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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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으로 내 앞으로 날아들어 나를 류형이라고 칭하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내자, 기억 속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고로 찌르기가 최고지요. 악인의 급소를 찔러 상대방의 목숨을 한 번에 취하는 것이, 그나마 그들을 고통 없이 죽음으로 속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멘트의 주인공.
후기지수들 간의 대화에서 매일 찌르기에 대한 열변을 토하던 남자.
“그러니까 이름이···”
“저 백운(白雲)입니다. 류형”
“아아, 그래 백운!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백형 이게 얼마 만 입니까?”
“독왕의 생일잔치에 뵈었으니 꽤 되었지요?”
그렇다, 경공을 펼쳐 나타난 남자는 독왕의 생일잔치에서 만났던 후기지수 중, 이십 대 중반으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쑤시기 마니아 백운이었다.
“그래! 백형이 점창파였지요? 이리 만나서 다행이구만! 이거 오해가 생겨서 말입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점창파의 인물이지만 기쁜 맘으로 그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수지간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반가울 테지만 말이다.
“오해 말입니까?”
되묻듯 말하고는 그가 자신의 사제들을 바라보자, 남만야수궁 사람이라고 나를 몰아붙이던 놈들이 움찔거리며 백운의 눈길을 피하기 시작했다.
자기들의 대사형이 남만야수궁이라고 몰아붙이던 인물과 아는 것 같으니 당황한 것이 역력해 보이는 모습.
‘아무튼 점창파 새끼들은 전생에서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개인적으로 나는 점창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생의 무협 상식으로 비추어볼 때 이 쉐키들이 정말 낭만이 없는 새끼들이기 때문인데, 다른 검문을 예로 들어보면 이놈들이 싫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화산은 일단 매화 오타쿠로서 검에 매화의 형상과 향을 담는다는 뭐 그런 병신같은 낭만이 존재하는 문파.
검술 한번 펼치고 ‘아, 나는 아직도 꽃피워내지 못했나?’ 같은 병신같은 멘트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극도의 컨셉질.
얼마나 병신같이 뽕 차게 멋있는가?
또한 비슷한 종남파만 해도 유운검법(流雲劍法)이라는 흘러가는 구름을 담는다는 다소 중 2병 같은 컨셉이 존재하기에 검술 한번 펼쳐주고 화산과 비슷하게 ‘검에 구름을 담는 길은 멀구나···’ 정도의 멘트도 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무당은 태극(太極)이라는 균형을, 해남은 남해삼십육검(南海三十六劍)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에서 얻은 파도라든지 뭐 그런 대표적 컨셉이 있고.
다른 문파들도 다들 뭐 다소 그런 병신같지만 멋있는 한 가지씩의 낭만이 존재하는데, 유일하게 점창파 이 새끼들은 뭐랄까? 중원 국밥충? 뭐 그런 느낌이 물씬 나는 문파인 것이다.
내가 이 새끼들을 왜 중원 국밥충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냐 하면, 이 새끼들이 극도의 검법 효율충이기 때문.
보통 누군가를 국밥충이라 부를 때는, 뭔가 다른 음식을 사 먹으려 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야, 스파게티 그거 왜 사서 먹냐? 스파게티 한 그릇 사 먹을 돈이면 국밥이 두 그릇인데!’ 같은 국밥을 기준으로 한 효율 드립을 치기 때문인데, 점창파 이 새끼들도 마찬가지.
이 새끼들이 즐겨 쓰는 멘트란, 백운과의 대화에서도 나타나듯이.
‘베기라고 하셨소?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덤벼들 수 있지만, 찌르기 한 번이면 숨통을 끊어낼 수 있지요.’
같은 데미지 딜링 효율 중심의 멘트.
다른 문파들과는 다르게 정말 극도의 데미지 딜링 호율충인 이 새끼들은 그렇기에 검법도 찌르기 일변도의 검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찌르기 그러니까, 쑤신다는 것은 반드시 담근다는 것.
그러니 점창파는 정파(正派)무림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람을 담글까를 고민하는 문파랄까?
그런 이유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원래 효율충 새끼들은 뭐든지 노잼으로 만드는 것.
