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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해(洗手蟹) (34/344)

세수해(洗手蟹)

“어머 공자님 오늘도 여기 계셨군요? 무림의 후기지수(後起之秀)들과 친분을 나누시지 않고, 어찌 매일 후원에 계시는가요?”

독초가 피어있는 후원의 정자에 누워 망중한을 즐기는데, 머리맡에서 당영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벌써 올 시간인가?’

슬쩍 머리를 움직여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오쯤으로 보이는 태양, 무슨 자명종 시계의 뻐꾸기도 아니고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휴식을 취하는 나를 방해하는 당영영. 

“뭐, 그냥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그렇습니다.”

눈을 감은 채 목소리가 들려오는 머리 위로 대답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녀가 나를 제지하듯 말했다.

“첫날은 그렇게나 무서워하시더니, 이제는 아주 제집처럼 계시는군요. 그냥 누워 계셔도 돼요.”

그 말에 나는 거절하지 않고 다시 냉큼 몸을 뉘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바람이 살살 불어와 후원을 한번 휘감았고 바람에 날린 기이한 꽃의 향기가 정자 안에 가득 퍼졌다.

‘아, 힐링. 전생에는 이런 공간에 있으면 디톡스 힐링이라 했겠지만, 여기는 독초가 핀 후원이니 톡스 힐링?’

고혹적인 향기에 취해 다시금 잠깐의 힐링에 빠져들었다. 

당영영이 다시금 나를 괴롭히기 전 잠시만이라도 좀 더 힐링을 즐겨야 했기에···.

당영영이 첫날 소개해준 후원이 며칠 사이 나의 힐링 공간이 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내가 꺼림직한 독초들이 피어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나의 피난처로 삼은 것은, 일반 꽃들이 피어있는 후원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지만, 이곳은 독초를 심어둔 곳이라 아무나 출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주의 의형제인 제갈가의 대표이기도 하고 무림인도 아니기에 특별히 이곳 출입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지금 당문에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 중에 제일 한적한 곳이 이곳.

그러니 잔치 준비와 밀려든 손님들로 시끄러운 외부 전각을 피해 피할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굳이 나에게 배정된 방이 아닌 한적한 이곳으로 피난을 온 이유는, 당영영이 친분을 나누라는 그 후기지수들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그들을 피하려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당문 독왕의 생일잔치에 올 정도면 각 조직의 내로라하는 유망주이며 인싸 중의 인싸.

무협지 보면 등장하는 세가나 문파의 후계자 놈 중 인성 나쁜 놈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데, 여긴 실제라 그런지 체면 때문인지 다들 인성도 나쁘지 않고, 친화력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얼굴 보고 인사하고 대충 나이를 나눴더니 매일같이 아침마다 류형, 류형 거리며 찾아와 친한 척하는 놈부터, 매일 벌어지는 술자리에 끌고 나가는 놈. 

잘하면 전부 꽌시가 될 수도 있는 터라 처음에는 어느 정도 어울려 주었는데, 좀 시간이 지나자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닷새쯤 전이었을까?

아침부터 벌어진 술자리에서 시작된 논쟁.

주제는 ‘도적을 어찌 도축해야 가장 효율적인가?’ 아니, ‘도적을 어찌해야 좋은가?’ 였다. 

처음에는 근처에 출몰하는 도적 떼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잡아서 벌을 주어야 하나 아니면 죽여야 하나로 변한 대화는, 곧 죽이느냐 무력화냐의 방법에 대한 열띤 논쟁으로 이어지는 대화.

“자고로 찌르기가 최고지요. 악인의 급소를 찔러 상대방의 목숨을 한 번에 취하는 것이, 그나마 그들을 고통 없이 죽음으로 속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어허, 형제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자고로 검법은 베기가 우선이 되어야 하기도 하니, 팔다리를 잘라 목숨은 살리되, 반성하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인 당연히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 치면 권, 각, 장이 악인들에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저마다 도적을 어떤 방식으로 도축할까 떠들어 대던 후기지수들. 

누가 인간 백정 아니랄까 도적은 사람 취급이 아니라 정말 몬스터 취급이었다.

