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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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찢어발기듯 비명을 지르는 효시가 벼랑 끝에서부터 마을을 가로질러 복주 쪽으로 쏘아지고, 적들이 독을 피해 물러난 틈을 타 월영과 새어머니가 내 쪽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그 순간 오로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창백히 물든 새어머니의 얼굴과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
‘다가가 말을 걸어도 될까? 새어머니가 다시 외면하면 어쩌지?’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고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그녀의 입이 열리며, 몸인지 나인지 둘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다시 간절히 듣고 싶었던 한마디가 흘러나왔던 것.
“청운! 내 아들!”
그 한마디에 물꼬가 터지듯 막혀있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쿵쾅쿵쾅
심장이 목구멍으로 솟구쳐 오르는 느낌.
나를 보고 달려오다 팔을 벌려오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뛰어 들어가 그녀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토해진 참을 수 없는 한마디.
“어, 어머니!”
그렇게 그녀의 품 안에 뛰어들자 찾아오는 안도감과 말로 표현 못할 그 어떤 감정.
터질 듯 뛰는 가슴의 고동 소리와 함께 새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요. 결국 청운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말다니···.”
그 와중에 상황이 이렇게 흐르게 된 것을 자책하는 새어머니.
이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계모나 새어머니 따위가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어머니였다.
“괘, 괜찮습니다. 어머니, 몸은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아요.”
그녀의 안위를 확인하자 입가에 피를 훔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는 그녀.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궁금한 것을 물으려 입을 열었다.
“그···”
“저기···”
그렇게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우리였지만, 우리의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이 자리에서 풀 수는 없었다.
아직 상황이 다 끝난 것은 아니기에 어머니의 부하인 월영이 다급하게 우리를 제지했던 것.
“대주, 죄송하지만, 밀린 이야기는 이곳에서 빠져나간 다음 하시죠!”
“그, 그래요.”
그녀의 말에 나에게서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떨어진 어머니.
월영의 말에 어머니가 다시금 내 처소 쪽으로 난 길을 살피는데, 월영이 이번엔 나를 향해 물어왔다.
“공자님, 그런데 지금 효시는?”
하늘로 날아간 효시가 어떤 목적인지 궁했던 모양이었다.
“도우러 오시기로 한 무림인이 계셔서 일단 그분을 불렀습니다.”
중원 팔왕 중의 한 명인 약왕을 불렀다면, 어머니가 혹시 놀라실까 싶어 일단 오기로 했던 분이 하나 있어 그분을 불렀다고 이야기했는데, 어머니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씀하셨다.
“청운. 저자는 마교의 오 장로. 중원 팔왕이라도 오지 않는 한 저자와 저자의 부하들을 뚫고 저희를 돕기는 쉽지 않을 것이에요.”
“그렇습니까?”
“예, 신교의 장로들은 팔왕과 겨루어도 손색없는 실력이니, 팔왕급의 고수가 아니라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에요.”
“그럼 잘 부른 것 같습니다.”
“예?”
새어머니의 말 대로라면 아주 그냥 딱 맞춰 부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한숨을 돌리며 이야기를 나눌 때.
적들 쪽에서 한 남자의 쩌렁쩌렁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효시라니! 혈화마녀 역시 중원인과 내통하고 있었나! 그러나 누구와 내통했는지는 모르지만, 중원 팔왕이라도 오지 않는 한 여기서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외다! 크하하하하!”
새어머니는 물론이거니와 저놈이 자기 입으로 팔왕 중 하나가 오면 살 수 있다니, 생존 확정.
아내와 영영이를 바라보자 둘의 얼굴은 기쁨으로 물들고 있었다.
하지만 놈의 외침에 어머니의 부하 중 몇 명이 어머니가 정말 배신자는 아닌지 어머니를 바라보며 주춤거리자 월영이 악을 쓰며 외쳤다.
“어리석은 놈들 저 말을 믿는단 말이냐!”
놈은 어머니를 중원과 내통한 사람으로 몰고 싶은 모양이었는데, 상황이 좀 애매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약왕이 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거 아냐?’
