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4화. 숨이 붙어 있는 한 (2)
언령을 발하자, 내 손에서 뻗어나간 기운이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슈우욱!!
그렇게 쏘아져 나간 기운은, 일대의 음기를 빨아들이며 커다란 술진으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뒤쪽에 서 있던 언동생들이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몇 걸음 다가왔다.
먼저 입을 연 녀석은 언용명이었다.
“진주언가의 언용명. 재주가 부족한 몸이지만, 형님의 각오를 나눠 받을 것입니다. 이에, 맹세합니다. 이 숨이 붙어 있는 한. 당신들의 원한을 잊지 않겠다는 것을.”
녀석에 이어 다른 언동생들도 저마다 소매를 붙여 들기 시작했다.
“무당의 제자 정현도 맹세합니다. 스스로의 도를 갈고 닦아, 이 땅에서 마도를 걷어내는 일에 헌신할 것을.”
“사천당문의 당옥기. 저도 친우들의 뜻을 나눠 받을 것을 맹세합니다.”
뒤이어 제대를 이루고 있던 다른 정무학관 생도들도 저마다 비슷한 맹세와 다짐을 하기를 잠시.
팽소천이 커다란 손바닥을 포개며 입을 열었다.
“하북 팽가의 팽소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하는 데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그에, 천장호가 입을 쩍 벌리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아니. 소천 형? 어쩐 일이요? 그 입에서 문자가 다 나오고?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그러자 당옥기가 눈을 살쾡이처럼 뜨며 천장호를 힐난했다.
“천장호. 너스레 떠는 것도 분위기 좀 봐가면서 해. 뭐야 갑자기.”
그런 당옥기의 말에, 천장호는 머리를 긁었다.
“…크흠. 거, 왜 용운 형님이 큰일을 앞둘 때면 하시던 말씀이 있잖습니까?”
“언용운이 하는 말?”
“너무 긴장해도 안 되고, 분노에 잠식돼도 안 된다… 뭐 그런 취지의 말씀 자주 하셨지 않습니까? 다들 너무 격양된 것 같아서, 조금 냉정해지자는 차원으로 한마디 해봤는데… 괜한 짓이었나 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녀석이 나서지 않았으면, 내가 같은 말을 했겠지.’
하여, 나는 천장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는데.
“아냐 잘했다. 한 번쯤 짚어야 했어.”
그런 내 말에 천장호는 멋쩍은 표정을 짓고는, 팽소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하네. 이보쇼 소천 형. 갑자기 그런 말은 어떻게 떠올렸습니까? 머릿속에 호두 한 알이랑 근육만 들어 있는 거 아니었수?”
“흥. 입관 선서할 때 외웠던 말인데, 그걸 까먹다니. 선서를 진심으로 하지 않았군.”
“아? 아니, 할 때는 진심으로 했소!”
“그럼 너야말로 머릿속에 호두가 들은 것 아닌가?”
“…….”
내가 다시 입을 연 건 이때였다.
“어쨌든 방금은 장호 말이 맞아. 냉정히 분노하자. 복수는 차갑게 하는 거다.”
그러는 사이.
하늘에 걸린 술진이 완성됐는데.
우웅-
잠시 공명하던 술진은 내가 내려놓은 언령을 받들어, 해역에 시퍼런 벼락을 뿌리기 시작했다.
우르릉!!
꽝! 광!! 콰아아앙!!!
그렇게 내리꽂힌 벼락들은 일대에 깔린 짙은 안개들을 걷어냄과 동시에.
삐걱-
삐거걱-
망자의 유골들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안광을 번뜩이는 해골병사들과, 의지를 불태우는 정무학관의 생도들.
“후.”
나는 한차례 호흡을 고른 뒤.
회한을 뽑아 들었다.
“가자.”
“예!”
그렇게 우리는 삭월도의 외섬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촤악!
촤아악!!!
외섬을 지키고 있던 마인들은 한마디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크아아아!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대의 섬들에 배치된 마인들은, 괴왕부 소속 술사와 그 술사를 지키는 호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해, 해골들이 살아 움직여?”
“조장! 강시의 통제권도 뺏겼습니다!”
“이게 말로만 전해 들은 언용운의 술법인가?! 역천괴마 어르신의 술법을 보는 듯하구나, 아니 그 이상인가?”
“그보다 퇴각해야 합니다!”
“사방이 언용운의 해골병사들인데, 어디로 말이냐?!”
벌떼처럼 달려드는 해골 병사들을 감당할 숫자를 갖추지 못했거니와.
