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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초야봉인신공(永久初夜封印神功) (72/344)

영구초야봉인신공(永久初夜封印神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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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처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와 아내의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에 멍한 얼굴이 되어 굳어 버렸고, 그렇게 처소 앞에 멈춰서자 시비들의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두 시비의 손에 떠밀려 아내의 처소로 빨려들 듯 들어서게 되었다.

-끼이익 덜커덕.

그리고 등 뒤로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고개를 돌려 닫힌 문을 확인하자 자연스럽게 삼켜지는 침.

-꿀꺽

“이리 오세요. 노··· 공···”

아내의 목소리에 천천히 홀리듯 앞으로 걷자 방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침상 머리맡에는 침향이 천천히 달콤한 향을 뿌리며 연기를 흘려내고 있었고, 왠지 등잔 빛이 불그스름한 것처럼 보여 등잔 쪽을 바라보자, 방안을 밝힌 등잔에 씌워진 등갓에는 얇고 붉은 천이 덧씌워진 상태.

‘분위기가 마치···’

무슨 전생의 러브호텔 같은 분위기에 어색한 동작으로 아내가 걸터앉은 침상 쪽으로 다가가니, 망사 천으로 된 휘장 너머에서 아내가 말을 걸어왔다.

“오시는데 진법 때문에 고초를 겪지는 않으셨습니까? 시비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 할 것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지만, 이상하게 마지막 말이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하게 들려왔다.

“아, 아니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시비들이 제때 도착해 잘 찾아올 수 있었소. 그나저나 야심한 밤에 둘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소?”

내 물음에 아내가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약간 떨리는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이, 일단 앉으시겠어요?”

아내의 지적에 생각해보니 아내는 침상에 걸터앉은 상태이고 나는 그 앞에 서 있는 상태.

고개를 돌려 아내의 방에 탁자와 의자가 있는 곳을 찾은 후, 그곳으로 걸어가 앉으려 했더니 아내가 조심스레 권해왔다.

“노공, 이, 이쪽으로···”

휘장 너머 아내가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을 펼쳐 가리키며, 나에게 자기 옆에 앉을 것을 권해온 것.

그 순간 아내의 희고 가는 손가락 끝은, 연못에 던져진 강태공의 낚싯대에 걸린 지렁이가 되었고.

나는 한 마리의 지능 없는 붕어 새끼.

‘어?’

뭔가 중요한 사실이 기억 날듯도 했지만, 아내의 촉촉한 목소리, 붉은 조명, 달콤한 침향, 거기에 침대라는 궁극의 조합에 천천히 내 몸은 휘장을 걷고 아내의 옆으로 향하고 있었다.

장막을 걷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내의 얼굴.

평소에도 예뻤지만, 자기전인데 분이라도 발랐는지.

은은한 붉은 빛에 드러난 아내의 얼굴은 더욱 아름다웠다.

거기에 점을 찍듯 약간 상기된 아내의 볼.

그리고 내게 자리를 내어주려 그녀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가 찬 향낭에서 나오는 향인지 아니면 그녀의 체향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침향보다 더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멍한 얼굴로 그녀의 옆 침상에 걸터앉자 밀려오는 향에 정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술에 잔뜩 취한 듯 콧속에서 진한 알콜 향이 나는 듯도 같았고, 거칠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이 마치 목구멍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두근두근

이대로 그냥 두면 심장 문제로 사망할지도 모를 것 같은 거친 심장의 박동.

귓가를 가득 메우는 것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 그리고 반대로 방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뭐, 뭐라고 말해야 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나 마음속으로 고민하는데 옆에서 아내의 이슬 머금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조 조금 덥네요.”

손으로 자기 얼굴을 부채질하는 제갈청.

아내가 부채질하는 장면은 정(釘)이 되고, 그녀의 손길은 망치라도 되는 듯 내 안구를 거세게 후려쳤다.

그제야 아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가 뇌리에 새겨졌다.

‘흐, 흑사(黑紗)!?’

그녀가 입고 입는 옷의 재질은 한여름에나 입을 법. 아니, 혼자 잘 때나 입을 법한 생견(生絹)으로 성기게 짠 사(紗), 그러니까 망사 재질로 된 의(衣 저고리)와 군(裙 치마)을 입고 있었던 것.

더군다나 섹시미 팡팡 터지는 검은색.

식도로 흘러들던 침이 자연스레 기도로 흘러들었다.

놀란 상황에 식도와 기도가 저희가 해야 할 일을 뒤바꾼 모양.

“꺼흡 콜록!”

내가 갑자기 사레가 들려 기침하자 아내가 깜짝 놀라 나를 살피며 물어왔다.

“괘, 괜찮으십니까? 노공.”

