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354화 (354/444)

제354화. 교류생 (5)

자치회장들을 시작으로, 강당에 모인 생도들도 하나둘 참석 의사를 밝혀왔는데.

“나도 가겠다!”

“저도 가겠습니다!”

와중에 경룡이 형이 질문을 해왔다.

“언 회장. 이럴 게 아니라 참가서를 받지 그러나?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인데, 전교생이 따르는 일을 진행하면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을 텐데. 또 사람을 모으고 그러느니 다 모여있을 때 받으면 좋지 않겠나?”

“그렇긴 한데, 아직 교수님들께 허락받은 일이 아니라서요.”

“참가서야 생도 개인의 의지를 적은 서류잖나? 교수님들의 허락이 필요치는 않을 듯한데?”

“음. 수학여행을 간다면 참석하겠다는 의사 표현이니까 교수님의 허락이 필요한 영역은 아니긴 하네요.”

“그렇지. 그리고 교수님들을 설득할 때 우리 의견이 이렇다 하고 제출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경룡이 형의 말에, 사부님께서는 헛웃음을 지으셨는데.

- 경룡이 저것도 너구리가 다됐구나.

나도 같은 감상을 느끼고 있었기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허.”

“왜? 뭐가 잘못됐나?”

“아뇨. 우리 경룡이 형도 너구리가 다됐다 싶어서요.”

“큼. 누구랑 부대끼다 보니….”

“아무튼,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나는 시립해 있던 정현과 언용명을 향해 지원서를 가져오게 했다.

“정현, 용명이. 학생회실 가서 종이 좀 가져와.”

“예! 다녀오겠습니다!”

“예. 형님!”

그걸 받아 간 생도들은 금세 참가서를 작성해 앞으로 가져왔는데.

추려서 확인해보니, 빠지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윤국관에 집중돼있는 문과생들도 모두 가겠다고 지원서를 냈네.’

괜히 분위기에 휩쓸린 것은 아닐까 싶어, 나는 윤국관의 곽우명 자치회장을 향해 물었다.

“선배님. 문과생들도 모두 참가 하겠다고 지원서를 낸 것 같은데, 다시 한번 확인해주십시오. 불참한다고 불이익이 있지는 않으니, 괜히 휩쓸릴 필요 없다고요.”

그런 내 말에, 곽우명이 픽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그런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 이미 두 번씩 물어 확인했네.”

“그러셨습니까?”

“그래. 본인들의 의사가 확고하던데? 뭐, 나쁠 것은 없지 않나? 입관을 문과생으로 했다 하더라도 자네 밑에서 구른 시간들이 있네. 가장 처지는 생도의 수준이 못해도 일류는 될 걸세. 그 정도면 어지간한 표사 정도는 되지 않나.”

“그건 그렇긴 하죠.”

“이만한 인원이 움직이면 치중(輜重) 문제와 잠자리 확보 같은 지원업무나, 관이나 호족들과의 의전에 관한 일도 생길 테니 분명히 거들 몫이 있을 것 같네만?”

“그것도 그렇습니다.”

“또 문과생들도 함께하는 게, 전략적으로도 좋지 않겠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정말로 수학여행으로 보이게끔 해줄 테니까.”

“윤국관의 자치회장님다운 냉철한 정론이시네요.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윤국관 문과생들의 뜻을 확인한 나는, 또 다른 걱정거리를 방지하기 위해 운매관의 계운열 자치회장을 응시했는데.

“계운열 선배님? 노파심에 말씀드리는데, 이거 보안이 상당히 중요한 사항입니다. 선배님은 운매관 생도들에게 그 점에 관해 확실히 주지를 좀 시켜주십시오.”

“알겠… 잠깐만. 언 회장. 그런데 왜 나를 콕 집어서 그런 말을 하시는가?”

돌아온 계운열의 말에, 향란관의 자치회장 소선창이 혀를 찼다.