“그래. 그 조장이라는 양반 말이 맞아. 사방이 내 군단병들이야.”
“!”
“너희가 갈 곳은 저승뿐이다.”
나와 언동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절대고수가 배치돼 있지도 않았으니까.
촤악!!
촤아악!!!
그렇게 우리는 적룡궁의 배들이 주변 해역을 돌며 마인들이 배를 띄우지 못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삭월도의 외섬들을 하나씩 함락시켰다.
촤아아악!!!
그러길 한참.
마지막 남은 마인을 베어냈을 때.
팽소진이 아미를 좁히며 입을 열었다.
“용운이의 사령술 덕을 톡톡히 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거 너무 쉬운데?”
그런 팽소진의 말에.
진혈단에 가입한 뒤, 혈교와 자신을 조금 떨어뜨려 놓고 볼 수 있게 된 독고철이 입을 열었다.
“애초에 저희를 노리는 함정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저희야 회장님이 계시기에 괴왕부의 술사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혈교 녀석들은 저희처럼 싸울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점을 고려해도 쉬워. 만인혈을 미끼로 썼으면 대주교, 나아가 그 이상 가는 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었을 테니까.”
난 팽소진의 말에 동조했다.
“누님 말이 맞아. 이게 다는 아닐 거야. 분명히 뭐가 더 있어.”
그때, 일대를 돌고 있던 적룡궁의 배 일부가 우리가 있는 섬으로 다가왔다.
그중 한 곳에 타고 있던 정원해는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끔찍한 연단술에 희생된 이들에게 측은함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말로만 듣던 괴룡의 사령술을 실제로 보니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일대의 안개가 걷힌 것도 괴룡의 힘입니까?”
“글쎄요. 안개를 없애는 술법 같은 건 모르니, 모두의 의지 덕분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데, 소궁주.”
“말씀하십시오.”
나는 정원해를 향해 물었다.
“본섬에서 움직임이 보이면 신호를 주신다고 들었는데, 안 보이던데? 본섬에서 빠져나간 배가 없는 겁니까?”
“바다는 여전히 성난 채지만, 안개는 걷혀서 한층 더 활발히 정찰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까지는 빠져나간 배는 없었습니다.”
천마신교 입장에선 생각지도 못했을 우리의 기습.
“기습을 당했는데, 주력이라 부를 법한 고수도 내보내지 않는다… 도망을 치기 위해 택한 방법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도망도 안 쳐?”
나와 팽소진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함정인데?”
“함정이네.”
그렇게 팽소진이 나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음을 확인한 순간.
“이거 아무래도 내가 온 것 같으니까, 뭔 짓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나 본데?”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름이 널리 퍼진 게 이럴 땐 참 좋아. 내빼면 어쩔까, 그거 하나가 고민이었는데. 딱 이렇게 초대를 해주시네.”
그런 내 말에, 사부님께서 한마디를 하시던 때.
- 제 놈을 죽이겠다는 걸 무슨 잔치 초대받듯이 말하기는… 하여간에 간덩이 하나는 천하제일이다.
나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천마신교 놈들의 심산에 대해 가볍게 들려준 뒤.
“우리가 움직인 이상, 혈교의 대주교도 들이닥치리라 생각하는 거겠지. 삼파전이 시작되면 그 혼란 속에 도망이든 함정이든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을 적룡궁의 배에 군세를 나눠 태우고 삭월도의 본섬으로 향했다.
크어-
크어어-
본섬에 도착하니, 노획한 강시와 이끌고 온 해골 병단들이 무형의 벽에 막힌 듯.
해안가의 모래사장 위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언용운. 쟤네들 왜 저래?”
“원시천존. 무슨 술법에 걸린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통과할 수 있습니다.”
멍하니 제자리걸음만 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나는 영환도사와 들여다보았던 재래식 술법 하나를 떠올렸는데.
“금줄의 술인가?”
제대에 섞여 있던 모산파의 제자들이 일대에 그려진 진식들을 확인하고 답을 해왔다.
“금줄의 술법이 맞군. 이거 하나하나 지워야 하는 거, 언 회장 자네도 알지?”
흑마법을 사용하면 단박에 깨버릴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하나 그 방법은 내력이 너무 빨린다.’
본섬의 어딘가에는 쌍둥이 마인과 녀석들이 아껴둔 주력이 있을 터.
‘여력은 최대한 남겨둬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술진을 확인하던 모산의 제자 하나가 입을 열었는데.
