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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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전각 앞에서 남편인 류청운을 마주치고 난 후, 제갈청의 마음에는 근심이 조금씩 솟아올랐다.
전각 앞에서 마주친 야서(野鼠)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었는데, 머릿속이 야서의 생각으로 가득하니 아버지와 대화 내용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러니 너도 수련을··· 청아?”
대화 중 제갈청의 이상함을 눈치챈 그녀의 아버지가 생각에 잠긴 제갈청을 불렀지만, 머릿속에 가득한 야서의 생각에 청은 아버지의 부름에 전혀 대답하지 못했다.
“청아?”
“청아?”
“앗! 죄, 죄송해요. 아버지.”
몇 번의 부름이 있고 나서야 아버지가 자신을 부른다는 사실을 눈치챈 청이 급하게 대답하며 아버지에게 잘못을 구하자, 제갈천이 미소를 지으며 제갈청에게 물었다.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것이냐?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청은 머뭇거리다가 아버지에게 자기 머릿속에 가득한 것을 묻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노공의 어두운 안색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
언제나 밝은 분인데 무슨 큰 심려가 생긴 것은 아닌지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 다른 것이 아니라. 노공께서 아까 근심 가득한 얼굴로 되돌아가시는 걸 본지라.”
“아, 사위 말인가?”
“예, 오는 길에 마주쳤는데 안색이 어두우셔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요. 혹시 무슨 일인지 아십니까?”
제갈청의 물음에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아버지.
“다 너 때문이 아니더냐?”
“저, 저요?”
노공의 어두운 안색이 자기 때문이라는 말에 제갈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되물었다.
여행 때는 아주 사이가 좋았고, 자기가 잘못할만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녀의 물음에 역시나 아버지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하셨다.
“너와 하루라도 빨리 합방하고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나와 약조하기도 했고, 몸값을 치르기 전에는 절대 안 되지 않겠느냐? 우리 귀한 딸을 값도 치르지 않고, 제갈가와 우리 딸의 체면이 있지···”
“하, 합방이라니···”
아버지의 말에 제갈청이 볼을 붉게 물들이며 부끄러워할 때, 아버지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아, 그리고 기운이 없는 것은 내 오늘부터 밤에 네 전각 주변에 환영환환진(幻影換環陣)을 펼칠 것이라 일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 너희들의 마음이 너무 애틋하여 혹시나 마음을 주체못해 약조를 지키지 못할까, 내 노파심에 펼치는 것이니 밤에는 조심히 다니거라.”
환영환환진이라면 진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환영을 보여줘 자리를 맴돌게 하는 진법.
한번 펼쳐지면 미명(未明)이 밝을 때까지는, 정확한 길을 밟지 않고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진법이었다.
제갈가의 진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제갈청이 걸릴 리는 없으니, 아마 노공이 야밤에 처소로 찾아오는 것을 막겠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갈청은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노공께서는 점잖고 다정하신 분.
아무리 아내라도 양상군자나 할법한 야밤에 침소로 숨어드는 일이라니.
아버지가 무엇인가를 오해하신 것이 분명하고, 노공께서는 분명히 무슨 큰 근심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대화를 끝내고 돌아온 제갈청이 자기 처소에 들어서자, 시비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자기 전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정돈해주기 위함이었는데, 시비들의 제갈청의 머리를 빗겨주다 그녀의 안색을 확인하고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가씨 어찌 그리 고민스러운 얼굴이십니까?”
“가주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아마 가주인 아버지께 혼이라도 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되는 마음에 물은 것 같았기에 제갈청은 마음의 고민을 시비들에게 상의하기로 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야서께서 오늘 무척 안색이 어두우셔서 말이다.”
“야서께서요?”
“무슨 일이지?”
제갈청과 시비의 요즘 최대 관심사인 야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머리를 빗겨주던 시비들의 손이 멈추고 제갈청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비들.
제갈청은 야서가 우울한 얼굴이 된 것과 아버지의 의견을 시비들에게 설명했다.
“아버지께서는 밤에 내 처소 주변에 환영환환진을 깔아두신다고 했는데, 야서께서 그것 때문에 기운이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시더구나. 그런데 나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구나. 야서께서는 무척이나 점잖고 다정하신 분이 아니더냐. 아무리 내가 부인이라도 밤에 몰래 찾아오는 그런 양상군자 같은 일은···”
제갈청의 말에 시비가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흐음··· 아가씨, 야서께서는 아가씨를 무척 아끼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무릇 사람이 연모하는 마음이 생기면 아끼는 행동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아끼는 마음이 애달프면 입이라도 맞추고 싶어지는 법. 또한 입을 맞추다 보면 안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면 동침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동침은··· 헤에···”
“뭐, 뭐라!?”
제갈청은 시비의 의견에 양손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며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그런 놀란 제갈청에 귓가에 시비의 야릇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런 말도 있습니다.”
“무, 무슨?”
“점잖은 서생도 허리 아래는 야수와 같다는···”
시비의 말에 홍등처럼 붉어진 제갈청의 얼굴.
