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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人事聽聞會) (61/344)

인사청문회(人事聽聞會)

인사청문회.

아내 앞에서 멋진 모습 좀 보이려 했다가 음흉한 놈이 될뻔한 대참사.

치자등 위에 대나무 채반을 올려둔 음식점은 퇴폐 영업을 하는 곳인 것을 몰라 어제 곤욕을 치렀지만, 다행스럽게 제갈청은 내 아무것도 몰랐었다는 주장을 믿어주었다.

그렇게 어제 일로 생긴 어색함도 풀 겸 아침 식사 후 제갈청과 후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시비하나가 달려와 뜬금없이 나를 찾는 손님이 왔다고 알려왔다.

“접각부님 찾아오신 손님이 있습니다.”

“손님? 나에게?”

“예.”

신기한 일도 있었다.

내게 찾아올 손님이라니, 나는 여기 연고지도 없거니와 친구나 아는 사람도 없으니 손님이 찾아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몸의 기억에 이곳에 연고나 아는 사람 또는 이곳에서 찾아올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봤지만, 이놈이 태어나서 여행이라는 것을 해본 것과 다른 사람들은 만난 것은 집에 쫓겨나서부터.

방구석 히키코모리같이 집에 틀어박혀 서책이나 좀 읽는 것이 전부였던 몸을 아는 자가 찾아올 리도 만무했다.

더군다나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제갈가나 당가 정도가 고작.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비에게 물었다.

“나를 찾는 게 확실하더냐?”

“예, 번을 서는 무사들에게 확인했습니다.”

내가 확실하다는 시비의 주장.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찾아온 손님이라는 자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래, 신기한 일도 다 있구나. 일단 손님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거라.”

“예, 접각부님.”

“청, 내 잠깐 손님이 찾아왔다니 다녀오겠소.”

“동경에 아는 분이 없는데 찾아온 손님이라면, 저도 따라갈까요?”

혹시나 해 따라갈까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뭐 집안인데 별일이야 있겠소. 가문의 무사들도 있으니 내 금방 다녀오리다.”

“알겠습니다. 노공.”

아쉬운 얼굴로 대답하는 제갈청을 후원에 두고 시비를 따라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비를 따라 손님이 있다는 곳으로 향하는데 뭔가 방향이 이상했다.

시비의 발걸음이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 아닌 밖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왔다고 하더니 왜 밖으로 향하는 것이냐?”

이상함을 느끼고 질문하자 시비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손님들께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절하셨다 합니다. 그리고 좀 안으로 모시기가 그래서···.”

“그래? 그럼 문밖에 있다고?”

“예, 접각부님.”

나를 찾아온 손님이라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절했다는 말에 기이함을 느끼며 일단 시비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러면 나 혼자 찾아갈 테니 너는 네 할 일을 하거라.”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뭐 문밖에 서 있다면 나 혼자 찾아가도 될 일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가문의 무사들도 있으니까.”

내 말에 시비가 인사를 하고 총총히 사라지고.

대문으로 향하니 경계를 서던 제갈가의 무사들이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십니까? 접각부님. 손님들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알겠네. 고맙네.”

대문 내부에서 경계를 서던 무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문밖에 나서자 밖에 있는 무사들도 인사를 해왔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를 찾아왔다는 손님을 찾아 밖을 두리번거리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뭐지?’

사방을 두리번거려도 보이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 주변에 보이는 거라고는 길가를 지나가는 개새끼 한 마리와 조금 떨어진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은 거지 두 마리.

사람은 없고 개 한 마리와 거지 두 마리가 전부.

경계를 서던 무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돌아가셨나?”

누군지 몰라도 그새 참지 못하고 돌아갔나 싶어 물었더니 무사들이 한 쪽 방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기 계시지 않습니까?”

무사의 손끝을 따라 눈을 옮기자 나무 아래 쪼그리고 있는 거지들이 나를 확인하고는, 게슴츠레 떴던 눈을 반짝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한 놈의 입꼬리가 귀에 걸린 것이, 뭔가 아주 신이나 표정이었다.

‘아니, 뭔 거지새끼들이 손님이라고 나를 찾아온단 말인가?’

다가오는 거지들의 모습에 무사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거지새끼들이 문전박대를 당하니 그냥 안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어떻게 나와 어찌 아귀가 맞아떨어진 모양인데, 경계를 서는 무사라는 작자들이 거지 따위의 얕은수에 농락당하다니 한심한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거늘!’

