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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160/344)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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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유성이 잘못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의 기준으로 한나절이라는 것은 내 기준에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다면, 숭산 등반을 전생에 등산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등산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림 승려들과 들짐승 그리고 절을 찾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통에 자연스레 만들어진 산길을 오르는 것이니, 훨씬 시간이나 체력 소비가 클 것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계산 실수였다. 

거기다 눈이 내려 허리춤까지 쌓인 상태. 

한나절은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팽 소협 소림사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이오?” 

“음···. 이리 못 올 줄이야. 한 칠할 정도 남은 것 같소이다. 

외숙모님의 분부로 몇 번 시주하러 왔었다는 팽유성은 해 질 무렵 우리가 멈춰 선 곳이 아직 절반도 오지 못한 곳이라고 말했다. 

산등성이로 해가 넘어가려는 느낌이 들고 있었으며, 주변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상태. 

눈산에서 노숙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텐트나 어떤 장비도 없이 내 급과 자기 봇짐 정도만 달랑 진 중원 하프 바바리안과 함께 말이다. 

더군다나 팽유성은 호피로 만든 민소매 조끼만을 입은 상태. 

움직이고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눈 속에서 저걸 입고 자다가는 나란히 중원산 동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들려오는 팽유성의 목소리. 

“이거 식룡이 무공을 익히지 못했다는 사실을 내 깜빡했구려.” 

누가 팽 가주 아들 아니랄까 봐 내가 일반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팽유성 이었다. 

‘그래, 뭐 그 피 어디 가나···.’ 

속 편하게도 자기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선택적 뇌를 가진 두 부자. 

이래서 전생에 다른 도둑질은 다 해도 씨도둑질은 못 한다는 소리가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오늘 밤을 넘길 방법. 

“그나저나 해가 저물게 생겼으니 큰일이오.” 

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팽유성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뭐가 큰일입니까? 하루 노숙하면 되는데.” 

“이 눈 내린 겨울 산속에서 말입니까?” 

“운치 있고 좋지 않습니까? 이리 흰 눈이 내린 곳에서의 하룻밤이라니.” 

운치는 사람이 평화롭고 즐거운 상황에서나 즐기는 것. 

눈 속에서 자다가 입이 돌아가, 아니, 얼어 뒤질지도 모르는데 운치는 개뿔. 

“운치는 사람이 살아서 즐기는 것이고, 이런 눈 속에서 노숙했다가는 얼어 죽소이다. 팽 소협도 그런 옷차림으로는 밤을 나기 힘들 것입니다.” 

지금은 내공을 돌리는 모양이지만, 잠잘 때까지 내공을 돌릴 수는 없을 터. 

한서불침(寒暑不侵)의 경지로는 보이지 않는데, 민소매 조끼만 달랑 입고 너무 태평한 그에게 경고하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소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 설마 손님을 얼어 죽게야 하겠소. 노숙할 곳을 찾아볼 테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아니, 팽 소협. 팽···.” 

그리고는 혼자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나만 두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팽유성. 

시간이 계속 흘러 주변이 점차 어두워지고, 눈은 계속 퍼붓고 팽유성은 오도 가도 않는 상태. 

이대로 눈과 바람을 맞으며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팽유성을 기다리며 서 있을 수는 없었기에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아! 그렇지! 곰 형님!” 

역시 사람이 목숨이 경각에 달하면 머릿속에서 방법이 떠오르는 법. 

전생에 생존다큐에서 봤던 방법이 떠올랐던 것. 

나는 곧장 근처에 큰 나뭇등걸에 손으로 눈구덩이를 파고, 살기 위해 일단 그곳에 몸을 웅크렸다. 

전생에 생존 다큐 보면 눈 내리고 추울 때는 이렇게 눈을 파고 들어가면 따듯하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 

그렇게 나뭇등걸 근처에 눈구덩이를 파고들자, 직접 바람이 불지 않고 몸을 웅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따듯한 느낌. 

‘역시 우리 곰 그릴 형님 말씀 백번 맞네.’ 