멍해지는 정신에도 시비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야서께서도 사내, 가주께서 환영환환진을 아가씨의 처소에 깔아두었으니 아가씨가 보고 싶어도 밤에 몰래 찾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서운해서 그러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제가 생각해봐도 그렇네요. 침 한 방울까지도 그리 소유욕을 드러내시는데, 밤에 용기를 내서 찾아뵙고 싶어도 올 수 없다면, 당연히 안색이 어두워질 수 있지요. 찾아오고 못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예 그런 마음조차 품을 수 없다면 서운할 밖에요.”
“저, 정말 그, 그럴까?”
“물론입니다.”
뭔가 설득력 가득한 시비들의 의견.
제갈청은 시비들에게 상의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야서의 기운이 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둘에게 되물었다.
시비들이 뭔가 잘 아는(?) 듯해 보였으니 말이다.
“그럼, 야서의 기운이 나게 하려면 대체 어찌해야 할까?”
“당연히 한 가지 방법뿐이지요. 아가씨가 몰래 야서를 방으로 들이신다면, 아마 기운이 넘쳐흐르실 것입니다.”
“확실히··· 그 외에는 방법이 없긴 하겠네요. 마침 환영환환진이 펼쳐지면 무사들도 번을 서지 않을 테니.”
생각조차 한번 해보지 않은 시비들의 의견에 제갈청이 경악하고, 손을 덜덜 떨며 아버지와의 약속을 핑계 대었다.
“뭐 뭐라?! 하, 하지만 아버지께서··· 약속이···”
그러나 곧 두 시비에게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아려오는 제갈청의 가슴.
“두 분께서 혼인한 지 한참이니 야서께서도 어엿한 대장부인데 얼마나 참기 힘드실까?”
“그리도 아끼시는 아가씨를 품에 얼마나 안고 싶으실까?”
“그, 그것이···”
마치 자신들이 제갈청이라도 된 듯 류청운에게 흠뻑 빠져버린 시비들은 충동질을 이어갔다.
“가주께는 좀 죄송하지만, 이제 아가씨는 야서의 사람이니, 가주님과의 약속보다는 야서를 조금 더 챙기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두 분의 시비. 두 분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비들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꼭 다문 표정으로 주먹을 쥐고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시비들의 이야기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제갈청은 잠시 후 용기를 짜내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시비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지, 지필묵연을 가져오너라. 나도 이제 야서의 사람.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노공의 마음이 저리 상한 채로 둘 수는 없는 법!”
제갈청과 두 시비가 결연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렇게, 야밤에 때아닌 방 청소와 단장이 시작되었고 잠시 후, 제갈청의 방 안에서 달콤한 침향(枕向)이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아내가 보냈다는 쪽지를 몸을 꽈배기 꼬듯 꼬아가며 살펴보면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냥 보내면 될 것이지 무슨 암호를 보내왔으니, 암호해독을 위해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던 것.
‘이 시대에는 연서를 암호로 보냈나?’
내용을 모르겠다며 시비를 불러 다시 물어볼 수도 없는 일.
난처한 상황.
‘금일(今日) 자시(子時), 전삼보(前三步), 우일보(左一步), 좌사보(右四步). 후이보(後二步), 전이보(前二步), 우일보(右一步)···.’
내용을 계속 다시 읽어보아도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대체 뭔 말이냐 이게?’
전생의 기억까지 뒤져보아도 이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앞으로 한걸음, 뒤로 두 걸음, 옆으로 세 걸음, ‘똥 밟았네?’라고 외치며 귀신이 좋아했다던 개그와 호러가 합쳐진 드립 정도.
하지만 앞의 내용을 살펴보면, 금일(今日) 자시(子時)인 오늘 11시쯤이라는 사실은 명확했으니, 그 시간에 일단 아내의 처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앞의 내용은 그 시간에 찾아오라는 것으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아니, 설마? 소룡포?’
한편으로 조금 므흣한 생각도 들긴 했다.
야밤과 아내의 방이라는 두 가지 야릇한 단어에 그간 마음속에 가득한 바람이 떠올랐지만, 아내는 순수의 결정체 같은 여자.
성녀가 갑자기 돌변해 서큐버스가 될 리는 없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재빨리 지워버렸다.
손만 잡아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아내가 갑자기 그럴 리는 없으니까.
뭐 야밤에 만남을 청하는 것이야 우리가 혼인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부부 사이인데 조금 늦은 시간에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정도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생각을 정리한 후 쪽지는 한편에 던져두고 아내의 내공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걱정을 다시 시작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산공독(散功毒)? 아니지,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지 아내와의 첫날밤을 위해 독까지 먹일 수는 없는 법. 점혈? 이것도 마찬가지···, 묶어? 아니, 아니지 매번 할 때마다 그러면, 변태 같은 놈으로 낙인이···’
그렇게 침상에 누워 아내의 내공질환을 어찌 치료해야 하나 다른 방법은 없는가 고민을 하는 중, 어느새 멀리서 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뎅
“어? 벌써 이리 시간이?”
아내를 어찌 치료해야 할까 마음고생을 하다 보니, 시간이 이리 빨리 지나가 버린 지도 몰랐던 상황.
