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화. 사해동도 (5)
내가 ‘거짓말’이라는 말을 입에 담자.
도중광의 뒤에 서 있던 호위들이, 안 그래도 험상궂은 인상을 구겼다.
‘왼쪽에 있는 빡빡이는 별호가 쌍도귀라는 자였고… 그 옆의 애꾸는 초면이군.’
그중 한 명은 구면이었고, 하나는 아니었는데.
초면에 해당하는 애꾸 쪽이 내게 노성을 냈다.
“어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드느냐?!”
녹림왕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그래야 만겹산 부근으로 이동하는 일이 수월해질 터였으니까.
하나, 서로 원하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굽실거릴 이유는 없었다.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거, 머리가 안 돌아가시오?”
“뭣이?!”
“생각을 반대로도 좀 해보시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예까지 따라왔으면, 낄만한 새끼구나 생각해보는 게 정상이라오.”
그에,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애꾸의 손이 허리춤의 도갑으로 향하던 때.
“그만.”
녹림왕 도중광이 강렬한 살기를 흘려내며, 입을 열었다.
“그쯤 해라. 천하에 파다한 괴룡의 위명을 듣지 못했느냐?”
“그렇다고 저놈이 진짜 비늘이 달린 용도 아닌데, 배때기엔 칼이 안 들어간답니까?”
“네놈 실력으론 안 들어가!”
그렇게 수하의 준동을 제지한 도중광은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물건이다 싶더니만… 여러모로 거물이 됐군.”
“이래저래 뛰어다니다 보니, 허명과 기연을 조금 얻었습니다.”
“조금이 아닌데? 내가 내보내는 살기에 눈도 깜짝하지 않을 정도가 되다니. 세간의 소문이 과장이 아니로구만. 부러운 재능이야. 우리 업계에는 죄다 이런 모질이들 밖에 없는데 말이야.“
도중광은 말을 마치며, 씁-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노삼이 한마디를 쏘아붙였는데.
“저번에 봤을 때 은근슬쩍 군침을 흘리던 걸 내가 기억하고 있는데. 언감생심. 행여라도 탐내지 마라.”
도중광은 콧방귀를 끼며 재차 입을 열더니.
“내 쪽에서도 거절이오. 백도무림은 연공을 존중하니 호랑이 새끼를 키워내면 키워낼수록 보탬이 되겠지만, 우리는 바로 목덜미를 물어뜯거든.”
나를 향해 물었다.
“해서,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냐?”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하실 거라면, 구태여 선배님께서 여기까지 나오실 이유가 없습니다. 하니 방금의 거절은 거짓이 됩니다.”
“흥.”
“더욱이 선배님께서 저희에게 바라는 바가 분명 있으십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도중광은 노삼을 향해 눈을 흘겼다.
“입 싼 거지 같으니. 어디까지 떠벌린 거야?”
“네놈이 흑도는 원래 마음을 바꾼다 그랬지? 거지는 원래 입이 싸다 이 새끼야.”
그에 두 사람이 한마디씩 주고받기를 잠시.
나는 재차 입을 열었다.
“감히 제가 선배님의 의중을 짐작해보자면… 강호를 떠나고자 하시는 마음을 그새 바꾸시지는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듯한 노삼 교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도중광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 귀신이구만. 맞아. 거, 계산은 똑바로 해야지. 당시 나는 나름대로 도움을 주었어.”
그는 다시금 노삼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이야기가 나돌아 산통이 깨지지 않도록 졸개 놈들을 단속하고, 다른 산채들이 괜히 방해하지 않도록 통행패도 내주었지.”
“하이고. 그게 뭐 대단한 도움이라고 생색이냐.”
“정마 간의 싸움을 내가 일으킨 것도 아니고, 다 떠나서 당신들의 천하 아니요? 내 부탁이 없었더라도 마인들을 좌시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터. 내가 빚을 졌다 할 수는 없지.”
“…….”
“나와 이야기할 거면 과거의 일 말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합시다.”
잠자코 있던 공손무결이 입을 연 건 이때였다.
