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痲 저릴마에 波 물결파 (33/344)

痲 저릴마에 波 물결파

내 물음에 씩 웃는 당영영, 당황하거나 분노하거나 그런 것이 아닌, 그녀의 반응은 개구쟁이 같은 미소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태연하게 부엌을 뒤져 그릇 하나를 찾아오더니, 그제야 그릇을 내밀며 대답했다.

“공자님, 눈치는 약한 자들이 보는 거잖아요. 후후”

뒤통수를 망치로 후리는 충격.

‘아니, 그럼 지금까지 안하무인 눈치 없이 행동했던 것이 전부 의도?’

나는 지금까지의 겪은 당문 직계들의 행동으로, 당문 독공의 경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입문, 눈치 없음. 

완숙, 사이코패스. 

절정, 노망으로 이어지는···. 

그렇기에 당연히 당영영을 독공 입문 단계라 생각했는데, 이미 그녀는 자기 아버지의 경지에 근접했던 모양, 어린 나이에 완숙의 경지라니 당문의 미래가 창창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거 돌려 까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나 따위는 허접이라 눈치 볼 필요 없다는 그런?

묵직한 팩트 폭행.

그러니 그녀가 내민 그릇에 조용히 마파두부를 떠올려 맛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교훈처럼 남긴 복부 통증이 아릿하게 울려왔기에.

‘젠장. 억울해서 무공을 배우든지 해야지!’

속으로 구시렁구시렁하며 뜨거운 김이 나는 마파두부를 그릇에 조금 덜어 그녀에게 내밀자.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떠 한입 베어 무는 당영영.

“호와···. 뜌겨워요.”

그녀의 입에서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들려오는 음성.

‘어디 감히 귀여운 척을!’

붕어 같은 주둥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으나, 마음만을 품고 밥솥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녀는 입을 오물거려 마파두부를 모두 삼키고는 매운지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하아··· 정말 맛있긴 한데 좀 매운데요? 할아버지 드실 수 있으려나 이렇게 맵다면···?”

그녀의 물음에 내가 씨익 미소를 짓자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서, 설마?”

놀란 그녀에게 웃으며 질문했다.

“과연 독왕께서 제 음식을 드시고 순순히 맛있다고 해주실까요?”

내 물음에 한 손으로 자기 턱을 잡더니 생각에 빠졌다 고개를 끄덕이는 당영영.

“확실히···.”

“어차피 패배는 확정된 것, 저도 기쁨은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암흑가의 보스같이 음흉하게 웃어주자 당영영이 물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맛만 보고 안 드신다면요?”

“다 생각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이번에도 재미있게 해주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밥솥을 확인하니, 마침 고슬고슬하게 익은 밥알이 윤기를 내는 맛있는 밥이 완성되어 있었고. 

그 밥을 그릇에 크게 뜨고, 다른 그릇에 마파부두를 담았다. 

그리고 마파두부 위에는 아까 준비해둔 화초 가루를 적당히 뿌렸다.

“공자님 그건 뭐예요?” 

뭐 하나 그냥 지나가는 일 없이 사사건건 질문해오는 당영영, 사천인인 그녀가 화초를 모르리 없겠지만 갈려 가루가 되어있으니 무엇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시식을 권했다.

“한번 찍어서 드셔보시죠.”

내 권유에 아무 의심 없이 간 화초 가루를 손끝에 살짝 쥐어 입으로 넣는 당영영.

이후에 벌어질 일에 귀를 살짝 막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그녀의 입안으로 마초의 비율이 높은 화초 가루가 떨어져 내리고, 곧 당영영의 비명이 들려왔다.

“끼아악! 고, 공자님 혀, 혀가!”

당영영의 반응에 움켜쥐어지는 주먹. 사이다 한 병을 원샷 한 것 같은 시원함.

제아무리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더라도 혀까지 단련할 수는 없는 법.

화초는 그냥 매운 것이 아니라 혀에 물리적 자극을 주는 매움, 아마 지금 그녀는 혀에 망치를 얻어맞은 느낌일 것이 확실했다.

그녀는 화초 가루에 한참 혀를 내두르며 팔짝 뛰어대다가 내가 내민 물을 한잔 마시고 나서야 진정되는지 혀에 자기손으로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렇게나 매, 매운 화초라니. 화, 확실히 재,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공자님 이 음식 이름이 뭐죠?”

당영영의 물음에 그녀를 향해 멋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파두부(痲波豆腐)입니다.”

원래 마파두부의 뜻은 마파두부(麻婆豆腐) 곰보 할머니가 만든 두부 요리라는 뜻이었다. 

청나라 말기인 1800년대 만들어진 음식으로, 천연두를 앓아 곰보 자국이 얼굴에 있는 노파가 만들어 팔았던 음식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그러나 송나라에서는 내가 처음 만들었으니 마파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내가 곰보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만든 이름은 마파의 음은 유지하되 뜻만 바꾼 것, 뭐 중국어로 발음하면 약간의 발음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痲 저릴마에 波 물결파. 저림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해서 마파!