매너있는 사내는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는 법인데, 허겁지겁 의복을 확인하고 처소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달이 하늘 위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고, 멀리서 부엉이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고 있었다.
달이 밝긴 했지만, 사방이 어두워 등롱을 들고 가고 싶었으나, 왠지 자시에 혼자 움직이려니, 온 사방에 아내의 처소로 간다는 것을 알리는 것 같아 어둠에 눈이 익게 기다린 후 달빛에 의지해 길을 나섰다.
-사브작 사브작
풀 밟는 소리가 낮게 깔리고 내 처소가 있는 전각 밖으로 나서자 들려오는 소리.
-왈!
[깜짝이야! 덕구 이놈아 나다!]
“헥헥헥헥”
어둠 속에서 덕구가 사람의 인기척을 감지하고 짖었지만, 내 목소리에 곧 내 쪽으로 달려왔고, 어둠 속에서 달려와 내 다리에 매달렸다.
“헥헥”
그리고 오밤중에 반가웠는지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덕구의 모습.
어둠 속에 덕구의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리며 동시에 엉덩이까지 씰룩씰룩 움직였다.
[그래, 내 지금 부인의 처소에 가야 하니 조용히 하거라 알았지?“]
“왈! 헥헥”
알아들은 것인지 만 것인지 모르겠지만 덕구는 두고 가려는데, 덕구 녀석 주인이라고 야밤에 호위라도 해주고 싶었던지 끝까지 나를 쫓았다.
[덕구 이 녀석!]
덕구의 충성심에 감동하며 나를 쫄랑쫄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덕구와 함께 조금 걷자, 아내의 처소가 있는 전각의 마당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마당을 가로막고 있는 문은 닫힌 듯했지만, 밀어보니 살포시 열려있는 상태.
평상시라면 닫혀있을 테지만 열려있는 것을 보니, 밤에 찾아오라고 한 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안으로 한발 내딛자, 갑자기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저 앞에 아내가 있던 전각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숲속.
어두운 숲속의 오솔길이 나타난 것.
‘이, 이건!’
제갈가가 중원 무림에서 명성을 떨치는 비기인 진법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설마 그러면? 전삼보(前三步), 우일보(左一步), 좌사보(右四步). 후이보(後二步), 전이보(前二步), 우일보(右一步), 그것이?’
방에 놓고 온 아내의 서찰이 그제야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은 상황.
‘장인이 뭔가 한다고 했던 것이 그럼 진법?! 서로 실수할까 봐 방법을 마련한다더니··· 사위 잡을 일 있나?’
주변 모습이 변화하는 걸로 봐서는 이미 진법에 들어선 상황.
다급하게 기억을 더듬어 앞으로 나가긴 했는데, 중간부터 아내가 적어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고, 진법이라는 사실에 더 이상 한 걸음도 더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서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넝쿨이 다리를 휘감아오기 시작했다.
-휘리릭
강하게 휘감겨오는 넝쿨.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환영이니, 만약 소리를 지른다면 내가 아내의 전각이 있는 앞마당 있다는 사실을 제갈가의 모두에게 광고하는 일.
입을 가리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꺼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시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를 휘감아오는 넝쿨에 다리 춤을 부여잡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양팔에도 넝쿨이 휘감겨오기 시작한 것.
‘아니, 무슨 진법이 뭐 이리···’
그리고 천천히 몸이 한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 아니. 흡!”
놀라 엉겁결에 소리를 치려 하자 눈과 입까지 휘감는 넝쿨.
그렇게 넝쿨에 휘감겨 한쪽으로 몸이 질질 끌려갔다.
‘살려달라고 어떻게든 소리쳐야 하나?’
어떻게든 넝쿨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때마다 넝쿨이 조여와 벗어날 수 없었고 그렇게 넝쿨에 한참을 끌려가자 귓가에 갑자기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접각부님 놀라지 마세요. 저희가 진법에서 접각부님을 꺼냈습니다. 소리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아내를 최측근인 시비들의 음성.
‘사, 살았구나.’
안도감 속에 시비들의 음성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떠보니, 나는 어느새 아내의 처소 앞에 도착해 있었고, 넝쿨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시비들의 팔.
그리고 고개를 내려 아직도 다리에 느껴지는 강한 매달림을 확인하자, 덕구가 내 다리에 매달려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덕구 이 새끼가!’
다리에 휘감긴 넝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덕구였던 모양.
덕구가 나를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야밤에 발정이라도 났는지 마운팅을 하고 있었다.
[더, 덕구 이 새끼! 덕구 안 돼요! 그러는 거 아니에요!]
다리를 흔들어서 털어내려 했지만, 이놈 새끼 힘이 얼마나 좋은지 다리에 매달려 질질 끌려왔다.
[덕구, 인제 그만! 어허!]
그렇게 어둠 속에서 잠시 덕구와 씨름을 하다가 다리에서 덕구를 간신히 털어내자 아내의 처소 문이 열리며 달콤한 향과 함께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공?”
‘어?!’
이상하게 아내의 목소리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