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와(燕窩) (138/344)

연와(燕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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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영영이와 다시 찾은 동굴은 여전히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째재재잭 째잭 

-째재잭 

“이런 곳이 있었군요!” 

“응! 가가를 구할 때 발견했어! 청아!” 

“그런데 새가 너무 시끄러워요!” 

“응! 새들이 많더라고!” 

시끄러운 새들의 소리에 서로 소리를 치는 아내와 영영이. 

동굴 천장에 달라붙은 수많은 새 덕분에 동굴은 아까도 아주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저녁해가 질 시간이 가까워져 와 그러는 모양인지, 둥지로 대부분 새들이 돌아오고 있어 아까보다 훨씬 더 시끄럽고, 동굴 입구는 날아드는 새들로 무척이나 혼잡했다. 

“가가! 잠수해볼까요!?” 

해녀라는 되는지 잠수부터 하겠다는 영영이. 

바닷속에도 재료가 하나 필요하긴 했지만, 제일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거 말고 일단 저걸 좀 부탁할게! 당 매매! 그리고 부인!” 

“저거요?! 새?!” 

“새말입니까?” 

내가 동굴 천장에 시끄럽게 소리를 내는 새들을 가리키자, 그것으로 요리를 만드는지 알고 아내와 영영이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영영이가 경공을 펼쳐 동굴의 벽면 여기저기를 딛고 뛰어오르더니, 새 한 마리를 손으로 낚아채 아래로 내려왔다.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냉큼 움직인 영영이. 

영영이의 손에서 놀란 새 한 마리가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잿빛 날개와 몸통을 가진 날렵한 새. 

“제비인가요?!” 

“제비로 요리를 만드는 줄을 몰랐네요!” 

아내와 영영이가 새를 보고 제비냐고 물어왔지만, 제비는 아니었다. 

생긴 것도 습성도 비슷하지만, 저것의 정확한 이름은 칼새. 

영영이가 재깍 칼새의 목을 꺾어버리려 하기에, 그녀를 급하게 제지하며 필요한 것을 다시 이야기 햇다. 

“아니, 새는 놓아주고 둥지를 가져오너라!” 

“둥지요?!” 

“둥지 말입니까? 노공?!” 

“그래, 둥지!” 

내가 갑자기 새의 둥지를 가져다 달라고 하자 놀란 목소리로 되묻는 둘. 

고기도 별로 없는 비쩍 마른 제비 따위는 필요 없었다. 

길 떠나시는 어머니를 위해 만들 요리는 저 새들이 만드는 둥지로 만드는 요리. 

중국에 갔던 미국 대통령도 먹었다는 요리. 

연와(燕窩). 

제비집 수프인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둥지!” 

“알겠어요!” 

내 부탁에 아내와 영영이가 동굴 벽면을 딛고 천장으로 뛰어올라 제비집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전생에는 상어 지느러미와 함께 왜 처먹는지 이해가 안 되는, 정말 비싸기만 한 요리 중 한 가지가 이 연와, 제비집. 

무슨 맛이냐면 그냥 맛이 없다. 

상어 지느러미랑 똑같이 무(無)맛. 

생긴 건 해파리냉채에 쓰는 해파리 가늘게 잘라둔 모습이랄까? 식감도 그냥 묵 같은 맛. 

하지만 전생에는 킬로에 몇백만 원씩 하던 고급 재료. 

‘중원 놈들 정말 쓸데없는 걸 많이 처먹는다니까.’ 

제비집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칼새의 둥지를 뜻하는데, 보통의 새들이 지푸라기나 진흙 등으로 집을 짓지만, 칼새는 특이하게 자기의 침으로 집을 짓는다. 

사람도 침이 말라붙으면 얼굴에 하얗게 뭔가가 생기는 것처럼 칼새도 마찬가지로 침을 말려 하얀 집을 짓는 것. 

그러니 연와는 정확히 말하면 칼새의 마른침이 뭉친 것이랄까? 

‘상어 지느러미까지는 이해하는데, 대체 칼새 침을 왜 먹냐고!’ 

잠시 마음으로 분노하는 틈을 타, 아내와 영영이가 동굴 벽면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천장과 지상을 몇 번 왕복하자, 내 옆으로 연와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필요한 수량은 그리 많지 않은데 이미 일 킬로는 넘게 수확된 연와. 

