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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118/344)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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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을 보러 가자며 앞서가는 류청운과 그를 따르는 의매인 제갈청. 

당영영은 자신이 옆에서 사라진 것을 눈치챈 청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찾을 때까지, 뒤에서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언니?” 

“응? 그, 그래. 지금 갈게 청아.” 

당영영은 청이의 부름에 재빨리 청이를 쫓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정말일까?’ 

기루를 떠난 후부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야기. 

당영영은 머릿속에서 그 단어를 되뇌었다. 

‘까, 깍두기.’ 

뭔가 무척이나 귀여운 느낌의 단어. 

이 깍두기라는 말을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비연이었다. 

거래의 대가로 알려준 이야기. 

당영영은 자꾸 뒤처져 결국 청이에게 옷깃을 잡힌 채 그녀를 따르며 아침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언니, 저랑 잠시.” 

“나? 왜?” 

아침을 먹고 기루를 나서기 전 쉬고 있을 때 비연이 조용히 당영영을 불렀던 것. 

“제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요.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부탁? 나에게?” 

“예.” 

“청아 잠시만 기다려. 비연이 조용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거든?” 

“알겠어요.” 

당영영은 그렇게 비연을 따라 비연의 방으로 들어섰다. 

비연의 부탁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가에서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극독 같은 것을 제외하고, 약한 마비 독이나 살짝 흥을 돋우는 정도의 춘약(春藥)은 신원이 분명한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판매하는데. 

상처가 심한 자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부부 사이에 흥을 돋우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신원이 분명한 사람에게 파는 물건이라도 돌고 돌아 결국 하오문 같은 곳에 흘러 들어간다는 것은 당가의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들어간 독들이 하오문의 기루나 사업체에서 쓰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 아마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던 것. 

하오문은 당가의 어둠의 큰 손님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제가 뵙자고 한 것은···” 

“독 때문이라면, 내가 지금 가진 독이 그렇게 많지 않고, 그쪽에서 필요한 독도 없을 것 같아서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당영영은 비연에게 선물 받은 옷으로 갈아입은 지금도 열 가지 정도의 독을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양이 많지 않았기에 비연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 먼저 선수를 쳤다. 

어차피 꺼낼 이야기는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비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꺼낸 이야기는 독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 

“아뇨, 언니. 제가 부탁드릴 것은, 당문에서 나오는 춘약의 해독약입니다.” 

“해독약?” 

“예, 가끔 기루에 그것을 가져와 기녀들에게 몰래 사용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파렴치한 놈들이 있단 말이야?!” 

원래 류청운이 의심받고 있는 증상이나 부부 사이에 쓰라고 파는 것인데, 그런 추잡한 일에 쓰인다니 당영영은 그 사실만으로도 분노했다. 

“예, 약이 목적을 이루거나 그냥 두면 아침쯤이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기녀들을 약이 깰 때까지 두기도 좀 그래서요.” 

비연에 말에 당영영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하, 하긴 혈맥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차, 참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 

“예, 그래서 해약을 좀 만들어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춘약의 해약 정도라면 당영영도 물론 만들 수 있고, 마침 약왕의 장의문에 묵고 있는 터라 재료를 구하는데도 어렵지 않을 터. 

당영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부탁은 그게 다야?” 

“예, 언니. 그리고 대가는 어느 것으로 드리면 될까요?” 

당영영은 조금 생각하다가 손을 털며 대답했다. 

“그냥 당의문에 낼 약재비 정도만 줘. 동생이 되겠다고 했으니, 사고팔기도 뭐하니까.” 

비연이 하오문 소속이라 어떤 의미로 동생이 되겠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관계의 시작은 호의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비연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정말요?” 

“그래, 약은 조만간 만들어서 보내줄게. 환약으로 한 백 알쯤이면 되나?” 

“그, 그렇게나 많이? 감사합니다. 언니. 제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꼭 도움이 되도록 해.” 

이야기를 끝내고 당영영이 자리에 일어서 고개를 돌리자 당영영의 뒤통수에 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도움. 지금도 살짝 될 것도 같은데요?” 

“응? 무슨?” 

지금 당장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비연의 대답. 

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비연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언니, 류청운 공자님 연모(戀慕)하시죠?” 

“뭐! 뭣! 아, 아냐!” 

손을 내저으며 당황했으나 이미 얼굴은 붉어지고, 도둑질하다 걸린 것처럼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진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비연의 방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으나 어느새 팔목을 잡은 비연이 조용히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어제 류청운 공자님이 백일취를 드시고 언니를 어찌 생각하는지 말씀하셨는데, 아니라고 하시면 뭐···”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하셨다고?!” 

