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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140/344)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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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고도 둘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게 잠들었는지, 볼을 잡아당기는데도 미동도 없는 둘. 

깨우지 않으려고 다시 눈을 감았더니,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는지. 

정신이 들 때쯤 아내와 영영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내가 잠든 사이에 눈을 뜬 것 같았다. 

“그런데 언니, 노공께서 생각보다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노공의 식사와 저희 아침은 어떻게 하죠?” 

“밥을 하고, 갱(羹)은 내가 돌만 있으면 끓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도, 돌이요?” 

“응 내가 자신 있는 요리가 있거든. 우리 가문 무사들도 아주 좋아했어. 원래 강가에 있는 돌멩이를 건져서 끓이는 갱인데, 석자갱이라고 아주 맛있거든. 여긴 강가는 아니지만, 바다에서 돌 몇 개 건져서 끓이면 되니까 걱정 없어. 어차피 강가의 돌이나 바다의 돌이나 똑같은 돌이니까.” 

-탁탁 

‘맙소사···.’ 

근거 없이 자신감만 넘치는 영영이는 가슴까지 두드리는지 탁탁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내가 몸을 일으켜 둘을 말리기 전 들려오는 소리. 

“그럼 일단 부엌으로 가봐요. 그런데 언니, 밥 해보셨어요?” 

“그냥 물 넣고 끓이면 되지 않을까?” 

“그, 그럴까요?” 

그리고는 둘의 소리가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삐거덕 

고장 난 문짝이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조용해진 처소 안. 

눈을 떠 주변을 살피자 둘은 부엌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덕구도 따라갔는지 처소 안에는 나 혼자였다. 

‘아이고, 어서 따라가야겠구나’ 

둘의 말을 들어보니 무척 걱정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나 그런 걱정은 나중 문제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는데 욱신거리는 수준을 넘어선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끄어억! 아이고··· 정말 죽겠구나.” 

그렇게 비명을 내뱉으며,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드러난 손이 검은색. 

“헐···” 

손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키며 전신을 살펴보니, 어제 바다에 떨어지면서 타박상이 심했는지 전신이 멍으로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몇 군데서는 혈관까지 터졌는지 피멍까지 보이고. 

‘몸 일으킬 수 있으려나? 그냥 갈 수는 없으니 세수라도 해야 하는데···’ 

“끄허업··· 아윽···” 

몸을 굴려 간신히 침상에서 일어난 후. 

세수하라고 물을 떠다 둔 것이 있어 비명을 지르며 세수는 어찌 간신히 했는데, 아침 식사 만드는 걸 봐주러 가려고 걸음을 옮기려 했더니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갈비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어도 충격이 심했던지, 방을 내디딜 때마다 옆구리가 그대로 주저앉을 것같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 번도 안 해봤어도 둘 다 무림인이니, 눈썰미가 남들과 다를 텐데 설마 못 먹는 걸 해오겠어?”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룡 아내 반년이면 라면, 아니 국수 정도는 끓일 수 있겠지?’ 

마음속에 불안이 좀 밀려왔지만, 둘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니, 이 순간은 믿어야 했다. 

그렇다고 도우러 갈 수 있는 몸도 아니니까 말이다. 

아까 영영이의 말이 좀 불안했지만. 

그렇게 괜찮을 거라 자기최면을 걸며, 다시 누우려고 침상에 걸터앉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 

-삐걱 

문 쪽을 바라보자 덕구가 문을 비집고 안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어? 덕구야. 이리 와 봐” 

어제 주인 구한다고 마교의 장로와 다이다이도 뜬 덕구. 

머리라도 쓰다듬어 칭찬해주려고 덕구를 부르자 덕구가 내 쪽으로 냉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침상 위로 폴짝 뛰어올라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라면 침상까지 올라오면 혼쭐을 내주겠지만, 오늘만큼은 침상도 허락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덕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녀석을 칭찬했다. 

“덕구야 고맙다. 내, 나으면 맛있는 음식 많이 챙겨주마. 그나저나 너 요즘 입맛 변한 것 같더라? 너 원래 채식주의였는데, 요즘 왜 그렇게 고기를 좋아하냐? 한번 먹어보니 좋아?”

눈도 잘 보이지 않아 표정 변화 없는 덕구에게 이런저런 말을 거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둘의 발걸음 소리. 

아마도 아내와 영영이가 벌써 식사를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모양이었다. 

“벌써 만들었나?” 

둘이 사라진 지 삼십 분쯤 지났을까?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 느껴지는 소리와 감각. 

-킁킁 

-턱 

덕구가 뭔가 냄새를 맡는 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돌리자 내 어깨 위에 덕구의 한쪽 앞발이 올라와 있었다. 

-끄응 

그리고는 뭔가 애처롭고 딱하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더니, 한쪽 구석으로 가 몸을 웅크렸다. 

‘뭐지?’ 

