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狂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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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덤벼오는 몇 놈을 벽과 나무에 장침으로 꽂아두자 곧이어 나타난 십여 명의 무사들.
그중에 마교 놈으로 보이는 하인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약왕을 향해 소리쳤다.
“노인장! 누구시기에 남의 집에 침입해 행패를 부린단 말이오!”
다른 놈들과 다르게 하인의 옷을 입고 있는 남자.
약왕은 묵묵부답으로 칼을 휘두르는 게 당연한 마교 놈들이, 손맛 없게 주둥이로 싸우려고 하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하며 일갈했다.
“이런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 같으니! 이 집이 너희 집이란 말이냐?”
“그, 그렇소! 이 집은 곽 부인의 집인데, 어찌 이런 행패란 말이오!”
‘곽 부인이라면 청운이의 계모란 말이렷다?’
약왕은 자신과 집주인의 관계를 설명했다.
굳이 마교놈들에게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지금 놈들이 누구를 핍박하고 있는지는 알려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일이구나. 분명하게 이 집은 내 손주 의형의 본가라 들었는데 말이다? 그러니 달리 말하면 내 손자의 집이라고도 할 수 있지.”
“그, 무슨 소리요! 이, 이 집의 아들은 무공을 익히기 위해 무림에 출사해 행방이 묘연한데.”
“아아, 그래. 그, 행방이 묘연한 이 집 아들인 류청운이 이 약왕의 손주라고 할 수 있느니라. 이 더러운 ‘마교’ 녀석아.”
약왕의 입에서 자기의 별호와 류청운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가 흘러나오자, 대경실색한 하인 옷을 입은 마교 놈이 다른 놈들을 향해 외쳤다.
“야, 약왕! 광의(狂醫) 약왕! 어, 어서 대주께 알리거라!”
그러나 그놈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약왕을 분노하게 하는 말.
약왕이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뭣이? 과, 광의? 이런 고얀 놈이! 내 그 별호를 입에 올린 놈을 용서한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듣는 듣기 싫은 별호.
소싯적에 도적놈들 몇 놈을 치료해 주었더니, 지금까지도 가끔 들려오는 듣기 싫은 별호에 분노하며, 약왕은 품에서 장침을 꺼내 들고 재빨리 놈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늑대의 무리 사이에 뛰어든 범같이 날뛰기 시작했다.
“광의! 그래 내 오늘 마교 놈들에게 광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느니라!”
자신을 광의라 부른다면, 소싯적처럼 광의가 되어주면 되는 일.
약왕이 마교의 무리 안으로 뛰어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을 광의라 불렀던 놈을 재빨리 낚아채, 몸을 마비시키는 혈도에 장침을 관통시키는 것.
“끕!”
그리고 도망치려는 네 놈의 발바닥에도 하나씩 장침을 선물했다.
물론 끔찍한 고통으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혈도에.
“끄허억!”
“끄아아아아! 다, 다리가!”
그러자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어, 어서! 흐, 흩어져서 대주께!”
다섯이 바닥을 구르며 몸을 바들바들 떨자, 흩어지자는 말을 신호로 남은 마교의 무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허, 이리 도망치면 잡으러 다니는데, 품만 더 들겠구나. 흠흠. 그러나 내 병자를 두고 그냥 갈 수는 없는 일.”
어차피 도망간 놈들이 알리면 쓸만한 놈이 나타날 테니 서두르지 않기로 한 약왕은, 급한 병자가 나타난 것에, 청운이의 일행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의술을 펼치기로 했다.
무엇보다 병자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진맥.
처음 자신을 광의라 불렀던 병자의 진맥을 한 약왕이 물었다.
“이놈 무릎이 상했구나, 다친 지는 삼 년쯤 됐느냐? 무릎을 굽히기 힘들고 비가 오면 아프겠구나. 맞느냐?”
“어, 어떻게 그것을···. 헉! 아, 아니오. 아프지 않소!”
약왕의 신묘한 의술에 엉겁결에 대답했던 마교의 무사는 아픈 것을 부정하며 자기의 입을 급히 다물었다.