게임 하는 틈틈이 곰 그릴 형님 방송을 즐겨보길 잘했다고, 그것이 전생에 내가 내린 결정 중에 두 번째로 잘한 것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는 누가 뭐래도 제갈형님을 존경했다는 사실. 

덕분에 완벽한 아내도 얻고. 

뭐 너무 완벽해 넘치는(?) 아내였지만 말이다. 

내공이···. 

그렇게 곰 그릴 형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웅크리고 있자, 그새 눈이 쌓여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그런지 솔솔 쏟아지는 졸음. 

‘이걸 잠들면 죽는 거 아니겠지? 그나저나 팽무성 이 사람 언제 오는 거냐···.’ 

*** 

“가가! 이렇게 중요한 날 먼저 잠드시면 어떡해요! 세상에 하루밖에 없는 날인데!” 

나를 깨우는 영영이의 토라진 목소리. 

영영이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뜨자 예의 익숙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긴?” 

눈에 들어온 것은 제갈가 본가에 있는 아내와 나의 처소. 

신혼 첫날밤처럼 붉은색 홍등과 붉은 천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정한 아내 제갈청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머, 노공 피곤하셨나 보군요. 괜찮으신가요?” 

아내가 내 이마를 짚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내 분명 눈산에서···.” 

“예?!” 

“눈산이요?” 

내 물음에 당황한 아내와 영영이의 표정. 

둘은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내 양옆에 자리를 잡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가, 오늘 하루 무척 힘드셨었나 봐요. 손님도 많았으니까요.” 

“하긴 혼례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죠. 그러니까 굳이 다시 하신다고 하셔서···.” 

“혼례? 다시?”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 둘. 

내가 당황한 표정이 되자 둘이 내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간 고생한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봐. 괜찮은 거겠지 청아?” 

“하긴. 그간 고생을 너무 하셨죠. 잠시 긴장이 풀려 그런 것이니, 괜찮을 겁니다. 오늘 밤 저, 저희가 잘 도, 돌봐드리면 되니까요.” 

“마, 맞네. 우, 우리가 잘 돌봐드리면 되지.” 

딱하다는 목소리로 나를 위로하듯 말하다 뭔가 부끄럽다는 듯 말을 끝낸 둘은, 양쪽에서 나를 품에 안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가, 기억 안 나세요? 북해빙궁까지 가서 청이를 치료하고, 돌아와서 당가에서 할아버지한테 당당하게 ‘손녀를 주십쇼!’ 했다가, 이마에 독침 박혀서 삼 일을 내리 앓았잖아요. 제가 가가 잘못되면, 따라 죽는다고 난리 쳐서 간신히 혼례까지 올렸잖아요.” 

“뭐?!” 

깜짝 놀라 이마를 만져보자 진짜 좁쌀만 한 흉터가 느껴졌다. 

‘진짜 독침을 맞았다고? 아니,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나는 알지 못하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 화들짝 놀라자 다시금 이어지는 영영이의 설명. 

“그리고 제갈가로 돌아왔더니. 가가께서 복숭아나무 아래서 셋이서 혼례는 무조건 올려야 한다고 해서 셋이서 오늘 혼례 올렸잖아요. 정말 기억 안 나요?” 

“내, 내가 그랬다고?” 

“예, 노공 복숭아나무 아래서 부부가 되기로 맹세해야지, 유선주와 그 아우들의 영원한 우정처럼 사랑도 영원 할거라며···.” 

아내와 영영이가 설명을 끝내더니 볼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란 놈···. 정말 미친놈인가? 아니,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지.’ 

송 시대에 합동결혼식이라는 나는 정말 미친놈인 것 같았다. 

연성공 형님한테 유교적 도리에 어긋난다고 혼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지. 잠깐. 이거 뭔가 이상한데?’ 

분명 내 마지막 기억은 소림사의 눈산 속. 

분명 눈 속에 구덩이를 파고 팽유성을 기다리다가··· 

‘이, 이거 설마!’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산 속에서 까무룩 잠들었는데 내가 모른 상황이라는 것. 

