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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熊掌) (17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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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熊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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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런 일이···” 

“가가, 도와주실 거죠?” 

검봉의 긴 설명이 끝나자 손님을 맞는 곳은, 슬픈 영화를 시청하고 난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있었다. 

마음이 약한 영영이는 나에게 눈물을 훔치며 도와주자는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아내도 이슬 머금은 눈으로 검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지가 상당히 딱해 보이는 모양. 

그런데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의 소감은 좀 뭐 그랬다. 

아무리 중원 지역구 조폭연합의 수장 가문에 사시미에 미친놈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정말 제정신 아니구나 싶었다. 

아니, 사시미질에 무슨 재능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그렇게까지 해서 여자애에게 칼을 가르친단 말인가? 

창궁이고 하늘이고 나발이고 고작 사람 죽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 

‘아무튼 중원 조폭 새끼들 아주 그냥 겉멋만 잔뜩 들어서는···.’ 

의와 협이니 자신들을 포장하며 멋진 놈들인 척하지만, 결국 중원 거대 조폭일 뿐인데 말이다. 

저희 마음대로 안대면 칼 뽑고, 좀 강하다고 약한 놈들 삥뜯고. 

그러고 보니 검봉이라는 여자는 칼 좀 잘 쓴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문 최고의 킬러이자 히트맨으로 키워진 피해자. 

그 피해자가 다시금 나를 향해 엎드리며 애원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식룡.”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다시 엎드리는 검봉. 

그녀의 애처로운 목소리와 모습에 지금까진 좀 그랬는데,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과 그녀의 오라버니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하긴 저런 동생이 또 쓰레기 같은 놈에게 시집간다면 피가 거꾸로 솟긴 하겠어?’ 

남자처럼 옷을 입어 그렇지 붉은 입술과 얼굴을 보면, 꾸미면 상당히 미인으로 보일 모습에. 

나는 여동생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검을 떠나서 오라버니로서 저런 여동생이 불한당 같은 놈에게 시집을 간다면 화가 나기도 할 것. 

‘아내와 영영이가 내 친동생인데 그런 쓰레기 같은 놈과 혼례를 치른다고 생각하면···. 잘 죽였네!’ 

다시 생각해보니 절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내와 영영이의 부탁과 그녀의 처지에 어찌 도움을 주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러나 여자애가 와서 눈물로 도와달라는 하는 상황에 선뜻 대답하기가 꺼려졌다. 

원래 점이라는 게 쓸데없이 보면 안 되는 것이, 자꾸 사람이 점의 결과에 사로잡히기 때문. 

남사친 여사친 사이에도 별 느낌 없다가, 누군가가 ‘쟤가 너 좋아한대!’라고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게 되면 그때부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여난이라는 것을 들은 상황에서 여자가 찾아와 뭔가를 부탁하니 꺼리게 되는 것. 

역천의 눈치도 이게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고. 

‘하, 감이 이거 도와주고 나면 왠지 엮일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도움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거지 왕초가 알려준 계획이 내가 보기에는 구멍이 숭숭 난 그런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내가 만들어 준 요리를 먹고 태후가 검룡을 가둔 기억을 못 하면 어쩌란 말인가? 

기억날 때까지 물리게 계속 먹일 수도 없고. 

나라와 궁중 일로 바쁘신 분이 중원 기초 자원 하나 창고에 넣어두었다고 일일이 기억하는 게 우스운 것. 

그러니 도와준다 해도 이런 계획으로는 어림없었다. 

‘거지가 계획한 것이 뭐 다 그렇지.’ 

거지가 우리 제갈가문 빙의한 척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검봉에게 약간 사기를 친 모양인데, 이거 제갈가의 싱크 탱크인 내 처지에서 보면, 손만 대려 해도 대대적 보완이 필요한 계획이었다. 

현재 상태는 마치 거지의 거적때기같이 구멍이 숭숭 난 그런 계획.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영영이와 아내의 물음에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내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해진 대답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청운, 혹시 도울 수 있다면,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숙모님의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검봉이 숙모님을 고모라고 했으니, 검룡이라는 사람도 숙모님의 조카라는 말. 

‘아차! 숙모님 조카라고 하셨지···. 젠장 이거 빼도 박도 못하고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구만.’ 

원래 하늘에서 내린 시련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데, 확실히 여난이 맞는 모양. 

숙모님 집에서 몇 달씩 신세 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카를 구해달라는데,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창고도 탈탈 털어먹고 있으면서, 거절? 벼룩도 낯짝이 있으니까. 

창고가 털렸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상황이니 더욱 면목 없달까? 

빼박 검봉이라는 여자를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모님을 향해 얼른 대답했다. 