아마 자신의 듣기 싫은 별호와 함께 무림의 퍼진 이야기를 알고 있는 눈치.
「광의에게 붙잡혔을 때. 아픈 곳을 물으면 절대 대답해서는 안 된다.」
약왕은 웃으며 놈의 척추의 한곳을 손가락으로 슬쩍 누르며 말했다.
“그래, 이리 오래된 병이라면 이리 치료해야겠지.”
원래 의원에 오면 치료받는 것이 무서워 아픈 것을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은 흔한 일.
이럴 때는 병자가 아니라고 해도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뚜둑
“뜨허업!”
그러자 축 늘어지는 마교 무사의 양 다리.
양다리가 움직이지 않자 마교의 무사가 자기의 두 다리를 잡고 부르짖었다.
“내, 내 다리가?!”
병자를 치료하는 것은 즐거운 일.
약왕이 병사를 보며 인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다리를 움직이는 길을 끊었으니, 이제 평생 아플 일이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끄아아아아!”
“그놈 참 그리 기뻐해 주니, 나도 참 보람이 있구나. 흠흠.”
그렇게 다섯 병자의 아픈 곳을 치료해 주자 다섯의 병자가 아주 기뻐 울부짖으며 혼절했고, 병자를 치료하고 나자 그제야 머릿속에 다시 떠오른 청운의 일행에 대한 일.
“아차차! 내 병자만 보면 이리 흥분해서는!”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이내 정신을 차리고 청력을 돋우자 들려오지 않는 병장기 소리.
“설마 늦었는가?”
병장기 소리가 멈춘 것으로 보아 아이들이 사로잡혔거나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재빨리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때 콧속으로 미약한 당가의 독향이 느껴졌다.
‘아, 내가 도착할 말미를 벌기 위해, 독을 썼는가 보구나? 그럼 다시 출발해볼까?’
그리고 그렇게 몸을 움직여 몇 걸음 갔을까? 갑자기 앞쪽이 소란스러워지며, 약왕의 소원대로 제법 그럴듯한 놈들이 전각을 돌아 우르르 몰려들었다.
끌어올린 기세를 보아하니 일류 무사 열 명에 절정급 하나.
절정급 무사가 앞으로 나서며 도를 뽑아 약왕을 겨눈 채 소리쳤다.
“광의 약왕, 더 이상 앞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오!”
두 번째 들려오는 듣기 싫은 또 다른 별호.
약왕의 입이 괴기스러운 미소로 벌어지며 참을 수 없는 속마음이 흘러나왔다.
“병자들이 치료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괴질에 걸리면, 고통을 잊게 하려고 하는 치료가 있는데, 내 오늘 너희들에게 치료 삯도 받지 않고 그것을 펼치겠느니라!”
특별한 치료는 아니었다.
병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니.
고통도 아픔도 병도 없는 곳.
저승!
***
“더럽게 눈치 없는 놈.”
묘하게 머릿속을 울리는 한마디.
“뭐라고? 어떤 새끼냐? 내 눈치가 역천의 눈치인데,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쉐키가 감히.”
묘하게 신경을 긁는 한마디에 벌떡 일어서, 버르장머리 없는 소리를 한 눈앞의 있는 놈에게 따졌다.
그리고 대체 어떤 새낀지 얼굴 좀 보자는 생각에 놈의 면상을 바라보자, 피식거리며 웃고 있는 놈의 얼굴은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
“어? 나?”
깜짝 놀라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자 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마 네가 나고 내가 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놈.
“뭐라고?”
“하여튼 눈치는 하고는···”
놀라 되묻자 놈이 썩소를 지었다.
그리고 눈앞이 흐려지며 귓가에 찢어질 듯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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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아주 정신없는 무엇들인가의 소음과 온몸을 두드려맞은 것 같은 전신의 통증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음과 통증 사이로 가느다랗게 느껴지는 묘하게 선명한 특정 감각들.