“하시죠. 앞으로의 이야기. 저희가 하려는 부탁은 사실 선배님께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여기 이 친구와 동무들을 남쪽으로 보내려 하는데… 선배님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귀찮은 일이야.”
“그저 녹림의 그늘을 잠시 빌리는 것인데, 이 일이 녹림왕이라 불리는 선배님께 귀찮은 일이겠습니까?”
“무슨 사정이 있으니, 나 같은 흑도 놈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겠지. 귀는 열고 살고 있으니, 대충 짐작이야 가.”
“저희도 사정을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괴룡의 위명이 워낙에 높으니 마인들의 눈을 피해 내려보내려는 목적일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 목적만으로도 충분히 귀찮아. 내가 자네들을 도왔다는 일이 들통나면? 마인들이 귀찮게 해올 수도 있을 테고, 동정총호. 새로이 사도련주가 된 그 친구도 구실 삼아 귀찮게 굴겠지. 그런 귀찮음을 무릅쓰고 내가 자네들을 도와주면 나는 무엇을 얻는가?”
“노삼 선배를 통해 해오셨던 요청. 금분세수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내 쪽에서 청했을 때는, 못 들은 척 은근히 뭉개놓고? 그걸 조건으로 내걸겠다고?”
“…….”
도중광이 자신의 행동을 꼬집는 바람에, 공손무결이 잠시 말을 아끼는 때.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선배님의 말로 반박이 가능하네요. 그 역시 과거의 일 아니겠습니까? 앞으로의 이야기를 하시죠.”
“흥. 말은 맞아. 하지만 구미가 당기질 않아. 저울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그 저울. 제가 맞춰 드리겠습니다.”
“호오. 네가 말이냐? 무엇으로?”
도중광의 물음에, 나는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저를 그 저울 위에 올리겠다는 뜻입니다. 선배님께서 저희의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이제 저와는 원수를 지게 되시는 겁니다. 이 언용운이가 평생을 바쳐서 귀찮게 해드리겠습니다.”
“…뭐라?”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습니다만,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이시니 가져다 쓰자면, 제가 재능이 좀 있는 편입니다. 거기다 집요하죠.”
“…….”
“그리고 젊습니다. 부르면 열 일을 마다하고 달려와 줄 친구도 제법 되고, 소식지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귀찮은 놈입니다, 제가.”
그런 내 말에, 도중광은 웃음을 멈추고 정색했다.
그에 좌중의 공기가 착 가라앉았는데, 노삼 교수님도 지지 않고 눈을 부릅뜨니.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정적이 내리깔렸다.
그에 사부님께서 한마디를 해오셨다.
- 저 산적 놈이 필요하다더니 그렇게 도발해서 움직일 수 있겠느냐?
‘도발만으론 안 되겠죠.’
하나, 나는 도중광과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피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속에 칼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줬으니. 이제 존경심을 보일 차례입니다.’
사부님께 생각을 전한 나는, 내게 쏘아지는 도중광의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단순히 그늘로 삼을 흑도인이 필요하여 선배님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방금 언급하신 사도련주 동정총호 와도 저는 작은 연이 있습니다.”
“…일단 계속해 보거라.”
“얼마 전 백도무림은 동도회라는 조직을 발족했습니다. 같은 도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죠. 저는 선배님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저희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도와 닮은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
“저희가 처음 마주했던 산서의 산채가 진성채였던가요? 당시 선배님께서는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보다, 졸개들이 천마신교에 홀려 괴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느끼셨었습니다. 그리고 정중히 부탁을 해오셨지요.”
“…….”
“녹림도 중에 세파에 밀려 산으로 들어온 이들이 있다고 말씀을 하실 때의 선배님 표정을 기억합니다. 이번 일 역시, 직·간접적으로 녹림도 그리고 도탄에 빠져 산으로 내몰리는 백성들을 돕는 길이 될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내가 말을 마쳤을 때.
도중광은 다시 한번 헛웃음을 흘렸다.
“…내게서 전낭을 뜯어갔던 그 입담도 여전하구만.”
그렇게 이어진 잠시간의 정적.
