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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大法) (100/344)

대법(大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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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가 기운을 차림으로 약왕의 약은 신뢰도가 상승했으며, 개 치료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나를 향한 감사함도 따라서 증가했다.

야수궁 사람들이 나의 말을 의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눈앞에 죽어가던 백화가 덕구와 마을 여기저기서 붕가붕가를 하고 다니니 눈으로 완벽한 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며 운남의 야수궁은 꽌시 문화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야수궁을 꽤 오랜 기간 괴롭혀오던 문제인 개들의 괴질 치료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으니 영혼의 꽌시 확정인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여긴 꽌시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

꽌시 확장의 좋은 기회였는데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누님의 개를 구해주었으니 누님과 꽌시 확정.

영영이와 누님 셋이 함께 복숭아나무 아래서 의남매를 맺는 것을 기대했는데, 김이 팍 식어버렸다.

우 누님, 좌 영영.

이미지도 관우는 늘씬한 그을린 미녀인 누님, 장비는 단순 무식 영영이 느낌으로 딱 어울렸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님께 오전에 여기도 꽌시나 의형제 뭐 그런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말씀.

“꽌시? 의형제? 뭔데 그게?”

‘누님! 동생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백화가 기운을 차리고 이튿날 점심때쯤 야수궁의 궁주님이 찾아와 나에게 제안했다.

“으허허. 우리 야수궁이 자네에게 큰 은혜를 입었구만.”

“저는 그저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드린 것뿐. 백화를 치료하고 치료 약을 만들어 주신 것은 약왕께서 하신 일이니, 제가 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자네가 없었다면 약왕 어르신이 어찌 개들을 치료할 수 있었던 말인가! 당치않구만.”

사기꾼에서 어르신으로 신분의 급상승을 이룬 약왕은 야수궁주가 어르신이라 불러주는 소리에 한껏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듯이.

“궁주가 네게 선물이라도 하고 싶어 말을 꺼내는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면 궁주가 난처하지 않겠느냐? 아니오? 궁주.”

“으허허.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선물 말씀입니까?”

나에게 제일 좋은 선물은 꽌시였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꽌시가 아니면 선물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선물이라는 이야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것은 야수궁의 선물이 조금 특별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님께 점창파에게 예물을 보내고 사과까지 했는데 왜 사이가 그런가 물었었는데 예물로 개를 다섯 마리나 보냈다고···.

금쪽같은 제자를 잃었는데 개 다섯 마리로 퉁 치려고 했으니 꼴받을 만 한 것이었다.

문화적 차이로 벌어진 참극.

그런 이야기를 들은 상황에서 야수궁주가 선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니, 또 어디서 개 몇 마리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애완견은 덕구 하나로 충분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궁주의 제안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그렇네. 선물. 내가 선물로 야수궁의 무공을 가르쳐주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

“무공을 가르쳐주신단 말입니까!?”

궁주의 제안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무리 은인이라도 무공이라는 것은 문파나 야수궁 같은 부족 사회라면 기밀로 취급되는 것.

선뜻 무공을 가르쳐준다는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은혜를 입었다고 한들 무인들에게 무공이라는 것은 선뜻 가르쳐준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기에 약왕도 놀란 얼굴로 야수 궁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단한 결심을 하셨구료. 궁주. 청운이 자네가 기연(奇緣)을 얻었구나.”

“으허허, 물론입니다. 야수족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은인에게 아무 선물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로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허허. 밀림에서는 목숨은 목숨으로 은혜는 은혜로 갚는 법.”

“하, 하지만 그, 나이도 많고 그래서 힘들다고 들었는데요?”

독왕인 의조부께서 이미 한번 맥을 짚어봤지만, 나이가 많아 기초를 닦는데 만도 남들의 배는 걸릴 것이며, 아내의 힘을 버틸 정도가 되려면 한두 해로는 어림없다고 했던 것, 그것은 장인도 비슷한 의견을 내었던바.

내가 가능하겠냐는 투로 묻자 궁주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내 말을 부인했다.

“무슨 소리인가? 그 정도 나이에 그 정도 골격이면 무골이지. 그리고 우리의 무공은 중원인들이 생각하는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니 괜찮네.”

