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순간 (187/344)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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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소소는 은공인 식룡이 오라버니와 자신을 위해 준비해 준 황산돈합을 조심스레 맛보았다. 

-호릅 

맑은 국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진한 육수. 

운산의 맑은 하늘과 같은 맑은 국물과 그 안에 담긴 구름 같은 산약. 

고향인 운산을 느꼈다는 오라버니의 이야기가 전혀 틀리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오라버니와 고향 집에서 식사하던 때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으니까. 

물론 식룡이 만들어준 황산돈합이 집에서 만들어 먹던 것 보다 훨씬 맛있었지만. 

‘정말 고마운 분···.’ 

분명 오라버니를 구해달라는 부탁은 이미 끝났는데, 오라버니의 몸까지 살펴주는 그의 마음 씀씀이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젠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눈치챌 정도로. 

원래 남궁소소는 남녀의 관계나 꾸미는 것에 무척이나 무관심한 편이었다. 

남궁가라는 대단한 가문에서 태어났어도 또래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옷이나 장신구 같은데 관심이 없었던 것. 

본래 탐욕이 적은 성격이기도 했고, 그녀가 일생 가지고 싶었던 것이라면 오직 오라버니의 검뿐이었는데, 그것은 이미 그녀의 손에 들어왔으니까. 

거기에 남녀 관계에 눈을 뜰 무렵에는 검을 휘두르느라 다른데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고, 이미 정혼자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보일 이유도 없으니까. 

오라버니가 가문을 떠나고, 정혼자가 죽은 이후에는 오라버니가 자신을 위해 남긴 검만이 자신의 유일한 위안이었니 더욱 그랬다. 

그 후에 가문의 사람이 아닌 이성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올해 초, 무림비무대회에서부터. 

하지만 뭐랄까? 

무림비무대회에서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오라버니나 아버지께서는 의와 협을 위해 검을 드는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비무대회에서 만난 남자들은 그런 것보다 체면을 무척이나 신경 쓰는 모습이었으니까 말이다. 

마치 체면을 위해서 검을 휘두르는 느낌. 

대체 그게 뭐라고? 

분명 다른 자와 싸우는 것을 살펴보았을 때 자신보다 하수인데, 여자와 싸울 수 없다며 자신과의 대결을 거부하는 놈부터. 

여자니 삼 초식을 양보하겠다는 이상한 놈. 

그렇기에 남자들은 원래 다 저런가 하며, 무림 비무대회 이후에는 더욱 이성에 관한 관심이 식어버렸는데, 최근에 만난 식룡은 그들과는 뭔가가 달랐다. 

그는 그래, 대협(大俠)이라는 칭호가 누구보다 어울리는 그런 남자였으니까. 

오라버니와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의(義)와 협(俠)을 위해 무공도 하나 없는 자신을 불같이 던지는 남자. 

‘멋있어···.’ 

소소는 오라버니가 가문의 후계자라는 자리를 버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오라버니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해, 앞뒤 안 가리고 오라버니를 찾았었다. 

그리고 오라버니의 상황을 알았을 때는, 오라버니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어떻게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오라버니를 구할 생각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결정을 내린 오라버니가 무척이나 미웠지만, 오라버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모든 것을 걸고 오라버니를 구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의미로 오라버니께 받은 검을 바쳤고, 그가 자신에게 어떤 것을 요구한다 해도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가문의 시비들이 수군거리던 무척이나 부끄러운 행동. 

남녀가 손을 잡는다든지, 입을 맞춘다든지, 말이다. 

당시에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입을 맞춘다면 시비들의 말대로 아기가 생겨 버릴 테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오라버니만 구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는 오라버니를 구하고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 하면 화를 내기도···. 

나중에 그가 환관의 옷을 입고 태후의 앞에서 이마를 찧으며 오라버니를 살려달라 했다는 이야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자신의 부탁을 그렇게까지 해서 도와주려 하다니···. 

하찮은 계집과의 약속을 위해 체면을 내던지고 환관의 옷을 입었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태후께 이마를 찧으며 피를 뿌리며 부탁하는 행동은 무엇보다 협과 의가 아니던가? 

식룡(食龍)? 아니었다. 그는 남궁소소 자기의 마음속의 의룡(義龍). 

그래, 그는 의룡이었다. 

더군다나 오라버니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때, 마음속의 검을 바로 세울 수 있게 해준 그의 조언과 오라버니를 만나고 마음 아파할 때도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은 위로까지. 

자신도 모르게 그만 보면 가슴이 뛰며 설레고 있었다. 

-두근두근. 

이렇게 그에 대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뛸 정도로···. 

“소소야? 소소?” 

그렇게 한참 그에 관한 생각으로 정신이 팔려있는데 들려오는 오라버니의 부름. 

“예?! 예! 오, 오라버니.” 

“그리 맛있더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후훗.” 

“예? 예. 오, 오라버니와 함께 고향의 집에서 황산돈합을 머, 먹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에 관한 생각에서 빠져나와 소소는 황급히 대답했다. 

