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첫 손님.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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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님.

-후두두둑

저녁나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슬처럼 시작했다 금방 장대로 변한 비.

그런 장대 같은 비가 내리는 늦은 저녁. 

손님도 없이 파리만 날리던 그때.

문설주에 신개장(新開場)이라는 써 붙인 종이가 젖어 들어 먹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객잔 입구로 흠뻑 젖은 남자가 들어섰다.

“어서옵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았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남자의 젖은 허리에 매달린 검과 죽립 아래로 보이는 긴 상처, 무림인이었다.

무림인이라는 것이 좀 찜찜했지만 일단 손님을 자리로 안내하기로 했다. 

개업 첫날인데 개시는 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이쪽으로···.”

남자가 죽립을 벗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얼굴의 상처.

전생이라면 보호비라도 받으러 온 형님인 줄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무림인에게는 검상 정도야 흔한 상처.

상처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일단 재빨리 수건으로 쓰는 무명천 한 장을 흠뻑 젖은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많이 젖으셨네요. 손님 좀 닦으시지요.”

“고맙네. 주인장.”

남자는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객잔의 식당 내부를 한번 쓱 하고 훑을 뿐. 

그리고 내가 안내해준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가장 넓은 중앙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여기 만두와 화주 한 병 내오시게.”

의자에 걸터앉은 채 허리에 찬 칼을 식탁에 가로로 올리고, 품에서 은자 세 냥을 꺼내 식탁 앞에 올리며 음식을 주문하는 남자.

‘아니, 이 새끼가?’

하필 객잔 첫 손님이 저딴 새끼라니. 나는 내 첫 객잔 손님에게 욕을 처박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저 무림인에게 속으로 욕을 처박을 수밖에 없는 이유.

만두, 화주 한 병 해봐야 철전 15개 정도. 철전 1000개에 은자 한 냥이니 저놈은 엄청 많은 돈을 낸 것이다.

그러나 저 새끼가 나에게 욕을 처먹는 이유.

탁자에 가로로 올린 검. 은자 3냥.

저 새끼가 식탁 위에 올린 검과 은자 3냥의 의미 때문이다.

저 행동은 무림인의 불문율, 내 객잔을 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일방적 통보인 것이다.

[내 밥 먹을 때, 무슨 일이 생겨 난장판이 될 수 있으니. 알아서 피하시게] 라는···.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놈에게 재빨리 식사를 가져다주고, 멀리 떨어진 별채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별수 있나 일반인이 무림계 합법 조폭들이 와서 까라면 까야지···.

빗속을 터덜터덜 걸어 별채 앞에 당도하자, 잠시 후 본채에서 용역들이 가게를 철거하는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콰당! 쨍그랑! 쿠당탕! 

“잡아라!”

“죽여라!”

“크어억”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질끈 감기는 눈. 오늘 문을 연 내 객잔이! 눈앞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적당히 해라! 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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