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이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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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이가 구역질하기 시작하자, 놀란 아내와 시비들이 가련이를 에워싸고 다급하게 숙소 쪽으로 난 쪽문으로 향했다.
“에? 에? 저, 저기.”
“진정하세요. 나쁘게는 하지 않으니까.”
시비들이 다급하게 가련이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아내인 제갈청이 용태를 묻는 모습.
가련이는 두 시비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발을 질질 끌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시비와 아내를 번갈아 보며 눈알이 빠질 것같은 얼굴이 되어버린 가련이, 그녀의 동생들도 놀란 얼굴로 아내와 시비를 따라나섰다.
“누, 누나!”
“괜찮아요. 방으로 옮기는 것뿐입니다.”
제갈청의 대답에 가련이의 동생들은 다소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고, 아내의 물음이 다시 가련이에게 이어졌다.
“대체 언제부터죠?”
“자, 잘못했습니다!”
제갈청의 문초하는 듯한 물음과 마치 연행하는 듯 양쪽에서 자기를 구속한 시비들의 모습에 놀란 가련이가 무턱대고 사과를 해왔다.
뭔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듯이···
의심은 의혹으로 의혹은 비리로 점점 몸집을 불려가는 상황.
“아니, 사과를 들으려는 게 아닙니다. 용태를 확인하는 것이니 솔직히 대답하세요.”
제갈청의 목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게 들리자 가련이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하, 한 달 전쯤부터···.”
“한 달이나요?! 어째서 제갈가에 알리지 않은 것이죠!?”
아내의 물음에 눈을 질끈 감고 대답하는 가련이.
“예?! 사소한 일이기도 하고, 무, 무서워서···.”
“어허, 사소하다뇨! 노공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예?! 옛···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질질 끌려 연행되는 가련이와 앞장선 아내를 향해 외쳤다.
“자, 잠깐!”
대충 아내와 시비들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느낌이 왔기 때문.
내가 눈치가 빨랐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사달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
시비 둘과 아내 가련이 그리고 가련이의 두 동생까지 동시에 나를 돌아봤고, 집중되는 시선에 난처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뭐, 뭔가 큰 오해가 있는 것 같소이다?”
내 말에 아내인 제갈청이 천천히 눈을 내리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뭔가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노공, 제가 질투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용태를 살피는 것뿐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노공의 사람이라 하셨으니, 당연히 제가 챙겨야지요.”
-뿌드득
그러나 그 말을 하면서 그녀가 살짝 틀어쥔 문틀에 제갈청의 손가락이 실시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쩍
그리고 그녀가 딛고 섰던, 숙소로 향하는 쪽문 밖에 깔린 돌이,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으로는 전혀 아니라고 하지만 감정 컨트롤이 전혀 되지 않는 모습.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 다시 한번 외쳤다.
“부인, 아마도 부인이 생각하는 것이 다 오해인 듯하오!”
“무엇이 대체 오해란 말씀이죠?”
“아니, 그러니까. 모, 모든 것이 오해요!”
내 말에 아내의 평정심이 깨졌는지 푸른 호수 같은 그녀의 눈동자가 시퍼런 레이저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소동파 이 양반, 하동의 호랑이? 호북의 레일건 제갈청을 못 봐서 하는 소리.
그의 시에서 중년 아줌마가 그깟 소리 빽빽 지른다고 사자후(獅子吼)라고 칭해줬는데, 레일건과 레이저를 한번 보면 그 자리에서 지려버리며, 칭송하는 시를 쏟아낼 것이 분명했다.
“무엇이 오해란 말인가요? 노공께서 신첩과 혼례를 약속하시고, 그사이 첩을 들이신 일을요? 아니면 첩실이 먼저 아이를 가진 것을요?”
아내는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맞소! 그것이 전부 오해요.”
“예?!”
아내가 내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가련이를 바라보자, 가련이가 아까 식모에게 했던 것 같이 몸살에라도 걸린 듯 고개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슴도 저리 부풀고··· 배도···”
그러자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멈췄던 아내의 입에서도 아까 식모의 입에서 흘러나왔던 것처럼 뭔가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앗··· 핫··· 읏···”
그리고는 밖으로 얼른 나서며 내 쪽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숙소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 긴 여행을 했더니. 무척 피, 피곤하군요. 머, 먼저 가서 쉬겠습니다.”
“아니, 부인 우리 어제, 요 앞에 포형님 댁에서 묵고, 조금 밖에 걸어오지 않았는···”
그러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비들이 나를 향해 눈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같이 아내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가씨! 같이 가요! 아가씨!”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았던 저녁 식사 분위기가 아주 그냥 결딴이 나버린 상황.