그러자 오라버니가 손을 움직여 합자의 머리를 뚝 잘라서 자신의 그릇에 덜어주며 웃었다. 

고향에서의 다정했던 한때가 생각나던 그 순간처럼. 

“오, 오라버니가 드시고 기운을 차리셔야지요.” 

“아니다. 이 오라버니가 꼭 이리하고 싶구나.” 

소소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그의 오라버니는 완강했다. 

기어코 자기 그릇으로 합자의 머리를 옮긴 오라버니. 

“내 너를 다시 만나 황산돈합을 먹을 수 있게 되다니···. 영영 못 보는가 싶었는데.” 

식룡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한 오라버니의 눈빛. 

오라버니께서 잠시 후 근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소소야 우리 남매가 식룡에게 큰 은혜를 입었으니, 이는 목숨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것. 이 오라비는 혹 그가 위험해 처한다면, 필부의 몸이 된 지금이라도 이 목숨을 다해 그를 도울 것이다.” 

“저, 저도요! 이 몸을 내던져 목숨을 다해 그분을 도울 것입니다.” 

오라버니의 말에 주먹을 꼭 쥐고 대답하는 소소. 

소소의 모습을 본 오라버니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다. 

“그래, 그럼 되었다. 우리 남매 절대 오늘의 맹세를 잊지 말고, 황산돈합을 먹을 때면 반드시 이 맹세를 떠올리자꾸나.” 

“예, 오라버니!” 

그리고 이어진 식사. 

하지만 식사를 이어가는 소소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오라버니와 그분이 위험에 처한다면 이 목숨을 다해 그를 돕겠다며 맹세했지만, 그와 별개로 어제 일이 떠올라 소소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던 것. 

몰랐는데, 그분에게는 이미 부인과 소처가 있었던 것이었다. 

목숨을 다해 그분을 돕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왠지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답답하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고맙고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고마움을 몇 번이라도 전하고 싶었지만, 소처라는 독접 당영영. 

이제는 억지로 언니로 모시게 된 그녀가 그분과 이야기라도 나누려 하면 자신에게 너무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밤하늘의 달님 같은 그분의 모습을 보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먹구름이 낀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다시 한참 생각에 빠져있다 숟가락을 움직이는데,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소야? 얼굴이 왜 그리 어두운 것이냐?” 

“예?!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고민이 있으면 이야기해보거라. 혹시 말도 없이 집에서 나와 나중에 아버지께 혼날 것이 걱정된 것이냐?” 

“아, 아닙니다. 그런 것이.” 

“그러면?” 

소소는 이걸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니, 분명히 그분을 좋아하는 것 같기에 오라버니께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웠으니까. 

그래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자기 스승이자 오라버니라면 도움이 될 테니까. 

“저, 저기.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소소야. 이야기해보거라.” 

“제, 제가 밤하늘에 뜬 달을 보고 싶은데, 얄미운! 머, 먹구름이 너무 짙어 그 달을 볼 수가 없습니다. 어, 어찌하면 좋을까요?” 

소소가 자기 고민을 검의 깨달음의 과정처럼 빗대어 이야기하자 눈이 휘둥그레진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네가 또 다른 깨달음에 서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 깨달음은 또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겠지!” 

“예, 그, 그렇습니다···.” 

오라버니께 조금 미안했지만, 소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라버니께 거짓말을 했다. 

그냥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기에. 

‘죄, 죄송해요. 오라버니.’ 

마음속으로 자신이 사과하는지도 모르고 턱을 쥐고 생각에 빠진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아주 진지하게 생각에 빠져있다가 혼잣말하듯 나직이 말씀하셨다. 

“암천흑운간현월(暗天黑雲間現月)을 보고 싶다라···.” 

자신이 검으로 달빛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을 갈라 달빛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런 걸 해보려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모양. 

잠시 후 오라버니께서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소소야, 네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오라비가 가문을 나와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을 너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하겠구나.” 

가문을 나와 있었던 이야기라는 말에 소소가 귀를 기울이고, 오라버니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내 가문을 나와 동경에 도착해, 요리집 허드렛일하면서 일을 배우고. 요리사가 되려 노력해 결국 선공이 되고 그간의 일을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어, 어떤?” 

“삶의 먹구름이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은 피해 갈 수 없다는 것.” 

‘독접을 피할 수 없으니까 언니로 모시며 순응하라는 것인가? 하지만 그러면 그분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뵙지도 못할 텐데···.’ 

낮에 합자를 잡으러 가며 당영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소야, 네가 고마운 마음인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여자가 어디 부인과 소처가 있는 남자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겠니. 앞으로 가가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우리가 있는 곳에서 하도록 해. 알겠지?” 

왠지 기운 빠지는 오라버니의 조언. 

하지만 오라버니가 소소의 얼굴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먹구름은 또 영원하지 않더구나.” 

“예?” 

영원하지 않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 소소. 