“운매관 녀석들이 용감 무식하게 떠들고 다닐까 걱정이 돼 그렇겠지.”

“뭣이?! 야 소선창 말 다 했어?”

그에, 계운열 회장님이 발끈하던 때.

운매관 생도 중 하나가 무복을 찢으며 고함을 질렀다.

“마교 이 새끼들 다 뒤졌다!!”

소선창 회장은 다시 한번 혀를 찼고.

“쯧쯧. 거보라지.”

“…당장은 애들이 고양되어서 그래! 그리고 여기는 방음이 잘돼서 괜찮아!”

내가 다시 입을 연 것은 이때였다.

“매난국죽 차례로 당부를 하려다 보니 운매관을 먼저 언급했을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세 분 회장님들도 보안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여 오는 네 분의 선배와 앞에 가득 쌓인 참가서.

내 얼굴엔 엷은 미소가 걸렸다.

‘열심히 살아온 보람이 있긴 하네.’

*    *    *

그렇게 생도들의 의견을 수렴한 나는 그 사실을 총학생회실에 알렸다.

“용명이랑 정현이 참가서를 가지러 갔을 때 눈치를 챘겠지만, 생도들 전원이 이번 일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해왔소.”

그런 내 말에 제갈설지와 은하연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이러면 운영위원회의 교수님들을 설득하기도 쉽겠는데요?”

“그래도 경로나 작전의 당위성에 대한 자료는 준비해서 가야죠. 내일 아침까지 다 하려면 밤새야겠네. 서두르죠.”

“…….”

“언 공자? 그 표정은 뭐에요?”

“오늘은 부려 먹는다는 투정을 안 부린다 싶어서.”

“마인들이 그런 끔찍한 짓을 하고 있다는데, 그런 소리 할 새가 어딨어요?! 그리고 투정이라뇨! 그렇게나 부려 먹는데,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고 정정하세요!”

“…정당한 의사 표현이 오늘따라 없군.”

“하란다고 진짜 하네. 붙어있는 우리가 보살이지!”

“아미타불. 실로 그러합니다.”

“…원철 스님은 나랑 일을 했으면 얼마나 했다고 은근슬쩍 끼어듭니까? 그리고 그 명상의 중요성을 수업하겠다는 건, 듣기엔 진짜 날로 먹으려는 것 같은데 수업 계획 좀 가져와 보세요.”

“아, 아미타불.”

그렇게 찾아온 이튿날 아침.

나는 생도들의 참가서와 밤새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총장실을 찾아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달라는 요청을 넣었다.

총학생회장이라는 직위 자체가 운영위원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요청을 넣자마자 회의는 곧바로 소집됐다.

여러 교수님이 자리한 가운데, 가장 먼저 말을 한 사람은 향란관의 창량 교수님이었다.

“무슨 일인가?”

그런 교수님의 어투가 날카로워 보였는지, 곧바로 노삼 교수님이 입을 열었다.

“창량이 너는 왜 우리 용운이한테 찬바람이 쌩쌩이냐? 총학생회장이면 운영위원의 일원인데, 회의 요청을 할 수도 있지. 교직원 식당의 아침 차림이 마음에 안 들었어?”

“제가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러겠습니까? 어디 퍼질러서 배나 긁고 계셔서 모르시나 본데, 간밤에 언 회장이 사대기숙사의 생도 전원을 소집했습니다.”

“…그랬어?”

“…정말로 모르셨습니까?”

“…점호 끝냈다는 보고 듣고 나서 곯아떨어졌지,”

“자랑이십니다.”

“당장에 내가 필요한 일이었으면 용운이가 깨웠겠지!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러 왔으면 됐지 뭘!”

경혜 사태가 앙숙인 두 분 교수님을 제지한 것은 이때였다.

“빈니도 간밤의 소집과 관련이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로 운영회를 소집해달라 했나요?”