아내는 시비들이 따라갔고 내가 따라가면 더 부끄러움을 느낄 것 같기에 일단 가련이의 동생들에게 식사를 권하고, 가련이에게 아픈 곳은 없는지를 물었다.
“가련아 어디 크게 아픈 것은 아니냐? 한 달이나 증세가 계속되었다면, 의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냐? 혹시 돈이 없어 그런 것이면, 내 의원을 불러줄 것이니라.”
내가 걱정된 표정으로 묻자 가련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식모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식모가 그 모습을 보고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부엌으로 사라졌다.
“흥!”
‘뭐지?’
둘 사이에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느낌.
“혹시 시비나 부인이 찾는다면 가련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온다고 전해주련?”
“알겠습니다. 점주님!”
일단 오해는 풀었으니 수당을 아이들의 손에 하나씩 더 쥐여주고 가련이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여기서는 도저히 이야기가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인데, 뭐 멀리 가는 건 아니고 객잔 근처 시냇가.
“자, 이제 여긴 식모도 없으니 이야기해보거라. 둘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인 것이냐? 혹시라도 식모의 잘못이 있으면 내 식모를 내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말하거라.”
일단 가련이는 나의 유일한 종업원.
식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둘이 문제가 생기면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내가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가련이도 뭔가 내 말에 믿음이 가는지,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게 식모님이 오신 후부터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가련이가 달빛을 바라보며 이름값을 하듯 가련한 모습으로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
가련이는 당문의 잔치에 가셨다가 사라지신 점주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였다.
분명 당가에서 온 아가씨를 따라 길을 나섰는데, 한참 지나 점주의 소식을 가지고 객잔에 찾아온 손님은 당문의 무사들.
점주가 제갈가까지 들리시느라 돌아오실 때까지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니, 점주가 돌아오실 때까지 무사들이 객잔을 돌봐 준다고 말해왔다.
그 말에 가련이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무림인과 엮이면 평범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기 마련이니까.
음식이 맛이 없다며 술 취한 무림인의 행패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더욱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 무림인이라는 사실에 눈도 마주치지 못했으나, 자신이 불편해하는 것으로 보이자 숙소도 다른 곳에 마련하고, 식사도 다른 곳에서 할 정도로 당문에서 온 무사들은 깍듯하게 예의를 다했다.
가련이가 당문 무사들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풀려, 미안한 마음에 자신이 먼저 숙소와 식사를 책임지겠다고 하자 당문에서 온 무사들은 돈까지 지급해주었다.
그렇게 당문의 무사들과 정이 들어갈 무렵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왔다.
점주의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은 제갈가에서 온 무사들과 총관이라는 남자.
정이 들었던 당문의 무사들은 그들이 알린 소식에 당문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믿기 힘든 이야기.
점주께서 제갈가의 여식과 혼례를 올리셨다는 소식이었다.
“접각부께서 관리를 부탁하셨으니 이, 객잔은 제갈가의 이름으로 운영될 것이오.”
뭔가 믿기 힘든 이야기에 가련이는 용기를 내어 다음날 곧바로 관청을 찾았다.
그리고 등청(登廳)하는 현령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도와주세요! 현령님! 저희 점주께서 제갈가를 자칭하는 자들에게 변을 당하신 듯합니다!”
그렇게 현령에게 붙들려가 자초지종을 알렸더니, 현령이 웃으며 말했다.
“아, 아우의 객잔에서 일하는 시종이로구나? 충성심이 있군. 네 점주는 제갈가와 혼인한 것이 맞으니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려무나.”
‘사실이라고?’
일개 객잔 점주가 그 유명한 칠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가의 데릴사위가 되었다는 소식을 결코 믿을 수 없어, 돼지같이 돈을 밝히게 생긴 현령도 매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 때, 문제의 식모가 도착했다.
식모가 도착했을 때는 둘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총관이 식모에게 자신에 대해 주의를 시켰기 때문.
“접각부께서 아끼는 사람이니 절대 함부로 대하지 말게.”
“예, 알겠습니다. 함부로 대하다뇨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 여동생처럼 대할 테니까요.”
가련이도 식모가 와서 기뻤기에 처음에는 그녀를 잘 따랐다.
매일 놀면서 삯을 받는 느낌이었는데, 식모가 오고야 일한다는 기분이 들었고, 손님은 적었지만, 당문과 제갈가나 두 가문의 소개를 받고 오는 손님들이 있어서 재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국은 식모의 요리에서 시작되었다.
식모가 식반행에서 배운 요리법이라며 아황두생(鵝黃豆生)과 녹두아(綠豆芽) 볶음을 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식모가 모처럼 식사에 남은 음식이 아닌 직접 요리한 아황두생과 녹두아 볶음을 낸 날.