-츄릅
“후우··· 후우···”
“하아··· 하아···”
짭짤한 바다의 맛과 함께 입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무엇인가와 숨이 찬 여자의 달뜬 호흡 그리고 달콤한 숨결.
그리고 그런 기묘한 감각들 사이에서 의식이 빠르게 선명해지더니 지속해서 가슴을 누르는 압박감이 엄습했다.
“쿠헥! 케흡! 캘륵! 캘륵!”
가슴의 압박감에 정신을 차리고 기침해대자 영영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흔들며 물어왔다.
“가, 가가! 정신이 드세요?”
“케흐으읍! 캘륵!”
몇 번 더 기침한 후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자, 바다 쪽으로 난 동굴 입구에서 들어온 빛에, 큰 배가 한 척 세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돛과 검게 칠해진 배의 표면, 딱 봐도 간첩선이었다.
“여, 여기는?”
“바다에 뛰어들고 해변은 너무 멀 것 같아서 동굴 안으로 헤엄쳐 들어왔어요! 마침 모두 싸우러 나가서 그런지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동굴 천장에 수없이 달라붙은 새들이 내는 소음에 영영이는 숫제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알아듣고 영영이를 향해 마주 소리쳤다.
“커흡! 영영아 길을 찾아보거라. 올라가서 약왕 어르신과 합류해야겠구나! 케흐읍!”
“아, 알겠어요. 가가!”
여기가 벼랑 아래 동굴이라면, 류가장 쪽으로 난 길이 있을 것이고. 그리로 가면 아마도 약왕과 합류할 수 있으리라.
대체 어딜 어떻게 떨어졌는지 전신의 뼈마디가 노곤하고, 가슴의 갈비도 몇 대 금이라도 갔는지 쿡쿡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러나 이대로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위쪽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니 재빨리 이동해야 했다.
재빨리 몸을 추스르며 생각했다.
‘오늘 대체 몇 번을 뒤질 뻔 하는지. 본격 무림 생활은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하겠구나.’
그간 무림 생활이 생각보다 순한 맛이긴 했다.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내가 직접 목숨의 위협을 받은 것은, 아내를 통한 행복한 위협뿐.
하지만 그것은 단지 튜토리얼이었던지 아니면 그 정도면 충분한 적응을 했을 것으로 생각했던지, 본격 매운맛으로 떨어진 나의 중원 무림 라이프.
오늘 하루에만 몇 번을 죽을뻔하는 것인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난이도 왜 이따위냐고! 개같이 힘들어···.’
뉴비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벨런스 개똥망인 내 중원 무림 생활.
몸이 죽을 맛이지만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내 부탁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길을 찾는 영영이를 도와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나도 몸을 추슬러 영영이를 도우려 했지만, 느껴지는 시큰거리는 갈비뼈의 통증.
“윽!”
고통에 몸을 웅크릴 때 귓가에 영영이의 따듯한 체온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가 팔을.”
그사이 길을 찾았는지 영영이가 내 겨드랑이 사이에 목을 넣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젖어 달라붙은 옷과 영영이의 체온에 아까 찰나의 고백이 떠올랐다.
‘가가! 너무너무 좋아해요!’
하지만 지금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아니, 바다에 빠진 충격에 뇌가 오류를 일으킨 잘못된 기억일 수도 있는 것.
‘그, 그래. 깨어나기 전에도 이상한 장면 봤잖아?’
아닐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일단 영영이의 일은 나중에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확인은 나중에 하더라도 지금 그녀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은 있었다.
“당 매매.”
“예?”
“그···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내 고맙다는 말에 발그레 물드는 영영이의 볼.
“네, 노공.”
그녀의 답에 흠칫 떨리는 몸.
‘여, 영혼의 연기겠지?’
그렇게 고통을 참으며 영영이에게 부축받아 벼랑 위로 난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입구가 나왔고, 그 입구로 오르자 한 전각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각 밖으로 나서자 밖에 보이는 것은 고요한 류가장.
“느, 늦었나?”
