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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 (190/344)

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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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의 오라버니인 남궁현이 묵고 있는 처소로 향하는 길. 

무거운 발걸음으로 후원을 가로지르다 고개를 돌리자 남궁소소가 발그레해진 볼로 다소곳하게 나를 따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눈을 크게 뜨는 남궁소소. 

왜 그러냐고 물어오는 듯한 눈빛이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이야기했다. 

단둘인 이 상황이 그리 자주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 

“이런 말.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고맙고 또 미안하오.” 

“예?” 

남궁소소가 자기 오라버니를 구해준 일로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상황. 

그러나 나와 비슷한 타입이라는 사실에 반가운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고관대작이나 무림 영웅도 아니고, 아내와 영영이가 있는 마당에 또 다른 여자의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었던 일. 

이 시대의 남자들처럼 ‘어허! 거! 남편이 여자 하나 더 들이겠다는데! 감히!’ 같은 소리를 하며,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은 애초에 내 마인드로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여난이라는 두 글자에 애써 그녀의 마음을 모른 척하며, 거리를 두었던 것이었다. 

받아주지 못할 마음, 깊어지면 상처만 더 크게 줄까 싶어. 

거기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마지막까지 아내의 손에 모든 것을 맡겼으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혹 그로 인해 피하려 했던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준 것은 아닌가 싶어. 

“아, 아닙니다. 은공. 제, 제가 죄송합니다.” 

“남궁 소저가 어찌 제게 죄송하단 말입니까?” 

나에게 도리어 미안함을 전해오는 그녀. 

미안한 것은 도리어 나라는 뜻으로 대답하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붉은 볼로 부탁했다.

“소소···.” 

“?” 

“소소라 불러주세요.” 

“아, 미안하오. 소, 소소.” 

내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자 가슴에 손을 모은 그녀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소, 소녀가 욕심을 부려 마, 마음에도 없는 소녀를 받아달라 한 것은 아닌지···. 검이나 휘두르는 계집인지라, 으, 은공의 마음에 드실지 모, 모르겠네요.” 

자신이 보이는 관심에 내가 무관심으로 대응해서일까? 

도리어 자기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남궁소소. 

장미꽃잎 같은 붉은 입술이 매력적인 그녀는 자기 매력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느낌이었다. 

검만 휘둘렀다 하더니, 이런 쪽에 관한 관심이나 지식이 전혀 없는 모양. 

비 오는 호수의 표면처럼 일렁이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붉은 모란(牡丹)꽃같이 어여쁘다고 생각하니,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됩니다.” 

“예!?” 

꽃같이 예쁘다는 말은 전생에는 너무 구시대적 감성이었지만, 이쪽에서는 미래지향적 감성이자 아직 먹혀주는 칭찬. 

내 칭찬에 정말 붉은 모란처럼 새빨개진 남궁소소. 

한겨울 눈 쌓인 후원, 때 이르게 피어난 한 떨기 모란처럼 그녀가 가냘프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떨리는 붉은 입술을 열어 나에게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 소녀를 위해서 그런 칭찬을 해 주시다니···. 가, 감사합니다. 은공. 소녀 은공께 큰 은혜와 보답 못할 마음을 받았으니, 혹, 이 일이 지나고 소녀를 내치신다 해도, 은공께서 베풀어주신 마음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예?” 

좀 전에는 내가 한 말에 그녀가 놀라고, 이제는 그녀가 한 말에 내가 놀라는 상황. 

너무 감격했는지 생각이 이상한 쪽으로 튄 모양이었다. 

아마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 같은데, 아까 아내가 겁을 많이 줘서 그런지, 황실에 대한 일이 끝나면 혼례 관계를 없던 일로 해도 좋다고 대답한 듯한 느낌. 

인간쓰레기도 아니고 그건 아니었다. 

“소소, 삼불거(三不去)를 아시오?” 

부끄러운지 대답은 못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소소. 

“삼불거에 선빈천후부귀(先貧賤後富貴)라는 말이 있지 않소? 가난할 때부터 부유하게 될 때까지 함께한 부인은 내치지 못한다는 말인데, 내 연성공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으니, 어찌 감히 삼불거를 범하겠소. 그대로 인해 내 목숨을 건졌는데 내치다니. 다시는 그런 말 하지도 마시오.” 

그리고는 소소의 손을 잡아끌며 다시금 그녀의 오라버니가 있는 처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극양(極陽)의 기운을 머금은 신공이라도 익혔는지 후끈거리는 그녀의 손. 

후원 끝에 도착하자 말이 없던 그녀의 입에서 개미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 은공?] 

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녀가 붉은 모란이었다면, 지금의 그녀는 마그마가 끓어 넘치는 활화산. 

붉다 못해 이젠 검붉게 물들어 있는 그녀의 안색. 

