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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자(大舅子) (179/344)

대구자(大舅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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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감 이헌은 제갈가의 접각부가 만들어준 웅장을 가지고 곧바로 태후를 찾았다. 

웅장이 식지 않게 발걸음을 서두르면서 말이다. 

“식지 않게 서두르자꾸나.” 

“예, 시선태감(侍膳太監) 어른.” 

이헌은 그렇게 발걸음을 서두르며 자기를 따르는 음식을 나르는 궁녀인 선도(膳徒) 손에 들린 접시를 흘깃 바라보았다. 

요리가 식지 않게 덮은 뚜껑 옆으로 조금씩 뜨거운 김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아까 요리를 가지러 왕공대신을 위한 연회에나 사용하는 부엌인 당주(堂廚)에 들어섰을 때, 콧속으로 느껴졌던 맛있는 향기가 떠올라 입안에 살짝 침이 고였다. 

안에 든 것은 웅장(熊掌). 

관가나 태후께로 가는 음식을 꽤 오래 살폈고, 어지간한 진미(珍味)는 다 맛보았지만,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했던 달콤한 향. 

자신도 뚜껑 속이 무척이나 궁금했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후께로 향하는 도중, 웅장이 자신을 따르는 궁녀의 손에 들리게 된 것도 어떤 인연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간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웅장은 한동안 감풍으로 고생하고 계신 태후에게 꼭 필요한 요리였지만, 한겨울에 곰 발을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구한다고 해도 궁내에 웅장을 요리할 자가 없어 난감해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시기적절하게 친분이 있던 소동파를 통해 이상한 제안이 들어왔었다. 

주객랑중 제갈각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웅장을 만들어 태후께 올리고 싶다고 말했던 것.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고, 제갈각이 그럴 사람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 독살 같은 것을 의심해 요리할 자를 조사해보았는데, 요리할 자가 그의 조카사위이고 무림에서 식룡이라는 요리의 고수라는 이야기. 

조금 더 알아보니 수많은 고수들의 입천장을 다치게 했다거나 하는 해괴한 소문뿐인지라 거절하려 했었다. 

혹시라도 태후의 옥체를 상하게 할까 두려웠던 것. 

하지만 그가 앓고 있다는 병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헌의 그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도 자기와 같은 동류(同類)였으니까. 

‘원래 젊을 때가 가장 힘든 법이지···.’ 

백약이 무효한데 약왕에게 치료받기 위해 찾아갔었다는 말과, 같은 아픔을 가진 자가 일면식도 없는 자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는데, 돕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없는 사람끼리는 돕고 살아야 했던 것이었다. 

가족이나 자식 하나 없는 자신 같은 태감들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가족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 

그런 연유로 태후께 바칠 웅장이 완성돼, 뒤를 따르는 선도의 손에 들리게 되었던 것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인연도 있구나.’ 

재미난 인연이라 생각하며, 이헌은 생각에서 빠져나와 당주에서부터 따르던 다른 궁녀에게 물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를 살피기 위해 붙여두었던 궁녀에게. 

“어떻더냐? 실력을 쓸만하더냐?” 

그렇게 그를 살피기 위해 붙여두었던 궁녀에게 묻자, 궁녀가 나직이 속삭이듯 말했다. 

“예, 선공들도 무척이나 놀라워하는 실력이었습니다. 요리도구를 다루는 실력이 흡사 무림 고수 같았고, 여러 가지를 요리해본 느낌이었습니다.” 

“당주(堂廚)에서는 별일은 없었고?” 

“예, 오로지 요리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정화 선공이 웅장의 조리법을 배우고 싶어 무척이나 안달하더군요. 그자도 가르쳐줄 수 있다고 하는 걸로 봐서는 이야기가 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건 그런 이야기였으니, 그 후는 정화가 할 일이겠지···. 이야기가 잘되면 태후나 관가께도 웅장을 언제나 올릴 수 있게 되니, 나쁘지 않은 이야기겠지.” 

“예, 어르신.” 

그렇게 태후가 거처하는 곳에 다다르자 궁녀들이 안에 기별을 넣었다. 

“태후마마, 시선태감(侍膳太監) 들었사옵니다.” 

“콜록. 콜록. 들라 하라.” 

안에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따듯한 차를 드시고계신 태후. 

자신이 요리를 들고 들어서자, 식사를 준비하는 사선(司膳) 궁녀들이 나서 재빨리 상을 펼치고 다른 요리와 함께 웅장을 태후의 앞에 대령했다. 

“무슨 좋은 것을 먹게 해준다고, 나를 이리 기다리게 한 것인가 태감?” 