‘설마 그럼 처음 만났을 때 어깨를 두드린 것이?!’

이 양반 은근슬쩍 어깨를 두드리며 내 신체를 스캔하신 모양.

나는 아마 중원 무공이 아니라 새외무공 체질인 모양이었다.

하긴 아내도 새외무림 핏줄이니 내가 남만야수궁의 무공을 얻으면 우리는 남남북녀 커플 뭐 그런 느낌?

가슴속에 기대감이 벅차올랐다.

‘야수궁의 무공이라? 독수리 타법 아니, 권법, 원숭이 신법 뭐 그런 건가?’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어지간한 무공은 배우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하지만 무공을 익히려면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나는 일단 내공부터 쌓아야 하니 시간이 꽤 걸릴 것인데 언제까지 마냥 이곳에 있을 수도 없는 일.

물론 내가 무공을 익히면 아내의 상태 치료를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 일이긴 했지만, 일단 약왕에게 치료 예약도 잡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걱정된다는 투로 말하자 야수 궁주의 입에서 나를 전율하게 할 단어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게 은인을 오랜 시간 여기 잡아둘 수 있겠는가? 당연히 ‘대법’을 펼쳐야지.”

“대법!”

대법(大法) 나를 전율하게 하는 큰 울림이었다.

대법이란 무엇인가?

대법이란 영약이나 아내가 받았던 격체전공처럼 한 문파에서 초단기속성으로 무림 고수를 뽑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신체 개조.

아무것도 익히지 못한 나 같은 범인 이라도 대법을 받으면 무골(武骨)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효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무협 주인공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거치는 과정인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인위적으로 살짝 맛보게 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대법에 따라서는 내공증진과 만독불침이라든지 한서불침(寒暑不侵) 등 여러 가지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무림인에게는 무척이나 큰 선물인 것이었다.

일종의 무림인 전용 종합 과자 선물 세트랄까?

‘아니, 이거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그, 그렇게 큰 선물을?!”

내가 놀라 까무러칠 것같은 얼굴로 대답하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가 우리에게 베풀어준 은혜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일이지.”

“감사합니다. 궁주님!”

고민은 길었지만, 결심은 곧바로 내려졌다.

그렇게 이틀 후 나의 대법 날짜가 잡혔다.

일단 궁주께 내가 대법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내나 우리 일행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대법이라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인 것은 아닌 것이, 실패하면 주화입마 같은 것에 걸릴 수도 있으니 괜한 걱정을 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궁주가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아내가 걱정하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

그렇게 이틀 후 이른 아침.

아직 잠에 빠진 아내를 뒤로하고 조심스레 처소 밖으로 나섰다.

-끼이익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나가자 들어오는 광경은 새하얀 세계.

분지라 그런지 새벽안개가 잔뜩 껴 한 치 앞도 보이는 않아 어떻게 간신히 물을 찾아 눈곱을 떼고, 어찌어찌 신발을 찾아 신고 대법이 이루어진다는 야수 궁주의 집 그러니까 누님댁으로 향했다.

그런데 안개를 헤치며 몇 걸음 걸어 나가자 느껴지는 다리 춤을 휘감는 감각.

“어이쿠 깜짝이야! 덕구 이 새끼야 간 떨어지겠다.”

덕구가 내가 밖으로 걸어 나가자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있었던 것.

덕구는 자기 여친 아니,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백화가 사는 집이라고 안개가 잔뜩 꼈음에도 나를 곧장 궁주의 집으로 인도했고, 그렇게 덕구의 인도를 따라 궁주의 집에 도착하자 여러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왔구만.”

궁주와 함께 마을에서 익히 보았던 동네 아저씨들 몇 명이 마당에 큰 돗자리 같은 것을 깔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덕구는 백화의 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직 잠들어있던 백화 옆에 배를 깔고 누웠고, 나는 반갑게 나를 맞은 궁주에게 인사를 드렸다.

“예, 어르신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

“그럼, 당연하지, 잠시만 기다리게. 자 어서들 준비하세!”

“예! 알겠습니다.”

야수궁의 사람들이 깔린 돗자리 위 팔 방위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배치된 자리로 보아 내가 가운데 들어가 앉아야 하는 느낌.

일단 궁주에게 물었다.

