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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맛 (182/344)

마음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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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이어진 눈물의 통곡과 해후. 

둘의 해후가 끝나자 남궁현을 다시 처소에 집어넣고, 남궁소소에게 그를 맡겼다. 

하인들이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그간 밀린 이야기도 많을 것이고, 남궁소소도 그리하고 싶을 듯했으니까. 

“하인들에게 말해두었지만, 두 시진 간격으로 죽을 먹이시오. 꼭꼭 씹어먹게 하시고, 물도 너무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안 되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은공. 저희 남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제가···” 

설명 잘 듣다 말고 갑자기 비장한 표정으로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이 분명한 검봉. 

얼른 나서 그녀의 말을 끊으며 외쳤다. 

“어허! 은혜를 갚는다니 어쩌느니, 그런 말씀은 하지도 마시오! 내 그런 것을 바라고자 한 일이 아니니! 자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날 테니 그간 쌓인 이야기들을 나눠 보시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의 오빠는 집에서 호적이 파인 상태. 

그녀는 가출해서 무일푼. 

나름 남궁이라는 중원 판타지 유니크몹이긴 했지만, 현재 드랍템이 다 빠진 상태라는 말이었다. 

은혜를 갚는다고 해봐야 몸으로 때우는 것밖에 없으니 어떤 패턴으로 이어질지 뻔했다. 

그렇지 않아도 황궁의 일로 뭔가 감이 아슬아슬했는데, 자꾸 은혜를 갚겠다니 어쩐다니 하면서 엉겨 붙으면 아주 곤란했던 것. 

원래 퀘스트라는 것이 자꾸 엮이다 보면, 건너뛰어도 되는 사이드 퀘스트가 메인 퀘스트가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색하고 문을 닫고 나오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영영이. 

“노공, 고생하셨습니다.” 

“가가, 고생하셨어요. 피곤하시지요? 얼른 가요 우리.” 

“그래, 피곤하니 얼른 갑시다.” 

그렇게 양쪽에 매달린 둘과 처소로 향하는데 아내와 영영이가 동시에 나를 불러왔다. 

“노공.” 

“가가.” 

“응? 둘 다 무슨 궁금한 것이라도 있소? 황궁의 일이 궁금한 것이오?” 

황궁에서 있었던 일이 궁금한듯해서 태후 앞에서 대가리를 박은 것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려는데 들려오는 둘의 대답. 

“아뇨.” 

“아뇨.” 

“그럼 뭐가 궁금하길래?” 

‘황궁이 아니야? 그럼 대체 뭐가 궁금하길래?’ 

황궁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궁금할까 눈을 깜빡이자, 아내와 영영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아까 검봉에게 하신 말씀 있지 않습니까? 요리에 기쁨도 슬픔도 다 담을 수 있다고. 그게 궁금합니다. 어찌 요리에 그런 걸 담을 수 있는지.” 

“맞아요. 저희한테는 한 번도 그런 요리 보여주신 적이 없잖아요. 저희 그거 보고 싶어요.” 

“아아, 그것 말이오?” 

‘그냥 뭐 멋있게 한마디 한 건데···.’ 

별게 다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하하, 내 나중에 둘에게 다 보여주고 먹여줄 테니, 기다리시오. 지금은 좀 피곤하니 일단 잠부터 잡시다.” 

“정말요?” 

“정말이죠?” 

“아, 그럼 정말이지. 자자, 오늘은 피곤하니 어서 처소로 갑시다.” 

그렇게 웃으며 둘과 함께 처소에 도착해, 겉에 입었던 오욕과 눈물 그리고 피로 얼룩진 환관 관복을 벗을 때였다. 

갑자기 둘이 놀란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며 내 얼굴을 붙잡았다. 

“노, 노공! 이, 이마는 어쩌신 겁니까?” 

“가가! 이마가 찢어졌어요! 어머, 언제? 어디서 이러신 것인가요!?” 

“금창, 금창약을!” 

“잘생긴 우리 가가 얼굴 흉터 생기겠네!” 

호들갑을 떨며 금창약을 꺼낸다 어쩐다고 하는 둘. 

둘의 호들갑에 가슴이 쓰려왔다. 