“기, 기다리셨습니까? 태후마마 황공하옵니다.” 

“콜록. 아니네. 내 그저 농을 한 것이니 신경을 쓰지 말게.” 

오늘 생각보다 태후께서 기분이 좋아 보이셨기에 이헌은 사선 궁녀들에게 얼른 요리들이 들어있는 그릇의 뚜껑을 열라 지시했다. 

“다들 태후께서 식사하시게 준비하거라.” 

“예, 태감 어른.” 

-화악 

이헌의 지시에 그릇들의 뚜껑이 열리고, 태후와 제일 가까이 놓였던 웅장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김과 함께 드러난 윤기 나는 갈색의 곰 발이, 통으로 접시 위에 올려져 뜨거운 국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모습. 

태후가 식사하시기 전 요리를 맛보는 상식(尙食)을 맡은 궁녀들이 그 압도적인 모습에 움찔할 정도였다. 

또한 태후께서도 그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으셨다. 

“이건, 웅장이 아닌가?” 

“예, 태후마마 감풍에 도움이 될까 하여···.” 

“웅장이 통으로 오르다니 정말 호쾌하구나. 그나저나 이걸 어찌 먹는다?” 

통으로 된 웅장의 모습에 독이 들었는지 먼저 음식을 살피는 상식 궁녀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 

보통 웅장은 먹기 좋게 편으로 잘라 접시에 오르기 때문이었던 것. 

당황한 시선에 이헌이 당주부터 자신을 따랐던 궁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부드럽게 요리되어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상식 궁녀 하나가 용기를 내 숟가락으로 웅장의 손가락 하나를 꾹 하고 누르자 들려오는 소리. 

-찌익 

웅장이 숟가락에 부드럽게 잘리며 머금고 있는 국물이 옆으로 주르륵하고 흘러내렸다. 

“오! 죄, 죄송합니다.” 

그러자 그 모습에 감탄하는 소리를 내었다 급하게 사죄하는 상식 궁녀. 

궁녀의 모습에 태후가 웃으며 말했다. 

“여간해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인데, 웅장이 신기하긴 한가 보구나. 나도 처음 보는 모습이니 당연한가? 그나저나 그리하고 있으면 어쩌느냐. 네가 서둘러야 내가 식기 전에 맛을 보지 않겠느냐?” 

머리를 조아렸던 상식 궁녀가 태후의 말씀에 얼른 다시 몸을 일으키고, 좀 전에 잘라두었던 웅장의 손가락 하나를 맛보기 위해 그것을 천천히 입 안으로 가져갔다. 

-츄릅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아···.” 

웅장의 손가락을 조금 잘라 맛본 궁녀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어지는 정적. 

‘도, 독이라도 든 것인가?’ 

갑자기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리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 

이헌은 급한 마음에 나직이 상식 궁녀를 불렀다. 

[무엇을 하느냐!] 

[상식!] 

그러자 혼이 빠간 모습이었다가 정신을 차리는 상식 궁녀. 

“죄, 죄송합니다. 처음 맛보는 너무 뛰어난 맛인지라.” 

다행스럽게 독은 아니었고, 음식에 독이 있는지를 살피는 상식 궁녀는 자신의 본분도 잊은 채, 음식의 맛에 관해서 이야기를 쏟아냈다. 

“달콤하고 진한 국물과 쫄깃한 육질. 입 안에 넣으면 녹아 사라지는 것 같으니. 참으로 놀라운 요리. 어맛. 죄, 죄송합니다. 주, 죽여주시옵소서.” 

자신의 본분을 벗어난 행동이지만, 그 모습에 태후께서 크게 웃으며 기뻐하셨다. 

상식을 맡은 궁녀가 저리 감정을 드러내며 당황하는 것이 재미있으신 모양. 

“저 아이가 저리 연거푸 당황하는 모습은 내 처음 보는구나. 그러면 상식이 끝난 것 같으니, 나도 맛을 볼까?” 

그리고는 태후께서 숟가락을 가져가 웅장의 볼록한 발바닥을 수저로 뚝 하고 떼어내셨다. 

마치 연양처럼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웅장. 

곧이어 숟가락에 올려진 적당한 양의 웅장이 태후의 입속으로 사라지자 눈을 감고 한참 맛을 음미하던 태후께서 아주 기뻐하며 말씀하셨다. 

“아, 저 아이가 왜 저리 동요했는지 알겠구나. 이리 부드럽고 진하며 달콤한 맛이라니···.” 

“마, 마음에 드십니까?” 

이헌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태후. 

