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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 (94/344)

미니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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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당영영, 대주가 잡아 온 것은 정확히 말하면 가재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징거미새우에 가까운 다리가 조금 긴 놈들.

운남의 토착종으로 보이는 사람 손가락보다 조금 더 긁고 앞 다리가 긴 녀석들로 징거미새우가 생각나는 약간 큰 새우였다.

산속 계곡에 왜 가재가 없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재라는 것은 아시아에서는 몽고 일부와 한반도 그리고 일본, 북미와 유럽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이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의 중원에서는 가재 요리는 볼 수 없는 요리.

그러면 어째서 전생 중국에서는, 그렇게 마라룡샤가 유행하고 전 세계 가재 생산량의 90퍼센트, 소비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게 되었나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

전생에 우리가 먹던 가재는 루이지애나 가재라고 해서 북미에서 들어온 외래종으로 마라룡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세기 말부터 중국에서 양식되기 시작한 종류.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한국 토종 가재와는 다르게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살고 엄청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기에 양식에 아주 적합해 양식해 식용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 시대에는 우리가 생각하던 마라룡샤용 가재를 볼 수 없는 것.

하지만 정통 가재가 없다고 요리하지 못할쏘냐?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내와 영영이가 잡아 온 룡하는 충분히 요리할만한 크기.

더군다나 아내의 반응으로 보아 송 시대에는 아내와 당영영들이 잡아 온 징거미과 새우를 룡하(龍蝦)라고 불렀던 모양.

전형적인 가재는 아니지만 크기가 충분했고 룡하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이것이 이제 송 시대의 마라룡샤!

뭐 룡하의 운반이나 선도 문제로 나중에 우리 객잔의 메뉴로 할 수는 없겠지만, 운남에서의 추억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달까?

그리고 나도 게나, 가재, 새우등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갑각류 특유의 맛이 그리웠었기에, 가재가 아닌 새우 종류라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갑각류 특유의 맛을 충분히 맛을 볼 수 있으니 곧바로 요리를 시작했다.

솥 안에서 바글거리는 룡하.

마라룡사는 현대에 만들어진 요리이기에 조리법이 아주 간단하지만 다양하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먼저 더러운 물에 사는 가재인 만큼 배 부분을 일일이 솔로 닦아 씻은 후 물기를 털어 기름에 튀겨주는 것.

하지만 우리가 잡아 온 룡하는 깨끗한 계곡에서 사는 생물이니 세척 생략.

튀기는 것도 그렇게 가진 기름이 많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전생에 한국으로 들어가면서 조금 바뀐 마라룡샤의 레시피.

먼저 웍에 팔각 두 조각과 화초와 마초를 3:2 비율로 넣어 한 번 룡하를 끓여주기로 했다.

혹시 있을 잡내와 흙내를 제거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는 것.

너무 오래 끓이면 국물이 너무 우러나 맛이 다 달아나 버리니 룡하의 껍질이 붉은색으로 익을 때까지만 끓여주면 충분하다.

룡하들이 담긴 웍을 장작불 주변에 두른 돌 위에 흔들리지 않게 올리고 불을 살펴주자, 잠시 후 물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며 살짝 김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물 튀는 소리.

-퐁 퐁푱

뜨거워지는 물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룡하들이 튀어 오르는 소리였다.

“노공! 룡하들이 튀어나와요!”

살겠다고 사방으로 튀어나오는 룡하들을 당영영이 잡아채 다시 솥 안으로 던져 넣으며 말했다.

“청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다시 잡아넣고 있어!”

모처럼 도움이 되는 영영이의 행동.

분명 아까 무엇인가를 엄청나게 토해내다가 몸 안에 악귀까지 토해낸 것이 분명했다.

아까 알파미를 토해낼 때 뭐랄까?

그냥 쌀을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몸 안 저 깊숙한 곳에 있는 그 무엇인가가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었으니까.

엑소시즘의 퇴마의식을 하는 느낌이었달까?

‘애가 변했네?’

그렇게 잠시 영영이의 바뀐 모습에 놀라 있는데 퐁퐁거리며 들려오던 소리가 갑자기 빗발치기 시작했다.

-푱푱푱푱퐁

물에 잠겨있던 룡하들이 물이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하자 단체로 팔딱팔딱 튀어 오르기 시작했던 것.

결국 당영영의 손놀림으로도 어찌할 수 없어 큰 나뭇잎을 잘라다 웍을 덮어 튀어 나가는 것을 방지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잦아든 소리.