‘아니, 여태 뭐하고 이제야 발견하냐고!’ 

생판 남인 무사들도 나를 보자마자 발견했는데, 부엌에서 피를 닦긴 했다지만, 재미난 거 구경한다고 아까 만날 때는 조용히 하라고 하질 않나, 생각해보니 서운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둘의 호들갑을 뒤로하고, 말없이 급을 향해 걸어가, 급 안에 넣어둔 향신료 중에 화초 두 알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조용히 둘을 불렀다. 

“부인, 그리고 영영이 둘 다 이리 와보시오.” 

“왜요? 가가? 금창약 찾고 있는데?” 

“노공, 어찌 부르십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둘을 향해 대답했다. 

“아까, 요리로 어찌 슬픔과 기쁨을 담아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소. 내 살짝 맛만 보여주겠소.” 

“네? 지금요?” 

“노공, 그래도 금창약부터 바르시는 게···.” 

둘은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궁금함이 더 컸는지 조심스럽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눈이 아주 초롱초롱해서는 맛이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 

“자 둘 다 눈을 감아보시오.” 

“눈을요? 이렇게?” 

“자, 감았어요. 가가.” 

내 부탁에 둘이 눈을 감고, 이어서 다음 부탁을 이야기했다. 

“자 그러면 혀를 살짝 내밀어 보시오.” 

“혀, 혀를요!?” 

“혀를 말입니까!?” 

“맛을 봐야 하니까 살짝만 내밀어 보시오.” 

혀를 내밀어 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둘. 

둘은 부끄러운 듯했지만,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붉어진 볼로 혀를 내밀었다. 

‘아니, 근데 분위기 야릇하네.’ 

둘이 나를 향해 혀를 내밀고 있으니 이게 분위기가 묘했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알려줘야 할 때. 

나는 재빨리 손에서 화초를 하나씩 으깨 둘의 혀끝에 살짝 뿌렸다. 

그러자 얼마 안 돼 들려오는 비명. 

“꺄윽!” 

“꺄아아!” 

화초의 매운맛은 고추와는 다르게 혀에 직접 물리적 고통을 주는 통증. 

혀가 쓰라리고 저릿한 화초의 매운맛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둘. 

“어떤 맛이 느껴지느냐 영영아, 그리고 부인?” 

“혀, 혀가 쓰라려요.” 

“따갑고 쓰립니다. 노공.” 

‘그래, 그게 내 지금 마음이야.’ 

태후한테 머리를 박느라 머리 깨지고 왔는데, 이제야 알아봐 준 둘. 

서운함에 가슴이 쓰라려지고 있었다. 

*** 

어두운 밤. 

눈이 천천히 떠졌다. 

‘너무 피곤해서 많이 못 잤나? 아닌데? 이상하게 개운한데?’ 

분명 밤에 아내와 영영이 사이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었는데도 아직 밤. 

너무 피곤하면 얼마 못 자고 깨는 일도 있으니 그런가 했지만, 이상하게 몸이 개운했다. 

그리고 목이 말라 물이라도 한잔할까 해서 침대였을 더듬었는데 느껴지는 허전함. 

침대 양옆을 더듬자 아내와 영영이가 둘 다 사라진 채였다. 

‘뭐지? 둘 다 어디 갔지?’ 

오밤중에 사라진 둘.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대충 걸치고 등롱에 불을 붙였으나 어디에도 둘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둘이 어디 갔나 싶어 눈곱을 떼고 처소 밖으로 나서자, 멀리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 

홀리듯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고 얼마 안 돼, 번을 서던 무사들이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해왔다. 

“접각부님. 일어나셨습니까?” 

“아, 자네들인가?” 

무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이 소란이 무슨 일 때문인가를 물었다. 

밤늦은 시간에 잔치라도 벌어진 것 같았기 때문. 

“집이 좀 소란스러운 듯한데 무슨 일인가?” 

“아, 추밀사 어르신과 소식, 시선태감 어르신 그리고 손님 몇 분이 오셨습니다.” 

소동파 그 양반이야 가끔 와서 나한테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으니 그럴 수 있다지만, 오늘은 시선태감까지 끼어서 술판이 벌어진 모양. 