도중광은 붙은 듯 다물려 있던 입술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정말로 행로만 딱 도와줄 것이야. 그리고 천하의 구패검이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겠지? 이번에는 뭉개지 말게?!”
* * *
학관의 생도들이 기말고사다 방학 준비다 하여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
독고철에겐 혈천수라궁에서의 접촉이 있었다.
[본단에서의 전언이오.]
[확인하였소. 전언을 파기하시오.]
[그럼. 나는 이만.]
전언을 확인하고 학관에 돌아와 보니, 무당산에 볼일이 있다며 외출을 나갔던 언용운이 복귀해 있었다.
“회장님.”
“어. 철아. 나갔던 일은 잘 보고 왔냐?”
“예. 맡기신 서류는 탁가철방에 잘 전달했습니다.”
“다른 전할 말은 없고?”
그런 언용운을 향해, 독고철은 넌지시 둘만의 암어를 전했다.
“아, 세가의 일로 조용히 상담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좀 걷자.”
언용운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두 사람은 학관 동편의 대나무 숲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일인데?”
언용운의 물음에, 독고철은 확인한 전언을 가감 없이 말했다.
“전령이 다녀갔습니다. 방학 기간에 남쪽으로 내려오라는 전언이었습니다. 구실을 만들어주겠다고요. 아무래도 창시선언이 임박한 듯 합니다.”
“어떤 구실?”
“저희 가문의 생존자가 저를 만나고자 한다는 기별을 넣어주겠다 했습니다.”
독고철의 이야기를 들은 언용운은 굳은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사실 나도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왔다. 너와 비슷한 전언도 하나 받았는데… 뭔가 조짐이 이상하다는 전언도 하나 받았다.”
“이상하다고요?”
“남해 대주교 사겸에게서 온 서신이 그랬다. 적룡궁의 손을 빌렸을 정도로 상당히 번거로운 방식으로 위급을 알려왔어.”
“견원지간인 적룡궁을 통해서 말입니까?”
“그래. 아마 사면초가에 처한 느낌을 받은 모양인데, 내 생각엔 아마 숙청의 신호탄 같다.”
“…숙청.”
“창시선언이 임박했으면 자연히 따를 일이야. 남해 대주교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솎아내기가 있을 것이다. 그 급류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죽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남의 의도에 휘말리는 건 질색이다.”
“해서?”
“나는 남해대주교를 구하고 싶다. 어쨌거나 내 울타리에 들어온 자를 함부로 버리고 싶진 않아.”
언용운의 말에 독고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언용운은 자신의 울타리에 들어온 이를 외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금범단 같이 저력 있고, 뜻이 곧은 친구들이… 진정한 혈염천하의 길에 하등 관심 없는 자들이 교단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 속에 사라져선 안 돼.”
기저에 깔린 뜻에도 공감했다.
하나, 당장 진혈단의 힘으로 그들을 구하는 것이 가능할지가 의문이었다.
독고철은 바로 입을 열었다.
“…한데, 제가 모르는 다른 진혈단의 전력이 더 있습니까?”
“직접적인 전력으로 삼을 수 있는 녀석들은 없지. 독고세가의 호위로 들어온 녀석들과 금범단뿐이야.”
“…저희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말 자체는 언제나처럼 확신에 차 있는 듯한 언용운의 답이었으나, 그렇게 말하는 얼굴은 어딘가 고심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에 독고철의 미간도 덩달아 좁아졌다.
‘…회장님은. 정말로 금범단주를 구하러 가실 테다.’
교단에서 정말로 대주교급 인사를 숙청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일이 결코 녹록할 리 없을뿐더러, 어디까지 여파가 미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만으론 부족하다. 회장님도 그것을 고민하고 계시는 거겠지.’
하나, 부족한 휘하의 전력이 갑자기 어디서 떨어질 리 없었고.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혈교였기에, 장악할 다른 조직을 알 방법도 없었다.
하여 침음성만 내길 잠시.
문득 독고철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같은 마음을 품는다면 모두가 동도….’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조직.
그 조직의 기치.
