 사람 구경을 하고 있어,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겠구만!”
하오문의 대행수 추엽은 그런 우식을 향해 눈을 흘겼다.
“거지새끼가 어디 신성한 업장에서 큰소리를 내는가?”
“오늘은 손님이야! 괴룡이 사준다고 한 거 못 들었냐?”
두 사람이 그렇게 으르렁대는 때.
객잔의 주인장이 식탁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되, 됩니다요! 이리로 들어와서 앉으십쇼!”
그 말에, 안쪽으로 이동한 나는 벽에 붙은 차림표를 훑어본 뒤 입을 열었는데.
“나는 소면.”
“…….”
“…….”
어째선지 장내에 정적이 흐른다 싶더니.
일행들이 나와 똑같이 소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도 소면으로.”
“소면으로 하겠습니다.”
“저도….”
“…주인장 그냥 다 소면으로 통일하쇼.”
장국에 삶은 면을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 소면인지라, 음식이 나오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먹는 것 또한 금방이었다.
후루룩-
그렇게 소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나는 식탁 위에 넉넉하게 은자를 올린 뒤.
추엽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이만 귀양을 떠나야겠소.”
“아, 벌써 가시렵니까? 하기야, 사로잡은 녀석의 입지를 생각하면… 빨리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 우리가 빨리 뜨는 게, 귀양에도 좋겠지.”
“흐흠. 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래저래 뒷정리를 좀 부탁하겠소. 소문도 좀 모호하게 내주시오. 다른 곳에서 터진 마교의 자중지란이 이곳에서도 일어난 것처럼 말이오. 아, 그리고 변복을 좀 해야겠는데 그것까지 도움을 좀 받읍시다.”
“알겠습니다.”
“좋소. 약속했던 마교 놈들의 점포는 내가 맹주님이나 대군사님을 뵙는 대로 처리를 해주도록 하겠소.”
“감사합니다.”
그렇게 추엽과 인사를 마친 나는, 개방의 방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식 분타주. 그리고 휘하의 방도들도 고생 많으셨소. 도움에 대한 보답은 어떻게 하면 되겠소?”
“만복 방주님이 만날 하시는 말씀이 거지는 의로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식 제자는 아니지만, 들은 바 있는 말씀이군.”
“예. 저희가 가진 건 없지만 그런 잿밥을 바라지 않죠. 여기 얼굴만 멀끔한 추엽이 놈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우리 덕에 입에 풀칠하며 살면서, 입만 살았군.”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사이에 강렬한 앙금은 없어 보였지만.
‘그냥 동종업계 종사자의 경쟁심리 정도인 것 같은데.’
나는 만약을 생각해 입을 열었다.
“추엽 대행수, 우식 분타주. 어쨌거나 간밤의 일로 전우가 되지 않았습니까. 당분간은 개방과 하오문이 합심하는 게 이곳 귀양성의 평화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내 말에, 추엽은 묵묵히 포권을 취했고.
우식은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을 읊었는데.
“그건 걱정 마시고, 괴룡은 살펴 가시오. 거자정리 회자필반. 이라고 했으니. 또 볼 날이 있겠지.”
그 말에, 천장호가 픽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그에 우식이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이 새끼 이거 왜 이렇게 기분 나쁘게 쪼개지?”
“회자정리 거자필반이겠죠.”
“…거, 학관 좀 다녔다고 무지하게 유세를 떠네.”
“…제가 언제 유세를 떨었다고. 틀리셔서 알려준 건데. 그리고 제가 위아래가 왜 없습니까?”
“아까 밤에 급하니까 종팔이보고 이 새끼 저 새끼 했잖아! 저 새끼가 그래도 너보다 형인데!”
“아니 그건….”
나는 대꾸하려는 천장호의 귀를 잡아당기며 우식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장호 녀석은 내가 잘 교육하도록 하겠소.”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삼 장로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고.”
“그리하리다.”
* * *
나와 언동생들은 추엽의 도움을 받아 변복을 했다.
그렇게 타지로 시신을 운구(運柩)하는 도사의 모습으로 거듭난 우리는, 송길준을 관 안에 넣어 귀양성을 나섰는데.
그 길 위에서, 천장호가 계속해 구시렁거렸다.
“진짜. 용운 형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그에 사부님께서 한마디를 하셨고.
- 장호 저놈은 아까부터 왜 저러고 구시렁거리느냐?
나도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 귀 잡아당겼다고 그래? 그건 너 때문에 자꾸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그렇지, 우식 분타주가 윗 배분이기도 하고.”
“아니, 귀야 아주 당나귀처럼 늘이든, 토끼처럼 만들든 상관이 없는데. 내가 밤새 죽을똥 살똥 해서 꼴랑 소면 한 그릇 먹은 건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합니다!”
“……?”
“아니, 밥 사주시겠다고 해놓고, 소면을 사주시다니. 그러는 게 어딨습니까? 천하의 언용운 배포가 그것밖에 안 됩니까?”
그런 천장호의 성토에.
