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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용 (171/344)

맛있는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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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그래. 오라버니를 찾고 싶으시다고?” 

“예, 총타주님.” 

추운 겨울이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지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냄새가 피어오르는 폐가에서, 개방 총 타주인 걸륜이라는 자가 삐뚜름한 얼굴로 소소에게 물었다.

“그래?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크흠.”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다 말고 입맛을 다시는 총타주. 

소소는 준비한 것을 얼른 이야기했다. 

“아, 제가 오는 길에 요 앞에 큰 사슴이 한 마리 죽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 혼자 죽었거나 누가 버린 것이겠지요?” 

“아이고, 사슴이 왜 거기서 얼어 죽었나? 좋은 소식도 전해주었는데, 사람을 찾는다니 그럼 당연히 찾아드려야지! 그런데 찾는 분이 누구시라고?” 

개방에 뭔가를 부탁하려면, 먹을 것을 버린 것처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준비한 것인데, 생각보다 잘 통했다. 

자기 이야기를 들은 개방의 총단주가 갑자기 은인을 만난 것 같은 모습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제 오라버니입니다.” 

“이름은?” 

“남궁현입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잘되리라 생각지만, 오라버니의 이름은 들은 총타주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렀다. 

“나, 남궁? 그, 그럼 소저는 설마?” 

“제가 남궁소소입니다.” 

“거, 검봉!?” 

소소가 고개를 끄덕이자 총타주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검봉, 그게 무림인이면 우리가 그게···.” 

“총타주님 겨울은 추운 계절이고, 사슴도 추워서 잘 얼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라버니를 찾으면 총단 앞에 사슴 몇 마리가 죽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겨울이니까요.” 

소소는 총타주의 말에 당황했지만, 표정을 숨기고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사슴 몇 마리를 더 이야기해보았는데, 역시나 통했다. 

“그, 그렇지! 사슴이라는 놈들은 겨울에 잘 얼어 뒈지는 놈들이긴 하지! 검봉 걱정하지 마시오. 내 바로 찾아드리리다.”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총타주가 기뻐하고 며칠 후. 

그녀는 고대하던 오빠의 드디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를 찾으셨습니까?” 

오라버니를 찾았다는 소식에 근처 다른 폐가에서 묵고 있던 소소가 얼른 달려와 총타주 걸륜에게 물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상했다. 

시원스럽지 못하고 뭔가 쭈뼛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 

“아니, 찾긴 찾았는데···.” 

“왜 그러십니까? 혹시 돌아가시기라도!?” 

설마 단전이 깨진 몸으로 무리라도 해서 객사라도 했는가 싶어 다급히 물었지만, 다행스럽게 살아는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니, 살아는 있소. 그런데 그게··· 황궁의 뇌옥에 갇혀있다고.” 

“예!?” 

다만 조금 위험한 상태로 말이다. 

단전도 폐해져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몸이 된 오라버니가 황궁에 뇌옥에 갇혀있다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황궁의 뇌옥이라뇨! 어째서 말입니까!” 

믿을 수 없는 말에 소소가 소리치며 살기를 흩뿌리자, 거지 몇이 눈깔을 까뒤집으며 게거품을 물었다. 

그리고 죽어가는 벌레처럼 다리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끄르릅 

숨넘어가는 거지들의 목소리를 들은 총타주 걸륜이 놀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거, 검봉 지, 진정하시오. 이러다 거지들 다 뒈지겠소! 진정하고 남은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죄, 죄송합니다.” 

결륜의 외침에 소소가 정신을 차리고 살기를 거두자, 걸륜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무림 비무대회 이 미친놈들은, 어딜 봐서 검봉이 후기지수라고 봉이라는 별호를 붙여줬단 말인가! 거지들 다 뒈질 뻔하였소!” 

“죄, 죄송합니다. 총타주. 사죄드리는 의미에서 노루를 몇 마리 더···.” 

“아니, 실수인데 그렇게까지야? 저놈들은 기가 허해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시오. 그나저나 올해 겨울이 추워 그런지 개방 총타 주변에 얼어 뒈지는 짐승이 많구려. 허허. 그리고 오라버니가 대역죄인도 아니고 황궁의 뇌옥에 갇혀있다면, 당연히 놀라서 그럴 수 있지.” 