‘살인귀 새끼들도 아니고 낭만이 없어 낭만이!’
하지만 내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지금은 일단 도움을 받아야 할 때.
백운의 시선을 받은 그의 여덟 사제가 서로 쭈뼛거리는가 싶더니, 그중 하나가 백운을 향해 조심스레 물어왔다.
“백운 대사형, 혹시 그 남만야수궁의 주구(走狗)와 아는 사이십니까?!”
저희 대사형과 아는 사람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남만야수궁 타령하는 백운의 사제.
백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남만야수궁이라니 그 무슨 실례인가!? 내 이야기를 듣고 사제들이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오매불망하던 그분이 바로 이분이네. ‘식룡’.”
“시, 식룡?!”
‘그래, 이 새끼들아. 내가 그. 시바, 시, 식룡이야!’
아직 별호에 익숙해지지 않아 속으로 말하는데도 부끄러워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
각혈하는 심정으로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백운의 말에 놀란 그의 사제들이 앞다투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독왕님의 생일잔치에 하돈을 요리해 수많은 무림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그분 말입니까?!”
“제갈가의 혼례식에서 수많은 고수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무림에 갑자기 나타난 기인. 식룡!”
“식룡을 이런 자리에서!”
‘알겠으면 알아모셔라.’
-쯧
혀를 한번 차줄 때 들려오는 백운의 목소리.
“그런데, 크흠··· 류형, 어째서 그, 크흐음··· 길 한가운데서 아녀자를 끌어안고 오해라고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내.
생각해보니 그녀를 저지한다고 끌어안은 상태였던 것.
그녀의 손을 바라보자 여덟 발의 레일건은 이미 장전 해제.
‘오늘도 무림··· 지켜내고 말았나?!’
깜짝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아내에게서 떨어지며 대답했다.
“이것은 그러니까 그 뭐라고 해야 하나··· 그, 그렇지! 무림의 평화를 지키고 있달까?”
“예?!”
백운이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아무튼. 그, 그런 게 있습니다.”
백운의 사제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너희의 뚝배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그걸 그대로 말할 수는 없기에 대충 둘러대자, 백운이 붉어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내를 보며 다시금 물어왔다.
“그런데 류형, 그··· 크흠. 옆에 계신 분은 대체 누구십니까?”
생각해보니 당황해 아내의 소개도 하지 못한 상황.
급하게 백운에게 아내를 소개했다.
“아, 이런 내 부인 소개를 안 했군. 내 아내인 제갈 청이오.”
“아! 제갈 부인 이셨군요? 안녕하십니까? 제갈 부인. 점창의 백운이라 합니다.”
“예, 안녕하세요. 제갈 청이라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류형. 내 혼례를 올리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고맙소이다. 백형.”
인사와 함께 엉겁결에 결혼 축하까지 받자, 그제야 백운이 왜 내가 자기의 사제들에게 왜 붙잡혀 있었는지를 물어왔다.
“그나저나 류형 어째서 제 사제들과? 어떤 오해가?”
“그러니까 이게 어찌 된 거냐 하면······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의 물음에 우리가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지. 한참 시간을 들여 설명해야 했는데, 그는 내 설명을 끝까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러니까 당가 독혈대의 범진 대주님과 운남의 밀림에 가시는 중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백형의 사제들이 갑자기 칼을 뽑아 들어서···”
“확인도 없이 칼을 뽑아 들었단 말입니까?”
다짜고짜 칼을 뽑아 들었다는 말에 자기 사제들을 바라보며 독기 어린 눈빛을 쏘아내는 백운.
그 눈빛을 받은 순간 백운의 사제들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떨어댔다.
그리고 백운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것이냐! 범진 대주께서도 계셨는데, 어찌 칼까지 뽑아 든 것이야?!”
솔직히 다소 의혹이 있더라도 같은 무림꽌시끼리 칼을 뽑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
잘못하면 큰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것인데, 칼부터 뽑아 든 것은 명백히 백운의 사제들 잘못이 맞았다.