만들고 보니 이름이 의외로 너무 훌륭했다.

독왕을 위해 그런 의도로 만들었으니.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음식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식탁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독왕.

나는 음식을 독왕의 앞에 내려두고 당영영이 수저를 가져와 그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할아버지 류 공자의 음식이에요. 아주 마음에 드실 거예요.”

“크흠! 뭐 가져온 것이니 일단 먹어는 보마.”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을 먼저 바라보던 독왕은 밥을 보고 조금 놀란 얼굴이 되어있었다. 

물에 푹 절거나 날아다니는 찐 밥이 아니고 찰기 넘치는 제대로 된 밥은 처음 보았을 테니 말이다.

“후우···”

독왕이 밥을 식히기 위해 입으로 바람을 불자, 밥에서 뜨거움 김이 사방으로 훅 뿌려지고. 

그는 참지 못하고 바로 밥을 한 수저 크게 떠 후후 불더니 입안으로 가져갔다.

“허어···”

독왕의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김.

“밥이 정말 맛···. 크흠!”

급하게 입을 다무는 독왕. 

무심코 맛있다고 말할 뻔하고는 뻔뻔하게 급하게 입을 다무는 모습.

그 모습에 당영영이 웃음기 띤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같이 드린 요리는 밥 위에 얹어 드시면 됩니다. 아, 드시기 전에 위에 뿌린 가루를 섞어서 드셔야 합니다.”

내가 마파두부를 어떻게 먹는지를 설명하자 독왕은 마초 가루를 잘 섞은 마파두부를 떠 자기 밥 위에 올리더니, 다시 김을 후후 불어 자기 입안으로 마파부두와 밥을 한입 크게 털어 넣었다. 

그러자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독왕의 얼굴.

그의 동공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었다.

독왕을 보고 물었다.

“혹시 맵지는 않으십니까?”

독왕은 아직 매움에서 못 빠져나온 듯한 얼굴.

그의 대답이 늦자 나는 재빨리 뭔가 실수한 것 같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여긴 사천이고 독도 아무렇지 않게 드실 수 있는 것이, 독왕이실진대 제가 실언했군요. 하찮은 매운 음식 따위에···. 죄송합니다. 이정도야 쉬이 드실 수 있으실 텐데.”

“크흠! 케흠!”

독왕이 기침을 한번 하더니 맨밥으로 매움을 달래기로 했는지, 살짝 떨리는 손으로 다시 맨밥을 냉큼 한입 떠먹었다.

그리고 맨밥을 연거푸 먹다가 목이 막히는지, 다시 곧 마파두부를 보고 살짝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나를 보고 씩 하고 미소를 지은 당영영이 독왕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매운 것, 잘 못 드시지 않나요? 그만 드셔도···”

“설마요? 독왕이신데···?”

당영영의 적절한 나이스 어시스트와 내 맞장구. 

독왕은 말도 안 된다는 투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무, 무슨 소리냐 이 할아비가 매운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영영이 네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이 할아비 독왕! 이런 것쯤 물처럼 마실 수 있느니라.”

그렇게 말하고는 마파두부를 떠먹고 다시 맨밥 먹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이마에 땀을 주르륵 흘리는 걸 보니 맵긴 매운 모양.

그러나 밥이 맛있으면 멈출 수 없는 것이 식사. 그리고 맨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식사.

또 밥을 먹었으니 목이 막혀 반찬을 먹어야 하고, 반찬을 먹었는데 매워서 밥을 먹어야 하는, 이것이 지옥의 우로보로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뱀!

더군다나 이미 내가 ‘설마 독왕이 이 정도 매운 음식에?’ 밑밥을 깔아둔 상황이고, 당영영도 한 손 거든 상태, 그렇기에 체면이라는 두 글자와 손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현실이 독왕의 심리에 족쇄처럼 채워졌을 것이 분명했다.

체면과 손녀 때문에 매운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독왕의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에서 그가 얼마나 지금 매움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연신 마파두부와 밥을 먹던 독왕은 어느새 비어버린 밥그릇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이 고통의 식사가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슬그머니 숟가락을 내려두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악평을 쏟아내려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이룬 상태, 블랙컨슈머 같은 늙은이의 악플 따위야 웃으면서 들어줄 수 있었다.

“뭐 여, 역시 생각한 대로구나. 너무 맵기만 아니, 매콤하기만 하고 맛이 그다지···”

그런데 그때 부엌 앞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 숯 검댕이 눈썹의 당영영의 아버지 독우(毒雨) 당지운(唐沚雲) 당영영의 아버지였다.

“영영아, 예서 뭘 하는 게냐? 류 소협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했는데 잊은 것이냐?”