잘못하면 나는 마교의 스파이, 어머니는 중원의 스파이로 양쪽에 낙인이 찍힐지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이 자리에서 살아나자면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약왕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으니 일단 나중의 일은 살고 나서 그때의 청운이를 믿어볼밖에···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 친구 생각보다 눈치 빠르더라고··· 항상 다시 쓰고 싶을 정도로···’
미래의 나에게 무운을 빌어주고, 약왕이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일단 영영이에게 시간을 얼마나 끌 수 있는지 물었다.
“영영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느냐?!”
가지고 있던 모든 독을 뿌려대고 접근하는 놈들에게 독침 같은 것을 날려대던 영영이는 내 외침에 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더니, 혹시라도 저쪽에 들릴세라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 일각 정도. 바람이 강해서 독들이 빠르게 흩어지고 있어서 그리 길게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아마 그 안에는 오시겠지요?]
일각이라면 대략 십오 분.
시간이 조금 애매했다.
하지만 멀리서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면 류가장에서 일어난 일을 먼저 알아차렸을 수도 있는 일.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조심스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운아, 그런데 네 소처는? 내 기억이 맞는다면 분명 저것은 당가의 비침(飛針)?”
천마신교의 장로라더니 침하나만 보고 어느 조직의 물건인지를 알아채신 모양인지, 영영이의 독과 암기술을 알아본 어머니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물어온 것.
“저기, 그것이···.”
이제는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의매인 영영이를 다시 한번 소개하려 하는데, 영영이가 빠르게 내 앞으로 나서더니 아내를 향해 외쳤다.
“청아! 이쪽으로!”
영영이의 부름에 영문도 모르고 다가온 아내를 끌어당겨 자기 옆에 세운 영영이는, 아내를 내리누르며 어머니께 냅다 큰절을 박았다.
그리고는 아주 공손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머니, 실례가 많았어요. 정식으로 인사 올리어요. 소처인 당가의 당영영이에요.”
그리고 영영이가 옆에서 얼떨결에 절한 아내의 옆구리를 자기 팔꿈치로 찌르자 아내가 당황한 목소리로 자기를 소개했다.
“제, 제갈가의 제갈청 다, 다시 인사 올립니다.”
“다, 당가?! 제, 제갈가요?!”
좀처럼 놀라는 일 없을 것같은 어머니의 눈이 부릅떠지고, 어머니가 놀란 얼굴로 이게 맞냐는 듯 월영을 바라보자, 월영이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띠며 어머니를 향해 대답했다.
“저, 저도 좀 전에···. 제, 제갈가는 저도 처음 듣는군요.”
어머니가 당황함에서 빠져나와 표정을 빠르게 고치더니, 둘에게 물었다.
“당가라면 독왕과는? 그리고 제갈가라면?”
아까 어머니가 사무직이면 했던 내 바람처럼, 둘이 아마 방계나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은 듯한 질문.
나랑 똑같은 의도의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우리 엄마 맞았다.
‘마마(妈妈)!’
엄마가 행복회로를 굴리는 모양이었지만 그러나 현실은 냉혹한 법.
더군다나 상대는 눈치 없는 영영이 아니던가.
영영이의 입이 열리며 공손한 목소리로 의부님인 독왕의 풀네임이 흘러나왔다.
“아차, 독왕(獨往) 당비령(唐飛靈) 어른께서는 저의 조부 되시고, 가주이신 독우(毒雨) 당지운(唐沚雲)께서는 저의 아버지 되셔요.”
“제갈세가(諸葛世家)의 가주되시는 제갈천(諸葛天)께서 저의 아버지 되십니다. 어머니.”
크게 떠진 눈으로 둘을 바라봤다가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 내가 깜찍하게 눈을 깜빡거리자 어머니는 도움을 원하시는지 자기의 심복인 월영을 바라봤지만, 월영도 입을 가리고 놀란 눈을 부릅뜬 상태.
곧 어머니의 동공이 지진이 날 듯 흔들리더니, 마치 다른 사람인듯한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고, 공자 대단하시군요. 이리 대, 대단한 가문의 분들과 혼례를 올리시다니요. 저, 저희는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물러날 터이니, 부디 해, 행복하세요.”
아마 내가 자신이 끔찍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신 모양.
그러자 아내와 영영이가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의 양쪽에 달라붙더니,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설마 그것인가?’