“류형 일단 죄송합니다. 제 사제들이 아직 경험이 적어···, 범진 대주께도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사, 오대 제자 중에 아직 입문한 지 몇 해 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지라···”
백운은 일단 선 사과를 박아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백운과는 다르게 그의 사제들은 중, 고딩이들쯤을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일단 그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뭐 오해만 풀면 되었습니다. 백형.”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나 싶었는데, 백운의 호통에 움찔했던 그의 사제 중 하나가 변명하듯 말했다.
“하, 하지만 식룡의 마차에서 개, 개가 나와서···”
“개가?”
“예, 더군다나 식룡께서 개에게 명령을 내리니 개가 식룡의 말을 잘 듣기까지 하는 바람에···”
“개가 사람의 말까지 들었다고?!”
그제야 어느새 마차 아래서 배를 깔고 이쪽을 바라보는 덕구를 확인하고는 다소 놀란 얼굴이 된 백운.
“류형, 저 개는?”
“어찌 그러십니까? 백형. 개를 데리고 다니면 안 되는 겁니까? 아까 백형의 사제들도 개를 보고 놀라는 것 같더니.”
확실히 개를 확인하고 나서부터 점창파의 제자들이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내가 무슨 집단 개 알레르기라도 있는 건 아니냐는 투로 묻자, 백운이 점창파가 왜 그리 개에 민감한지를 설명했다.
“류형 혹시 이십 년 전 새외혈사에 대해 아십니까?”
“내 무림인은 아니지만, 이야기는 조금 들어보았는데 어찌 그러십니까?”
대략적인 내용은 장인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이어지는 설명.
“이십 년 전 남만야수궁의 무리가 중원으로 쳐들어왔을 때, 그들이 끌고 온 짐승 중 상당수가 개였습니다. 더군다나 그놈들은 짐승을 마치 가족처럼 아끼니, 류형이 개를 마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신 모습에 사제들이 오해한 듯하군요. 저희가 그때 잃은 어린 제자들이 많은지라···”
말끝을 흐리는 백운의 말에 대주의 전음이 들려왔다.
[아마 점창의 백운 소협과 사제들의 나이 차이가 많은 것이, 잃은 사대 제자들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서 나중에 어린 제자들을 다시 받은 모양입니다.]
대주의 말을 들으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보통 무림의 기수제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몇 년에 한 번씩 받아 몇 대 제자 이런 식으로 나누는데, 당시 대여섯 살로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운의 어린 사제들이 많은 죽어 나중에 다시 어린 제자들을 백운과 같은 기수로 받아 사대 제자들의 나이 차이가 심한 것 같다는 설명.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 이 시대에 개라는 것은 돼지같이 우리에 키워 가두는 식용의 목적이 대부분.
집을 지키거나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니, 내가 개를 아껴 마차에 태우거나 명령하는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남만야수궁이 개를 훈련해 사용하는 듯하니 더욱 오해될만한 상황.
어느 정도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미숙한 백운의 사제들과 덕구가 만들어낸 개 같은 콜라보.
하지만 대충 잘 끝나나 싶었는데, 역시나 백운도 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오해라고 말씀하시지만, 남만야수궁과 비슷하게 개에게 명령을 내리고, 개를 마차에 태워 남만야수궁의 무리가 있는 운남으로 가신다니 저희가 납득 할 수 있게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단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점창의 제자들.
백운도 다그치거나 어쩌겠다는 투는 아니고 자기도 나를 풀어주려면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아무리 애견인이라고 설명해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 그들이 이해할만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어쩔 수 없나?’
아무래도 국밥 같은 효율충 점창파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약간의 진실을 풀어내야 할 것 같았다.
덕구를 쓱 한번 바라본 후 백운에게 어깨동무하고 그의 사제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속삭였다.
[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다른 이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이야기인데 비밀을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 백형]
[예?! 그리 중요한 것을 말씀해주셔야 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백운. 오늘 들은 것을 결코 다른 이들에게 말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 사문에 걸고 맹세합니다. 류형]
진심이라는 듯 궁서체 느낌 물씬 나는 백운의 다짐.
나는 그의 귓가에 조금의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다.
[내 백형만 믿겠습니다. 실은 내 장인께서 좀 편찮으십니다.]
