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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 (52/344)

아들과 딸

“노, 노공. 시, 신체 일부분을 말입니까?”

“가가, 으, 음식에 무슨 짓을 하시려고? 설마, 도, 독입니까?”

“저, 저희 혼례잔치에서 다른 세가의 신체를 크, 큰일 나십니다.”

내가 마피아 딸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적대 조직 혈족에게 테러라도 하려는 지 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치는 제갈청과 당영영.

놀란 아내와 딱 자기 수준으로 생각하는 당영영에게 그런 게 아니라고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야 둘은 진정되었다.

“아,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국물이 안에서 나오는 만두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이름이 소롱포(小笼包)라면 작은 대나무 찜기에 쪄낸 주머니라는 것이고요?”

제갈청이 안심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역시나 똘똘한 제갈의 피가 흐르니 아주 명확하게 이해해서 정리까지 하는 아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맞소이다. 부인.”

전생에는 소롱포, 소룡포등의 두 가지 이름이 쓰였는데, 웃긴 건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것도 아니고 본토인 중국 애들도 두 가지 이름을 섞어 쓴다는 것.

하지만 정확히는 소룡포가 아니라 소롱포(小笼包)가 맞다.

작은 대나무 찜기에 쪄낸 만두라는 뜻이니까.

어차피 내 손에서 시작되는 요리이니 이름이 뭐라도 상관없겠지만, 중원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가운데 용(龍)자는 빼기로 했다.

또 저 음식이 알려지면.

‘식룡(食龍)이 만든 소룡(小龍)을 먹어보았나? 식룡이 만든 소룡이라 해서 쌍룡이라고 부른다네!’

같이 뭔가 두고두고 능욕당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아쉬운 대로 이름은 소롱포 확정.

젤라틴 육수가 준비되기까지 시간이 아직 한참 남기에. 그냥 멍하니 기다리기는 무료해 아내에게 간식거리를 좀 만들어 주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는 영양 보충이 아무래도 좀 필요해 보였다,

너무 가냘파 불면 훅 날아가 버릴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아까 살만 발라낸 닭고기와 대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얇게 쪼갠 대나무 젓가락에 번갈아 가며 끼워 소금과 후추를 뿌려내 화로에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닭에서 떨어진 기름이 숯 위에 떨어지며 피어오르는 연기와 고소한 향기, 거기에 익어가는 파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

떨어지는 기름이 피워 올리는 연기를 꼬치에 잘 배어들게 하면서 노릇하게 구워주면. 별다른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맛있는 파닭 꼬치가 완성된다.

파닭 꼬치는 어느 시대에나 진리인 듯, 고소한 향이 피어오르자 일하던 하인이나 촌연주사 심지어 총관까지 내 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요리는 오롯이 제갈청을 위해 만들어진 것.

옆에 군식구가 하나 있긴 하지만.

완성된 파닭 꼬치구이를 제갈청 앞에 내밀자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 이것은 무엇입니까? 노공.”

“기다리려면 심심할 듯해서 내 준비했소. 영영이랑 같이 드시구려.”

내 말에 그녀가 감격 어린 표정으로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내가 내민 파닭 꼬치를 앙증맞은 입술로 가져가 천천히 맛을 보기 시작했다.

한입 베어 문 제갈청의 입술 사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기름.

‘오우야’

“소금만 친 것 같은데 정말 너무 맛있습니다. 노공.”

“가가, 츄릅 정말 맛있어요.”

제갈청의 행복한 미소에 어젯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 온종일 옆에 딱 붙어있고 싶었으나 사마세가를 혼내준다는 대업(大業)도 게을리할 수는 없는 법.

제갈청에게 아쉬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야 했다.

“오늘은 밤새 요리를 해야 할 듯하니, 낮에 조금 자둬야겠소이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부인.”

“저, 저도 그럼 이따 꼭 나오겠습니다.”

“저도요. 가가!”

그녀를 향해 밤에는 푹 자야 한다며 걱정 어린 말을 했지만, 제갈청은 내가 일하는데 자기가 푹 쉴 수는 없다는 어여쁜 말로 나를 감동의 쓰나미에 익사시키려고 시도했다.

익사하기 직전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허겁지겁 기어 나와 총관에게 육수는 다 끓으면 건더기를 건져내고 차가운 곳에서 식혀 달라고 부탁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 방으로 향했다.