“어이쿠 그럼요. 숙모님. 당연히 도와 드려야죠. 숙모님 조카라는데, 같은 식구 아닙니까?” 

“고맙습니다. 청운.” 

“가, 감사합니다. 식룡! 이 은혜는 잊지 않은 것입니다!” 

검봉이 내 말에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고모님도 이슬 머금은 눈으로 기뻐하는 모습. 

숙모님이 고맙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남궁 가문에서는 나서지 않을 텐데, 가문과 동생을 위해 희생한 아이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고, 일이 잘 끝나면 남궁가에도 이야기해서 반드시 어울리는 대가를 받아내겠습니다.” 

뭔가 잔뜩 뜯어내겠다는 목소리. 

전생에 시집간 딸이 올 때마다 기둥뿌리 뽑아간다는 옆집 아저씨의 비명이 생각났다. 

지금 숙모님의 목소리는 친정 기둥뿌리라도 뽑겠다는 그런 목소리였으니까. 

‘나야 그래 주면 고맙긴 한데···.’ 

그런데 남궁가에서 나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좀 의문이었다. 

“남궁가에서 나서지 않는다고요? 잘못하면 아들이 죽는데?” 

“예, 만약 나선다면 독고가에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니까요. 가문에서 내쳤지만, 뒤에서 돌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살수를 보내와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러면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야겠군요?” 

“예, 아무래도.” 

아무튼 복잡한 무림의 은원관계와 문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결국 도와줄 수밖에 없었지만, 거지의 거적때기같이 숭숭 뚫린 계획의 구멍들은 아무래도 때워야 했으니까 말이다. 

‘거지가 세운 계획 아니랄까···.’ 

“그런데 도와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계획에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역시 자네도 그렇게 생각했는가?” 

여태까지 침묵하고 계시던 제갈각 숙부님. 

숙부님께서 턱을 쥐며 물으셨다. 

너무 조용하시기에 궁금했는데, 아마도 혼자 지금까지 들은 계획의 문제점을 살피고 계셨던 모양. 

“예, 아무래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니, 그것을 보완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역시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역시 우리 접각부네.” 

숙부님의 칭찬에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존경하는 그분의 혈육에게 칭찬을 듣다니! 

아 물론 기분만, 이대로 죽어서 총각 귀신은 사절이었으니까. 

그렇게 칭찬에 기뻐할 때 숙부님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아내의 조카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법. 나도 도울 테니 계획을 좀 살피세. 청아 너도 돕거라.” 

“알겠습니다. 숙부님.” 

“알겠어요. 숙부님.”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두 순수혈통 제갈과 제갈가에 스카우트 될 만큼 뛰어난 내가 있는 상황. 

검봉 저 여자는 아주 운이 좋았다. 

세상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다면 삼 제갈의 어드바이스는 꿈도 못 꿀 그런 호사.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서울대 수석 입학 출신 셋이 국영수를 봐주는 것과 비슷한 호사인 것이었다. 

“그럼 의견을 나눠볼까요?” 

그렇게 원탁에 삼 제갈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시작하려 할 때 들려오는 귀여운 목소리. 

“가가! 저도 돕겠습니다!” 

“어? 어···. 그래. 우리 영영이도 도, 도와야지.” 

영영이를 마스코트로 세우고 회의를 시작했다. 

시작은 제갈각 숙부님의 질문. 

“그러면 자네는 걸륜 대협의 계획에 무슨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저는 일단 요리를 먹고 태후께서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은 좋으나, 문제는 태후께서 기억을 못 하시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태후께서 섭정하시며 나라를 살피시느라 할 일이 많으실 텐데, 고작 요리사 가둔 것을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옳거니. 자네 말이 맞네. 그래서?” 

“아무래도 저희를 도울 사람을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왕궁 내부에 밝고 태후와 접촉이 많은 사람. 태후가 요리를 드시고 기억 못하실 때, 옆에서 한두 마디 거들어줄 그런 사람.” 

내 대답에 제갈각 숙부님이 고개를 끄덕이고,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눈치챈 모양. 

역시 이래서 제갈가의 인물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편했다. 

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 여기에 셋 더 있었다. 

“가가, 그건 무슨 말이죠? 그런 사람이 있나요?” 

“청운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식룡 말고 저희를 도울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까? 제가 가서 다시 무릎을 꿇고···.” 

셋의 말에 아내가 대답했다. 

“태감(太監) 그러니까 환관의 도움을 받으시겠다는 말입니다.” 

“환관?” 

원래 궁에서 왕족들과 가장 친하면서, 왕족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 중에 가장 좋은 클레스가, 달밤 허전한 마음을 뒷물로 씻어낸다는 내시인 환관. 