“우욱···”
“왜 그러니 가련아?”
“마, 맛이···”
“맛이 어때서?”
“구, 구역질이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
당황해서 내뱉은 한마디에 관계는 그렇게 깨어지고 말았다.
이어진 것은 피를 말리는 괴롭힘.
사과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
가련이의 이야기를 듣고 되물었다.
“그러니까 아황두생과 녹두아 볶음을 먹으면 구역질이 난다고?”
“예, 항상 그런 것은 아닌데, 그 맛이 꼭 상한 것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흐윽···”
자기 음식을 먹을 때마다 구역질하는 가련이가 좋게 보일 리 없었고, 요리사에게 요리란 자부심.
자부심을 짓밟힌 식모가 쥐잡듯이 가련이를 잡은 것이라는 말이었다.
제갈가의 총관이 초면에 충분히 주의시키었지만, 총관은 한 달에 한두 번 들릴까 말까 한 사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것처럼, 제갈가는 멀고 식모는 가까우니 벌어진 사태.
“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식모님께 함부로 말하고, 제 혀가 이상해서···.”
가련이는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정말로 상한 것은 아닌지는 확인해보았느냐?”
“하지만 동생들도 잘 먹고, 먹고 누군가 탈이 난 적도 없어서요. 다 제 문제 같습니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내인 제갈청처럼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닐 터.
“저, 점주님 제가 당문과 제갈가에서 오신 무사들께 들은 바로는, 점주님께서 의술에 도통한 은거 기인이라고 하시는데 제 혀를 좀 봐주실 수는 없는가요?”
“혀, 혀를?”
그 말과 함께 가련이가 혀를 날름 빼물었다.
“눼”
혀가 야릇하긴 하지만, 혀를 보인다고 증상을 알 수는 없는 법.
오밤중에 혀를 빼무는 가련이를 잘 달래서 일단 객잔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전생의 지식으로도 뭔가 감이 안 오는 상황.
생각에 잠겨 객잔 쪽으로 향하는데 객잔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왈! 아그르릉! 왈!”
덕구의 화난 짖음.
“무슨 소리죠?”
“이 소리는 덕구인데?”
“덕구요?”
혹시 아이들이 덕구에게 장난을 치다 덕구에게 물리는 건 아닌가 싶어 헐레벌떡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은 개밥을 챙겨주는 식모의 모습.
식모가 아까 우리가 남긴 만두, 아황두생과 녹두아 볶음을 싹싹 비벼 덕구에게 가져다주었는데, 무슨 일인지 덕구가 식모를 보며 맹렬하게 짖고 있었던 것.
식모가 맹렬하게 짖는 덕구의 모습에 뒤로 물러나며 약간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 고기가 없어서 그러나?”
하지만 식모의 말은 식모가 덕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
덕구 놈은 제가 무슨 웰빙견이라고 생각하는지 고기보다 풀때기를 더 즐기는 개새끼.
개방 거지들이 몰려왔을 때도 닭고기를 안 먹었던 것이 배가 불러서 먹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제갈각 숙부께서 자주 드시던 남은 풀때기 요리를 자주 먹어서 그런지 고기를 잘 안 먹어서 그런 것.
왜 그러나 싶어 생각해보니,
설마 이 새끼 기특하게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는 먹이라서 먹지 않겠다고 그러나 싶어 식모를 물러나라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우리 덕구는 똑똑한 개라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는 것은 먹지 않는다오.”
“어머 개가 그리 똑똑하단 말인가요?”
“우리 덕구는 그냥 개가 아니니 말이오.”
그리고 식모가 주려고 했던 개밥그릇을 주워들어 덕구를 향해 내밀며 말했다.
“아유! 우리 덕구 웬 아줌마가 밥을 줘서 놀랐어요? 자, 자 어서 먹으세요.”
그렇게 덕구 앞에 밥그릇을 다시 내밀자 덕구가 밥그릇 냄새를 한번 맡더니, 인상을 확 쓰고는 자기 앞발로 그릇을 내 쪽으로 쭉 밀며 짖었다.
“왈!”
‘너나 먹어!’
뭔가 그런 느낌이었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
‘주인의 체면을 땅바닥에 처박다니!’
“이, 개새···”
버르장머리 없는 놈에게 주인이 위엄과 근엄함을 몸소 가르치려고 몽둥이를 찾다가 보니, 덕구가 배가 고픈지 밥그릇의 냄새를 맡다가 다시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고.
두 번이나 덕구의 질색하는 모습에 뭔가가 떠올랐다.
‘아니지? 이거 뭔가 이상한데?’
덕구의 모습에서 달빛 속에서 본 가련이의 붉은 혓바닥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