“만인혈이라는 연단법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인혈의 이야기로 운을 뗀 나는, 남해의 정황을 준비한 자료를 곁들여 설명했다.

“…하여, 천마신교의 소행으로 짐작이 되는 상황이고. 적룡궁과의 연계하에 전교생이 합심하여 양동작전을 벌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에 더해 생도들의 의사가 담긴 참가서를 제출하려 했는데.

내가 말을 하기에 앞서, 창량교수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는데, 정무의 기치를 섬기는 사람들이 좌시할 수는 없지.”

그런 교수님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교수님은 왜 그리 보냐는 듯 말했다.

“내가 언 회장 말이라면 무조건 반대를 하는 사람인 줄 아나?”

“…흠흠.”

“매번 우리 모르게 일을 터트리니 그런 것이지. 이렇게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뭐라 할 이유가 있겠나. 어제 생도들을 소집한 것도 이 때문인가?”

“예. 생도들에게 미리 사실을 공지하고, 위원회에서 허락이 나면 추후에 지원자를 받을 참이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를 하니 생도들이 모두 앞다투어 자원을 해왔습니다. 이 참가서들이 그것입니다.”

내가 서류 뭉치를 각탁 위에 올리자, 눈대중으로 장수를 가늠한 경혜사태께서 입을 여셨다.

“장수를 보니 거의 다 참가 하겠다고 한 모양이네요?”

“예.”

“하기야… 이 늙은 비구니도 언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피가 끓는데, 생도들은 오죽했을까 싶군요. 의도도 정의롭고 양동작전도 필요할 듯합니다. 한데, 이만한 인원이 움직이려면 대외적인 명분이 필요할 텐데요?”

“위원회에서 허락해주신다면, 대외적으론 수학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학여행이라…. 창량 교수님은 동의하신 듯하고. 다른 교수님들은 어떠십니까?”

이어진 물음에 가장 먼저 답을 한 사람은 노삼 교수님이었는데.

“저는 당연히 찬성이죠. 그나저나 거지새끼들은 뭐 하고 자빠졌길래 이런 이야기를 몰라?”

그 말에, 재혁 숙부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고.

“원래 해안의 문제는 북직예의 황상께서도 어쩌지 못하는 문제라고 일상처럼 여기지 않습니까. 천마신교 내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서 강남 전역이 어수선하기도 했고요.”

“씁. 그렇긴 한데. 아무튼 내가 거지새끼들을 좀 쪼아볼까?”

이어서 제갈민 교수님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

“이거, 정보를 캐자고 마냥 들쑤셔서 될 일이 아닙니다. 보안이 상당히 중요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잘못하면 산통이 깨질 거예요. 은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가 언 회장?”

제갈민 교수님의 말이 맞았다.

“예. 마음만 급해선 안 되는 일입니다. 철저한 보안 속에, 교직원과 생도들이 합심하여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

교류생들의 입관식과 함께 정무학관이 개강한 지 한참.

남해적룡궁을 시작으로, 소림과 남만야수궁 그리고 북해빙궁과 각궁보의 특별교류 수업이 차례차례 이어졌다.

하나, 아직 이 특별수업의 마지막 강의가 남아있었다.

정무학관의 생도들이 교류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교류생들 또한 정무학관 생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정무학관 생도 대표가 진행하는 수업이 그것이었다.

정무학관의 생도 대표로 선정된 이는 당연히 언용운이었다.

강의의 주체가 언용운이라는 말에.

정무학관의 생도들과 교류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강의가 예정된 대강당이 아닌 그 앞의 연무장에 나와서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그들이 아침마다 겪어야 했던 지옥을 상기했기 때문이었는데.

“다들 여기서 뭐 합니까?”

등장한 언용운은 되레 생도들을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총학생회 간부 중 하나인 은하성이 입을 열었다.

“수업, 연무장에서 하실 거 아닙니까?”

“아닌데?”

“그러고 보니 빨간모자를 안 쓰고 오셨네… 저희 들어갈까요?”