입을 가리며 한 손을 괜찮다고 들어 보이며 아내를 진정시키려 하는데, 은은히 붉게 빛나는 조명에 아내가 입은 사(紗)로 만든 의(衣) 너머의 가슴가리개인 말흉(抹胸)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것을 보자 기침은 더욱 심해졌다.

“크헤헥! 켈륵 켈륵!”

“어머, 노, 노공!”

아내가 내 한쪽 팔을 잡고 어깨를 감싸며 내 안위를 살폈다.

푸딩같이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기침이 멈추고 고개를 들자 아내에게 반쯤 안긴 모습이 되어있었고 얼굴도 바짝 붙은 상태.

그 상황에 나도 아내도 화들짝 놀라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나를 걱정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이제 괘, 괜찮으십니까? 노공?”

“괘괘, 괜찮소.”

다시 정적.

정적이 흐르는 동안 아내는 침상에 걸터앉아 발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 결심한 듯 침상을 움켜쥐고 내 쪽으로 조금 움직여왔다.

-뿌드득

처음에 사람 하나 앉을 만큼의 거리가 떨어져 있다가 내가 기침을 하는 통에 바짝 붙어 앉았던 우리였지만, 화들짝 놀라며 다시 떨어진 상태였기에 다시 거리를 좁히려는 것 같았는데.

그와 동시에 귓가에 들려오는 뭔가를 쥐어 비트는 듯한 소리.

무슨 소리인가 싶어 소리가 나는 쪽을 살피자, 아내인 제갈청의 손아귀에 잡힌 침상 모서리가 실시간으로 프레스에 눌리는듯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흥분으로 두근두근 뛰던 가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으며, 이제 흥분이 아닌 공포로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벌컥벌컥

그리고 그제야 한 마리 붕어 같았던 내 머릿속에 장인의 당부와 아내의 상태가 떠올랐다.

‘흥분하거나 기쁘거나 분노하거나 할 때, 가지고 있는 기운 이상의 힘을 뿜어내니 조심해야 한다네···.’

머릿속에 떠오른 장인의 말에 비추어보면 아내는 지금 격한 감정의 격류에 휘말린 상태.

방에 들어서면서부터 깔린 분위기와 아내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어째서 하필 지금?! 고맙긴 한데 왜 하필!’

아내가 무슨 이유에선지 뭔가 분위기부터 복장까지 바짝 힘을 준 상태였지만, 여기서 잘못하면 아침에 싸늘한 모습으로 발견될 것은 당연해 보였다.

아내가 다가오면서 붙잡는 침상 모서리에 조금씩 더 선명한 손자국이 찍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류청운 인생 최대 위기 상황이었다.

침상 테두리를 쥐어뜯듯 손아귀의 자국을 내며 조금씩 다가오는 아내의 모습.

나도 그에 맞춰 게처럼 조금씩 옆으로 물러났다.

-꽈드득

그러자 나의 그런 모습에 더욱 가까이 따라붙는 아내.

-턱

등 뒤에 뭔가 닿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침상 끝 기둥이 등에 닿고 있었고.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저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쥐어짜일 것이 뻔했으니.

아내가 한 번 더 가까이 붙으려 머리를 숙일 때 손을 뻗쳐 그녀의 이마를 막으며 외쳤다.

“자, 잠깐.”

“에?”

당황한 아내의 목소리.

그때 막아 세웠던 아내의 이마를 가슴에 착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 이러려고 그대와 혼인 한 것이 아니요.”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전생에 여자들이나 할법한 말인데 이 말을 남자인 내가 반대로 꺼내야 한다니.

피눈물이 가슴에 흘렀다.

그리고 뭔가 아내가 오해라도 할까 싶어 잽싸게 말을 이었다.

“내가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오? 지금 당장이라도 내 그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소.”

그러자 품 안이 후끈거리며 아내의 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러셔도 됩니다.”

‘끄아아악!’

행복한 죽음이 어서 이리 안기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으로 아내를 향해 필사적으로 이야기했다.

“하,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고 소중한 그대를 어찌! 양상군자도 아니고 도둑처럼 밤에 몰래 취하겠소!”

“그, 그러면 낮에 때를 만들어 보, 볼까요?”

뭔가 할(?) 마음 가득한 아내의 대답이었다.

심적으로 나를 몰아세우는 아주 고통스러운 아내의 대답들.

허벅지를 쥐어뜯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내, 장인 앞에서나 그대 앞에서 떳떳한 사내가 되고 싶소이다. 아내의 몸값도 치르지 못한 못난 놈 보다는 말이요. 그러니 내 무슨 수를 내서라도 그대의 몸값을 이른 시일 내에 치를 터이니. 자, 잠시만 기다려 주지 않겠소?”