소소는 오라버니는 바라보며 다음에 들려올 이야기에 집중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비가 내리고 비를 다 뿌린 구름은 사라져버리더구나, 또한 강한 바람에 밀려가 버리기도 하니. 네가 달을 쫓는 간절한 마음만 있다면, 어느 순간 달이 드러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결국 마냥 기다리라는 말씀이신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냥 기다리라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오라버니의 말씀. 

“그럼,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소소의 물음에 오라버니가 빙그레 미소 띤 얼굴로 말씀하셨다. 

뭔가 더 남아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리고?” 

“먹구름이 아무리 빽빽하더라도 한순간 하늘이 드러날 때가 있는 법.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법도 있지. 하늘의 먹구름이 아무리 저희끼리 뭉쳐 하늘을 가려도 그 넓은 모든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 않더냐?”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 

‘참고 기다리며 기회가 찾아올 때를 기다리는 말씀인가?’ 

소소는 마음속으로 오라버니의 말씀을 곱씹으며 합자의 머리를 입안으로 가져갔고. 

-오도독 

그러자 합자의 머리뼈가 깨지는 소리가 왠지 경쾌하게 들려왔다. 

*** 

다음 날 아침. 

어제 식룡이 만들어준 황산돈합 식사를 마친 오라버니는 어제와 다르게 기운이 넘치셨다. 

죽도 한 그릇 다 드셨고, 아침 식사 후 한 시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다고 하셔서 다시 죽을 떠다 드릴 만큼. 

식룡의 말대로 고향의 음식이 약이 된 느낌. 

그리고 그렇게 오라버니의 두 번째 식사까지 챙기고, 후원에 나가 검이라도 휘두를까 하는데 저쪽에서 은공과 다른 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가, 그런데 저희 동경 구경 좀 시켜주세요. 요즘 춥다고 너무 집에만 있었더니 심심해요.” 

“그, 그래? 나는 좀 추운데···.” 

“언니, 노공께서는 무공을 익히지 못하셔서 추위를 많이 타시니, 조금 따듯해질 때까지 기다리지요.” 

“흐응. 심심한데.” 

그분의 양쪽에 매달린 그분의 두 여자. 

소소는 자신도 모르게 그 둘 중 하나가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다. 

그리고 그런 상상을 했다는 사실에 붉어진 얼굴에 걸음을 멈췄을 때. 

언니로 모시기로 한 당영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소소?” 

“남궁 소저?” 

이어지는 당영영의 날카로운 목소리. 

“어머, 소소 왜 또 얼굴이 붉어졌을까?” 

“예? 그, 그게···.” 

그때였다. 

당영영의 말에 왠지 겁을 먹고 말을 더듬을 때. 

후원 반대편이 소란스러운가 싶더니 누군가 후원으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청운이! 이 사람 청운이!”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고,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헌, 태감 어른?” 

“헉헉! 큰일 났네!” 

“큰일이요?” 

큰일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분. 

넷의 곁에 도착한 태감이 숨을 돌리고 외쳤다. 

“태, 태후. 아니, 과, 관가께서 성지를 내리셨네!” 

“서, 성지를 말입니까!? 무, 무슨 성지를!? 설마 환관 자리라도 내리신답니까!?” 

“아니네, 그런 것이! 자네 처와 와서 태후를 위해 웅장을 올린 상을 받으라 하시네!” 

“예에!? 처, 처라면?” 

그분의 물음에 태감이 남궁소소 자신을 손가락으로 '척'하고 가리키고, 그 모습에 눈을 부릅뜨는 당영영과 제갈청. 

그분이 망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르신 그건 분명 남궁현 공자를 구하기 위해서, 잠시···. 분명 오해를 막아주신다고···.” 

“크흠! 어, 어쩔 수 없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면 태후께는 모르겠지만, 관가께 거짓을 고한 것이 알려지면, 목이 떨어질 텐데? 목이 떨어지고 싶은 것인가?” 

“그, 그러면?” 

당황한 그분의 물음에 태감이 소소를 흘깃 바라보며 대답했다. 

“크흠. 부, 부인이 아니라면 부인으로 만들어야지···. 저 소저가 허락해줄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소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라버니가 하셨던 말씀. 

그것이 깨달음 같이 벼락처럼 떠올랐다. 

‘먹구름이 아무리 빽빽하더라도 한순간 하늘이 드러날 때가 있는 법.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법도 있지.’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그분께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린 것. 

소소 머릿속의 먹구름 사이로 달님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이구나!’ 

전율! 

소소가 한 발 앞으로 나서 떨리는 손으로 그분을 향해 포권하며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저희 남매, 은공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던지기로 맹세했으니, 어찌 주저하겠나요? 은공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부, 부인 자리도 거절치 아니할 것이에요.” 

그리고 속마음을 담아 당영영을 향해 살짝 눈웃음을 쳤다. 

‘자, 이제 누가 언니지?’ 

소처는 아무래도 본처의 아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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