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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소이 혐오 (17/344)

점소이 혐오

아침 일찍 일어나 객잔 앞에 오늘은 장사하지 않는다는 글을 써 붙였다. 

‘금일휴업(今日休業)’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

내가 정기휴일이 아님에도 부득이하게 오늘 하루 장사를 접기로 한 것은, 손님이 없기도 했지만, 어제 육수부에게 들었던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요리인이 요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그냥 지나친다?

그것은 요리인 실격.

외출을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부엌에서 물을 데워 온몸을 깨끗하게 씻고, 머리에 윤기가 나게 기름까지 좔좔 바른 후, 본가를 나올 때 입고 나왔던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

보통 송나라 평민들은 춥지 않은 계절에는 마로 된 옷을 많이 입는데, 그것도 천을 아끼려 남자는 반 팔, 반바지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반 팔도 아까워서 조끼처럼 민소매 형태를 입기도 하고.

나도 시원하니 평소에는 그렇게 즐겨 입는데, 오늘 산업스파이 활동을 할 곳이···. 아니지, 무림세계 평민들의 지혜를 살짝 엿봐야 할 곳이 있으니, 조금 차려입고 길을 나서기로 한 것.

이렇게 차려입은 이유는 요리집에 가기 위해서.

내 구채초육사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서, 다른 요리집이나 노점의 구채초육사를 먹어보고,내가 만든 구채초육사와 진짜 사천인이 만든 구채초육사를 비교해보기로 한 것이다.

준비가 다 끝나고 마지막으로 물그릇 표면에 얼굴을 살짝 비춰보았다.

딱히 쓸모는 없어도 외모는 나쁘지 않은 몸, 간만에 때를 빼고 광을 냈더니 나름 봐줄 만한 모습.

한미한 가문이더라도 이름 있는 가문이라 성장하는데 영양 상태는 나쁘지 않았던지, 키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고 외모도 모난 데는 없었다.

‘그래, 다른데 재주가 없으면, 포장이라도 나쁘지 않아야지.’

그러나 외모를 보고 좋아졌던 기분은 떨어진 문짝에 금세 가라앉았다.

문을 닫을 수가 없는 것.

결국 밖으로 나오며 반쯤 떨어진 문짝을 가로로 기대 입구를 막았다.

‘제기랄! 문짝만 보면 화가 솟구치네!’

목수는 뭐가 바쁘다고 이리 안 오는 것인지.

밖으로 나서다 문짝을 보고 솟구친 화를 내리누르며, 심우현 외곽 관도 근처에 자리 잡은 내 객잔에서 걸어 나와 심우현 안쪽으로 향했다. 

심우현 가운데 있는 저잣거리로 가기 위해서.

그렇게 마을 길을 걸어 저잣거리에 도착해, 무작정 처음 보이는 요리집으로 들어섰다.

“어서옵셔!”

이마 아니, 코에 ‘나 점소이요.’라고 쓰여 있듯, 코에 왕 점이 박힌 무림의 전형적인 점소이의 기본형태를 갖춘 놈이, 내가 요리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하며 뛰어나왔다.

‘설마 점소이로 일하면, 점이 자동으로 생기는 건가?’

점이 있는 놈들만 가려 뽑는 건지, 아니면 점소이 자격시험이라도 있어서 점이 필수 사항인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요리집 점소이 놈들의 얼굴에는 큰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할 때 식사를 위해 들렀던 요리집에서도 얼굴 여기저기에 점 있는 놈들이 많았기에 든 생각이었다.

그렇게 점소이의 점이 자격증 대신인지, 아니면 수렴진화의 결과인지 고민할 때, 점소이가 나를 한적한 자리로 안내했다.

“공자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렇게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이층 한적한 자리로 향하자, 뒤에서 느껴지는 내 전신을 스캔하는 점소이의 눈빛.

점소이가 나를 저렇게 불공손한 눈빛으로 스캔하는 이유는, 이 시대는 어딜 가도 메뉴판이나 가격표가 없기 때문이다.

메뉴판과 가격표가 없는 것과 점소이가 손님을 재수 없는 눈알로 쓸어보는 것이 무슨 이유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전부 그놈의 체면문화의 일환.

메뉴판이 없으니 객잔이나 요리집의 점소이가 인간 메뉴판이 되어 사람들에게 식사를 추천하게 되는데,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체면문화의 한 단면이 드러난다.