일단 둘을 멈추게 했다. 

“이만큼이면 충분해! 그만 해도 될 것 같아!” 

내가 둘을 급하게 멈춰 세운 이유는 양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다 칼새를 위해서이다. 

연와의 품질은 희고 깨끗한 것을 최고로 치는데, 희고 깨끗한 연와는 칼새가 처음 만든 집 한정. 

칼새는 처음에는 침만으로 집을 짓지만, 그걸 사람이 뜯어가면 침에 깃털 같은 불순물을 섞어 집을 짓는다. 그리고 그 집마저 뜯어가면 마지막으로 다시 집을 짓는데, 그때는 제비의 침에 피가 섞여 나와 연와가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 이상은 아마 새가 떠나거나 죽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전생 중국에서는 제비의 첫 집은 침으로 만들고, 두 번째는 눈물로, 세 번째는 피눈물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그러니 자연적으로도 동굴 천장에 붙인 집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너무 많이 뜯어오면 개중에 이미 한번 집을 잃어 피를 토할 놈이 있을까 싶어 둘은 멈춘 것이었다. 

‘불쌍하긴 한데, 이번만 어머니를 위해서 희생하거라.’ 

칼새에게 마음속으로 용서를 구한 후 연와를 살펴보았다. 

사람의 손이 한 번도 타지 않아 그런지 연와는 비교적 깨끗했다. 

한때 한국에는 붉은 연와가 최상품이라 알려진 적이 있지만 그건 다 사기. 

실제로 최상품은 첫 연와. 

피가 섞인 연와는 최하품. 

그리고 붉은 연와는 칼새 착취의 증거라고나 할까? 

다행스럽게 모두 희고 비교적 깨끗한 연와. 

“됐다! 갑시다! 부인. 가자꾸나. 영영아!” 

“예! 노공!” 

“예!” 

아내와 영이와 함께 배가 세워져 있는 동굴 물속에서 해삼 두어 마리를 주워 챙기고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어머니를 위한 요리 시작. 

먼저 연화를 물에 불려 둘에게 맡겼다. 

“연와에는 깃털이나 모래 같은 것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등 밑에서 전부 골라내야 합니다. 부인. 알겠느냐? 당 매매?” 

“예.” 

“예, 알겠어요. 노공.” 

오늘은 특별히 영영이 까지 출동. 

영영이의 손재주를 생각하면 맡기지 않는 것이 맞았지만, 영영이가 만두 만드는 재주는 없어도 이것을 잘할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원래 전생에도 연와의 손질은 바늘 같은 것으로 했는데, 영영이가 다른 건 몰라도 바늘 같은 암기는 잘 다루니 한번 믿어보는 것. 

그렇게 둘에게 연와의 손질을 맡기고 재료를 준비했다. 

뭐 재료라고 해봐야 파 조금 생강, 양파, 해삼 정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료인 송 시대의 설탕 사당(沙糖). 

원래 전생에는 따듯한 설탕물에만 연와를 담가 먹기도 했는데, 재료가 재료이다 보니 조리가 무척 간단했다. 

따듯한 설탕을 넣은 달콤한 육수에 물에 불린 연와를 넣고 찜기에 한 번 쪄내는 간단한 요리가 연와탕. 연와인 것이니까. 

그러니 해삼을 한번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웍에 물을 넣고 파와 생강, 사당을 넣어 따듯하게 준비하자 금세 요리의 과정 대부분이 끝났다. 

그리고 예상대로 바늘로 연와를 깨끗하게 손질한 영영이와 아내에게 그것을 넘겨받아 작은 그릇에 해삼, 육수, 연와를 넣고 찜기에 한 번 푹 찌기 시작했다. 

“노공, 제비의 집으로 만드는 요리라니. 신기해요.” 

“그런데 왜 제비집 요리를 어머니께 대접하는 거죠. 가가?” 

호기심 가득한 아내의 목소리와 감 좋은 질문을 던지는 영영이. 

“이따가 어머니께 대접하고 알려줄 테니 좀 기다리거라.”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고 찜기에서 뚜껑 달린 그릇들을 꺼내 쟁반에 옮겨 담았다. 

내가 직접 들고 갔으면 좋겠지만, 아직 갈비뼈가 욱신거려 쟁반은 아내의 몫. 