태후가 요리를 드실 때 거들며, 태후께 슬쩍 한마디 찔러 줄 수 있는 인물. 

“혹시 어울리는 인물이 있겠습니까?” 

숙부님께 질문하자 숙부님께서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런 환관이라면 태후의 측근인 이헌(李憲)이라는 사람이 있네, 태후의 식사를 살피니 그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네.” 

“아시는 분입니까?” 

거침없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친분이 어느 정도 있는 모양. 

아는 사람이냐 묻자 숙부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아니, 그런데 친한 사람이 있네.” 

“누구?” 

“자첨 있지 않은가? 그와 친하네.” 

‘아! 소동파?’ 

그분이라면 나에게 의천의 일로 빚진 것도 있으니 부탁할만했다. 

저번 일을 돕고도 귀양만 다니느라 가세가 힘들 거라고 보상도 안 받았으니까. 

“고려에서 온 왕족의 식사를 준비할 때 제가 도움을 주었으니, 아마 거절치 않으실 겁니다.” 

“오! 그렇지 더욱 잘 되었네. 그 친구가 이런 부탁은 잘 안 들어주지만, 자네의 말이라면 거절치 못하겠지. 이미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러면 자첨을 통해서 이헌에게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내가 나서보겠네. 그리고 다른 것은?” 

일단 한가지 구멍이 때워지고, 아내가 숙부님의 물음에 나서 대답했다. 

“저도 두 가지 정도 생각났는데, 소녀가 한번 대답해 보겠습니다.” 

“오, 부인 어디 이야기해보시오.” 

그동안 적들을 싹싹 지우는 물리 마법만 사용하고, 제갈가의 지혜는 본격적으로 보여준 적 없는 아내. 

아내가 내 대답에 약간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두 가지가 떠올랐는데, 하나는 뇌옥을 담당하는 시안을 통해 검룡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아내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을 수도 있으니 구해낼 자가 몸 성히 있는지 확인부터 하자는 것. 

“그리고 몸에 큰 이상이 없다면, 시안을 통해 목숨을 이어갈 수 있게 도움을 받는 것과 태후의 식사에도 그 요리를 다시 요리를 올릴 수 있게, 이헌이라는 태감에게도 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오오, 부인 맞소.” 

“그래, 청아 네 의견도 옳구나.” 

요리를 잘해서 보내고, 태후에게 요리를 먹여서 풀려나게 하는 데까지 성공했는데, 이미 옥에서 목숨을 잃었거나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풀려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확실히 형무를 보는 뇌옥의 시안에게 기름칠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짧게 형기를 마치는 죄인은 험한 취급을 받아 형기를 채우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잘 봐달라고 기름칠을 하는 것은 보통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태후의 상에 올릴 요리를 만들어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니 말도 잘해야 했다. 

잘못해서 독살이라도 시도한다고 오해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거지의 여기저기 구멍 뚫린 계획이 제갈가 삼인방의 손에 여기저기 때워져 꽤 해볼 만한 계획으로 변하고 있을 때, 

영영이가 자기도 뭔가 생각났다며 말했다. 

“가가! 저도 하나 생각났어요.” 

“네, 네가?” 

영영이의 말에 숙부님도 아내도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제 나의 사람이니 그녀의 의견도 소중한 것. 

“그래, 어서 말해보거라.” 

“요리요!” 

“응? 요리?” 

그녀에게 무엇이 떠올랐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요리라고 대답하는 영영이. 

설명을 요구하자 영영이가 대답했다. 

“가가께서 태후가 드실 요리를 만들어서 올려야 하지 않나요?”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가가께서 모르시거나 할 줄 모르는 요리면 어찌하나요?” 

영영이의 말에 모두 당황한 우리 셋. 

그래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 계획은 모두 내가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전제로 하는 것.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요리사도 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영영이 천재니?’ 

“그래! 네 말이 맞는구나! 잘했다 영영아.” 

“헤헤.” 

영영이가 하프 바바리안으로서 세 제갈 앞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사이, 나는 고개를 돌려 검봉을 향해 물었다. 

영영이의 말대로 그녀의 오빠가 실수한 요리. 

내가 만들어야 할 요리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기 때문. 

“그나저나 검봉, 오라버니께서 만들다 실패한 것이 무슨 요리라는 소리는 들었습니까? 제가 어지간한 요리는 다 할 수 있지만, 못하는 요리도 있거든요.” 

그렇게 내가 나도 만능은 아니라는 듯 묻자 검봉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게 웅장(熊掌)이라고···” 

‘웅장? 아! 곰 발바닥?’ 

웅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녀의 오빠가 왜 요리에 실패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거 사람 엿 먹이는 재료거든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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