내가 비단옷을 입고 들어갔는데, 점소이가 싸구려 음식을 추천한다? 

그것은 나를 무시해서 체면을 손상하는 행동.

반대로 내가 평민의 옷을 입고 갔는데, 고급 요리를 추천한다?

그것 또한 사 먹지 못할 음식을 추천하니, 나의 가난함을 비웃으며 무시하는 행위.

씨불, 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냥 내가 보기에는 중원인들은 점소이가 싫은 것 아니, 점소이라는 직업을 혐오, 증오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면 점소이들에게 독심술이나 뭐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동네북, 저주의 대상 뭐 그런 느낌?

그러니 전생의 무협영화나 무협지에서도 무림인들에게 제일 많이 죽는 엑스트라 1위가 점소이였고, 다 그것이 현실 고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지금도 내가 자리에 앉았지만, 쉽사리 식사를 추천하지 못하고, 동공에 지진이 날 정도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점소이의 고뇌에 빠진 모습에서, 그가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엿보일 정도였다.

아마 옷은 비단옷을 입었는데, 손은 요리를 만드느라 거칠어 보이니, 뭘 추천해야 할지 고민되는 모양이었다.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 귀싸대기에서 칼침까지 아주 다양한 무림계의 능욕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첫 손님의 신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 점소이를 괴로움에서 구원해주기로 했다. 

“혹시, 구채초육사가 되는가?”

내 물음에 은인을 만난 듯 안심함으로 물드는 점소이의 얼굴. 

나는 마음속으로 점소이에게 측은함을 느꼈다.

‘새끼 그동안 얼마나 그동안 시달렸으면···. 형이 다 알아 인마···’

마음속으로 점소이를 위로하자, 그가 내 물음에 화급히 대답했다.

“무, 물론입죠. 공자님. 그럼 만두(증빙 蒸餅)와 구채초육사를 내올까요?”

“그래, 내 간단하게 아침을 먹을 작정이니, 그렇게만 부탁하네. 아, 술은 되었네.”

“예! 알겠습니다. 공자님!”

날 듯이 아래층으로 사라지는 점소이.

점소이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면 생각했다.

‘나도 제대로 장사하려면, 점소이 한 마리 필요한데···.’

점소이를 식당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가 점소이를 쓰지 못하는 이유가 아직 손님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저놈들 월급이 만만치 않기 때문.

점소이들은 실력 그러니까, 손님의 신분을 맞추는 눈치에 따라서, 전생이었다면 억대 연봉까지도 받는 놈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놈들은 아주 능글능글해서는, 부자에게 쓰레기 같은 음식을 추천했다가 모욕당했다고 화를 내면 ‘대인, 비록 그것이 싸구려 요리이긴 하나, 마침 최고급 재료가 들어와 저희의 실력을 대인께 뽐내고 싶었습니다. 대인같이 높으신 분에게 평가를 받고 싶었으니까요.’이러면서 입을 털거나.

또는 가난한 자에게 비싼 음식을 추천하고도.

“저런 대인의 풍모에 제가 잠시 착각해버리고 말았군요. 워낙 풍채가 좋으셔 고관대작으로 착각하고 말았으니, 부디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이러면서 생존특화 눈치와 입털기 만렙을 찍은 실력을 뽐내니 놈들이 비쌀 수밖에 없는 것.

그렇게 점소이가 준비해준 차를 마시며, 점소이를 어찌 구하나 한참 고민에 빠져있을 때. 점소이가 구채초육사와 만두를 가지고 와 식탁 위에 올리며 말했다.

“공자님 저희 구채초육사는 주변에서 아주 정평이 나 있습죠. 아주 마음에 드실 겁니다.”

사천특위의 매콤한 향이 나는 구채초육사와 따끈한 김이 솟아나는 만두 10개.

‘일단 향부터’

접시 위로 코를 가져가 구채초육사의 향을 살폈다. 파기름을 낸 것도 아니고 마늘의 향을 살린 것도 아니라서 그냥 평범한 향.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며 내용물을 살피자. 적당히 빻은 화초와 수유, 죽순과 부추, 돼지고기. 특별히 다를 게 없는 모습.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자 혀를 쏘는 마의 맛과 곧이어 퍼지는 라의 매운맛.

‘어? 진짜 미묘하게 다르네?’