그렇게 완성된 연와를 들고 다시 정자에 도착하자 등롱에 불을 밝혀두고 우리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월영 그리고 약왕. 

셋에게 하나씩 그릇을 건네고, 아내와 영영이에게도 자기들의 몫을 전해주었다. 

“어서 드셔보시지요.” 

그렇게 모든 서빙이 끝나고 어머니께 요리를 권했다. 

-달칵. 

다섯의 손이 거의 동시에 움직여 뚜껑들이 열리자, 뿜어져 나오는 생강의 향과 파, 양파가 아우러진 채수(菜水)의 은은한 향. 

“음···. 강하지 않고 향이 아주 좋네요. 청운.” 

“호오. 이건 꼭 량분(涼粉)과 비슷하구나.” 

그렇게 다들 홀리듯 향을 음미하고 수저를 들어 연와와 함께 국물을 맛봤다. 

그리고 연와를 한입 맛본 어머니의 입에서 질문이 흘러나왔다. 

“달콤하고 식감이 아주 독특하네요. 아주 맛있네요. 요리사가 되었다더니, 훌륭합니다. 청운. 그런데 청운 이 요리의 이름은 뭐죠?” 

어머니가 흡족한 얼굴로 요리의 이름을 물어오셨다. 

솔직히 내가 이 요리를 만든 것은, 어머니께서 요리의 이름을 물어오실 이 한순간을 위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 연와, 제비의 집으로 만든 탕입니다.” 

“제비의 집이요? 이것이?” 

제비의 집이라니 조금 놀라시는 어머니. 

마음을 가다듬고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아들이 길 떠나시는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요리. 연와탕.” 

“연와탕···” 

“중원 대륙의 제비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를 피하려고 따듯한 강남으로 떠나지만, 봄이 오면 결국 다시 자기의 집으로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집인 이곳으로 반드시 제비처럼 되돌아오셔야 합니다.” 

“그, 그런···” 

내 말에 어머니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입에서 듣고 싶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예, 반드시···.” 

굳이 어머니와의 이별 요리로 연와를 선택한 것은, 요리 학교 스승 중에 자기가 무슨 도사쯤 된다고 생각하는 영감이 있었는데, 그 영감이 입버릇처럼 하던 소리. 

‘뛰어난 요리사의 요리는 단지 혀를 즐겁게 하지만, 훌륭한 요리사의 요리는 혀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한다. 그리고 위대한 요리사의 요리는 마음 까지, 감동하게 한다.’ 

그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쓸모없이 아무 맛없는 재료로인 연와로 만든 수프는 내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띄워 보낸 한 장의 편지였던 것이었다. 

어머니의 집은 이곳이니 꼭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시라는···. 

*** 

출렁이는 바다 위 혈화마녀 은소화는 바다로 나서며 벼랑 위를 바라보았다. 

등롱을 들고 자신을 배웅하는 중원에서의 인연인 아들 청운과 두 며느리.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하염없이 그쪽을 바라보자 셋이 배 쪽을 바라보며 공손히 절을 해왔다. 

셋의 모습에 욱신거리는 가슴. 

청운이 걱정할까 다른 이야기는 못 했지만, 아마 이대로 소금에 절인 오 장로의 머리를 가지고 되돌아가면, 문책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분의 눈과 귀는 어디나 존재하기에 중원 남자와 사랑에 빠져 중원 출신 아이를 양자로 맞은 것을 알면, 아마 이것이 청운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 아마도 거의 확실히 그분의 분노를 살 것이 분명했다. 

‘이별입니다. 아마도 영원히···’ 

마음속으로 청운을 향한 이별의 인사를 한 은소화는, 절을 한 채 바닥에 엎드려 아직 미동도 없는 세 아이를 바라보며 월영을 찾았다. 

“월영?” 

“예, 부단주. 월영 대령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나타나 고개를 숙이는 월영. 

나타난 월영의 양어깨를 잡고 말했다.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탁이라뇨! 명하시면 됩니다. 단주.” 

“아니요. 부탁이에요.” 

단주로서 명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신교와 관련 없는 일. 

부탁이 맞았다. 

얼떨떨한 월영이 자신의 표정을 보고 물어왔다. 

“예? 부탁이라 하시면?” 