아내가 어머니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그 ‘궁’을 이야기하는 모양.
‘설마, 시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죽일 작정인가?!’
시집살이가 무서웠던 걸까?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연히 알 수 있었고, 내 생각이 맞는지 어머니의 눈이 다시 한번 치켜떠지고, 잠시 후 뭔가 다 포기한 표정으로 나를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영영이가 이끄는 대로 상황이 끌려가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영영이는 소처가 아니라 의매.
“어머니 영영이는 그···”
소처가 아니라 의매라고 설명하면 좀 충격이 덜해질까 싶어 어머니에게 그것을 설명하려 하는데 갑자기 적들이 있는 쪽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혹시나 무리해서라도 강제로 진압하는가 싶어 처소 쪽으로 난 길을 바라보자, 적들은 독이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꼈는지 꽤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시사혈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입구 쪽에서 웬 노인네가!?”
“노인네?”
약왕이 도착한 모양.
“설마! 벌써 왔나?!”
내가 기쁜 목소리로 외치자 어머니가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어오셨다.
“처, 청운. 호, 혹시 오시기로 한 분이 도, 독왕은 아니, 독왕님은 아니시겠죠?”
혹시 이 자리에서 사돈의 아버지인 노사장을 만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신 모양.
어머니의 당황함이 이 자리가 갑작스러운 상견례 자리가 될까 걱정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은 명백했고, 그 비슷한 분이 오실 것이지만 그분은 아니니 일단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분은 아마 사천에 계시겠지요.”
“맞아요. 저희 할아버지는 사천에 계세요.”
“다, 다행이군요. 저는 또···”
나와 영영이의 대답에 안심한 어머니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안심함도 잠깐.
옆에서 아내가 다정한 목소리로 어머니께 말했다.
“그렇지만 약왕께서 오시니 괜찮으실 겁니다.”
“야, 약왕?!”
“야, 약왕이 온다고요? 공자님?!”
어머니와 월영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주변 어머니의 무사들까지 당황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다들 어차피 시사혈귀에게 살아도 약왕에게 죽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거나 어머니가 정말 중원인들과 내통한 것은 아닐까 의심할까 싶어 설명하듯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약왕 어르신께 도움을 준 적이 있어, 그 값으로 도움을 청한 것이니. 도움만 주고 물러나실 겁니다. 여러분께 어떤 해도 끼치지 못하게 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움을 주었다고요? 받은 것이 아니라요?”
이해가 안 된다는 어머니의 물음.
딱히 내가 무공을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중원 조폭들과 상당한 관계를 쌓고 돌아온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았다.
거기에 월영의 입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저희가 이곳에 자리 잡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복주의 약왕을 자극할까 숨을 죽이고 있던 것인데···. 어떻게 약왕이···”
그리고 망연한 월영의 혼잣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적들 쪽에서 소란이 가중되며 시사혈귀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뭐라! 약왕! 그 미친 늙은이가 직접 왔단 말인가?! 분명 간자들이 그 늙은이는 본가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집 나간 약왕 이 몸이 직접 남만까지 가서 모시고 왔다는 소식이 늦었던 모양.
놈의 반응에 개꿀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친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부대주는 조장들을 이끌고 가서 미친 늙은이를 막거라! 그리고 검수들은 나서 대나무를 베어내거라!”
약왕이 뒤에서 똥구멍을 찌르려 하니 안달이 난 시사혈귀가 내 처소까지 향하는 길 양쪽에 난 빽빽한 대나무숲의 한쪽을 베어내라 명령했다.
아마 부대주와 조장급으로 약왕을 막는 사이 이쪽을 빠르게 정리하고, 튀려는 모양이었다.
마냥 피에 절은 미친놈인 줄 알았더니 머리도 쓸 줄 아는 사이코패스인 듯.
다급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향해 외쳤다.
“어머니, 약왕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다들 앞으로 나서세요!”
어머니가 무사들과 앞으로 나서는 과 동시에 한쪽 대나무 숲 쪽에 길이 하나 더 생겨버렸고, 그리로 시사혈귀와 그의 부하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죽여라! 신교의 배신자를 죽여라!”
“만마앙복(萬魔仰伏)!”