“혹시 윗옷을 벗어야 합니까?”

“응? 윗옷? 자네 혹시 더운가? 그럼 벗어도 되네.”

원래 대법이라는 것이 장심(掌心)을 가슴이나 단전 또는 혈도에 대고, 기를 불어넣고 그런 느낌이라 탈의를 해야 하냐 물었는데 시큰둥한 반응의 궁주.

‘뭐지?’

윗옷을 벗으며 물었다.

“그런데 대법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 이런 우리가 그것도 알려주지 않았군. 야수잠력폭혈대법(野獸潛力爆血大法)이라고 한다네.”

“야수잠력폭혈대법!”

야수잠력폭혈대법! 뭔가 나에게 지금 현실적으로 필요한 이름이었다.

‘이거 배우면 야수 같은 남자가 되는 건가!? 이거 나쁘지 않을지도?’

대법만 받는다면 이제 밤을 무서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내가 될 것이 분명한 것 같은 이름의 대법! 강한 사나이를 위한 대법! 뭔가 그런 이름이었다.

남자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름에 가슴이 거칠게 고동쳤다.

그리고 뛰는 가슴을 안고 궁금했던 것을 더 물었다.

“초식이나 이런 것도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

원래 대법을 받으면 그쪽 계통의 기술을 배워야 효율이 높은 법.

혹시 대법만 달랑해주고 마나 싶어 물었더니 궁주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대법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니 걱정하지 말게. 자 이제 대법을 시작하세.”

“예!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야수궁이라서 뭔가 본능적으로 싸우는 광전사 같은 느낌.

‘그래! 전장에서 야수이고 침대 위에서도 야수라?’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에 드는 대법이었다.

대법을 시작한다는 말에 웃통을 벗어 조금 부끄러웠지만, 천천히 사람들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려 하자 주변을 지키던 아저씨 한 명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넨 이쪽이네.”

“예?!”

그리고 나를 뭔가 관람석 비슷한 곳으로 이끌었다.

대법이 이루어지는 것을 아주 잘 살펴볼 수 있는 자리.

‘어째서 이리로? 잠깐 더 기다리라는 것인가?’

의문 속에 이른 새벽 웃통을 깐지라 쌀쌀함을 느끼고 어깨를 문지르며 자리에 앉자, 궁주가 백화 주변에서 장난을 치던 덕구를 잡아 야수궁의 사람들이 자리 잡은 돗자리 가운데로 끌고 들어가 가운데 앉혔다.

‘왜 덕구를?’

그러자 팔 방위에 앉은 사람들이 덕구의 몸을 쓰다듬으며 감탄을 터트렸다.

“오오! 생각보다 골격이 대단합니다.”

“정말 뛰어난 무골이지 않습니까? 오랜만에 보는 대단한 골격입니다.”

“정녕 그렇구만! 내 잠시 살펴보았을 때만 해도 그냥 평범한 줄 알았는데, 이리 근육과 골격이 뛰어날 줄이야! 우리가 류 소협에게 제대로 은혜를 갚을 수 있겠구만!”

그리고 아홉 무인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덕구를 향해 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와 분지에 내린 새하얀 안개를 걷어가고 있었으나 걷혀진 안개는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새하얗게 물들어가는 머릿속.

‘씨바··· 내 기연! 분명 퀘스트는 내가 다 깼는데, 대법과 여자는 왜 덕구가 차지한단 말인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더니.

재주는 청운이가 부렸는데 기연과 여자 아니, 암컷은 덕구가 싹쓸이하는 뭔가 개 같은 상황이었다.

‘갸아아악!’

***

덕구에게 기연을 강탈당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약왕 영감이 본가를 너무 오래 비워 한번 들릴 때가 되었다고 어서 돌아가자고 했던 것.

아내의 치료도 해야 했기에 우리도 약왕을 따라나섰다.

약왕의 본가인 복건성에 있는 복주(福州)를 향해 출발하는 것이었다.

밀림을 벗어나는 길.

덕구는 대법을 받았다고 나무 사이를 누비고 박차며 입체 기동을 해대는데 개같이 부러웠다.

‘내가 받았어야 했는데!’

개에게 기연을 강탈당한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을 또르륵 굴러떨어져 운남의 정글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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