“부탁이니 들어주셔도 되고 안 들어주셔도 돼요. 혹 제가 그분의 노여움을 사, 이것이 저 아이들과 마지막이 된다면, 매년 저 아이들에게 저를 대신해 서찰을 하나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무, 무슨 그런 말씀을! 당치않습니다! 그분의 명을 어기고 중원에서 분란을 만들던 오 장로를 처분한 것뿐인데, 그, 그분께서도 이해를···.” 

워영이 당황해 자신을 옹호했지만, 은소화가 할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가리키는 것. 

그러자 뭔가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월영이 입술을 씹어 삼키며 소리쳤다. 

“어,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글쎄요. 그저, 마녀의 변덕이라고 해두지요···” 

그렇게 그녀의 대답이 끝나자, 바닷바람이 거칠게 불어와 묶었던 머리카락이 풀리며, 은소화의 머리카락이 바닷물결같이 뱃전으로 파도치기 시작했다. 

*** 

전각의 현판에 휘갈겨 쓰인 글자는 천마전(天魔殿). 

그분이 거하시는 곳. 

혈화마녀 은소화는 천마전 엎드려 죄를 청하는 중이었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천마시여 죄인 은소화 죄를 청합니다!” 

몇 달에 걸친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십만대산. 

은소화는 도착하자마자 오 장로의 머리가 든 상자를 들고 천마궁 앞에 꿇어 엎드렸다. 

자신의 죄를 청하기 위해서. 

아직 궁 안쪽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지만, 은소화는 그대로 꿇어 엎드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소식을 듣고 하나둘 달려오는 다른 장로들. 

“처, 천마궁 앞에서 이 무슨 일이요. 삼장로!” 

대장로가 놀라 소리치고. 

다른 장로들, 심지어 반대하는 위치에 있는 장로들까지 놀란 얼굴로 은소화를 바라봤다.

아직 한 번도 천마궁 앞에 본인이 직접 죄를 고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 

-쿠구웅. 

그리고 그런 작은 소란 속에서 만년한철(萬年寒鐵)로 만든 천마궁의 문이 양쪽으로 크게 열리더니,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누구에게나 명확히 들려오는 목소리. 

“그래, 죄를 고한다고?” 

그 목소리에 다른 장로들이 급하게 꿇어 엎드리고, 그분의 목소리에 은소화가 침을 삼키며 자신의 죄를 고했다. 

-꿀꺽 

“천마시여! 오 장로의 목을 베고 중원인과 내통한 죄를 청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죄를 청하자 다시금 놀란 장로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앞다퉈 소리쳤다. 

“오, 오 장로가?! 이 무슨!” 

“닥치시오! 천마께서 말씀하시는데!” 

“조용!” 

그리고 그런 소란을 잠재우려는 듯, 조용히 하라는 말과 함께 짙어지는 살기. 

모든 장로들이 황급히 놀란 입을 다물자, 적막한 가운데 다시금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자존(强者尊). 천마신교에서 약한 자를 죽이는 것이 죄가 되던가?” 

그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분이 장난기 띈 목소리로 은소화를 향해 물어왔다. 

“내 들은 바로는 중원인 아들을 얻었다고?” 

‘여, 역시 알고 계시는구나.’ 

“예, 천마시여···. 은혜를 잊고 교를 배반한 죄. 죽음으로!” 

-쿵 

죽음을 예견하고 이마를 땅에 찧었지만, 그분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평소 한두 마디 정도만 하시는 것과는 다르게 호기심 띈 목소리로. 

“아들이 요리사라고? 식룡이라던가? 아들이 만든 음식은 맛보았나?” 

“예? 예, 무, 물론입니다.” 

“그래? 맛있었더냐?” 

“예···” 

그리고 그렇게 대답하고 나자 아마도 마지막인 것 같은 질문이 들려왔다. 

“그래?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마지막 말과 함께 천마전 앞에 내리깔리는 살기와 위압감. 

거대한 압력이 은소화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내리깔리는 몸. 

벌레처럼 기며 은소화가 간신히 대답했다. 

“예, 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을 떨군 채. 

그렇게 거대한 압력과 살기에 두 눈을 감고 청운을 생각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살기가 거짓말처럼 걷히며 천마전 안에서 약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정말 그 정도란 말이더냐?” 

그리고 잠시의 여운 후에 믿기 힘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흐응···. 그럼 언제 혈화마녀의 아들이 만든 요리나 한번 먹으러 가볼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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