적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진형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며, 여기저기서 죽고 죽이는 난전이 펼쳐졌다.
그렇게 시작된 난전.
영영이와 덕구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상, 하단을 번갈아 가며 공격해 적들을 공략하고, 어머니의 섭혼술에 빠진 적이 자기 목을 베고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아내의 레일건 저격이 더해지면, 어떻게든 버텨내지 않을까 싶어 고개를 돌렸으나 당황함으로 물들어 있는 아내의 안색.
“설마?!”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아내가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노공.”
“아니요. 부인 잘못이.”
무인이 화경에 이르면 환골탈태를 이루어야 하는 까닥은 품고 있는 거대한 내공 때문.
뼈나 근골 혈도가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해진 내공을 보통의 몸으로 펼쳐내려면, 혈맥이나 몸의 근맥, 뼈가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니, 몸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컴퓨터로 치면 개쩌는 게임을 샀는데, 컴퓨터가 버벅이니 그래픽 카드도 갈고, 씨피유도 갈고, 메모리도 갈아야 하는 전체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니 아내는 현재 소프트웨어는 무림 최고 사양인데, 하드웨어인 몸은 평균적인 상태라 무리한 내공 운영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북해빙궁의 기운도, 기운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대로 운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심법조차 배운 적이 없기에 미세한 조정도 불가해 쉽게 몸에 무리가 오는 상태.
그렇기에 이곳에 오기 전 약왕이 아내를 위해 환약을 만들어 주었는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내공을 운영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몸이 오버히트 되면 강제로 내공을 산공독을 마신 것처럼 만들어 주는 약.
강제로 몸을 쉬게 해주는 약인 것이었다.
혹시라도 실수해 무리하게 무공을 펼치다 폭발해버리지 않게.
그런 이유로 아까 하늘로 효시를 쏘아 올릴 때 약을 먹고 내공 운용을 시작했을 테니, 벌써 오버히트가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난처한 상황 속에서 시사혈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호라! 어째서 알면서도 혈화마녀가 함정으로 기어서 들어가나 했더니, 이놈이 여기 있었구만! 잘 있었느냐?! 내 밀린 목숨을 거두러 왔느니라. 크하하하하!”
놈이 나를 확인하고는 자기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저놈을 잡아라! 저놈을 잡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어머니가 나를 아낀다는 것을 아는 놈은 자기의 부하들에게 나를 잡을 것을 명령하고, 자신도 난전 중인 전장을 뚫고 하나둘 어머니의 무사를 제압하며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놈의 명령과 기세에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하는 적들.
아내의 손을 붙잡고 반대쪽으로, 반대쪽으로 계속 물러나자 어느새 발뒤꿈치에 벼랑 끝이 느껴졌다.
그리고 발에 차인 돌이 벼랑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투둑
‘이런 젠장! 약왕. 이 사람 언제 오는 거야!’
주변 상황을 살피자 어머니와 월영, 영영이와 덕구 그리고 이제 한 손으로 셀 정도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의 부하들은 처소 측면을 등지고 마지막 항전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그들을 배경으로 기억 속에 남겨졌던 한 남자가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시사혈귀!”
“크하하하! 네 아비처럼 네 목숨도 거둬가 주마.”
아내를 등 뒤에 숨기고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나를 힘으로 제압해 내 앞으로 나서는 아내.
그녀가 양팔을 벌리고 내 앞을 막아섰다.
“안된다! 나쁜 놈!”
그러나 현재 내공 한 줌 없는 아내는 일반인이나 마찬가지, 곧바로 놈에게 옷 덜미를 붙잡혀 처소의 입구로 내동댕이쳐졌다.
-우당탕
처소의 문짝을 부수고 안으로 처박힌 아내.
“부인!”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으나 들려 온 것은 광소하는 시사혈귀의 목소리였다.
“네 걱정이나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크하하하!”
그리고 아내를 내동댕이친 시사혈귀의 손이 내 머리통을 농구공 잡듯 쥐더니, 한 손으로 나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청운아!”
“가, 노공!”
“공자님!”
그리고 놈의 손에 농구공처럼 매달린 나의 귓가에 나를 애타게 부르는 여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절벽을 따라 울리며 메아리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