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짜장면. (4/344)

짜장면.

중화 사람들은 면(麵) 요리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그런 이유로 면 요리를 조리법에 따라 다양하게 부른다. 

면을 삶아 뜨거운 국물을 부어내는 조리 방법을 탕(湯)

면을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볶는 것을 초(炒)

면을 여러 가지 재료와 함께 버무리면 반(伴)

면을 버무리는 소스가 차다면 양반(凉伴)

면을 국물에 넣어서 끓이면 외(猥)

면을 찌거나 삶아 기름에 튀기면 작(綽)

그러니 내가 남자에게 권한 초면(炒麪)이란, 중화의 면 요리 중에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볶는 면 요리를 말하는 것이다.

객잔이라는 것은 관도와 수로가 발달한 대륙의 여행자들과 상인들을 위한 식사 겸 숙박시설. 

그렇기에 도시 내부는 사정이 좀 다르겠지만, 이렇게 외딴 마을의 객잔 이용 손님은 대부분 여행객이나 뜨내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여행객이나 뜨내기를 대상으로 하는 장사다 보니. 

보통의 객잔에서는 아주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준비하는 편이다.

객잔의 식당은 대륙의 패스트 푸드라고나 할까?

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오리탕 같은 다른 요리도 물론 준비해서 팔 수는 있지만, 몇 시간씩 끓여야 하는 오리탕을 허기져 도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팔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장시간 걷다 허기진 상태로 객잔으로 들어서는 손님들도 그런 음식을 시키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굳이 오리탕을 판다면 이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오리탕 하나 내오게.”

“예, 손님. 한 시진만 기다리시지요.”

그런 이유로 보통 객잔에서는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요리를 팔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만두와 면 요리, 간단한 안주와 술 등으로 메뉴가 한정되는 것이다.

나도 개업 첫날 준비했던 면 요리는 탕면(湯麵)이었다. 한번 삶은 면 위에 새벽부터 푹 고아 맛이 진한 오리 뼈를 삶은 국물을 담아내는 요리.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압탕면(鸭湯麵) 이었다.

오리 탕면.

하지만 아까의 난장판으로 긴 시간 끓인 육수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으니. 

면 요리 중 가장 조리 시간이 적고 사전 준비가 필요 없는 초면으로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부엌으로 들어와 아까 찻물을 따라낸 끓는 물통에 건조된 초면 육 인분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웍을 옆에 있는 화로에 올리고 화력을 키우기 위해 발아래 풀무를 몇 번 밟아 주었다.

-후욱 후욱

풀무가 화로 안으로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자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꽃. 

이글거리는 불꽃이 화구와 웍 사이에서 훅훅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쇠로 만든 웍이 달궈지며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요리인에게 웍의 온도 확인은 필수.

손을 웍 위로 가져가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자글자글 솟아오르는 열기를 손으로 확인하고, 웍이 너무 달궈지지 않도록 물을 반 컵 정도 부어주자 김이 솟아오르며 금방 시야를 뿌연 수증기로 뒤덮었다.

-치이익

수증기를 피워올리는 웍을 옆에 두고 바로 도마에 꽂혀있는 중식도(中食刀)를 뽑아 들어, 아까 씻어둔 지방이 많은 부위의 돼지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웍 안에 던져넣었다.

-촤아아

뜨거운 웍의 표면에 고기가 닿으며 맛있는 소리와 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좀 전에 뿜어 올리던 수증기에 섞인. 돼지고기 기름과 고기의 향.

웍에 약간의 물을 넣은 것은 웍이 너무 달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지만, 웍에 고기가 달라붙게 하지 않기 위한 것.

달궈진 웍에 고기를 바로 넣으면 웍의 표면에 고기가 바로 달라붙기에 약간의 물을 넣은 것이다.

약간의 물과 고기를 넣고 볶으면 물 때문에 웍에 재료가 달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볶음 요리에 웬 물이냐 하겠지만, 조금 볶다 보면 물은 빠르게 증발하고 종국에는 지방과 고기만 남게 되는 것이 이 물 볶기.

손목에 스냅을 줘가며 돼지고기를 빠르게 볶자, 어느새 물은 전부 증발하고 돼지에서 나온 고소한 기름과 잘 익은 고기만이 웍에서 고소한 향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돼지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번들거리는 웍 안.

오른손의 국자로 텐멘장(甜麵醬)을 한 국자 퍼 올려 돼지기름이 흥건한 웍 안에 넣자 텐멘장이 돼지기름에 볶아지며 특유의 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원당을 조금 넣고 빠르게 볶아준다. 

갈색의 텐멘장과 원당이 만나 볶아지며 금방 칙칙한 검은색으로 변하고 양파, 양배추, 청경채, 죽순을 적당히 잘라 안에 넣고 강한 화력으로 볶아주면서 끓고 있는 면을 확인했다.

면발 하나를 건져 손톱으로 중간을 살짝 끊어주면 드러나는 단면 확인.

초면(炒麪)은 면을 볶는 것. 

조리 과정에서 삶은 면을, 한 번 더 볶아야 하니. 

면을 완전히 익혀서는 절대 안 된다.

살짝 덜 익은 상태의 면을 볶아야 볶으면서 나머지 면이 익으며 완전 조리가 되는 것. 

손톱으로 자른 면의 단면을 확인하자 머리카락 하나 굵기 정도의 심이 남아 살짝 덜 조리된 느낌의 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딱 좋아.”

볶기에 최적화인 상태.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면은 전부 익어버려 다시 볶을 때 불어버릴 것은 안 봐도 뻔한 이야기.