그리고 태후는 아무 말 없이 숟가락을 움직여 연신 웅장을 떠 입안으로 가져가셨다. 

그렇게 한참 웅장을 드시던 태후. 

그녀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이헌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최근 웅장이 한 번도 상에 오르지 않았는데, 무슨 연유인가? 어째서 한동안 보지 못한 것인가?” 

이헌은 제갈각의 부탁을 떠올리고 조심스레 태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이 자신이 나서야 할 때였기 때문. 

“태후마마 잊으셨습니까? 몇 달 전 웅장을 잘못 요리한 요리사를 옥에 가두시고, 그자에게 자기의 요리를 맡긴 요리사는 궁에서 내치지 않으셨사옵니까?” 

자신의 물음에 잠깐 뭔가를 생각하던 태후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아아, 그랬지. 그날. 턱이 어찌 될뻔했었지···.” 

맛을 본 상식 궁녀가 계속 입을 우물거리기에 이상이 없는 줄 알고 먹었는데, 그것이 씹혀지지 않아 어쩔 줄 모르는 것이었다는 것을 몰라서 일어났던 일. 

태후가 눈앞에 웅장을 숟가락으로 다시금 잘라보고, 그날의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헌에게 말했다. 

“그때, 옥에 가둔 자는 어찌 되었는가?” 

“아직 갇혀있습니다. 그자를 어찌할까요? 가둔 지 오래되었으니 인제 그만 풀어···.” 

슬그머니 풀어주냐는 듯 묻자 들려오는 단호한 목소리. 

“아니, 내 이 웅장을 먹어보니, 그자가 만들었던 요리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확실히 알겠구나. 부족한 재주로 나 그리고, 그대로 두었다면 관가의 몸까지 해칠뻔했으니, 끌어내 목을 치라 하게.” 

“예?!” 

당황스러운 태후의 말씀. 

이헌은 자기가 뭔가 잠깐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태후의 건강을 위해서 웅장을 대접하고 사람도 하나 살리기 위해서 겸사겸사 시작한 일인데, 일이 제갈가의 사람들이 미리 일러준 것과 다른, 의도치 않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 

‘큰일이구나!’ 

그러나 젊은 나이에 궁에 들어와 충분히 수많은 일은 겪은 이헌. 

소동파와 제갈각에게 얻어먹은 술 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식사하시는 태후 앞에 엎드려 고했다. 

“태후마마. 실은 제가 고할 것이 있사옵니다.” 

“응? 갑자기 무슨 말인가? 내게 고할 것이 있다고?” 

갑자기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자 태후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이헌을 바라봤다. 

“예, 실은 이 웅장을 태후께 요리해서 올린 자가 있사옵니다. 제가 술자리에서 태후께서 감풍으로 고생한다고 하니, 저 눈 덮인 산에서 목숨을 걸고 곰을 잡아 사흘을 밤을 지새워 요리한 것인데···.” 

“그런 자가 있다고? 그게 누군가? 나를 위해 그런 수고를 했다면 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으냐?” 

태후의 물음에 이헌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이 식리룡(食螭龍 식이무기)이라고.” 

“응?” 

무림인들이 저희끼리 용이니 호랑이니, 왕이니 칭호를 붙인다지만, 태후께 용이라는 황망한 별호를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용이라는 것은 황제만 사용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무기였다. 

*** 

-타다다닥 

종종걸음으로 이헌을 쫓으며 물었다. 

“그러니까 태후께서 남궁현의 목을 치라 하셔서, 제가 요리한 것을 말씀하셨다는 말입니까?” 

“그렇네. 자네가 태후님의 건강을 염려해, 산에 가서 곰을 잡아 태후께 바친 것으로 아뢨네, 태후께서 상을 주신다고 할 테니, 그것으로 그자를 살려 달라 빌어보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이네.” 

계획에서 한참 벗어난 상황. 

남궁현의 목이 떨어질 상황이라 임기응변으로 나를 언급했다는 말. 

내 공(功)으로 남궁현의 과(過)를 지우라는 말이었다. 

“아니, 그런데 태후께서는 제가 알기로는 성정이 무척 온화하시다 들었는데, 목을 치라 하셨다니···. 뭔가 이해가 안 됩니다.” 

태후가 어떤지는 알지 못하지만, 원래 포악한 사람인 것은 아닌가 해서 반대로 묻자 들려오는 진실. 

“자네, 자네 때문이네.” 

“예?” 

“자네의 뛰어난 웅장을 드시더니, 남궁현 그자의 음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겠다고, 태후와 나아가서 관가의 옥체를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목을 치라고···.” 