혈전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자, 그녀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 호, 혹시. 저, 저와 아, 아기를 가, 가지고 시, 싶으십니까?” 

“뭐? 뭐요?” 

소소의 윤기 있는 붉은 입에서 튀어나온 뭔가 금기의 단어. 

갑자기 그녀의 붉은 입술이 매력적에서 마력적으로 변하고, 홍등이 켜진 듯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억눌렸던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활화산처럼 솟구쳤다. 

아내의 상태에 관해서는 설명을 못 해, 소소는 그녀의 상태를 알지 못하니, 거침이 없는 모양. 

그녀의 서투른 도발이 계속되었다. 

“시, 싫으십니까?” 

‘이,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온다고?’ 

아까부터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튀긴 했는데, 갑자기 아기를 만들자는 그녀의 제안에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아, 아니, 와, 완전 좋은데, 아니, 그러니까 싫은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의리상 이러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좀 더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까? 아니, 그러니까 이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생긴 것보다 데일 것처럼 화끈한 남궁소소의 말에 정신을 못 차릴 때. 

남궁소소가 나를 끌고 후원 구석으로 향하더니, 구석에 도착해 내 양손을 잡고는, 다시 나직하게 속삭였다. 

“자, 여, 여기.” 

“응?” 

갑자기 눈을 감고 입을 삐쭉 내민 남궁소소. 

붉고 윤기 있게 반짝이는 입술. 

그 모습에 확 솟구쳤던 무엇이 가라앉으며, 뭔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입도 못 맞춰 본 것 같은 아가씨가 처음부터 야외에서 다짜고짜? 

뭔가 이상했던 것. 

이제 막 체조에 입문해 스트레칭을 배워야 하는 아가씨가 최고난도의 체조 묘기를 도전한다고 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소소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소소?” 

“예?” 

소소가 기대했던 입술 박치기 대신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당황한 눈을 뜨고 대답했다. 

“크흠. 그, 아기···. 어찌하면 생기는지 정확히 알고 있소?” 

내 질문에 부끄러운 얼굴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소. 

“예, 나, 남녀가 이리 손을 잡고, 이, 입을 마, 맞추면···.” 

“음···.” 

고모님이 검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었고, 소소 본인의 입으로도 검만 연마했다더니, 규방에서 기초 성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느낌. 

그나마 황새가 물어오거나 다리 밑에서 주워오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으니 다행이랄까?

이걸 대체 어찌 설명하나 고민하는데, 내 표정에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챘는지, 소소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 아닙니까? 그, 그럼?”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 

“아! 이따가 부인과 영영이에게 조용히 물어보시오.” 

“?” 

원래 성교육은 또래끼리 시청각 교재를 곁들여 은밀하게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교재는 어디서 구한다···.’ 

*** 

마음을 진정시키고 소소와 다시 그녀의 오라버니가 있는 처소로 향했다. 

우리가 그녀의 오라버니가 남궁현이 있는 처소로 이렇게 향하는 이유는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 

소소가 그것을 원해왔기 때문이었다. 

아까 셋의 서열정리와 함게 류청운 삼분지계로 지분정리가 완료되자, 남은 이야기는 검봉의 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쪽도 칠대세가에서 제일 잘나가는 집안이니, 집안의 허락도 없이 딸과 혼례를 올릴 수는 없었기에 당연히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검봉. 집에는 허락받지 않아도 됩니까?” 

“저는 가문을 등졌으니. 상관없을 것 같네요.” 

아내의 물음에 호적 파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소소. 

“아니, 그건 그냥 오라버니를 찾기 위해 나온 거라고 하지 않았어? 나중에 큰일 나는 건 아니야?” 

“괜찮습니다. 어차피 은거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나, 나도 집을 나오긴 했지만, 대, 대단하구나? 소소는.” 

“언니!?” 

영영이를 그러면 안된다는 표정으로 부르는 아내. 

아내의 지적에 영영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 조심할게.” 

아내가 영영이를 부른 것은 남궁소소에게 반말을 쓰지 말라는 눈치를 준 것. 

영영이는 이틀 동안 반말이 입에 붙었는지, 남궁소소를 향해 자연스레 반말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그냥 소소라고 그냥 부르셔도 되어요. 저도 그냥 영영이라 부를 테니까요.” 

“그래, 좋아.” 

그렇게 호칭 정리까지 끝나자, 남궁소소가 나를 향해 이야기했다. 

“은공, 집은 정말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혼자 은거하려 했으니까요.” 

사시미 쓰는 집이라 그런지 맺고 끊는 것도 칼 같은 모양. 

하지만 이거 소소의 말대로 하면 나중에 나만 엿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겠소? 아무리 집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쪽에서는 소소 그대를 찾을 것인데? 집안 어른들을 뵙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는데.” 