이건 분명 그것이었다. 

「각성」 

‘그래, 내가 환생도 하고 그랬는데, 아무 능력 없는 게 그간 이상하긴 했어. 환생했으면 이건 주인공급이라는 건데 아무 능력도 없는 무능력자는 좀 아니긴 했지.’ 

아마 내가 환생, 그것도 역사를 거슬러 오른 것으로 보아 나는 시간과 관계된 능력을 갖추고 있던 모양. 

그것이 눈산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눈을 떠. 

괴로운 과거는 건너뛰고, 딱 좋은 내가 원하는 시점으로 시간이 흘러버린 모양이었다. 

‘야, 이거 개꿀이구나!’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좌우의 영영이와 아내인 제갈청을 확인하자, 남편 암살에 적합한 전투복인 흑사와 백사를 입은 상태. 

아내는 백사 영영이는 흑사. 

흰 뱀과 검은 뱀? 

눈감았다 떴더니 이곳이 천국이었다. 

‘그래, 오늘 그냥 죽자!’ 

기억이 나면 어떻고 안 나면 어떠랴.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꿈에 그리던 순간이 아니었던가. 

웃옷을 벗고 잽싸게 둘 사이로 뛰어들었고 그러자 둘의 체온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응? 서늘? 아내가 북해빙궁 무공을 익혀서 그런가?’ 

***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뭔가를 굽는 냄새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장작불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장작불의 열기로 몸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자 몸과 정신이 천천히 정상을 찾기 시작했다.

“끄응···.”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자 팽유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룡! 정신이 드십니까?” 

“아이고, 여기가 어디요?” 

머리를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팽유성이 다가와 나를 다시 자리에 눕히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처에서 동굴을 찾았으니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뻔했습니다. 아니, 눈 속에서 잠이 들면 어쩌자는 말입니까? 송장 치르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식룡이 거기서 잘못되었으면 제가 어머니한테···.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영영이는 또 어떻고···.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떠는 팽유성.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가 이해되었다. 

‘쓰바. 어쩐지 잘 풀린다 했다. 다 꿈이었구만···. 그래, 내주제에 무슨 각성이냐 각성은···. 안 죽은 게 다행이네···’ 

십자인지 만자인지 그래도 양심은 있는 분이셨다. 

아마 삶의 마지막이라 가장 기대했던 장면을 보여주었던 모양. 

정신을 가다듬으며 일단 주변을 확인했다. 

나와 팽유성은 한 동굴 안에 있었는데, 동굴은 그리 깊지 않은 곰이나 늑대 같은 것의 굴처럼 보였지만 작지는 않았다. 

입구는 팽유성이 연기가 나갈 구멍만을 조금 크게 남겨두고 대충 눈으로 막아둔 모습. 

팽유성 쪽을 바라보자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과 함께 앞에 죽어서 가죽이 벗겨진 사슴 한 마리가 보였고, 팽유성이 고기를 잘라 나뭇가지에 꿰어 그것을 굽고 있었다. 

모닥불의 붉은 불빛에 드러나는 팽유성의 등 그리고 구릿빛 피부. 

피부가 모닥불 빛에 비쳐 잘 구운 카오루주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니, 조끼만 입고 다니더니 이젠 옷까지 벗었네? 그런데 옷은 왜 벗었지?’ 

그나마 있던 민소매도 벗어 던진 모습. 

이 한겨울에 대체 무슨 짓인지 한겨울에 볼 사람도 없는데 무슨 몸 자랑이냐고 생각할 때 느껴지는 이상한 해방감. 

몸이 아주 뭐랄까 깃털 하나 걸치지 않은 것처럼 가벼웠다. 

‘뭐지?’ 

이상한 느낌에 몸에 이상이라도 생겼나 싶어 내 몸을 확인하자, 나는 동굴 안에 있었는지 두껍게 깔린 마른 풀 위에 내 옷을 덮고 눕혀진 채였다. 

‘응? 설마?’ 