혀를 차며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자네들 나도 이제 제갈가의 사람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듣게.”

“예? 무슨?”

“번(番)을 서는 자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번을 서야 하거늘. 어찌 이리 정신을 놓고 번을 선단 말인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

두 무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직도 자기들의 실수를 알아채지 못한 모습.

원래 위병소 근무는 경험 많은 병사들이 서야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무사 중에 가장 끗발이 약하거나 무사 중에 이등병 포지션인 모양.

아무래도 대주에게 경계 근무를 다시 살피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혀를 차며 대답했다.

“쯧쯧···. 어찌 번을 서는 무사들이 손님과 거지를 구분 못 한단 말인가? 내 돌아가는 길에 식은 만두라도 내어주라고 시비들에게 이를 테니 저들에게 내어주게.”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사단장 딸의 남편에게 까인 느낌이라 그런지 똥 씹은 얼굴이 된 두 무사를 두고 몸을 돌려 문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청운 소협이 맞으시오?”

거지 놈들이 발도 빠르지 어느새 길 건너 나무 밑에서 예까지 당도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꼬릿한 냄새.

냄새에 인상을 쓰며 한 걸음 더 멀어진 후 천천히 뒤로 돌았다.

‘허허, 거지 놈들이 어찌 내 이름까지.’

내가 송의 수도인 동경에서 개인정보를 흘릴 리가 없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설마 이 시대에도 보이스피싱 같은 것이 유행했단 말인가?’

중원의 긴 보이스피싱 역사에 감탄할 때, 생각해보니 거지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경계 서던 무사의 실수임이 분명했다.

거지들이 분명.

“내 이 집에 아는 사람이 있소이다.”

“누굴 안단 말이냐 거지들이.”

“그, 이 집에 그래, 사, 사위를 알고 있소이다.”

“뭐? 네놈이 류청운 접각부님을 안다고?”

“물론이요. 내 그와 친구요!”

안 봐도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뒤를 돌아 거지들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 정도 재주면 밥을 빌어먹을 만하구나. 내 부엌에 일러 아침을 먹고 남은 만두를 내어주라 할 테니 받아 가거라. 그래, 이 정도 재주면 능히 밥을 얻어 먹을만하지···.”

거지들의 사기를 동반한 구걸 스킬을 칭찬하며 그들의 모습을 훑었다.

제법 옹알이 좀 하는 거지인 듯했으니까.

두 거지는 꼬질꼬질하긴 했지만, 거지 치고는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모습이었는데, 조금 부족한 무사라고 해도 제갈가의 무사들에게 사기를 쳐서 성공할 정도면 기름기 번들거리는 모습이 이해되기도 했다.

또 허리에 묶인 여러 매듭도···

‘매, 매듭?!’

거지들의 허리에 묶인 매들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지들의 허리 매듭이란 곧 개방(丐幇)을 의미하는 것.

전생의 지식을 떠올려보면 개방(丐幇)이란 구파일방이라는 무림의 중심을 이루는 세력 중 정보를 담당하는 자들로 중원 전역에 퍼져있는 거지들이 모여 만든 세력으로 유명했다.

이들은 어딜 가나 존재하는 거지들이 주워들은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모아 정보를 만들고, 무림에 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자들이 나를 찾아온 것.

하지만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 조금 신기했다.

보통 거지들이 중요하게 다루는 정보들이나 사람은, 무림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 또는 무력이 뛰어난 자들.

나는 일개 요리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해하는 것도 잠깐, 일단 거지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했다.

아무래도 조금 무례했던 것 같으니까.

더군다나 한 명은 매듭이 다섯 개인 상거지, 그러니까 높은 거지인 것.

“제가 류청운이 맞습니다. 일단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개방에서 오신 줄 모르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포권을 예를 취하며 사과하자 다섯 매듭의 거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거지를 거지라 했는데 무슨 사과입니까. 그것은 칭찬이지요. 이놈! 거지 같은 놈! 그보다 거지에게 듣기 좋은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흐흐. 개방(丐幇)에서 온, 개봉 총 타주 초개(草丐) 걸륜(乞輪)이라고 합니다. 류소협.”

혀에 기름칠이라도 했는지 아주 미끄러운 언변을 자랑하는 상거지.

역시나 높은 인물이었다.

“저런 걸륜 총타주님 이셨군요? 그런데 개방에서 어떤 일로 저를?”