‘남궁현 구출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인가? 그나저나 추밀사 어른까지?’ 

남궁현의 구출을 축하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추밀사야 부를 수 있다지만 밤이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 

“이리 늦은 때에 말인가?”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자 무사들이 대답했다. 

“예? 늦은 때? 아! 접각부님 어젯밤에 잠자리에 드시고 깨지 않는다고 아가씨가 걱정하시던데, 하루가 꼬박 지났습니다.” 

“하루가 지났다고!?” 

꽤 많이 피곤했는지 열두 시진인 이십사 시간 정도를 내리 자버린 모양. 

그러고 보니 배도 많이 고팠기에, 나도 한자리 끼어 밥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렇게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 뒤에서 나를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사들이 나를 조용히 불렀던 것. 

“저기, 접각부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보아 아마 내가 온종일 잠들었었다니 걱정되어 그러는 것 같았다. 

‘내가 눈도 같이 쓸어주고 그랬다고 이리 내 걱정이라니. 역시 제갈가의 무사들은 충성심이 남다르구만.’ 

이래서 솔선수범, 오블레스 노블리주같은 것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무사들의 충성심에 흡족하며 대답했다. 

“하하, 이 사람들 나는 괜찮네, 내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랬던 것인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게. 뭐 걱정해줘서 고맙네.” 

하지만 내 대답에 들려오는 무사들의 머뭇거리는 목소리. 

“예? 아니, 그것이 아니라···.” 

“응? 아니야? 그러면?” 

“저, 크흠. 어제 빌려 가신 은자 말입니다.” 

‘이 류청운이 고작 은자 두 냥 떼어먹을 인간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단 말인가!’ 

정말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 하는지, 송 시대에도 만연한 인간 불신 정말 큰 일이었다. 

이 류청운 인간 보증수표 같은 몸이거늘. 

“여기 있네!” 

마음속으로 한탄하며 옷에 있던 전낭에서 은자를 꺼내 돌려주고 곧바로 식사하는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손님은 맞는 곳에 도착하자 안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목소리. 

“아무튼 이 집안 접각부는 대단한 사내입니다! 아하하하! 태후마마 앞에서도 그리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머리를 찧을 수 있다니. 얼마나 진짜 같았는지 나도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하하, 정말로 죽겠다고 태후마마 앞에서 이마를 바닥에 찧었단 말이오?” 

“그럼 내가 갔을 때가 이마에 피가 말라붙고 나서니 그다음이었겠구먼. 크하하” 

“말도 마십시오. 피가 튀는데 머리가 터진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청운이 그 친구가 그런 재주가 있었구려. 무공을 익혔나? 그 소림의 뭐더라?” 

“자첨, 철두공(鐵頭功) 말인가?” 

“어머, 네 분 그 이야기는 벌써 여러 번 했는데, 술이 많이 취하셨나 봅니다.” 

이헌이 술에 취해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는 모양. 

숙모님의 난처하다는 듯한 말투로 봐서는, 벌서 몇 번이나 반복해 썰을 푼 모양이었다. 

‘나는 어제 정말 뒤지는 줄 알았는데, 저 양반이···. 어휴···.’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선태감 이헌의 목소리에 다들 폭소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가 태후 앞에서 대가리를 처박은 사건이라는 사실에 참 인생이 슬퍼졌다. 

그렇게 내 이야기가 안줏거리가 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있나 높은 분들이 모여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데, 나 하나 희생할밖에. 

내 전생과 현생에 많은 안줏거리를 만들어왔지만, 내가 직접 안줏거리가 되기는 처음이었다. 

‘그냥 밥이나 먹자.’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끼리 재미있으라고 하고, 배고픔에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부터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양팔에 느껴지는 구속감. 

-척. 척. 

깜짝 놀라 양옆을 보자 아내와 영영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검봉인 남궁 소소가 등롱을 들고 서 있었다. 

아내와 영영이는 뭔가 조금 싸늘한 느낌이, 검봉에게서는 뭔가 부끄러운 기운이 막 흘러나오는 느낌.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둘을 향해 이야기했다. 