“아참!”

당 가주의 말에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급하게 나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는 당영영.

그녀는 자기의 아버지에게 지금 벌어진 일을 설명해야 했다.

“류 공자가 할아버지께 요리를 만들어 드리고 있었거든요.”

“요리? 천이가 류 소협이 요리를 잘한다고 하긴 했지만, 손님에게 요리라니?”

가주는 손님에게 요리시켰다는 말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기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독왕이 당영영을 대신해 대답했다.

“저 녀석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안다길래 내기를 한 것이다.”

“내기 말입니까? 아버지”

“그래.”

내기라는 말에 흥미가 동했는지 당 가주도 같이 자기 아버지인 독왕의 옆에 자리를 잡더니, 나를 향해 미안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저도 한번 맛을 봐야겠군요? 천이가 그렇게 자랑하던데. 기회가 좋으니 저도 꼭 한번 맛을 봐야겠습니다. 류 공자 괜찮겠는가? 내 손님으로 초대해놓고 대접받아 미안한데, 천이가 그렇게나 자랑해서 궁금해 말이지.”

“물론입니다. 당 가주님. 잠시만 기다리시죠.”

사람 초대하고 손님의 물건을 강탈하거나 손님을 모욕하고 이젠 숫제 집안 요리사처럼 부리는 이상한 집구석이지만, 뭐 별수 있나. 나는 무림 이등병 같은 존재이거늘. 

당 가주의 말에 나는 아직 남은 마파두부와 밥을 한 그릇 준비해 다시 당 가주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자 당영영이 자기 아버지의 팔에 딱 붙어 애교 띤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정말 맛있어요. 꼭 드셔보세요.”

“그래, 내 한번 먹어봐야겠구나. 천이가 입맛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데 맛있다고 극찬할 정도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당 가주의 식사.

그는 당영영의 설명대로 마파두부를 밥 위에 얹어 크게 한 숟가락 떠 올리더니, ‘허허’ 입안의 김을 뿜어내며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맛있어하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입안으로 밀어 넣듯 사라지는 마파두부.

그리고 식사를 끝낸 당 가주는 만족한 얼굴로 독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오늘 내기는 아버지가 지신 것 같습니다. 사천에 정말 잘 어울리는 요리이기도 하고 두부와 고기 그리고 기름이 어우러져 고소하고 담백하며 매콤하기까지 하니, 흔하지 않은 요리임이 분명합니다. 어떻습니까? 류 소협의 승리로 하는 것이?.”

가주의 말에 망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독왕.

고통의 식사를 견디고 나에게 한껏 신이 난 얼굴로 악플을 달아주려 했는데, 아들이 우호적인 선플을 박아버린 상황. 

여기서 아니라고 해봐야 가주인 자기 아들의 체면만 깎아 먹는 일.

독왕이 태연한 척 말했다.

“크흠. 그, 그래 제법 재주가 훌륭하더구나. 가주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 네, 네 녀석의 승리다.”

그리고는 심술이 났는지 자리에서 일어서 다른 곳으로 향하려 했는데, 당 가주가 그를 붙잡았다.

“아버지, 그런데 내기로 무엇을 거셨는지요?”

당 가주의 물음에 나를 바라보는 독왕.

생각해보니 내기하는데 정신이 팔려, 우리 둘 다 뭔가를 걸지 않은 것.

나와 독왕이 어색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자, 당 가주가 우리를 향해 물었다.

“설마 아무것도 걸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요 아버지? 독왕이신 아버지의 체면이 있지 그렇지 않습니까?”

‘오호라, 체면이 이렇게도?’

신이 난 기분을 감추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리는데, 독왕의 심술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문의 비급이나 문외불출(門外不出)하는 것이 아니면 맘에 드는 것을 하나 가져가거라!”

그리고 몸을 획 돌려, 바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다시금 독왕을 붙잡는 가주의 목소리.

“아버지 어디 가십니까? 처소는 저쪽인데?”

“크흠! 내 들를 곳이 있느니라.”

독왕이 후원 쪽 방향으로 사라지자 당영영이 냉큼 달려와 고자질하듯 내 귀에 속삭였다.

“저쪽은 우물이 있는 곳이에요. 류 공자. 키득”

그 소리에 나도 당영영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때에는 알지 못했다. 인성에 문제 있는 늙은이가 그의 별호같이 이 일로 독을 품었음을.

***

열흘쯤 지나고 열린 독왕의 생일잔치.

독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무림에서는 이럴 때 실력을 입증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결투를 하는 법, 여기 모인 모두가 무림인이고 나 독왕의 생일에 생긴 불미스러운 일이니, 둘이 비무를 해서 이긴 자가 맞는 것으로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아니 그런가 류소협? 자네의 실력은 내가 보장하니 말이야.”

독왕이 나를 보며 신이 난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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