코를 찌르는 냄새에 일단 빨리 용건을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안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데 개방이라 해도 거지들과 노닥거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

“아, 그렇지. 소협께서 이번에 용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하여 확인차 나왔소이다.”

내 물음의 걸륜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파리처럼 싹싹 비벼지는 그의 손바닥.

“확인 말입니까?”

뭘 확인한다는 것인지 의문 어린 표정을 짓자 자신을 걸륜이라고 소개한 거지가 그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번에 소협께서 독왕의 생일잔치에 식룡(食龍)이라는 별호를 얻었다기에 확인차 나온 것이외다. 무림에 기인이사가 많다지만, 아무래도 확인 절차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소? 세인들의 말이 전부 다 진실은 아니기도 하고, 뭐 이야기가 조금 부풀려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말이오. 아 물론 소협의 실력을 의심한다는 게 아니라 통상적인 절차라고 보면 된다오.”

개봉 총타주라고 소개한 걸 보니 개봉 거지 대장쯤의 위치.

정보를 취급하는 개방에서 한자리하는 인물이 하는 말인지라, 거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치고 뭔가 아주 설득력 있고 그럴듯한 말이었다.

‘뭐 무림의 인사청문회(人事聽聞會) 뭐 그런 느낌인 건가?’

그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강한 이유는, 아무래도 중원에는 춘장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춘장 프리미엄은 멀쩡한 이야기를 집어넣으면 뻥튀기 기계에라도 넣은 듯 이야기가 부풀려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었다.

중원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신화와 역사가 적당히 버무려진 그런 느낌이 나는데, 거기에서 신화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역사적은 부분을 살펴보아야 하는 것처럼, 아마도 어떤 고수가 명성을 얻었다면, 그의 말대로 개방같이 정보를 취급하는 단체에서는 한번 살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되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정작 사랑하는 아내인 제갈청 조차 내가 식룡의 별호를 받을 때 용이 노을로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고수가 검으로 강물을 갈랐다더라 하고 찾아가 보면, 그냥 강물에서 칼질만 열심히 미친놈인 경우도 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확인은 필수.

또 그것을 정보나 소문을 관리하는 개방에서 진행한다니 뭔가 믿음이 가기도 했다.

“아, 그러시군요. 뭐 조금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런데 그, 확인이라면 어찌?”

인사청문회라는 사실에 조금 긴장이 되어 되물었다.

전생의 인사청문회라는 것은 십자나 만자 두 분도 통과할 수 없는 아주 잔혹한 것.

물론 나는 흰 깃털처럼 하얀 무결한 사람이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무림인이고 무술을 익힌 사람이라면 뭐 짚단을 베거나 바위를 쪼개거나 경공으로 날아다니는 등의 초식을 보여주거나 대련 같은 것을 한번 진행하면 되겠지만, 나는 무림인이 아닌 요리인.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검증을 요구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내 물음에 거지들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소협, 그야 당연히 저희에게 요리를 만들어 주시면 되는 것 아니겠소이까?”

“아, 제가 요리를 만들어 맛을 보게 해드리면 해결될 간단한 문제이군요?”

“껄껄 그렇소이다. 소협.”

다행스럽게 인성이나 성품 같은 것은 보지 않고 순수 실력만 평가하는 모양이고, 나는 무림인이 아니니 요리만 선보이면 되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간단하네?’

내가 요리를 하면 저 둘이 맛을 본 후, 내가 뛰어난 요리실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한다는 두 거지.

거지 두 명의 혀를 만족시키면 되는 간단한 문제.

또 생각해보니 개방은 중원에서 가장 정보가 빠른 자들, 얘들한테 알려지면 내 개인적인 홍보는 자동으로 될 것이고, 나중에 독립 후 다시 객잔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 무림의 인사청문회에 일단 진지하게 임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음속으로 결심을 하는 내 귓가에 흐르는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츄르릅

들려오는 소리에 옆을 보자 걸륜의 옆에서 입맛을 다시고 있는 또 다른 거지.

그는 곧 걸륜 총타주에게 팔꿈치로 복부를 찍히고 꺽꺽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의 신뢰도가 석자갱을 만들었던 때의 당영영급으로 하락하며 의구심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치 빠른 나의 감이 속삭였다.

‘이 새끼들 가만 생각해보니, 결국 구걸하러 온 거 아니야?’

묘하게 느낌이 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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