[장인이라면 제갈가의 가주께서 말씀이십니까?!]
제갈가의 가주가 아프다는 말에 놀랐는지 조금 큰 소리를 내고 만 백운.
[쉿! 백형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내 그래서 당가의 도움을 받아 운남의 약초를 좀 찾으러 가는 길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대, 대체 얼마나 편찮으시기에?]
[그, 뭐라고 해야 할까.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그런 병인데···]
[서, 설마 광증이?!]
장인이야 나이 때문에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이지만, 그런 호르몬 불균형으로 가끔 사람이 미친 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긴 하니 뭐 틀린 물음은 아니었다.
왜 갱년기 때 잘못하면 부부간에 살인도 나고 그러지 않던가.
‘맞나? 뭐 아무튼.’
[크흠. 뭐, 그렇다고 합시다.]
[저런 그래서···]
백운이 약간 측은한 얼굴로 마차 앞에 서 있는 아내를 바라보고는 나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류형 그건 그런데, 저 개는 그러면?]
아무튼 쑤시기에 진심인 놈들 아니랄까 후벼파듯 한 가지만 물고 늘어지는 백운.
하지만 나는 이 시대 중원인들이 납득 할만한 대답을 찾은 상태.
머릿속에 생각해두었던 정답이라 생각되는 내용을 말했다.
[운남의 밀림 속에서 약초를 찾는 것은, 아무래도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식량입니다.]
[예?!]
내 식량이라는 말에 덕구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던 백운이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잡아먹을 것이라면, 어찌 이름을 붙이고 마차에까지 태워서 다니시는 것입니까?]
대충 어떤 것을 물을지는 예상했던바.
곧바로 대답했다.
[백형, 생각해보십쇼. 저놈 통통하게 살이 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저놈이 남만야수궁의 짐승처럼 날렵해 보입니까?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놈인데?]
동경에 있을 때도 체격은 좋았지만, 내가 관리한 후 좀 더 통통해진 덕구.
더군다나 멍하게 생긴 덕구의 얼굴에 백운이 덕구를 한번 바라고는 입을 쩝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고놈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멍청하게 생기긴 했군요.]
[그렇습니다. 마차에 내려서 걸어 다니면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살이 빠지니 싣고 다니는 것이지요. 사람도 몸을 움직이면 살이 빠지지 않습니까? 그런 겁니다··· 내 아무래도 요리사니 비쩍 마른 걸 잡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하···]
내 대답이 그럴듯했는지 백운이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지만, 마지막으로 집요하게 다시 물었다.
[그럼 이름은?]
‘거참 집요한 여친 같은 새끼! 그냥 좀 넘어가지.’
어제 친구 누구와 술을 마신 것이냐며 묻는 여친처럼, 꼬치꼬치 캐묻는 백운의 물음에 마음속으로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이름 아닙니다.]
[예? 제 사제들이 분명 이름을 불렀다고···]
[내 뭐라 불렀는지 물어보십쇼.]
백운이 내 말에 자기 사제들에게 가서 내가 덕구를 뭐라 불렀는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덕구가 무슨 뜻입니까? 아니, 그런 말도 있던가요?]
[그냥 개라는 뜻입니다.]
[예? 그런 뜻이라고요? 처음 듣는데···]
[아니, 이건 저 멀리 고려의 말입니다.]
[아, 고려? 그 오랑캐 놈들 말이군요?]
[크흠. 물론입니다.]
솔직히 영어가 넘어와 한국에서 고생하는 말이고 한국어의 기원인 고려의 말이니 거짓말도 아닌 것.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제갈 가주에 대한 것은 비밀이지만, 다른 것은 상관없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끝나자 백운이 자기 사제들을 향해 소리쳤다.
“요리를 위해 마차에 싣고 다니는 개를 보고 놀라 칼을 뽑아 들다니! 다들 사과드리게!”
“예?! 요리?”
“잘 보게! 저 개가 얼마나 멍청하고 둔해 보이는가? 저런 개가 무슨 남만야수궁의 개란 말인가?”
-아르르릉
백운의 말에 덕구가 뛰어올라 백운을 향해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