분명 마의 강렬한 맛이 혀를 쏘긴 하지만 뭔가가 좀 달랐다. 어제 내가 만든 것은 육수부 일행이 돌아가고 먹어보았는데 이런 맛이 아니었다.

뭔가 끝까지 혀가 저릿한 느낌이었는데, 이건 혀를 콱하고 쏘긴 하지만 부드럽게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혀를 쏘는 느낌도 훨씬 강했다.

‘그래, 확실히 뭔가 달라.’

나는 의문 속에서 몇 젓가락 구채초육사를 맛보고, 매운맛도 덜고 아침 식사로 배도 채울 겸, 만두 하나를 입에 물었다.

한참을 우물거리는데, 느껴지지 않는 만두소.

‘아차차!’

나는 입안에 느껴지는 밀가루만 가득한 만두의 맛에서 내 실수를 알아챌 수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전생의 버릇대로 아무 생각 없이 만두(증빙 蒸餅)를 시킨 것이 문제였다.

‘고기만두를 먹으려면 만두(만토우 饅頭)나 교자를 시켰어야 했는데!’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은, 속이 꽉 찬 고기만두인데, 여긴 그걸 만두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니, 전생에도 중국에서는 그걸 만두라고 부르지 않았다. 

교자(餃子)라고 불렀지.

중국에서는 소가 없는 것을 만두. 있는 것을 반드시 교자라 부른다. 그러니 내가 속이 들어간 만두를 먹고 싶었다면, 만두인 증빙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송대 만두의 다른 이름인 만토우나 교자를 주문 해야 했던 것.

그리고 송나라에는 교자라는 단어가 없으니, 교자가 먹고 싶었다면 다른 이름으로 주문해야 했다. 

수점심(水點心), 분각(粉角). 편식(扁食), 수각(水角), 교아(餃兒), 같은 이름으로···.

무슨 지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게 전부 교자다. 

5개 이름 전부. 

저 이름으로 시키면 전부 같은 교자가 나오는 것,

왜 저렇게 부르냐 하면 그것은 표준(標準) 스탠다드(Standard) 라는 게 없기 때문. 그냥 음식 만드는 놈이 그냥 제가 부르고 싶을 대로 부르면 여러 말이 섞여서 쓰이는 것이다.

2차대전 때 미국이 달리 아메리칸 스탠다드를 만든 게 아니다.

미국 어느 공장에서 만든 부품이라도 어디에 가져다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게 하려 했던 것.

여기도 그냥 어디를 가든 한 단어로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아, 표준이여!’

나는 마음속으로 표준을 목 놓아 불렀다.

뭐 그런 이유로 전생처럼 그냥 고기만두를 떠올리고 점소이의 말대로 생각 없이 만두(증빙 蒸餅)를 시켰으니 나온 것은 결국 진짜 만두.

한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크기에 아무 내용물도 없는, 그냥 연한 베이지색의 찐빵 같은 모습.

중원 놈들은 이런 아무 맛도 없는 걸 왜 먹나 싶겠지만, 이건 이놈들의 주식(主食).

중원에는 주식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밀.

중원을 중간에서 잘라 북과 남으로 나누면, 쌀농사가 가능한 남쪽은 주식으로 쌀밥을 많이 먹는 편이고. 

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북쪽은 이 밀로 만든 만두를 주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요리로 구채초육사 같은 걸 두세 가지 시키고, 밥 대신 이 만두를 먹는 것.

‘나도 참 바보 같지. 아니, 만두를 팔면서 여기 와서 만두를 시키고 교자를 찾다니···.’

뭐 그냥 내가 바보짓 했네.

하지만 몸이 했으면 한심한 실수지만, 내가 했다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실수.

‘네가 이해해라 몸아.’

나는 몸에게 적당히 사과(?)하고, 이대로 배를 채울 수는 없어 다른 요리집으로 향했다.

굳이 남긴 만두를 싸서 손에 들려준 점소이의 호의와 함께.

그렇게 오전 중에 추가로 돈 요리집이 두 군데.

노점이 세 군데.

그런데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이렇게 비법을 꼭꼭 숨겨두다니. 젠장’

결국 요리집에서 비밀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화초 자체에 문제가 있을까 싶어 도착한 약방에서 나는 결국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새끼들이 정말?!’

그리고 그 하찮은 원인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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