“어, 들어와. 실내 수업할 거야.”

그렇게 생도들은 대강당으로 이동했고.

“외부에서 오신 분들의 수업내용들이 원체 좋았고, 또 무위나 학문을 증진하는 공부는 여러 훌륭한 교수님들이 계시는 만큼. 저는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말할까 합니다.”

언용운은 지극히 평범한 교양강의를 진행했다.

“정무학관은 숱한 문파와 가문들의 후기지수들이 모여드는 특수성을 띠고 있습니다.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혈기방장한 연배들이다 보니 다투는 일도 많습니다. 여기 앉아 계신 생도들 중에도 저한테 코가 깨진 분들이 여럿 보이는군요.”

“푸하하.”

“문파마다 예법이 다르고 성마다 풍습이 다릅니다. 장성 너머나 바다 건너에 있는 새외라면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의사를 또렷이 말하는 것을 피해서는 진정한 교류를….”

평범하다면 평범한 강의 내용이었으나, 언용운 특유의 언변과 우스갯소리 속에 강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그렇게 수업이 끝이 나며, 여러 생도가 대강당을 나서기 시작한 때.

각궁보의 생도 대표로 온 야율전이 근처에 앉아있던 새외의 교류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이, 야수궁. 적룡궁.”

“?”

“?”

안 그래도 초원의 전사들은 자유분방한 편이었는데.

야율전은 각궁보주의 차남으로 태어나 부족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 없이 자라온 터라, 구김살이 심하게 없었다.

“자네들은 다음 수업 없지? 어떻게 한잔하겠나?”

“야수궁 거리지 마라. 그렇게 함부로 담아도 될 이름이 아니다! 그리고 시답잖게 술이나 마시러 먼 길을 거슬러 온 게 아니다.”

“언용운 형님이 하고 싶은 말을 하라길래 물어본 건데… 거 되게 뭐라고 하네. 그래도 야수궁 거린 건 미안하게 됐다. 안 친한 사이에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게, 우리 쪽에선 더 실례라.”

“흥.”

그렇게 남만야수궁의 후기지수들이 쌩하고 떠난 자리에서.

야율전은 적룡궁의 소궁주 정원해를 향해 말했다.

“그,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닙니다. 적룡궁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이름으로 부르셔도 괜찮고요. 한데, 밀린 공부가 있어서 술잔을 나누기는 힘들겠습니다.”

그렇게 적룡궁의 후기지수들까지 자리를 뜨고 나자.

야율전은 남아있는 북해빙궁의 후기지수 대표 담정우를 향해 말했다.

“이봐 빙궁. 뭔가 소외감이 좀 느껴지지 않나?”

각궁보와 북해빙궁은 언용운과 대마교전을 함께 치른 적이 있었다.

야율전도 담정우도 당시 그 인원 속에 포함돼 있었던 연이 있었기에, 정무학관에 온 뒤로 붙어 다니며 친밀해진 차였다.

하여, 담정우는 드는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했다.

“야율 형.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남만야수궁 사람들은 줄곧 저렇게 유아독존 하면서 지내왔고. 적룡궁 친구들은 실제로 바빠 보이던데요? 중원 친구들이야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고요. 대작 좀 안 해줬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좀 많이 못나 보입니다.”

“아니 나도 대작 안 해줬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방금 적룡궁의 소궁주랑 이야기를 하다가 번뜩 든 생각이라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일단 야수궁 녀석들을 제외하고. 중원의 형제들이랑 적룡궁. 그 둘은 뭔가 고양이 돼 있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 뭐냐? 수학유람?”

“수학여행이요?”

“그래 그것도 말이야. 사실 나는 바다라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초원에서만 살았으니까. 그래서 한번 가보고 싶었어.”