“회장님 이쪽을 좀 봐주십쇼. 여기는 강시들이 두 장거리 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긴 했는데요?”
그쪽으로 가서 확인해보니.
철(凸)자 모양으로 강시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과 함께, 좁은 외길 하나가 보였다.
“선착장에 배들도 그대로 깔아 놓고, 이런 길을 보여주는 건… 노골적으로 초대하는 건데?”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우리의 상황을 검토해 보았다.
‘사겸은 아군이 되었고. 내부 단속에 혈안이 돼 있을 십만대산이 대마두를 남해안에 풀어 두었을 가능성은 없으니까… 놈들의 전력은 흑백무상과 놈들을 보좌하는 내사, 그리고 마뇌부의 무력 집단 중 암살에 특화된 놈들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언동생들의 면면을 살피게 되었는데.
녀석들 중, 특히나 언용명이 눈동자를 빛내며 입을 열었다.
“따르겠습니다.”
“그래.”
* * *
나는 제대를 사분했다.
“모산파의 제자들과 일대의 술진을 해체하고, 다른 제대원들은 선착장에 세워진 마교 놈들의 배를 불살라버려.”
“예!”
“소궁주와 적룡궁의 인원들은 맡고 있던 임무에 다시 힘써 주시고.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숨겨둔 선착장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놓인 외길을 언동생들과 함께 올라갔는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놓인 길을 따라가기를 잠시.
물이 흘러내리는 개울과 길이 연결되는 듯싶더니, 한쪽에 물이 졸졸 흐르는 동굴에 진입하게 되었다.
“…스산하기가 이를 데 없군.”
동굴은 진입하자마자 소름이 돋도록 만드는 원기가 가득했다.
이곳이 만인혈을 연단하는 곳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던 순간이었는데.
안으로 걸음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탁 트인 공간과 함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짝! 짝! 짝! 짝! 짝!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온 건, 턱이 드러나는 하얀 가면과 장포를 입은 사내였다.
“대단한 의기(意氣)들이시구만. 의뭉스러운 구석을 접하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움직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줄줄이 달고 들어올 줄이야. 그놈의 협이 무엇이라고… 쯧쯧쯧.”
그런 녀석의 뒤엔, 정반대로 새카만 가면과 궁장을 갖춰 입고 바위에 앉아 다리를 달랑거리고 있는 여자도 하나 보였다.
두 사람이 마뇌부의 쌍둥이 마두 흑백무상임을 짐작한 나는 입을 열었는데.
“네놈이 백상마군 채규인가 보구나?”
“오호. 나를 알아?”
두 사람 외에도 여러 기척이 내 기감에 잡혔다.
저들 중 누군가는 살아나갈 가능성도 있었기에, 나는 의심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알지. 십만대산에 있는 정보원이 속속들이 알려주거든. 덜떨어진 길준이보다도 훨씬 덜떨어져서, 마뇌 영감의 시중이나 들고 있던 허접한 놈.”
그런 내 말에, 채규의 뒤에 앉아 있던 흑무군주 채향이 목젖을 드러내며 웃었고.
“아하하.”
채규는 이를 갈며 쓴웃음을 지었다.
“…듣던 대로, 그 아가리를 찢어버리고 싶게 혀를 놀려 대는구만.”
“보통 그런 소리를 지껄이던 놈들이 다 뒈진 건 알지? 마뇌부 소속이면 그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본교는 더 이상 너를 후기지수라고 무시하지 않는다. 본디 혈교의 대주교들과 호교법왕을 해치우기 위해 준비한 이들인데 네놈에게 쓰는군. 수라격살대는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그런 채규의 말에, 기감에 잡혔던 기척들이 우리를 향해 번쩍이는 날붙이를 내질러왔다.
쌔애애액!!!
어떻게 싸우자 의논할 것도 없이, 나와 언동생들은 번개같이 갈라졌다.
쌔액!!!
쌔애애액!!!
그중 정현은 동편으로 튀어 나가, 태극을 그려내며 적들의 투로 중 한 곳을 완전히 틀어막았고.
나는 서편으로 뛰쳐나와 달려드는 마인들을 가차 없이 베어냈으며.
촤악! 촤아악!!
다른 언동생들은 팽소진을 중심으로 채작진을 펼쳐 냈다.
채챙!
채채채챙!!
그에, 동굴 속에서 검광들이 어지러이 섞이며 피와 불꽃들이 튀기 시작했는데.
채규와 채향.