놀라 대답하자 배시시 웃은 비연. 

그 모습에 당영영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런 놀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으면 안 되니 일단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제 이야기를 좀 들어보세요. 언니가 저에게 도움이 되었듯이 저도 언니께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요.” 

도움이 될 거라는 비연의 말에 당영영은 살포시 눈을 뜨고 되물었다. 

“도, 도움? 어떻게?” 

“언니가 연모하시는 분은 아내가 있는 분. 저희 기녀들도 아내가 있는 사람의 후처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니, 제가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상당히 그럴듯한 말에 귀를 기울이자 비연이 이상한 단어를 내뱉었다. 

“깍두기. 언니는 류 공자님의 깍두기랍니다.” 

“깍두기? 그게 무슨 말인데?” 

처음 들어보는 말에 되묻자 들려오는 충격적인 말. 

“기재(奇才)들은 남들과 달라 혼잣말하거나 이상한 말을 한다더니, 류공자도 그런가 봐요. 깍두기는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믿기 힘든 비연의 말에 당영영의 침이 갈 곳을 잃고 잘못된 곳으로 흘러들었다. 

-케흡! 

*** 

시장, 특히 어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누가 뭐래도 물고기 구경. 

나도 호텔에서 근무할 때 다른 식자재 구매는 몰라도 부총주방장이 직접 챙기는 어패류 구매는 따라나서라면 무척이나 기쁜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재미있고 볼 것이 많거든.’ 

같은 바다라도 기본적으로 시기와 철에 맞춰 다양한 물고기와 해산물들이 등장하고, 바다는 넓고 서로 이어져 있기에 가끔 전혀 예상 못한 물고기들이 잡혀 사람을 놀라게 하는데, 시기와 때에 맞춘 다양한 해산물과 예상치 못한 해산물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어시장. 

오늘은 어떤 새로운 해산물이 나타나 나를 재미있게 할지 기대가 되는 곳이라고 할까? 

이미 한 두어 번 구경했던 복주의 어시장이지만, 역시나 어시장답게 볼 때마다 날마다 새롭다는 것을 느끼며, 영영이의 뒤를 쫓아 해랑이 잡혀 사람들이 모여있는 가판으로 향했다. 

‘해랑(海狼)이 뭘까? 바다 늑대? 얘들 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거창한 이름 붙여둔 거 아니야?’ 

중원에서 뭔가 거창하게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춘장프리미엄이 붙어 있다는 뜻. 

괜히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갔는데 조망만 한 물고기면 김이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어시장의 명물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큼지막하게 잡혀 올라온 물고기니까 말이다. 

그렇게 전생에는 해랑이라고 부르는 물고기는 없었기에 기대 반, 설마 반의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가판에 다다르자 들려오는 목소리들. 

“오랜만에 잡힌 해랑인데, 크기가 엄청나게 크구만.” 

“저 정도 크기면 쉬이 보기 힘든 크기이긴 하지.” 

“그런데 나는 냄새 때문에 먹기가 힘들어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도착해 까치발을 들어도 앞쪽이 보이지 않았고, 해랑을 구경하려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서야 할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자 영영이와 아내도 까치발을 들고 앞을 기웃거리고 있기에 아내인 제갈청을 불러 영영이의 손을 붙잡으라 말했다. 

“부인, 당매매의 손을 꼭 잡으시오.” 

“언니의 손을요?” 

“사람 사이를 지나야 하니 손을 놓치면 안 되오.” 

“예? 예. 알겠습니다.” 

내 이야기에 아내인 제갈청이 영영이의 손을 꼭 붙잡았고, 아내의 손목을 잡고 인파를 헤치며 안쪽으로 움직였다. 

‘이 가녀린 손목에서 레일건이 나간다니···’ 

가녀린 아내의 손목에 다시금 놀라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 앞으로 향했다. 

“어이쿠 밀지 마시오.” 

“잠시만 지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아내의 손을 잡고 인파를 헤쳐 앞에 도착하자 나타난 것은 익숙한 얼굴. 

영영이와 혓바닥 배틀을 펼쳤던 생선가게 아줌마가 큰 물고기 한 마리를 가판에 가져다 두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큰 물고기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다름 아닌 상어였다. 

‘해랑(海狼)이 결국 상어였구만?’ 

전생 중원에서는 보통 상어는 사어(鯊魚)라고 부르거나 교(鮫)라고 표기했기에 뭔가 했더니, 이 시대에는 상어를 해랑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해랑이라? 그럴듯한가?’ 