윅을 덮은 나뭇잎을 치우자 모닥불에 비친 웍 안에는 붉게 익은 룡하들이 배를 드러내 채 누워있었다.

재빨리 뜯어온 큰 나뭇잎 위에 룡하를 건져내고 국물을 버렸다.

그러자 들려오는 당영영의 목소리.

“가가 벌써 다 된 건가요?”

잔뜩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걷어붙여지는 팔.

영영이의 팔뚝에 옷이 걷혀 올라가고 그녀의 가녀린 팔이 드러났다.

영영이는 먹을 것에 뭔가 본능적인 감각이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껍질을 까먹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간 영영이를 너무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이 조금 미안해졌다.

조금 생각해보니 영영이는 시대를 잘못 탄 비운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

‘아이가 세상을 잘못 타고 태어난 비운의 운명이구나···.’

전생이었다면 저 정도 미모에 영영이처럼 많이 먹는 여자라면, 너튜브 먹방 1위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인데···

전생이었다면 영영이의 단순한 행동이나 통통 튀는 매력 그리고 목소리와 말투만으로도 최고의 재능꾼인데, 이 시대에는 그냥··· 식충이.

앞으로는 조금 관대한 눈빛으로 동생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쟨 아까 그렇게 토하고 위는 괜찮나?’

생각해보니 불어난 사인분의 알파미를 토해냈으니 위가 부었거나 놀랐을 텐데 그것은 괜찮은가 물었다.

“당매매 그 속은 괜찮아? 아까 그리 토했는데 힘들진 않아?”

“괜찮아요! 가가. 근데 이거 먹어도 되나요?”

무림 고수라고 해서 위를 단련하지는 못할 것인데 한편으로 대단한 녀석이었다.

“아직 아니야. 조금기다려.”

“아직이라고요?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녀석에게 고개를 저으며 아직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주자, 시무룩 해지는 영영이의 얼굴.

급(笈)에서 혹시라도 밀림에서 사슴이라도 잡으면 요리해 먹을까 하고 가져온 통마늘과 생강을 하나씩 꺼냈다.

-탁탁탁탁 탕! 탕!

생강은 편으로 자르고 마늘은 껍질을 까 돌 위에 후려쳐 준비해두고 웍에 기름을 둘렀다.

가지고 있는 기름의 삼 분의 일 정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일단 만찬이다.

달쿼진 웍에 기름을 두르자 모닥불이 뜨거운지 금방 연기가 솟아오르기에 곧바로 생강 편과 마늘을 넣었다.

-치이이익

그리고 다음에 들어갈 것은 중화요리 그리고 특히 사천요리의 약방의 감초 화초와 마초.

생강과 마늘이 볶아지며 향이 흘러나오는 곳에 화초와 마초를 넣어주니. 생강과 마늘의 향긋함과 함께 어우러지는 화조와 마초의 매콤한 향.

언제 맡아도 질리지 않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웍 위에서 볶아지는 마늘과 생강의 향.

화초와 마초가 뜨거운 기름에 타지 않게 곧바로 한번 삶아둔 룡하를 투입했다.

그렇게 당영영 앞에 있는 룡하를 전부 다시 웍 안에 쓸어 넣고, 국자로 몇 번 뒤집어주다가 마지막으로 넣는 것은 두반장.

그리고 계곡에서 물을 떠 와 웍 안에 부어주고 한소끔 끓기를 기다려 주면 되는 것.

-부글부글 부글

웍에서 마라룡샤가 끓는 소리와 향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맛있을 것 같습니다. 노공.”

갑자기 옆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옆을 보자 어느새 내 옆에까지 다가와 쪼그리고 불가에 달라붙은 아내.

그 옆에는 당영영이 샴쌍둥이처럼 아내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앉을 의자 대신 돌을 가져와 어느새 자리 잡은 대주.

다들 의욕 만땅인 모습.

국물이 조금 졸아들 때까지 기다려 주다가 한쪽에 모닥불을 크게 키워 주변을 밝게 만들고, 나무로 된 그릇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급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두 손으로 감싸 쥔 나무 그릇에 룡하를 한 국자씩 소복이 올려주었다.

국자로 룡하를 떠 다들 그릇에 소복이 담아 주니, 셋의 얼굴에 떠오르는 참을 수 없는 기쁨.

“뜨거우니 다들 조심해서 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껍질을 까서 안에 살을 드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알겠습니다. 노공.”

불을 빼긴 했지만, 아직 아래 남은 숯이 있었기에 국물이 살짝 끓어오르고 있는 상태.