당옥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맞아. 가게 들어가자마자 ‘나는 소면.’ 그러더라? 지가 산다고. 진짜 인성….”
은하성은 말을, 우소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는데.
“산다는 사람이 제일 먼저 소면이라고 해버리면, 참 다른 거 시키기가 힘든데. 쪼금 그렇기는 했습니다?”
“맞아요.”
와중에 정현과 남궁윤이 내 변호를 자처했다.
“…큼. 사람이 좀 많긴 하지 않았습니까.”
“저녁부터 해 뜰 녘까지 피를 봤다. 어차피 육고기가 나왔어도 내키지 않았을 것이야. 그렇게들 생각해라.”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입을 열었다.
“…정현. 남궁윤. 지금 그 말들이 내 편을 들어준다고 하는 말이냐? 어쨌거나 짠돌이는 맞다는 소리잖아? 저거 셋보다 너희 둘 말이 더 열받아.”
“워, 원시천존.”
“…….”
그런 내 말에, 사부님과 은하연이 한목소리를 내는 때.
- 짠돌이 맞으면서.
“…맞을 텐데. 짠돌이.”
나는 송길준이 들어있는 관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쿵쿵쿵.
“여기 든 놈 누군지 다들 까먹었냐?”
송길준을 잡았다.
연왕부가 마교와 붙어먹었다는 것을 증명할 장부도 찾았고.
귀양에 주둔하고 있던 마인들은 깡그리 소탕했다.
“귀양 거점이 털렸다는 게 마교 놈들 귀에 들어가면, 이 새끼가 우리한테 잡혔다는 소식도 들어갈 거 아냐.”
하나, 결코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우리한테 복수의 칼을 세울 수도 있고, 이 새끼를 되찾으려는 놈들도 있을 수 있잖아. 한시라도 빨리 한 뼘이라도 더 멀어져야 하는 상황이야 지금. 내 말이 틀렸소, 은 소저?”
“…그건 그렇긴 하죠.”
“추엽한테 뒷정리도 부탁해야겠고, 그래서 빨리 먹을 수 있는 걸로 고른 건데. 돈도 넉넉하게 냈구만 지들이 안 시켜놓고 나한테 난리야.”
“거지로서의 촉이 막상 시켰으면 또 뭐라고 했을…”
빠악!
“앆! 아앆! 생각해보니 소면으로도 충분합니다! 아 배부르다!! 아악!”
천장호가 일으킨 난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는데.
동편으로 난 관도를 따라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 지 한참.
귀주와 광서 그리고 호남의 모서리가 한 점으로 모이는 삼강(三江) 땅에서, 범상치 않은 기도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 누가 오는구나.
‘…그러게요?’
그에 기감이 예민한 언동생들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는데.
나는 녀석들을 향해 태연히 굴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묵묵히 마차를 몰았다.
그러길 잠시, 강렬한 기도의 주인들이 곧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쌔애액-
지나치는 면면이 어째 낯이 익은 느낌이라, 나는 마차를 세우며 입을 열었다.
“…맹주님 아니십니까?”
그러자 저쪽도 걸음에 제동을 걸고 삿갓을 들어 올렸다.
“용운이냐?”
* * *
나는 마차에서 내려 맹주님께 포권을 취했다.
“귀양으로 가시던 길이십니까?”
“정확히는 너희를 찾으러 가고 있었지. 초왕부에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 안휘에서 광서로 갔다가 다시 이쪽으로 쉼 없이 내달리던 참이다.”
“고생을… 한데, 저희가 어느 길을 사용할지 어떻게 아시고요?”
“대군사님께서 네가 선택할 확률이 높은 길목을 찍어 주셨는데, 어떻게 아귀가 맞았구나. 엇갈렸으면 귀양의 개방 분타까지 갔겠지.”
“역시 대군사님. 앉아서 천 리를 본다는 말이 별호로 붙은 분답네요.”
그렇게 몇 마디를 나누고 나니.
맹주님께서 이마를 싸쥐며 입을 여셨다.
“그나저나 너는 참… 일을 벌이는 재주라 해야 할지.”
“…대충 아시겠지만, 초왕부의 일은 제가 벌인 거랑은 거리가 멉니다.”
“그래.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은 수습을 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하여, 찾으러 간 것은 찾아왔느냐?”
맹주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갑수다점에서 찾은 장부를 꺼내 내밀었다.
그걸 확인한 맹주님께서는 안도의 숨을 내쉬어오셨는데.
“후. 그래도 위험을 자처한 보람이 있구나, 보아하니 다친 녀석들도 없어 보이고. 여러모로 다행이다.”
“…사실 위험을 자처한 보람이 그거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
그렇게 운을 뗀 나는, 마차 쪽으로 다가가 싣고 있던 관뚜껑을 열었다.
그에, 고개를 갸웃하며 마차로 다가온 맹주님은 관 속의 송길준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누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 시대의 용모파기라는 것은 정밀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초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길준이 놈을 옮기는 과정에서 언동생들이 실수로 들것을 놓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여, 놈이 퉁퉁 부어있었다.