***

늦은 밤 제갈청과 당영영이 나를 깨우러 왔고 그녀들을 따라가니 육수는 완벽하게 굳어 젤리 상태가 되어있었다.

곧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하인들에게 소고기를 다져달라 부탁했다.

안에 들어가는 고기는 소고기.

소롱포는 돼지고기로 만들 수도 있고 소고기로도 만들 수 있으나, 결혼 잔치에 오신 귀한 손님들에게 서민들이나 먹는 돼지고기를 낼 수는 없기에 비교적 정통 방법인 소고기를 사용하기로 한 것.

그리고 이어 굳어져 묵같이 변해버린 젤라틴 육수 또한 일정한 크기로 다져달라 부탁하고, 팔각, 화초, 회향, 후추로 물을 끓여 준비했다.

한국식 만두소에는 따로 물이 들어가지 않지만, 소룡포에는 잡내를 제거하고 만두소를 촉촉하게 하려고 이렇게 각종 허브를 끓인 물이 들어간다.

다진 쇠고기에 육수를 부어주고, 대파의 흰 부분을 채를 쳐 고기와 2.5 : 1 비율로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화초 가루와 마늘을 조금 넣고, 앞에 준비한 다진 고기와 섞어, 달걀의 흰자를 마지막으로 섞어주면 소는 전부 준비 끝.

만두를 만들 때 쓸 대량의 반죽을 하인들이 준비할 때, 만두소에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해 준비를 끝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하인들이 만든 첫 반죽이 도착했고, 첫 반죽을 떼어 손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손아래 밀대가 움직일 때마다 동그란 구슬 같은 반죽이 밀대 아래서 손바닥 크기의 원형으로 펴지기 시작하고, 곧 납작하고 동그란 만두피가 되었다.

테두리는 얇게 가운데는 살짝 그보다 두껍게.

만두라는 음식은 손이 많이 가지만, 재료 준비나 과정으로는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에 속한다.

다만 소롱포라는 만두는 그런 만두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말 까다로운 만두인데.

이런 소롱포의 까다로움은 소롱포가 가진 몇 가지 특별함 때문이다.

우선 소롱포라는 만두의 개념은 젤라틴화 된 진한 육수를 만두소와 같이 채워, 소롱포가 찜기에 넣어 쪄질 때 젤라틴화 된 육수가 고온에 다시 액체화 되어, 먹을 때 진한 육수를 뿜어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젤라틴화 된 육수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는 비교적 예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젤라틴화 된 육수의 비율이 높으면 찜기 속에서 육수가 전부 액체로 돌아가 만두의 소와 섞여 부피가 줄어들어 만두가 주저앉아 빈대떡 같이 되어버리고.

반대로 젤라틴화 된 육수가 너무 적으면 피나 소에 모두 흡수되어 육수가 거의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만두소에 들어갈 젤라틴 육수의 비율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만두피.

만두피가 너무 두꺼우면 내부의 육수를 많이 흡수해 육수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또 너무 얇으면 찢어져 버리니 피를 밀 때도 아주 조심해야 하는 것.

더군다나 소롱포의 윗부분은 만두의 피들이 회오리 모양으로 겹치는 부분이라, 얇지 않으면 뭉쳐진 만두의 피들이 두꺼워 익지 않을 수도 있기에.

피를 밀어낼 때 테두리는 얇게, 피의 가운데 부분은 비교적 테두리보다 두꺼워야 얇은 소롱포를 받쳐낼 수 있는 것이다.

첫 반죽을 손에 쥐어 준비된 소를 올리고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반죽을 같은 간격으로 접어가며 첫 소룡포를 만들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접히는 반죽,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자 완성되는 작은 주머니.

손위에 작은 주머니가 완성되자 아내와 당영영이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래서 포(包)군요.”

“한입에 쏙 들어갈 것 같은 모습이네요.”

감탄하는 제갈청 목소리에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번 같이 만들어 보겠소?”

“제, 제가요?”

제갈청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이 많으니 소롱포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몇 번 시범을 보이고 다른 하인들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 아내에게 만들어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저렇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을 보니 자기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듯해 한마디를 더 거들었다.

“물론이요. 어차피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니 도움을 받아야 하고, 내가 살던 곳에서는 여자가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잘생긴 아들을 낳는다고 했으니,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소?”

내 말에 고민하던 제갈청이 뭔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그렇군요. 그, 그럼 꼭 해보고 싶습니다.”

고민하던 표정에서 잔뜩 의욕 넘치는 표정이 된 제갈청.