껍질을 깔 때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시키고 룡하를 한 마리 들어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머리를 떼어내고 배 쪽에 손가락을 넣어 세로로 쫙.

통통히 살이 오른 룡하 한 마리의 껍질이 홀랑 벗겨지고 한밤중 찬 공기에 껍질 속에서 꺼낸 속살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부인, 여기. 크흠···.”

“예? 어머!”

한참 정신없이 룡하의 껍질을 까고 있다가 내가 내민 김이 솟아오르는 룡하의 살을 보고는 깜짝 놀란 아내 제갈청.

그녀는 모닥불에 비친 것만은 아닌 것 같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두 손을 곱게 내밀어 룡하를 받아들려고 했다.

하지만 손으로 넘겨줄 수는 없는 법.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주고 그녀의 입 쪽으로 룡하의 살을 가져갔다.

내가 내민 팔이 점점 아내의 얼굴 쪽으로 다가가자 한없이 커지는 그녀의 눈동자.

아내의 입 쪽으로 김이 솟아오르는 룡하의 살이 천천히 다가갈 때마다 아내의 얼굴이 잘 익은 룡하처럼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결국 시뻘게진 얼굴로 룡하의 살을 받아먹은 아내는, 당영영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맛있소? 부인.”

“녜? 녭”

미쳐 룡하를 씹지 못하고 귀엽기 그지없는 발음으로 대답하는 아내.

25년 순정 대주 앞에서는 조금 미안했지만 이렇게 모닥불이 타오르고 갑각류를 까먹는 로맨틱한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는 법이었다.

전생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연애 클리셰니까.

뭐 우리는 결말 보고 전개를 써 내려가는 그런 느낌이긴 한데.

그건 그것대로의 재미랄까?

아내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다음 룡하의 껍질을 까는데 들려오는 영영이의 목소리.

-피

들려오는 소리에 영영이를 바라보자 영영이가 뭔가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쭉거렸다.

“앗 뜨거워!”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룡하가 뜨거웠던지 깜짝 놀라고는, 금세 우리에 관한 관심을 끄고 양쪽 집게손가락을 번갈아 빨아가며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쭙 쭙

하지만 뜨거워서 도저히 안 되겠는지 곧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품 안에서 무엇을 하나 꺼내 들었다.

영영이의 손에 든 것은 새하얀 장갑.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하는 장갑을 손에 낀 영영이는 곧바로 거침없이 룡하의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번개같이 빠른 손동작.

그리고 진공청소기와 같은 흡입하는 소리.

-쪼오옥 춉춉

“하아 맛있당. 매콤하니 속도 풀리는 것 같고.”

먹는 것도 어찌 저리 얄밉게도 먹는지.

손에 씌운 장갑을 쪽쪽 빨아가며 룡하를 까먹는 당영영.

그래도 전생이었으면 후원이 팡팡 터질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런 당영영의 모습을 대주가 확인하고는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아가씨 천잠수투(天蠶手套)는 당문에서 어찌 가지고 오셨으며, 그걸 왜 식사하시는데?!”

천잠수투라는 말에 기억을 떠올려보니 당영영이 예전에 자기 집의 가보 중 한 가지라며 설명해주었던 기물(奇物).

나와 아내가 가보라는 사실에 놀라 당영영을 바라보자 당영영이 대주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며 대답했다.

“빨아서 가져다 두면 되잖아요. 어차피 때도 안 타는데.”

“하, 하지만 그건 당문의···”

“고모님은 아실까? 대주님이 이렇게 집요한 사람인걸?”

대주가 당영영의 행동 난처하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가 영영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시무룩해져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그렇게 마라룡사를 막 한두 개씩 까먹기 시작할 때였다.

계곡 반대편 풀숲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짖기 시작하는 덕구.

-왈! 왈! 왈왈!

당영영이 챙겨준 사 인분의 식사를 챙겨 먹고 계곡 물가 돌 위에 빵빵해진 배로 엎드려있던 덕구가 맹렬히 짖기 시작한 것.

“덕구야 왜 그래?”

풀숲이 흔들리는 모습에 긴장한 대주가 품 안에 손을 넣고 출수(出手)하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풀숲에서 뭔가 전통 가득한 무늬가 그려진 미니스커트에 하이삭스를 신은 아마존 여전사 같은 누님이 큰 개 한 마리와 걸어 나온 것은···

그리고 풀숲에서 걸어 나온 여인은 우리를 확인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 송(宋)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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