“그럼 가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일단 내 말을 끝까지 좀 들어봐. 아무튼 가보고 싶은 마음이 원래 있었는데도, 공부하러 와서 그리 유람하는 것이 맞나 싶었단 말이지? 해서, 갈까 말까 고민이 좀 되던데. 공고가 나자마자, 정무학관의 생도들은 다 참가하기로 했다던데? 적룡궁 생도들은 만날 보는 게 바다인데도 가겠다 하고.”

“…듣고 보니 살짝 미묘하긴 하군요.”

“그치? 내가 이상한 게 아니면…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언용운 형님한테 물어보세. 형님도 하고 싶은 말 하라고 했잖나.”

“그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시는 것 같은데, 일단 가보시죠.”

두 사람은 곧바로 언용운을 찾아갔다.

“저기 형님? 전사로서의 촉이 뭐가 더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데. 수학여행… 그거 단순히 유람하러 가는 것이 맞습니까?”

야율전의 물음에, 언용운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어. 사실 그냥 유람 가는 게 아니라 뭐가 더 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어때 빙궁?! 내 촉 정확하지?”

“야율 형. 지금 그걸 맞춘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뭐가 더 있는 겁니까?”

“아성 공략에 참여했던 너희 둘이라면, 이야기를 해줘도 되겠지.”

그런 담정우의 물음에.

언용운은 적룡궁이 처한 상황과 정무학관이 추진하는 수학여행의 전말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다. 수학여행은 구실이고 실상은 마교 놈들을 방벌 하러 가는 거지.”

그런 언용운의 말에, 담정우의 마음속엔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빙궁에서 온 열 명의 후기지수들은 모두가 가려 뽑힌 인재들이다.’

인재가 많은 중원사람들이 보기엔 고작 열 명에 불과한 인원이었지만.

담경주가 일으킨 난리로 숱한 인재가 유명을 달리한 북해빙궁으로서는 소중한 재목들이었다.

‘궁주님이 난리 통에 젊은 나이로 궁주 위에 올라 안 그래도 어수선한 때다.’

교류생 중 누구 하나라도 죽기라도 한다면 크나큰 손실이 될 터였다.

하여, 담정우의 마음에 주저하는 마음이 크게 이는 때.

야율전이 언용운을 향해 말했다.

“서운합니다.”

“…일부러 몰래 진행한 건 아니야. 너희도 겪어봤지만 마교와의 싸움 알잖아? 적룡궁이야 본인 일이라 알고 있었던 거고, 너희는 교류를 위해 왔는데.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하거나,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말을 안 해주신 게 서운하다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서운한데?”

“피를 나눠 받은 형제란 불가항력으로 정해지는 것이지만, 저희같이 의기로 뭉친 결의형제란 스스로의 뜻으로 한날한시에 죽겠다는 각오를 한 것 아닙니까? 각궁보의 전사들은 형님 그리고 중원의 친구들과 그렇게 맺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자체가 서운하다는 겁니다.”

“…되레 생각해서 그런 거라니까 뭘 또 그렇게까지.”

“이러나저러나 한목숨입니다. 그냥 긴 말 할 것 없이 딱 한 마디만 하십시오. 아우님. 함께 가세, 하고요.”

“나 원 참. 그래, 아우님. 우리랑 함께 가겠나?”

“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담정우의 가슴에 부끄러움이 차올랐다.

‘…이러나저러나 한목숨.’

그 말이 맞았다.

어찌 목숨에 무게를 달 수 있을까.

‘중원의 친구들은 한 명 한 명이 명문대파의 후계자들이었음에도 북해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어주었건만,’

사실 무게를 단다면 북해빙궁의 일에 분연히 나섰던 언용운과 다른 후기지수들의 목숨이 결코 가벼울 리 없었다.

‘미물도 은혜는 안다는데… 잠시지만 부끄럽기 그지없는 생각을 했다.’

잠시 스스로를 자조한 담정우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습니다.”

“응? 담 공자. 야율전 이 녀석이 떠들어대서 잘 안 들렸네. 뭐라고?”

“저희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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