면을 채반으로 건져 물기를 털어낸 후 소스가 볶아지고 있는 웍 안으로 모든 면을 재빠르게 밀어 넣는다. 

이어지는 과정은 이제 중노동이다.

무거운 쇠로 만든 웍에 육 인분의 면과 볶음 소스가 있으니 무게가 엄청나게 변한 것. 이것을 이제 볶아줘야 하는 것이다.

육 인분 면의 양으로 무거워진 웍은 이제 한 손으로 다룰 수 없는 상태. 웍을 양손으로 잡고 스냅을 줘가며 소스와 면을 섞으며 볶아준다.

-촤아악 치익

“후우··· 후우···”

웍을 들어 올릴 때마다 화구에서 치솟는 열기에 흐르는 땀과 육 인분의 면과 웍의 무게에 비명을 지르는 팔뚝.

땀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마에 묶은 무명천이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소스와 돼지기름, 채소들이 면과 적절히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이 볶음의 핵심.

양손으로 거듭 웍에 담긴 음식을 뒤섞자.

등에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과정이 끝나고 웍 안에 담긴 면이 적절한 색으로 코팅되면 모든 과정은 끝.

요리가 완성된 것이다.

그릇 네 개에 음식을 재빠르게 담아 쟁반에 올리고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에게 향하려는데···.

“아차차!”

-탕 탕

나는 찬장에서 볶은 땅콩을 꺼내 중식도 옆면으로 후려쳐 적당히 으깨준 후 각 그릇에 조금씩 올렸다.

요리의 끝은 데코.

‘초보 요리사나 할법한 실수를 하려 하다니!’

땅콩 가루까지 전부 뿌려주고, 데코를 깜빡할 뻔한 나 자신을 질책하며 쟁반을 가지고 밖으로 향했다.

부엌에서 나오자 입맛을 다시는 두 시비와 못 참겠는지 차를 홀짝거리는 중년의 남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니 요리 준비가 힘들다더니 무엇을 만들기에 그리 냄새가 좋은 것인가? 내 체면도 잊고 주방을 찾을 뻔했다네”

남자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나는 제일 먼저 남자를 시작으로 그의 딸과 시비의 순서로 음식을 서빙 했다. 눈앞에 음식이 놓이자 반색하는 얼굴들.

빗속에서 몸도 춥고 배도 고팠으니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일 것이다.

남자는 자기 몫의 식사를 받자마자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 무슨 음식이기에 그렇게 냄새가 좋았는지 한번 보자꾸나.”

그리고 젓가락을 들고 기대하는 얼굴로 그릇을 확인하더니, 곧장 얼굴이 굳어진 채 조용히 젓가락을 다시 테이블에 내려두고 조심스레 물었다.

“주, 주인장, 어려운 상황에서 음식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것은 아는데, 음식이 다 타버린 것인가? 이 시커먼 음식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남자는 아마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커멓게 변한 소스에 볶아진 면 요리에 거부감을 느끼는 듯했다.

뭐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처음 보는 음식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들게 할 수도 있거니와. 

더군다나 시커먼 소스에 볶아진 면 요리라는 것이 이 세계에서는 흔한 음식이 아니니 말이다.

나는 싱긋 웃으며 중년인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제가 어찌 먹지 못할 음식을 냈겠습니까? 한번 드셔보시지요.”

‘일단 한번 잡숴봐.’

내 권유에 젓가락을 들었지만, 선뜻 입안으로 음식을 가져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남자. 그렇게 그가 주저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시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맛있다!”

“달고 맛있어!”

-후루룩 후루루룩

시비들의 목소리에 그녀들을 바라봤다가, 그릇을 얼굴에 파묻고 본격적으로 면 치기에 들어간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다시 내 얼굴을 보는 남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살짝 움직여 남자에게 어서 드셔보라는 손동작을 해 보였다.

내 손동작과 시비들의 모습을 보고는 조심스레 면 한 가닥을 젓가락에 휘감아 입안으로 가져가는 남자. 

그렇게 면을 입에 넣고 조금 씹더니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져 물어왔다.

“아니, 이것은?”

-후루룩

그리고 젓가락으로 크게 한 젓가락을 집어 면을 입속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후루루룩

그렇게 서너 번 면을 빨아들인 남자는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떠올리며 수염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며 말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음식이란 말인가? 내 소싯적에 이곳저곳을 다 다녀봤지만 이런 음식은 먹은 적도, 본적도 없는데 말이야. 이 맛과 풍미. 달콤함과 진함이 어우러진 맛이라니! 대체 이 음식의 이름이 뭐란 말인가?”

남자는 내 면 요리 한 젓가락에 홀딱 반했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뭐 그가 저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니 말이다.

아,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은 내가 개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쪽 세계에서만큼은 나밖에 레시피를 모르니 내가 개발자나 마찬가지이니 그가 처음 먹어볼 수밖에 없는 일.

요리사에게 가장 뿌듯한 순간은 내 음식을 먹고 누군가 극찬해줄 때.

나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너의 반응은 당연하단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향해 말했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어르신. 소인의 작은 재주로 어르신을 기쁘게 해드렸다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혹시라도 입에 맞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어허 이 사람 이런 맛있는 면 요리는 내 처음 먹어보네. 그래 요리의 이름이 무엇인가?”

나는 자꾸만 이름을 묻는 남자의 질문에 남자를 향해 씩 웃어주며 말했다.

“저것은 저의 독문요리(獨門料理) 작장면(炸醬麵)이라고 합니다.”

‘뭐긴 뭐야 짜장면이지!’

나의 객잔 첫 개시요리는 짜장면이었다. 첫 번째 손님의 기억은 지우기로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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