덕구의 행동에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잠깐. 

잠시 후 처소의 문이 열리더니 아내와 영영이가 양손 든 쟁반에 아침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 노공 일어나 계셨군요?” 

“가가,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어요?” 

“어떻게 일어나 앉기는 했는데, 움직이는 건 무리겠구려.” 

둘의 물음에 미안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둘이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두고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당분간 몸을 추스르실 때까지 편히 쉬세요. 노공.” 

“예, 가가 저희가 요리해보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고요.” 

어렵지 않다는 말에 갑자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 

어떻게든 둘의 부축을 받아 식탁에 앉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제법 멀쩡해?’ 

지옥의 황천에서 거슬러 올라온 그 무엇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멀쩡한 음식. 

밥도 제법 멀쩡했으며, 국도 나름 멀겋긴 하지만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둘의 역량을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일까? 

-으적 

밥을 한 수저 뜨는 순간 콧속 깊숙이 밀려드는 탄내와 설익어 생쌀같이 느껴지는 밥. 

어떻게든 먹어보려 갱을 뜨자, 바닷물을 길어 끓인 것 같은 짜디짠 국. 

거기에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신선한 플랑크톤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커흡!” 

짜디짠 국과 그 기묘한 맛에 놀라 기침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때 영영이가 밥을 갱에 말아 덕구를 챙겨주자 덕구가 맹렬하게 짖으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덕구야, 덕구도 밥 먹어야지, 오늘은 내가 직접 한···” 

“왕! 아그르르르 왕왕!” 

“더, 덕구야 왜 그래?” 

주인을 위해 마교의 장로와 다이다이를 뜨며 목숨을 건 대가가 이런 대접을 가장한 독살이면, 당연히 화가 날 만한 것이었다. 

*** 

지옥의 아침 식사가 끝나고 우리 집 집사를 맡았던, 아구 노인을 불러들여 집 관리와 식사를 부탁했다. 

우리도 몸을 추스르고서는 이곳을 떠나야 하니, 집을 관리해줄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제갈가에 연락해서 사람이 오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고, 제갈가에서 관리를 맡아준다고 하더라도 현지 고용이 필요할 테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 식사 같은 것을 한 끼 더 먹으면, 건강한 놈도 병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휴식과 좋은 음식이 필요했으니까. 

“아구, 혹시 우리 집에서 다시 일해줄 생각이 있소?” 

“저, 정말입니까? 공자님을 모시는 것이라면 이 아구 당연히 좋습니다.” 

노년의 그에게 의향을 묻자 아주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집에서 일할 사람도 아구가 알아서 뽑아주시오.” 

“알겠습니다. 공자님. 그러면 예전에 일하던 하인들을 불러들이겠습니다. 저녁 식사부터는 제 며느리에게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비연의 조사에 새어머니에게 잘린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했었는데, 그렇기에 아구를 통해 하인들을 복귀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것 같았다. 

“부탁하겠습니다. 아구.” 

“부탁이라뇨. 당연한 일입죠. 그나저나 간밤에 난리가 도적들 때문이었다니··· 곽 부인께서 쾌차하셔야 할 텐데···” 

간밤에 그 난리를 쳐댔으니 동네 사람들도 집에 난리가 난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핑곗거리를 만들어야 했는데. 

대충 만들어낸 이야기가 어젯밤 도적들이 쳐들어와 집안에 큰 싸움이 났고, 위급한 상황에 지나가던 약왕이 우릴 구해주고, 다친 어머니를 약왕의 거처인 장의문으로 모시고 갔다는 내용이었다. 

바다로 난 동굴에 대해서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찬거리 잡으러 갈 때 예전부터 이용했었던 것이라고. 

아무튼 아구 노인과 이야기를 끝내고 그가 사라지고 나니, 아내와 영영이가 다시금 사과를 해왔다. 

“죄송해요. 노공 저희가 음식을 못 해서.” 

“죄송해요. 가가. 간을 한 번 더 보는 것이었는데.” 

“괜찮소이다. 무가의 자식이 요리까지 잘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리고 어차피 류가장을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으니, 괜찮소.” 

아침 국이 그런 맛을 낸 것은 바닷속에 있는 돌을 넣어 끓였기 때문이었는데, 이루 말할 수 없게 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조개탕 같은 것은 원래 따로 간을 하지 않고 끓이고, 중간에 간을 보고 물이나 소금을 적당히 추가해야 하는데. 

영영이는 석자갱을 끓일 때처럼 맹물에 간을 해서 거기에 돌을 넣고 끓였기 때문이었다.

바다의 돌에는 여러 가지 패류나 동식물이 붙어 자라기 때문에 끓기 시작할 때 거기서 흘러나온 소금기가 처음에 맹물에 간을 한 것과 더해져 바닷물이 되어버린 것. 