‘…하연 선배님. 하성 선배님. 소릉 선배님. 옥기 선배님. 영이. 선이.’
그걸 떠올리고 나니, 독고철의 머릿속에 문득 청죽관의 선배와 동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이라면.’
자신들이 처한 난처한 상황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도와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 속에 독고철은 어렵디 어렵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왜?”
“순수하게 회장님의 뜻을 돕고 싶어서 떠올려본 생각입니다만. 남해 대주교를 구하는 일은 저희만으론 부족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사이에 서두가 뭐 그렇게 길어? 무슨 이야긴데?”
“…친우분들께 저희가 처한 상황을 말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런 독고철의 말에, 언용운은 손으로 입가를 싸쥐며 미간을 좁혔고.
“친우? 애들 말하는 거냐?”
“…예.”
독고철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선대의 백도무림은 독고세가가 몰락하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였습니다. 하나, 회장님과 함께 수없이 생사고락을 넘어온 다른 선배님들과 영이, 선이라면… 처절했던 저희의 사정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겠습니까?”
“…….”
“물론,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은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일궈놓은 것을 모두 버려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최악으론 그들과 검을 겨누게 될 수도 있겠지요.”
“…….”
“그건 두렵군요. 선이나 영이, 선배님들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더 심하시겠죠. 하지만 지금 저희를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은 그들 뿐입니다.”
* * *
남쪽으로 향하기 전에, 독고철을 설득해 언동생들에게 혈교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게끔 할 생각이었는데.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독고철이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다.
- 무슨 술법 같은 농간이라도 부렸느냐? 저 말이 철이 녀석의 입에서 먼저 나오는구나?
‘…농간이라뇨. 제자를 무슨 사특한 술사 취급을 하십니까?’
- 대충 맞지 않느냐.
‘?’
- ?
‘그간 동고동락하며 녀석의 마음속에 언동생들을 향한 신뢰가 들어 있었던 모양이죠.’
독고철은 사실을 모르니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양새였으나.
기실 언동생들중 신입생 삼인방을 제외한 모두가 독고철이 혈교에 귀의한 몸이라는 아는 상황이었다.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귀면옹 조로 편성해 놓은 청죽관들의 언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처음 털어 놓는 이야기처럼 혈교의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된 거다.”
“어, 그, 그으래요? 언 형이랑 철이 네가 혈교의 사람이었단 말이지요? 그것참 놀라운 사실이구나. 그렇죠. 은 형.”
우소릉은 지독한 발 연기로 사람 속을 철렁하게 했으나.
그게 또 당황한 모습 그 자체라 나쁘지 않았고.
“어어. 그래. 어쩐지 남해바다에서 그 해적들이 돌아들 가더라.”
와중에 이 일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던 남궁영과 장선은 눈시울을 붉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터트리니.
“…아. 선배도 철이 너도 힘들었겠다.”
“흐어헝. 철이 친구!”
독고철도 그 분위기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그것으로 외유를 떠나기 위한 제반 작업은 마무리되었다.
나는 다른 곳으로 떠날 언동생들에게도, 각자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당부한 뒤.
출발하겠다고 말하기 위해 공손무결을 찾았다.
“떠나려는 모양이로구나.”
“예. 갈 길이 머니까요. 응용이 좀 잘 부탁드립니다.”
호룩!
“이 녀석은 걱정 말거라.”
“그리고…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빴던 터라, 이제야 말씀 드리는데. 혈교의 일을 몰래 진행한 건 정말로 죄송합니다.”
“됐다. 나도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뭔가 마음이 섭섭했던 것이니 마음에 두지 말거라. 나 원. 내가 너를 아끼긴 하는 모양이야. 그런 기분을 다 느끼고.”
“헤헤.”
“상황이 이상하다거나, 안 되겠다 싶으면 절대 무리하지 말거라. 뒷일도 생각지 말고 그냥 빠져나와. 큰 판이긴 하나, 혈교 따위가 너희들보다 귀하다 여기진 않는다.”
“옙.”
그렇게 보고를 마친 나는 노삼 교수님 그리고 청죽관의 언동생들과 함께 야음을 틈타 학관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