그렇게 저희끼리 한참을 떠들어대던 놈들은 당문의 대표인 당영영에게도 물었다.

“당 소저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음···. 어차피 도적들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은 빼앗는 죄를 저지른 놈들, 그냥 독수(毒水)로 다 녹여버리면, 시체 치울 필요도 없고. 저는 그 방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아주 우아한 표정으로 락스 처리를 주장하는 당영영. 

역시나 독공이 제 아비의 경지에 이른 당영영은, 끔찍한 방법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장했다.

그러자 당영영의 말에 어떤 놀람이나 다른 감정 없이 모두 신나게 웃는 후기지수들.

“하하하, 당문 아가씨다운 생각이시구려.”

“하하, 당문 만이 가능한 방법이긴 한데 사람을 죽인 놈들은 그리 당해도 싸지요.”

나는 순간 내가 호랑이들 사이에 낀 토끼임을 다시금 자각할 수 있었다.

여기 모인 후기지수들은 결국 사이코패스 또는 예비 연속 살인마.

일반인인 나는 이 대화의 공감 자체가 불가능한 것.

그런데 당영영의 말에 다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후기지수들이 갑자기 그 불똥을 나에게로 날려 보내듯 물어왔다.

“류형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살생이라고는 생선 대가리 외에는 쳐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인간을 도축하는 방법 중 어떤 것이 제일 효율적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색한 얼굴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야 뭐 생선 대가리밖에 쳐본 적이 없는지라···.”

나는 내가 요리사라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얘들은 자기들만의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아아 머리를 잘라 효수(梟首)하는 것은 아주 전통적이며, 살아남은 도적들에게도 경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요.”

“역시, 하나의 목숨을 취해 다른 놈들이 반성하게 한다? 역시 제갈가.”

“조, 좋은 의미로 해석해 주시니 고, 고맙구려.”

순식간에 저희 마음대로 나를 망나니나 기요탱 박사쯤으로 만들어버리는 녀석들.

뭐 그 후에도 팔을 어떤 각도로 틀어야 검이 잘 박힌다느니, 협행(俠行)에서 도적 몇 명의 머리를 자르고 관아에 가져다줬다느니, 하는 서로의 자랑과 정보 교환이 이어지니 정신이 어지러웠고, 그러니 당연히 후기지수들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당영영의 방문으로 힐링 중에 떠오른 끔찍한 기억을 털어내자,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잦아들며, 독을 머금은 꽃들이 뿜어내는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향기도 같이 잦아들었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당영영이 질문을 해왔다.

“어제 어디까지 했죠?”

다시금 시작된 당영영의 설명.

기이한 꽃과 나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정자에 누워 망중한.

나도 돈 벌면 이런 후원 한번 꾸며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일진대···.

하지만 나의 기분 따위는 상관없는 당영영은 요 며칠간의 일정과 마찬가지로 정자 위로 올라, 권하지도 않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다시금 설명을 시작한 것이다.

당영영이 이렇게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설명하며 권하는 것은, 할아버지가 허락한 문외불출이 아닌, 한 가지 물건을 나에게 골라주려 하는 것.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설마 당문에서 키우는 독충 중에 설명충(說明蟲)이라는 벌레라도 있는 것인가?’

설명충에 중독당한 듯 내 대답에 상관없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린 당영영은 자기 집안의 벌레 아니, 보물 목록을 다시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어제 웅황(雄黃)까지 했죠? 그러면 천잠수투(天蠶手套)는 어때요? 독물을 잡을 때 쓰는 것인데 날카로운 것에도 찔리지 않거든요. 독도 침범하지 못하고요. 엄청 귀해서 가문에 5개 정도밖에 없는데, 비싸긴 해도 달라고 하면 주실 거에요.”

겨울도 아니고 내가 초등학교 방학 숙제인 곤충 채집을 나갈 리도 없으니 장갑 따위 있어 봐야 의미가 없었고, 며칠간 이어진 당영영의 설명에 지친 나머지, 그냥 금이냐 몇 냥 받고 말까 싶어 물었다. 