그렇게 불의의 사태가 정리되자 걸륜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사이 오라버니가 요리를 배워 요리사가 되었고, 뛰어난 요리 칼 실력으로 황궁 요리사인 선공이 되었다는 이야기. 

“선공(膳工)이 되다니!” 

소소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치자, 걸륜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람 써는 것만 배웠던 이가 몇 년 만에 선공에 오르다니 전 검룡이 대단하긴 하오.” 

“그런데 어째서 뇌옥에?” 

“아, 이게 이야기가 좀 복잡한데, 일단 옥에 갇힌 것은 요리를 실수해 그런 것이랍디다. 선인태후(宣仁太后)의 상에 오른 음식을 잘못해, 태후가 무척 화를 내시고 옥에 가두셨다고 하오.” 

“실수를 하셨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실수를 했기에 옥에?” 

“그게 복잡하긴 한데,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그렇소.” 

뭔가 께름칙한 표정을 짓는 걸륜 총타주. 

소소는 일단 오라버니가 괜찮은지를 물었다. 

“형벌을 당한 것입니까? 옥에 갇힌 지는 얼마나 되었답니까!?” 

소소의 물음에 걸륜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 그것이 형벌은 당한 것은 아니라는데, 뇌옥에 갇히었는지는 그러니까···. 석 달···.” 

“예!?” 

뇌옥에 갇히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 기간. 

아무런 고문을 당하지 않아도 반년이면 대부분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이 뇌옥. 

그런 곳에 석 달이나 갇혀있었다면 생사도 가늠할 수 없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조정에서는 감옥에 갇힌 사람이 많아지면, 죄인들에게 들어가는 식량을 아끼기 위해서 한 번씩 다 끌어내 처형하니,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소소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라버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 

허리춤의 검으로 손이 가고. 

소소가 참지 못하고 살기를 풀풀 날리며 밖으로 향하려 하자 걸륜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달려와 소소를 붙들었다. 

“검봉! 지, 진정하시오. 지금 어디를 가시려는 것이오!” 

“뇌옥···.”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그 이야기를 걸륜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거지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하는 것이냐! 미친놈들아! 그만 뒈진 척하고 와서 붙잡거라! 검봉 진정하시오! 파옥(破獄)이라도 하겠단 말이오! 그런 짓을 했다가는 가문은 물론이거니와 무림이 쑥대밭이 될 것이오! 진정하시오!” 

“가문이나 무림이 뭐 어쨌단 말입니까!” 

관과 무림의 불문율은 무림이 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관의 요청이 있을 때 일을 알게 모르게 돕고, 관도 무림에서의 일을 그들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게 존중해주는 것. 

하지만 황궁 뇌옥의 파옥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면, 관과 무림이 대립해 쑥대밭이 될 것은 자명한 일. 

가문이나 무림이 무슨 상관이냐는 검봉의 말에 걸륜이 임자 만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악을 썼다. 

“어허! 이놈들아! 잡아라 잡아! 검봉, 지, 진정하시오! 내내 오라버니 구할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진정 좀 하시오!” 

그리고 걸륜은 처음에 알려주려고 했던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겠다 약조해야 했다. 

걸륜이 악을 쓰자 멈춰선 소소. 

거지들에 둘러싸인 소소가 고개를 돌려 다시 물었다. 

“그,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오랜만에 만난 뭣 모르는 손님에게 사슴 몇 마리를 더 뜯어내 보려 했던 걸륜이 식은땀으로 얼룩진 이마를 훔치며 대답했다. 

“있소. 있으니까 진정 좀 하시고···.” 

그렇게 다시금 시작된 걸륜의 설명. 

그가 진이 다 빠져 지친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선공은 요리사들이 잘하는 요리에 따라 고기 요리, 튀김 요리, 찜 요리, 칼을 쓰는 요리 등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검룡인 오라버니는 칼을 쓰는 요리 담당이셨소. 잉어회나 뭐 그런 것 말이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란 말이지? 만들다가 문제가 되어 뇌옥에 갇히게 된 요리는 전혀 다른 요리였다니까 말이오.” 

“어째서?” 

오라버니는 검을 배웠던 사람이라 요리 칼을 쥔 모양인데, 걸륜의 설명대로라면 뭔가 이상했다. 

왜 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해서 뇌옥에 갇힌단 말인가? 