흑백무상 두 쌍둥이도 걸치고 있던 옷들을 한 꺼풀 벗어 던지고 공세에 가담했다.
물론 놈들이 달라붙은 곳은 내 쪽이었다.
챙! 챙!
채채채챙!! 채애앵!!!
“와, 오라버니. 대단한데요? 천하제일후기지수 소리가 과언이 아니었어요! 수라격살대에 저희 둘이 붙어도 바로 목숨을 거두지 못하다니. 이러면 화경의 고수라는 말인데?!”
“최초에 이 녀석을 병신 중의 병신이라 보고했던 괴왕부의 귀도마군 그 자식이 모든 원흉이다.”
“…흐음. 오라버니, 예감이 안 좋은데요? 그냥 아랫것들한테 맡기고 빠지죠?”
“향이 너는 항상 그게 문제다! 숲을 봐야지! 오늘 이놈들을 우리 손으로 처치하면, 여러 왕부에서 해온 삽질들이 모두 만회가 될 것이야!”
두 쌍둥이는 의견은 맞지 않아 보였지만.
움직임 자체는 한 배에서 같은 날에 나왔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거울을 비춘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쌔액!
쌔애애액!!
채규가 좌측을 노리면, 채향은 우측을 노린다.
그러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향해 검을 질러 들어오는 식으로 움직이니, 공격을 피하기 쉽지 않았다.
거기다 수라격살대라 불리는 마인들까지 있으니, 상대하기가 실로 까다로웠다.
‘하지만 해볼 만해.’
내게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패가 하나 있었으니까.
하나, 나는 그 패를 바로 빼 들지 않은 채, 인내하고 인내했다.
그러다, 채규가 함께 치고 들어온 격살대원을 믿고 내 영역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을 때.
그 패를 뽑아 들었다.
‘암객. 지금이다.’
- 예! 주군!
암객은 내 명을 받들어 그림자에서 불쑥 튀어나와, 채규의 수세를 전담하던 마인을 베어 넘겼고.
촤악!!!
나는 그 틈을 타, 채규의 목을 향해 회한을 가로 그었는데.
쌔애애애애-
나름대로 무재가 있는 놈이라 이건지, 놈은 기겁하며 허리를 젖혔다.
그 바람에 회한은 놈의 목이 아닌 입가를 베고 지나갔는데.
촤악!!!!
덕분에 놈은 먼 훗날 괴담에 등장하는 귀신처럼 입가가 쭉 찢어진 꼴이 되어, 바쁘게 걸음을 물려야만 했다.
나는 피를 철철 흘리는 채규를 향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는데.
“내가 뭐랬어. 내 앞에서 헛소리 찍찍하는 놈들이 꼭 그렇게 된다니까?”
채향은 제 오라버니를 노려보며 짜증을 냈다.
“제가 뭐랬어요! 느낌 이상하다고 그랬죠?!”
“시끌업하!”
“오라버니만 믿고 있으면 안 되겠어요! 저보고 만날 숲을 못 본다고 하시는데. 오라버니 혼자 많이 보세요!”
채향은 그 말을 남기고는, 동굴에 흐르는 내를 따라 더욱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그녀가 사라지자, 싸움에 가담하고 있던 내사 급 마인 하나와 여러 마인들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만인혈은 채향한테 있다.’
그에,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던 때.
챙챙!
채채채챙!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팽소진과 언용명은 내가 맡고 있던 영역까지 공격반경을 늘리며 입을 열었다.
“형님!”
“쫓아가!”
고개를 끄덕인 나는, 뒤를 녀석들에게 맡기고 채향을 쫓아 달려 나갔는데.
그렇게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 달려 들어간 지 잠시.
미끄럼틀이라고 봐도 좋을 경사가 튀어나왔다.
“이거 타고 내려갔네.”
그 경사에 몸을 실어 미끄러져 내리길 잠시.
슈우우우욱!!!!
삭월도의 한쪽 면에 뚫린 구멍으로 쏘아지듯 나오게 되었는데.
풍덩!!!
물속에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니.
“푸하!”
바쁘게 바다로 나아가는 마인들의 쾌선들이 보였다.
다행인 점은 적룡궁의 전선들이 그들이 나아가지 못하도록 힘 쓰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와중에 몇 척의 배가 포위를 뚫고 도망치고 있었다.
“저거 놓치면… 응?”
하나 그것도 잠시.
도망치던 배들이 뱃머리를 튼 방향으로.
저마다 비단돛을 내건 선단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