명절에 만두를 만들기 싫어하면 어른들이 이걸로 경쟁을 붙이곤 했는데, 확실히 이건 어디에서나 어그로가 잘 끌리는 것 같았다.

의욕 넘치는 아내에게 곧바로 피를 하나 밀어 건넸다.

그러자 옆에서 당영영도 쭈뼛거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가가, 저도 하, 한번 해보면 안 되나요?”

“그래, 너도 한번 해보거라.”

광역 어그로에 끌린 당영영까지 낚여 들고.

곧바로 다시 자른 반죽을 밀대로 밀어 당영영에게도 하나 내밀었다.

그리고 반죽 하나를 더 밀어 직접 빚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피를 손 위에 올리고 가운데 만두소를 적당히 넣은 후, 반대편 손으로 소 끝을 일정하게 조금씩 쥐어 맞물리면서 입구를 좁혀가는 기본적인 방법.

엄지와 검지로 잡는 반죽의 간격이 일정해야 만두를 위에서 바라봤을 때 회오리 모양이 아주 일정하게 나와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만두가 되는 것이다.

“자, 이렇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피를 잡을 때 일정한 간격으로 잡아야 아주 예쁜 모양이 나옵니다.”

“해, 해보겠습니다.”

내 설명이 끝나자 눈에 힘까지 주고 뭔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표정의 제갈청이 만두를 빚기 시작하고, 그 모습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당영영도 따라서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둘이 만두피 하나를 가지고 씨름하게 내버려 두고, 그사이 만두 몇 개를 더 빚자, 잠시 후 옆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제갈청이 물어왔다.

“노, 노공 어 어떻습니까?”

고개를 돌려 제갈청을 바라보자 손에 올려진 통통하게 귀여운 만두.

생각보다 손재주가 좋은지 제갈청이 만든 소롱포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아주 동그랗게 예쁜 모양으로 완성이 되어있었다.

저것이 정말 아들의 모습을 나타낸다면 동글동글 귀여울 것 같은 모습.

“오오, 부인 아주 잘 만드셨소 소질이 있는 것 같소이다.”

아주 잘했다는 표정으로 제갈청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무척이나 기쁜 표정과 부끄러움이 공존하는 되어서는, 한쪽 손등으로 자기의 화끈거리는 볼을 문질렀다.

내 칭찬이 부끄러운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실력이면 더욱 칭찬받아 마땅한 것, 나는 곧바로 찬사를 이어갔다.

“만두가 아주 예쁜 것이, 아주 여러 번 만들어 본 것 같은 실력입니다! 그러니 아주 잘생긴 사내아이를 낳을···.”

그러나 찬사를 이어가다 생각해보니 제갈청이 낳을 잘생긴 아들은 곧 내 아들,

만두의 제작은 제갈청 혼자 했지만, 아들은 같이 제조해야 하는 것.

제갈청의 만두피 속에 내가 소를 꽉 채워줘야 우리 둘의 만두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크, 크흠.”

그제야 제갈청의 부끄러움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녀의 세밀한 상상력을 마음속으로 칭찬했다.

그리고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괜스레 목만 가다듬을 때, 웬일로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둘을 구원하듯 당영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가가 제, 제 만두도 한번 봐, 봐주세요.”

어색해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그녀의 목소리에 냉큼 대답하며 당영영을 바라보았다.

“그, 그래 우리 영영이는 어떤 만두를 만들었는지 보자꾸··· 나?”

당영영의 손에 올려진 만두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영영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만두를 가장한 걸레.

아니, 소와 밀가루 피가 적당히 섞여 주먹밥 같은 모양이 되어있었다.

‘대체 어찌 만들면 모양이 저리···’

저런 모양으로 만들어놓고 나에게 보여준다며 내민 것이 그녀의 패기라면 패기랄까?

빵점짜리 시험지를 다 풀었다며 선생님께 채점해달라고 내미는 초등학생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틀렸다고 말해주지 않고 다른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 인성 좋은 선생님이자 참교육자.

당영영을 바라보며 아주 따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우리 당매매는 예쁜 딸을 낳도록 하자꾸나. 아주 예쁜 딸을···”

“예?!”

당영영의 입술이 알레르기가 있던 아내처럼 앞으로 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내 말이 좀 서운한 듯했지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만두로는 가망이 없었다.

여긴 성형 수술이 없는 시대니까 말이다.

아들 인생도 생각을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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