오라버니는 뛰어난 오성(悟性)을 가졌으니 바보 같은 짓을 할 리가 없었던 것. 

소소가 걸륜에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내 알아보니, 아마 궁중 암투에 당한 듯한데, 이게 독고가에서 손을 쓴 것 같단 말이지?”

“도, 독고가 말입니까?”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이름 독고가. 

오라버니가 그렇게 된 것도 독고가의 대공자가 원인이지 않았던가. 

무심코 다시금 허리에 찬 검으로 뻗어지는 손길. 

그것을 보고 결륜이 놀라 외쳤다. 

“어허! 검봉 진정 좀 하시고. 오라버니 살려야 하지 않겠소?” 

“큭···. 예···.” 

“아무튼 전 검룡이 만들 줄 모르는 요리인데, 그날 그것을 만드는 요리사가 갑자기 탈이나 검룡이 그가 전해준 요리법을 보고 만들었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였소. 전해준 요리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지. 요리사 몇 명이 독고가에 매수되어 일을 벌인 것 같소이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오라버니는 분명 단전까지 폐해지며 가문에서 쫓겨나고, 독고가에서도 그 정도에서 만족한 상태. 

하필이면 몇 년이나 지난 지금 일을 벌인 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예전 일은 오라버니가 단전을 폐하고 가문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었는데, 여기서 그녀의 오라버니에게 손을 댔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니까. 

”하지만, 이미 오라버니께서는 단전이 폐해지고 가문에서도 쫓겨나신 지 한참인데 어째서 지금?“ 

”그야 조용히 살았으면 모르겠지만, 선공에 올라 잘 사는 것을 보니 살심이 솟은 것이지. 자기 아들은 뒈졌는데, 검룡은 단전이 폐해지고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폐인이 될줄 알았더니 아득바득 기어올라, 선공의 자리까지 올랐으니까 말이야. 사람이 그런 것이지···.“ 

걸륜의 설명을 다 듣고 나자 이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오라버니를 살릴 방법. 

”어찌 된 일인지는 이제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 오라버니는 어찌 살려야 하죠?“ 

소소의 물음에 처음 잡아주었던 사슴의 가죽이 깔린 자기 발밑을 바라본 걸륜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크흠. 이제 내 방도를 알려줄 테니 잘 들으시게. 이게 관료들이 갇힌 것이라면, 고관대작들에게 선물을 좀 하고, 힘을 써서 풀어달라 할 수 있지만. 궁 내부의 일 때문에 갇힌 것이라 가두신 태후께 풀어달라 청해야 하는데, 검룡을 꺼내달라 하면 불충이란 말이지···.” 

말이 길어 숨이 달리는지 숨을 들이켠 걸륜이 다시 말을 이었다. 

“황궁의 안살림은 태후께서 돌보시니, 거기에 대고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불충이라 목이 떨어진다는 말일세. 그러니 고관대작들에게 부탁해봐야 소용이 없지. 아마도 황후께서는 검룡을 가둔 것을 잊고 계신 듯하니 그것을 기억나게 해야 하네.” 

“어찌 태후께서 오라버니를 가둔 것을 기억나게 한단 말입니까?” 

“같은 요리를 드시게 해서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 드려야지.” 

“예?!” 

걸륜의 말에 소소는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 

뭔가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기 때문. 

오라버니가 실수한 요리 해 태후를 먹여서, 태후가 그것을 기억해내게 해야 한다니. 

그러면 못 기억하면 어쩌란 말인가? 

“요리를 먹고 오라버니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고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네. 그리고 이 일을 어찌해보자면, 관료들의 힘도 좀 필요한데. 거기 딱 어울리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 고관대작들과 친분도 있고, 심지어 연성공을 움직일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 

뭔가 이해 못 할 계획이긴 했는데, 도울 사람이 있다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되물었다. 

“그런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들려오는 처음 들어보는 별호. 

“검봉 혹시 식룡이라고 들어봤나?” 

“식룡이요? 무슨 무술을 쓰는 자인 것이죠? 사람을 물어뜯나요? 파옥은 분명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소의 물음에 걸륜 총타주가 뭔가를 떠올리는 듯하더니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용은 용인데 맛있는 용이라고 해야 하나?” 

“?” 

소소는 거지가 바른말을 하게 칼을 한번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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