그러자 내 가슴에 매미처럼 착 달라붙어 있던 아내인 제갈청이 눈물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그, 그렇게 깊은 뜻도 모르고 소녀가···.”

그리고는 감격에 겨워하는 표정으로 팔을 둘러 나는 끌어안으며 달라붙었다.

“노공! 나의 야서(野鼠)!”

-뿌드드득

“꺼흡!”

뭔가 알아듣지 못 할 말을 하며 안겨드는 제갈청.

동시에 나의 갈비뼈가 고통스럽게 조여졌다.

-우둑

그리고 뭔가 잘못된 것같은 소리가 몸속을 울리며 아내의 무공이 척추를 주무르고 있었다.

이 무공의 이름을 붙이자면 영구초야봉인신공(永久初夜封印神功).

‘어, 어디 한군데 부러진 거 아냐?’

불행 중 다행스럽게 그녀의 포옹은 길지 않았다.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잠시 후 진정된 아내가 품에서 빠져나오며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노, 노공의 뜻이 그러시다면 소녀가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고, 고맙소.”

조금 후 아내도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고, 그만 일어서 나올까 싶어 침상에서 일어서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뚝

‘크허업!’

입 밖으로 나오는 비명을 집어삼키며 다시 침상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제갈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노공 어찌 그러시는지요?”

아내에 의해 뭔가 고장 났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급하게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침상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새, 생각해보니 오, 오늘은 모처럼 이렇게 왔으니. 소, 손만 잡고 자는 것은 어, 어떻소?”

‘이게 이럴 때 치는 대시가 아닌데! 쓰바··· 원래는 손만 안 잡고 자려 할 때 치는 대사인데···’

분루를 삼키며 아내에게 제안하자 아내가 당근 같은 외견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내 품으로 쏙 숨어들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움직일 만하겠지?’

아내의 달콤한 향에 취해 내일 아침의 청운이에게 무운을 빌어주기로 했다.

***

다음 날 아침.

새벽에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 몰래 나를 돌려보내려 했던 제갈청은 깜짝 놀라 의원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난 내가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새벽이 청운이는 어제 야밤의 청운이보다 조금 약골인 모양이었다.

물론 제갈청에게는 익숙한 잠자리가 아니고 어제 덕구한테 마운팅을 당해서 허리가 놀란 것 같다고 구라를 쳐서 어찌 위기를 모면하긴 했는데, 장인까지 속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내가 아프다는 이야기와 제갈청의 처소에 누워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장인이 허탈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조심하라고 말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여기 와서 이리 드러누워 있으니 우습기도 할 것 같았다.

장인이 딱하다는 눈빛으로 침상에 누운 나를 내려보며 말했다.

“내 어제 그리 조심하라 일었거늘 어찌 하루도 참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면목 없습니다.”

내 대답에 장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살아있으니 되었네, 생각해보니 막는다고 능사가 아니겠구만, 남녀 사이라는 것이 무조건 말린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일세. 내 대충 보니 어제 자네를 끌어들인 것은 청이 겠구만?”

나는 진법을 모르니, 장인인은 제갈청이 나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을 곧바로 눈치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뭔가 서운한 듯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내 딸이 다 컸구만···”

장인의 입에서 약간 서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원이 어디가 부러지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한동안 자네 거동도 불편해 혼자 생활도 못 할 것 아닌가, 시비와 청이에게 도우라 할 것이니 그리 알게. 뭐, 아침에 식솔들에게 다 알려졌으니 이제 따로 자라고 하기에도 뭣 하구만··· 살아남으시게 사위.”

“장인어른?”

그 말을 남기고는 뒤로 돌아 아내의 처소 밖으로 사라졌다.

“장인어른?!”

장인어른을 애타게 불렀지만, 장인어른은 삐져 사라지고, 내 애타는 부름에 제갈청이 뛰어 들어와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노공,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혼자는 힘드실 테니 뭘 좀 도와드릴까요?”

“아, 아니요. 혼자서···”

‘이리된 거 그냥 누워서 내공질환 치료나 어찌할지 생각해봐야겠구나.’

누워서 할 일도 없으니 아내의 내공질환 치료에 어떤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나 할까 했는데, 아내의 물음에 아내의 내공질환을 치료하려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불현듯 떠올랐다.

‘혼자? 도움?’

중원은 거대한 땅덩이.

이런 거대한 땅덩이에 살다 보니 서로서로 상부상조하기 위해 생긴 것이 꽌시.

혼자 방법을 해결할 수 없으면 꽌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상식.

‘그래, 꽌시 총집합이다!’

일단 허리가 낫는 대로 포형님과 당영영을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형님은 관 쪽으로, 당가는 독문이니 약과 독은 한 끗 차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럴 때 돕는 것이 진정한 꽌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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