‘이, 이게 이렇게도 되나?’ 

삼 제갈이 머리를 맞댄 계획이었는데, 우리가 살피지 않은 결정적인 실수. 

태후가 어떤 캐릭터인지 살피지 않은 것. 

그러니 태후가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튄 것이었다. 

‘하아···. 거지의 구멍 난 계획을 때워서 상관없을지 알았는데, 계획 자체가 문제인지 때워도 소용이 없었구나.’ 

일단 망한 계획이니 거지 탓을 하며 태감의 뒤를 쫓자 그가 주의 사항을 이야기했다. 

“안에 들어가서 일단 환관으로 궁에 숨어든 것을 먼저 사죄드리게. 벌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예의상 하는 것이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어르신.” 

“그리고, 난처할 때는 내가 도울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나저나 그 살릴 자가 자네와 무슨 관계인가? 우리가 말을 맞춰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러니까 부인의···. 친구··· 오빠···.” 

“태후마마 시선태감 들었사옵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지라, 처의 친구 오빠라는 설정으로 가려고 대답했지만, 어느새 도착한 태후의 전. 

안쪽으로 우리가 도착한 사실을 아뢰는 환관 때문에 내 뒷말이 먹히고 말았지만, 이제 태후전 앞에 도착했으니 이야기를 끊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들라 하라.” 

문이 열리고 고개를 조아리고 이헌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저 앞에 의자에 앉아있는 누군가. 

이헌을 따라 중앙으로 걸어 나가 그의 옆에 조아렸다. 

“태후마마 이자가 태후께 웅장을 바친 류청운이라는 자입니다.” 

“오오. 그래 고개를 들라 하라.” 

[고개를 드시오.] 

어디선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앞에 보이는 오십 대 할머니. 

나는 일단 이헌이 시킨 대로 개구리처럼 엎드려 태후를 향해 고했다. 

“태후마마 죽여주시옵소서.” 

“어찌 상을 주려고 불렀는데, 죽여달라 한단 말이냐?” 

내 말에 당황한 태후. 

그녀에게 태감이 가르쳐준 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 태후의 건강을 염려해 저 산에 올라 곰을 쥐새끼마냥 때려잡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요리했지만, 사내의 몸으로 환관으로 변복(變服)하고 궁에 숨어들었으니, 대역죄가 아닙니까? 주, 죽여주시옵소서!” 

‘설마 나도 데려나가 목을 치라 하지는 않겠지?’ 

슬쩍 고개를 살짝 돌려 곁눈질로 이헌을 바라보자 살짝 턱을 떨어 고개를 끄덕이는 이헌. 

그의 눈빛에서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웃음소리. 

“하하, 입담이 아주 재미있구나. 네 요리가 마음에 들었으니 내 당연히 용서할 것이니라. 시선태감, 아주 재미있는 자를 데려왔구나.” 

“태후마마, 망극하옵니다.” 

“자, 그만하고 일어나거라.” 

“망극하옵니다. 태후마마.” 

이헌 태감의 말을 따라 하며 몸을 일으키자, 태후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국사(國事)를 생각하는 네 정성이 갸륵해, 내 상을 내리고자 하는데 원하는 것이 있더냐?” 

대리청정을 하니 자신을 챙기는 것은 곧 나라를 챙기는 것이라는 의미로 말씀하시는 태후.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후마마 실은 얼마 전 태후께 잘못된 웅장을 올렸다 옥에 갇힌 자가 있지 않사옵니까? 혹 그자를 풀어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말을 아뢰고 고개를 조아리자, 궁금증 가득한 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그를 어찌 알기에 그를 살려달라 하는 것이냐?” 

“그것이 그러니까 제 부인의···.” 

그러나 아까는 급하게 달려오며 생각하느라 깨닫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처의 친구의 오빠는 사돈의 팔촌이나 마찬가지. 

무슨 말이냐 하면 결국 생판 남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현실을 깨닫자 갑자기 대답하기가 꺼려졌다. 

생판 모르는 남을 살리기 위해서 곰을 잡고 황궁까지 들어와 생지랄을 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나. 

‘이걸 그냥 말하기가 좀 그런데? 어쩌지?’ 

그렇게 머릿속으로 빠르게 다른 관계를 떠올리려 하는데, 끼어드는 이헌 태감의 목소리. 

“태후마마, 뇌옥에 갇힌 그자가 이자의 부인의 오라버니. 그러니까 대구자(大舅子)라 하옵니다.” 

대구자라는 말은 처남이라는 말. 

멍한 얼굴로 태감을 바라보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눈을 찡긋해왔다.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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