“약왕께서 도착하셨을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너무 고요한 분위기에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걱정하자 영영이가 나를 위로하며 내 처소 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렇게 영영이에게 부축을 받은 채, 허겁지겁 내 처소 쪽으로 향하자 여기저기 박제되듯 고정된 붉은 옷을 입은 무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삼십 센티도 넘는 장침을 머리에 하나씩 가로질러 꽂은 채로, 채집 당한 곤충처럼 벽이나 나무에 여기저기 꽂혀 몸을 떨고 있는 무사들.
“이건?”
“약왕 어르신의 장침이에요. 저게 꽂히면 약왕 어르신 빼고 그 누구도 뽑지 못해요. 뽑으면 바로 죽어버리거든요.”
사람을 무슨 곤충처럼 여기저기 꽂아둔 모습에 슬슬 몸을 피해 안쪽으로 향했다.
약왕이 허술한 모습만 보여서 내심 걱정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실력은 확실한 모양.
내 처소와 가까워져 올수록 이상하게 제압된 놈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지가 마비되어 눈물 콧물을 빼고 넋이 나간 놈들이나, 똥오줌을 지린 채 눈빛이 죽어버린 놈들.
그리고 아까 약왕을 막으러 간다던 조장급 정도 되는 인물들도 정수리와 몸에 장침을 두 개씩 꽂은 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숨이 끊어지거나 학질에라도 걸린 듯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기대를 품으며, 영영이와 발걸음을 서둘러 결국 내 처소가 있는 절벽 앞에 당도하자 들려오는 두 여자와 개 한 마리가 짓는 소리.
“청운이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요!”
“맞습니다! 노공과 언니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에는 이대로 보낼 수 없습니다!”
“월!”
아내와 어머니가 길길이 날뛰고 있었고, 약왕이 둘을 뜯어말리고 있었던 것.
“두, 둘 다 참으시오! 나 또한 저놈을 머리통에 장침을 꽂아주고 싶지만, 이미 나 약왕의 이름을 걸고 약조했으니 보내줄밖에. 나 약왕의 체면을 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간 거지?’
“어찌 된 일입니까?”
어찌 돌아가는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질문하자, 벼랑 쪽에 몰려있는 시사혈귀와 그의 부하들을 막아선 채 노발대발하고 있었던 어머니와 아내가 그대로 굳어 버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처, 청운?”
“노공?”
그리고 둘이 동시에 몸을 날려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청운!”
“노공!”
“청운 잘못되었는지 알고 무척이나 걱정했습니다!”
“노공! 노공! 내 야서!”
영영이에게 부축받고 있다가 둘이 달려드는 통에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진 우리 넷.
‘죽을 위기 후에는 천국인가?’
그러나 평소라면 천국이었겠지만 곧바로 격통이 찾아왔다.
“뜨허어어억!”
두드려맞은 것같은 몸과 갈비뼈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던 것.
“처, 청운!”
“노공? 괘, 괜찮으세요? 야, 약왕 어른 여, 여기 좀!”
그렇게 감격과 고통의 해후 후.
약왕에게 응급 치료를 받고, 아내를 통해 대충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약왕 어르신이 도착했을 때, 정신을 잃었던 저와 남은 모두가 붙잡히는 바람에 저놈들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저희가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어찌 노공의 생사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들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노공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내줄 수 없다, 그런 이야기하는 중이었습니다.”
대충 설명을 들어보니 시사혈귀와 약왕이 아내와 어머니의 목숨을 가지고 딜을 한 상황.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사혈귀가 살아간다니 화가 좀 났다.
저 새끼 때문에 죽을뻔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때 뭔가 아쉽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운이를 위해서도 저놈을 이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제일인데, 애석한 일이에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어머니.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말씀대로 저 새끼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 일.
저놈을 이대로 보내면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마교의 배신자와 간자로 낙인찍혀 두고두고 추적당할 수도 있는 일.
어떻게든 저놈은 여기서 재끼는 게 맞았다.
“그럼 그냥 보내지 말아야겠지요.”
“예?”
내 대답에 어머니가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아내를 보며 미소 지었다.
‘레일건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