뭐라도 받아야 이 긴 설명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그냥 금 몇 냥 들고 가도 되오? 아 하나만 들고 가랬으니 안되나?”

“당연하죠. 그런데 금보다 비싼 것이 많은데, 그것으로 괜찮으신가요?”

“더 비싼 것도 있단 말이요?”

“그럼요. 저희 당가라고요 공자님.”

자기 가슴을 탁탁 두드리며 자랑하듯 말하는 당영영.

‘지역구 탑이라 이건가?’

나는 그럼 독왕 속이라도 쓰리게 집에서 제일 귀한 것이라도 받아 갈까 싶어 물었다.

“그러면 그, 당문에서 제일 귀한 것은 무엇이오?”

“음? 역시 저희 당문에서 제일 귀한 것이라면···.”

“이라면?”

“저?”

뻔뻔하기 이를 대 없이 앙증맞은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리는 당영영. 

나는 반대로 획 돌아누웠다.

“크흠!”

“어머!? 그건 지금 무슨 뜻이죠?”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

자기 집에서 이쁘다는 소리만 듣고 컸으니 저런 망상이 가능했겠지만, 내 앞에서는 어림없었다. 

여자는 모름지기 외모보다는 마음이니 말이다.

“공자님, 잠깐 저 좀 봐요!”

돌아누운 내 앞으로 와 다시금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눈을 부라리는 당영영. 

내가 몇 번이나 돌아누웠지만, 그녀는 계속 내가 돌아누운 쪽으로 넘어와 나를 불러댔다.

“아니, 공자님? 공자님? 류 총관? 류 총관?”

뭐가 그리 억울한지 나를 불러대며 앵앵거리는 당영영의 목소리.

나는 결국 더 참지 못하고 내 처소로 도망을 쳐야 했다.

그리고 후기지수들에 발각된 나는 다시금 그들의 논쟁을 들어 줘야 했다.

어느 급소를 찔러야 사람이 더 빨리 죽는가에 대한···.

***

이튿날 아침 일찍 당영영이 나를 데리러 왔다. 

오늘 드디어 독왕의 산수(傘壽)를 축하하기 위한 생신(生辰) 잔치가 열리기 때문, 할아버지 생일이라며 한껏 차려입은 모습인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녀가 나를 인도하는 곳은 조금 이상한 곳, 분위기를 봐서는 뒷골목쯤 되는 곳이었다.

전각과 전각 사이 좁은 길. 

왠지 으슥한 느낌에 혹시 어제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나 싶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어제 다시 처소에서 생각해보니 당문의 보물이 맞는 것도···.”

“정문 쪽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니 저희는 뒷문으로 가자고요. 그런데 무슨 하고 싶은 말씀이?”

다행스럽게 뒷골목으로 따라오라는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얼른 당영영을 따라붙었다.

“아, 아니요 어서 갑시다.”

그렇게 당영영을 따라 전각 사이사이를 지나 조금 넓은 공터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그곳에는 한창 건물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잔치를 위해 불러온 출장요리사인 촌연주사(村宴廚師)인 모양.

큰 솥에 끓어오르는 고깃국물, 구워지는 새들, 이쪽의 생일상에는 어떤 음식을 차리는지 궁금함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추자 앞서가던 당영영이 뒤를 돌아 물어왔다.

“공자님 무슨 일이죠?”

“아, 그냥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아 잔치 음식이 궁금하신 모양이군요?”

당영영의 말에 대꾸하려는데, 어디선가 멀리서 고기 끓일 때 나는 고소한 지방의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예, 향을 맡아보니 양고기 같긴 한데.”

“냄새만으로도 아시는군요? 할아버지 생신이라서 양을 사왔거든요.” 

송나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고기를 즐겨 먹는데, 고기 중 가장 좋아하는 고기가 양고기 그리고 제일 귀한 고기도 양고기였다.

양이 귀한 이유는 양을 칠 평야가 없다 보니 양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인데, 그런 이유로 양고기가 제일 비싸고 귀한 것.