나는 맹주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을 열었다.
“마뇌부의 후계였던 낭중마군, 송길준입니다.”
“???”
이후로는 잠시간의 해명이 필요했다.
왜 송길준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그러기 위해 어떤 밤을 보냈는지.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애썼다.”
설명을 다 들으신 맹주님께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정말로 애썼다. 너희가 있어 나는 십만대산의 천군만마가 두렵지 않다.”
“별말씀을요.”
“한데, 이 녀석을 호송하는 일은 지금부터 나와 무림맹이 전담하는 게 나을 것 같구나. 너도 송길준을 되찾으려는 놈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해 변복을 했겠지?”
“아, 예. 맞습니다.”
“지금 시기에 너희가 송길준을 낙양까지 호송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안 그래도 너희를 노리는 자들이 있었잖느냐? 용운이 너랑 다른 생도들은 이 길로 학관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맹주님의 제안이 이치에 맞긴 했는데.
“예. 그러겠습니다.”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초왕 전하의 명을 받고 온 길이었는데, 보고는 안 해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왕부에 예해수 선배랑 응용이를 남겨두고 왔습니다만.”
“네 임무 일체를 내가 대신 넘겨받는 것으로 하자. 보고는 내가 대신 하마, 두 녀석도 내가 흥안현에 가서 학관으로 돌려보내 주마. 나는 어차피 다시 초왕부에 들릴 생각이었다.”
“그러셨습니까?”
“그래. 이 이상 네가 연왕부와 초왕부의 싸움에 엮일 필요는 없다. 전하께서도 사정을 이해해주실 거다. 아니, 칭찬해주시겠지.”
우리는 맹주님께 송길준을 인계했다.
그리고 목적지를 북쪽으로 새로 잡아 북상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산 넘고 동정호를 건너, 호북 땅 단강구에 이르게 되었다.
“언 형. 총장님이 나와계시는데요?”
“…….”
정무학관의 정문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그 앞을 서성이고 있는 총장님이 보였다.
하여, 걸음을 서둘러 그 앞에 당도했는데.
‘…꾸중 듣겠는데.’
총장님으로부터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던 때.
그녀가 벅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여러분이 보인 행동과 의협심은, 천하에 정무학관의 기치를 단단히 아로새겼을 겁니다.”
“…….”
변명거리를 생각하던 내 말문이 막히자, 총장님은 내게 질문하셨다.
“언 회장은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음. 사실 뭐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빈니가 어디 아무렇게나 혼을 내는 사람입니까?”
“그렇지는 않으시죠.”
“애초에 혼도 아닙니다.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 하는 거니까요. 사실 이번에는 지금까지보다 걱정도 덜했습니다. 총학생회의 간부들은 어엿한 강호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고, 심지어 언 회장은 화경의 고수인데요.”
“그러셨다면 제 송구함이 좀 덜어지겠네요.”
“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빈니에게 뭐 더 하지 않은 말 같은 것은 없겠지요?”
“…갑자기요?”
“이번 일이 황족과 관련되어 정보가 제한적인데다가, 마교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중이라 하니 괜스레 노파심이 들어서 한번 물어봤습니다.”
사실, 독고철을 통해 진혈단을 관리하는 중이었지만.
나는 모르는 척 태연하게 답했다.
“예. 그런 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노곤할 텐데, 돌아가서 쉬도록 하세요. 아, 참. 소림에 갔던 생도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경혜 사태에게 인사를 드리고 총학생회실로 가니.
“오. 용운이 왔다.”
손가락 한 개로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던 소천이 형이 우리를 맞아 준다 싶더니.
“형님!”
“용운 님! 하연 님! 옥기야!”
“아미타불.”
제갈설지와 언용명.
그리고 학관에 남아있었던 독고철이 우리를 맞아 주었는데.
“고생하셨습니다.”
“철이 너도.”
그 무리에, 낯익은 무승 하나가 하나 끼어있었다.
“…근데 원철 스님은 왜 여기 계십니까?”
“아, 정무학관에서 교류생을 받는다고 해서 신청을 했더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아, 타 학관이나 새외 소속 후기지수들 대상으로 하는 그거?”
“예!”
“그런데 신승의 수제자인 사람이 뭘 배우겠다고 여기 오십니까?”
“아미타불. 구도자가 쌓아야 할 것이 어찌 무공뿐이겠습니까.”
“음. 뭐, 알겠습니다. 잘 지내봅시다.”
그렇게 원철과 이야기를 나눈 나는, 손뼉을 쳐서 주위를 환기했다.
“자, 바쁘다. 소림에 갔던 녀석들은 실력 좀 보게 연무장으로 나오고.”
그리고 언동생들을 주르륵 훑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은 소저는 다른 녀석들 데리고 교류생 신청 목록이랑, 이 학기 학사일정.”
“…….”
“그리고 강의 계획서 등록된 강의들 일목요연하게 정리 좀 해주시오.”
“…….”
“아, 당옥기는 연구실로.”
“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