그리고 슬쩍 덮인 옷을 들치자 역시나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대체 내 옷이 왜 다 벗겨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팽유성을 바라보자 팽유성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씨익 

내 알몸과 팽유성의 묘한 미소. 

‘서, 설마!’ 

고기를 굽고 있는 팽유성을 향해 질문했다. 

“팽 소협. 어, 어째서 제 옷이. 왜 다 버, 벗겨져 있는 것인지?”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모닥불 빛에 번들거리는 육체를 끌고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할짝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이, 이 새키! 설마!?’ 

그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 옷을 움켜쥐고 몸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다. 

-턱 

그러나 얼마 못 가 느껴지는 동굴의 차가운 벽. 

“왜, 왜 이러시오!” 

내가 비명을 지르듯 외치자 팽유성이 그제야 입을 열어 물어왔다. 

“식룡 등짝이···.” 

팽유성의 말에 부들부들 떨며 다가올 현실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을 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등짝이 차가울 텐데 동굴 벽에 기대지 말고 불가로 좀 앉으시오. 정신을 차렸으면, 이 사슴고기도 좀 먹고. 말이오.” 

그가 다시 입술을 핥으며, 내 앞으로 사슴고기가 불쑥 내밀어졌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자 팽유성이 그제야 내가 옷을 벗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니, 옷은 아까 눈구덩이에서 식룡이 직접 벗은 것이오. 대체 옷은 왜 벗고 있었소이까? 몸이 너무 차가워 죽은 줄 알았소.” 

‘이 새끼! 사람 오해하게!’ 

쫙 풀리는 긴장감. 

뭔가를 지켜냈다는 사실에 마음속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아까의 꿈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깨달았다. 

‘아까 그럼 그게 꿈이 아니고 귀신이었나 보구나!’ 

어처구니없는 상황. 

숭산에는 72개인가 봉우리가 있고 그 봉우리마다 절이 있는 불교의 성지. 

아니, 무슨 불교의 성지에서 사람이 눈 귀신에 홀려 죽을 뻔 해버린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이게 전부 다 소림사 때문이었다. 

불심에나 힘써 귀신들이나 승천시킬 것이지, 법력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중들이 물리치료에 매달리니 본진에 잡귀신이 설치는 것. 

‘내 나중에 현장법사인지 현원법사인지 만나면 꼭 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팽유성이 건넨 사슴고기를 분노에 차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으직. 

그렇게 불을 쬐고 사슴고기를 뜯으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스럽게 피부가 조금 붉어져 화끈거리는 곳은 있었지만, 감각이 느껴지지 않거나 하는 곳은 없었고, 동상 걸려서 손가락 발가락 잘라내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한참 몸을 확인하며 고기를 받아먹는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팽 소협 아니지, 어차피 한식구 될지도 모르는데 팽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류형 그러면 서로 존대합시다. 나도 어른 대접 받는 건 영···” 

“뭐 그러면 그러시죠. 그런데 팽형 숭산에서 이리 사슴 잡아먹고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소림사의 승려들이 알면 나중에 문제가?” 

생각해보니 소림사가 있는 숭산에서 이렇게 살생하고 그러면, 나중에 소림사에서 문제를 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러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 좀 싫어하긴 할 테지만, 류형이 소림사 온다고 챙겨온 것을 들키는 것보다야 괜찮지 않겠습니까? 저는 소림사 간다고 할 때 그것을 챙기길래 류형이 미친 줄 알았소. 와하하하하!” 

“아니, 그 현원법사님을 만나려면 그분을 처소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길래···.” 

현원법사는 노승. 

외숙모님께 들으니 이게 무조건 만남을 청한다고 만나주는 게 아니라는 것. 

소림사 방장이 허락해도 그의 처소 앞에서 뵙기를 청하고 재주를 선보이거나, 그가 흥미가 동할만한 이야기를 해서 그가 문을 열고 나와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 

그 때문에 챙겨 온 것인데, 팽유성이 보기에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게 엉덩이 무거운 스님들 움직이는 데는 최고라는 소문이니, 챙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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