“아, 부인, 영영아 내 그렇지 않아도 둘을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노공 저희랑 잠깐 가셔야 할 데가 있어요.” 

“가가. 안에 인사는 나중에 하고 먼저 저희랑 어디 좀 가요.” 

“어, 어딜?” 

어딜 같이 가자는 둘의 물음. 

당황에 어딜 가자는 것인지 물었지만, 둘은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부엌. 

안에서는 뜻밖의 인물들이 요리하고 있었는데, 황궁에서 만났던 정화와 정화의 두 보조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고 있었던 것. 

“어, 여긴 어쩐 일이시오. 정화.” 

둘에게 끌려가면서도 정화가 요리를 하는 것이 신기해 묻자, 그녀가 나를 보고 반가운 안색을 띄웠다가 아내와 영영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태···. 아니, 요리사님을 뵈려고 왔었는데, 마, 마침 어르신들이 술자리를 하신다기에 조금 솜씨를 보태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조, 조금 있다 하, 하시죠. 서, 선약이 있으신 듯하니.” 

그렇게 부엌 구석으로 끌려가자 아내와 영영이가 다그치듯 물었다. 

“가가, 저희한테 하고 싶은 말 없나요?” 

“노공···.” 

‘뭐, 뭐지?’ 

여심학 4대 난제 중 하나. 

「오빠 나한테 뭐 잘못한 것 없어?」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갑자기 추궁받으니 뇌가 굳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렇게 고민하는 일분일초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초조하게 압박당하는 상황 속에서 뭔가가 팟 하고 떠올랐다. 

굳이 이야기하려는데, 다른 곳도 아닌 부엌을 데려왔고, 부엌에 정화가 있는 상태. 

이건 분명 정화와 나 사이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하하, 혹시 정화 선공 때문에 그렇소? 아니, 내가 이야기하려면 좀 긴데, 웅장의 요리법을 알려주기로 한 것뿐이요. 오해요. 오해.” 

내 필사적 변명에 아내와 영영이가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아니라고? 그럼 뭐냐?’ 

이미 한번 헛다리를 짚은 상태. 

내 명줄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는 절대 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머리를 굴리는데, 정화 말고 아내와 영영이 뒤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운 시선. 

슬쩍 그쪽을 살피자 검봉인 남궁 소소가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살짝 돌리고는, 입을 가리고 나를 슬쩍슬쩍 살피고 있었다. 

마치 ‘새색시’ 같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서, 설마! 이헌 이 인간!’ 

분명 술자리에서 황궁에서 있었던 일을 각색 없이 다 쏴버린 것이 분명했다. 

원작을 드라마화하는데도 각색이 필요한 것인데, 각색 없이 수정 없이 방송이라니. 

머릿속에서 여난이라는 붉은 경고등이 사정없이 켜지고, 입에서는 살기 위한 변명이 줄줄 흘러나왔다. 

죽을 위기에서 아이큐 삼백이 넘는다는 바퀴벌레처럼. 

“자, 잘 들어 보시오. 이, 일단 구명하려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내가 아닌 이헌 영감이 마, 만들어낸 이야기요. 그리고 뒤에 남궁 소저도 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태후께서 잠시 오해하신 것이니, 이헌 태감이 오해가 없게 잘 처리해 줄 것이오. 아, 아무렴.” 

그러자 들려오는 아내와 영영이의 슬픈 목소리. 

“저희가 그걸 몰라서 그러나요. 속상해서 그러지!” 

“맞아요. 노공. 속이 상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지만, 노공께서 먼저 알려주셨으면 좋았을 걸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니 속이 상합니다.” 

그러더니 둘이 바로 옆에 놓여 있던 큰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가가, 눈 좀 감아보세요. 저희도 저희 마음의 맛을 알려주고 싶으니까요.” 

“자, 얼른 눈 감으세요.” 

-톡 톡톡. 

뭔가 떨어지는 소리. 

둘의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알갱이를 확인하니. 

둘의 손에 때깔 곱게 잘 말린 붉은 상등급 화초가 한 움큼씩 쥐어져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안 먹어봐도 무슨 마음인지 단박에 알 것 같았다. 

‘속에서 천불이 솟는다는 뭐 그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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