결국 나와 덕구에 반응에 둘 다 음식을 맛보고 새빨개진 얼굴로 사과를 해왔고, 지금도 다시 사과했지만, 새색시들의 첫 요리란 뭐 그런 것이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 

류가장에서 한 달 이상 몸을 추스르고, 우리는 강서(江西)의 포양호(鄱陽湖)에서 배에 올라타 다시금 동경으로 향했다. 

제갈가의 본가가 있는 호북으로 가는 것보다 강을 타고 내려가 동경으로 향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동경에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전에 만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엣취!” 

“노공 괜찮으세요? 너무 밖에 나와 계시면 감풍에 걸릴지도 몰라요.” 

초겨울 빽빽한 안개 속 삐걱거리는 뱃전에서 찬바람을 쏘이자 튀어나오는 기침. 

계절은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고 거기에 우리가 북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하루하루 다르게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아내야 북해빙궁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전혀 추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영영이도 한서불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괜찮아하는 모습이었는데, 나는 배를 타기 전 포양호에서 외투까지 사 입었는데도 너무 추웠다. 

추울 수밖에 없는 것이 아직 이 시기에는 목화가 없어, 돈 있는 사람은 표범이나 곰, 늑대 또는 다른 털 부드러운 짐승의 가죽으로 겨울 외투를 만들어 입고, 평민들은 종이로 만든 옷에 갈대의 씨앗에 붙은 털을 채워 외투를 만들어 입는데, 나도 종이로 만든 옷을 사 입었기에 추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내가 종이 옷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보다는 천이나 가죽을 파는 사람이 많은 시기이고, 몸에 맞지도 않는 비싼 털가죽 옷을 사 입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문지 옷 입은 거지가 이런 느낌일까?’ 

-꾸깃 

불어오는 바람에 다시 한번 종이 옷의 옷깃을 여몄다. 

“엣취!” 

그리고 다시 한번 기침하자 아내가 내 볼을 만져보고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노공, 볼이 너무 차니 안쪽으로 들어가요!” 

“더 북쪽으로 갈 것인데 적응해야지 않겠소?” 

아내의 걱정 어린 말에 웃으며 대꾸하자 아내가 미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저렇게 미안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이유는 우리의 다음 목적지가 북해빙궁이기 때문. 

우리가 지금 동경으로 향하는 이유도 북해빙궁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물론 영영이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아내인 제갈청이 환골탈태를 못 하는 이 상황이 길어지면, 힘이야 컨트롤 가능해졌다지만 또 혹시 모르는 것이고,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니 일단 먼저 북해빙궁을 찾기로 말이다. 

영영이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해주어 한결 마음에 부담을 덜고, 셋이 동경으로 향하는 길인 것이다. 

북해빙궁을 찾아가는데 굳이 먼저 동경으로 가는 것은 거지새끼들을 한번 만나보려는 목적인데. 

원래 전생 상식으로는 북해빙궁은 바이칼호 근방부터 몽고 근처까지 다양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에, 지금 이 시대에는 어떤 위치와 형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가는 길을 알아보기 위해였다. 

북해빙궁의 위치를 알고 있을 장인에게는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 서찰로 위치를 물을 수 있지만, 가는 길을 확인하는 것은 아무래도 보안이 필요하니, 거지들에게는 직접 찾아갈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오문은 알까 싶어 비연에게 슬쩍 물었지만, 그쪽은 중원 내수 전문이라나? 

그렇게 아직 이른 아침이라 선실에 잠들어있는 영영이를 두고, 뱃전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쌀쌀한 날씨와 안개, 거기에 추위까지. 

갑자기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설마! 타이타닉 각인가?’ 

배를 탔으니 타이타닉 코스프레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목소리를 깔고 아내를 불렀다. 

“부인?” 

“노, 노공? 표, 표정이···” 

“표정이 어떻단 말이오? 이리 와보시오.” 

안개와 추위 그리고 안개까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아내의 손을 잡고 므흣한 표정을 보내던 그 순간. 

-쿠쿵 

“커헉!” 

“노공!” 

뱃전에 무엇인가가 부딪히며 뒤로 날아가려는 나를 부인이 붙잡았다. 

‘뭐야? 진짜 타이타닉이야?’ 

우리가 배를 타고 지나고 있는 곳은 대운하 통제거. 

타이타닉처럼 빙산은 없을 텐데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때, 충돌의 충격에 채 벗어나기도 전에 여자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악!” 

그리고는 뱃전 너머에서 안개를 헤치고 뭔가가 이쪽으로 휙 하고 날아왔다. 

그렇게 날아오는 것을 아내가 품 안에 받아들고 확인하자. 

“아기?” 

“아기네요?” 

동시에 여자의 비명과 함께 안개 속에서 날아온 아기가 울음을 터트렸다. 

“꺄아악! 아기! 우리 아기가!” 

“흐애앵! 흐애앵!” 

‘뭐냐 이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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