상어라면 바다의 고독한 늑대 자격이 있는 것. 

원래 상어의 이름은 상어가 아니라 사어(沙魚). 

모래 사자에 물고기 어 자를 써서 사어라고 부른다. 

그것이 변형되어 상어가 된 것. 

상어의 이름이 사어인 것은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보통 상어의 피부 표면은 아주 매끈매끈하고 부드럽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실제 상어의 피부를 만져보면 매끄럽다기보다는 아주 거친 표면 질감을 가졌다. 

우리가 상상하는 매끈한 피부는 고래나 돌고래들이 가지고 있고 실제 상어의 피부는 아주 거친 것이다. 

얼마나 거치냐 하면 손질하다 잘못하면 쓸려서 피부가 벗겨질 정도인데, 마치 모래를 뿌려둔 가죽 그러니까 사포(砂布)를 만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이 상어의 비늘이고, 아마도 그 때문에 사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게 거친 표면을 가졌기에 일식에서 생고추냉이를 가는 데 쓰는 강판도 상어 가죽을 입혀 만든다. 

오랜만에 보는 꽤 큼지막한 청상아리에 모습에 빠져들어 있을 때 그제야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온 아내와 영영이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와아! 이것이 해랑이군요? 엄청나게 크네요.” 

“우와아! 가가 저는 태어나서 해랑은 처음 봐요.” 

처음 보는 것투성이인 아내와 영영이. 

아내와 영영이 둘 다 아쿠아리움 처음 데려온 아이들처럼 상어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소리쳤다. 

청상아리가 성어 급이 되면 이미터가 넘지만, 가판 위에 올려진 상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사람 크기 정도 되는 상어였는데, 가판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대단해 보이기는 했다. 

상어를 처음 보는 둘에게는 더욱 대단해 보일 터. 

그렇게 다들 처음 보는 상어의 모습에 빠져있을 때 생선가게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자, 물러들 나세여. 이제 손질해야 하니깐.” 

생선 장수 아줌마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깍쟁이처럼 사람들에게 물러나라며 손짓하더니 상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꼬리와 날개, 등 지느러미를 잘라내는 아줌마. 

아줌마는 잘라낸 지느러미들을 한쪽에 던져두더니, 그다음에는 상어의 가죽을 천천히 벗겨냈다. 

전생이라면 배부터 갈라서 내장부터 빼내겠지만 특이하게 가죽부터 벗기는 모습. 

상어 가죽은 검집을 만드는 가죽으로도 쓰이니 가치가 높아 그런 모양이었는데, 아줌마는 그렇게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빼내고 큼지막한 고기를 토막 쳐 손질을 이어갔다. 

“가가, 해랑 맛있을까요?” 

맛이 궁금한 영영이의 물음. 

옆을 보자 아내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토막 쳐 잘리는 엄청난 고기의 양에 맛이 궁금한 모양이지만, 솔직히 상어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물고기이다. 

거기다 상어 같은 연골어류는 몸 안에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몸 안에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렇기에 죽은 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든 고기. 

“아무 맛도 안 나는데 냄새까지 심해서 별로···.” 

내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하자 둘 다 실망한 기색이 가득한 표정이 되었고,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생선가게 아줌마가 버리려고 빼둔 상어의 지느러미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왜 저걸 까먹고 있었지?” 

“왜요? 뭐가 있나요?” 

“노공?” 

내 외침에 날 올려다보는 둘. 

미소를 지으며 영영이에게 물었다. 

“영영아 저기 저걸 생선 상인에게 사 올 수 있겠느냐?” 

“저거라면 저기 바닥에 버려진 저거요?” 

“그래.” 

“버려진 걸 대체 어디에 쓰시려고요?” 

상인이 버린 것같은 물고기 지느러미를 사 오라니 대체 버린 걸 어디다 쓰려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저걸로 량분(涼粉)을 만들 수 있거든.” 

“저걸로요?!” 

“그럼.” 

전생에는 상어 지느러미를 어시(魚翅)라고 불렀는데 중원에서 가장 비싼 요리 재료 중 하나이며 제일 돈 아까운 요리 중 하나. 

정확히 말하면 당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어 지느러미는 당면 그 자체. 

식감과 맛이 약왕이 좋아하는 당면과 거의 100퍼센트 일치하는 것이다. 

‘저 정도면 약왕의 보양식으로 최고의 대접이겠지?’ 

약왕에게 과한 대접이긴 했지만, 미운 영감 떡 하나 더 준다 생각하기로 할 때, 영영이가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대답했다. 

“뭐 한번 사, 사와 볼게요.” 

구매팀 인턴사원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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