그러니 귀한 잔치에는 양고기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 그러면 이건 연양(軟羊 롼양) 냄새겠군요.”

“연양은 저도 참 좋아하는데!”

연양은 양 한 마리를 큰 솥에 넣어 화초와 팔각(八角) 같은 몇 가지 향신료를 넣고 푹 삶아서 건져 먹는 요리인데, 고기가 뭉개져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삶아 먹는 것이 특징이다.

양으로 만든 풀드포크라고나 할까?

내 연양이라는 소리에 당영영이 입맛을 다시며 어서 빨리 가자며 내 팔을 잡아끄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뉘쇼? 아, 아가씨 여긴 어쩐 일로?”

거만하게 물었다 당영영을 보고 급격히 겸손해지는 메기수염의 중년의 남자. 

내가 당영영에게 누구냐는 표정을 짓자 그녀가 남자를 소개했다.

“이쪽은 전 선공(膳工)의 제자이신 장 대백이세요.”

“이쪽은 제갈가에서 오신 류 공자님.”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장삼이라 합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선공이라면 황제의 요리사 곧 대령숙수(待令熟手)의 제자라는 말.

이 시대 최고의 요리사의 제자라는 소개에 깜짝 놀라 그를 좀 더 살펴보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고 싶었으나.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아,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공자님 늦겠어요. 어서 가죠.”

당영영이 잡아끄는 통에 더는 음식 만드는 것을 구경 못하고 생일잔치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해야 했다.

아마 꼴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연양을 빨리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잔치가 열리는 곳에 도착하자 내가 안내된 곳은 당가 직계들 바로 옆이었는데, 내 옆에는 비슷한 배분의 다른 세가의 장로나 그들이 데려온 후기지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과 살짝 인사를 하고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 차려진 요리를 구경했다.

식탁은 의외로 단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가 20가지 정도의 음식만으로 생일잔치를 하기에 높은 귀족이라도 그 이상 생일상을 차리면, 황제보다 감히 생일상을 더 풍성하게 차린 것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니, 아무리 많이 차려도 19가지 이상은 불가능한 것.

조선시대에 사대부들도 99칸 이상 집을 짓지 못했다던데 뭐 그런 느낌인 듯싶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차려진 음식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다 모이고 독왕이 인사말을 하기 전에 시간이 좀 있었기 때문.

역시나 연양도 있었고 메추리구이나 몇 가지 과일과 대추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일 가까이 놓인 것은 세수해(洗手蟹).

세수해는 살아있는 게의 살을 발라 다진 후, 마늘과 식초, 화초와 소금으로 무쳐 먹는 일종의 회무침인데, 게를 파는 곳에 들어가서 식사를 위해 손을 씻고 나오기도 전에 나온다고 해서 세수해. 

송나라의 미식가들이 즐겨 먹는 요리이다.

내 앞에 준비된 세수해는 제법 모양을 내기 위해, 게 뚜껑에 세수해를 조금씩 담아 준비한 모습이었는데, 그런데 세수해를 살펴보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뒤집혀 세수해를 담고 있는 게딱지 중, 몇 개의 게딱지 안쪽 입 부분이 검게 물든 것이 눈에 들어온 것.

새우나 게는 오래되어 부패하기 시작하면 새우는 머리와 다리 사이가 연결되는 부분, 게는 등껍질 안쪽과 입이, 가장 먼저 검은색으로 물든다.

그것은 갑각류의 신체 중 가장 외부와 접촉이 많은 아가미가 제일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인데, 새우의 아가미는 다리와 머리의 연결 부분에 있고, 게는 등껍질을 따면 제일 위에 양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가미는 빨리 부패하니 아가미가 부패해 검게 물들면 아가미만 떼어내고도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지만, 회로는 불가능하고 저렇게 게의 입이 검게 물들면 이미 내부는 못 먹을 정도로 부패했다고 보면 되는 것. 

저걸 먹었다가는 큰일 날것이 분명했다.

게 하나를 가져와 숟가락으로 안에 담긴 세수해를 슬쩍 밀어내자 드러나는 검게 물든 게딱지.

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연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당영영에게 바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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