혹시 몰라 소소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이야기하자 그녀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러면, 집은 나중에···. 오, 오라버니께 먼저 말씀해주세요.” 

“남궁현 공자 말이오?” 

“예, 지금 제일 큰 어른이시니까요.” 

“알겠소.” 

뭐 숙모님이 제일 큰 어른이긴 했지만, 그분에게는 알릴 수 없었고. 

왜 숙모님에게 알릴 수 없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영영이가 이전에 자기가 소처라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 해두었는지, 자기의 오라버니에게 허락받아달라는 말. 

그런 연유로 남궁현을 찾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소소의 부탁으로 도착한 남궁현의 처소 앞. 

안쪽을 향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크흠. 안에 계십니까?” 

“오, 이게 누구십니까? 은공, 어서 들어오시죠.” 

내 목소리에 남궁현이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소소와 함께 남궁현의 처소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구한 서책을 읽고 있는 남궁현.

그가 내 모습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가, 내 뒤로 따라 들어오는 소소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둘이 같이?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예, 드릴 말씀이 있어서 말입니다.” 

“제게 말입니까? 아, 이럴 게 아니지 일단 저쪽으로 앉으시지요.” 

그렇게 식탁에 안내되어 일단 자리에 앉았다. 

나와 남궁현이 마주 보고 앉고, 소소가 곧 내 옆에 볼을 붉히며 자리를 잡았던 것. 

그러자 들려오는 남궁현의 목소리. 

“응? 소소야 어째서 그쪽에··· 설마?” 

남궁현은 눈치가 빠른지 남궁소소와 나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전 남궁소소가 그녀의 오라버니를 향해 말했다. 

“예, 오라버니. 소소, 이분과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하려 해요.” 

허락받아달라고 하더니, 이건 일방적인 통보. 

나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죄,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이어 남궁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를 낼 법도 한데, 차분한 성격인지 연유를 물은 것.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텐데, 은공께서는 무슨 연유가 있습니까?” 

아마 내가 죄송하다고 이야기한 것에서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 

그에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그리된 것입니다.” 

내 설명이 끝나자 그가 지그시 눈을 감고, 한탄하듯 말했다. 

“결국 나 때문에 둘이 원치도 않는데, 맺어져야 한단 말입니까? 차라리 옥에서 이 목숨이 끊어졌으면 좋았을 것을···” 

그 모습에 소소가 자기 허리춤에 찬 칼을 식탁 위에 올리더니 그녀의 오라버니를 향해 말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저를 위해 남겨주신 칼 청천(靑天)이라 이름 지었어요. 기억하시지요?” 

“그래, 내 어찌 그것을 잊겠느냐. 노리개 따위에 관심도 없는 네가 유일하게 탐내던 것이었으니.” 

그녀의 오라버니가 물려준 검, 검에 진심인 집안이라 그런지 검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녀의 오라버니가 지긋이 갑은 눈을 뜨고 소소를 바라봤다. 

“저, 소소. 검 이후로 처음으로 원하는 것이 생겼어요.” 

“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지은 남궁현. 

그를 향해 소소가 대답했다. 

“예, 달님.” 

‘달님?’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였는데, 남궁현은 놀란 표정으로 나와 남궁 소소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그렇게 되었던 것인가?” 

그리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은공, 무림인이 아니라 들었는데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이지요.” 

갑자기 뭔가를 묻고 싶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현의 질문이 들려왔다. 

“소소가 검에 대한 재능이 뛰어남을 혹시 아십니까?” 

“예, 그렇다 들었습니다.” 

“혹 그러하면 혼례를 올린 후, 소소의 재능을 어찌할 작정이십니까?” 

‘응?’ 

별것 아닌 질문이 분명한데 등줄기가 쭈뼛하고서는 느낌. 

싸한 느낌에 소소를 힐끔 바라보자, 소소는 자기를 칭찬하니 약간 부끄러워하는 모습일 뿐이었다. 

‘뭐지? 감이 이상한데?’ 

이상한 느낌에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생각을 떠올리자, 그러고 보니 눈앞의 남궁현은 매부 살해 경력직. 

이거 말을 잘못 했다가는 그대로 『독고』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 

억지로 얼굴에 웃음을 띄워 올리며 대답했다. 

생사의 분기점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 그야. 하고 싶은 것을, 마음 편하게.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해주어야겠지요.” 

“소소가 한낱 계집인데 말입니까?” 

묘한 유도신문 같은 질문. 

기겁하며 모범답안을 토해냈다. 

“재, 재능에 계집과 사내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지, 지아비의 도리이지 않겠습니까? 아, 아무렴요.” 

그렇게 내 대답이 끝나자 묘한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그가 고개를 끄덕여 소소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소소야. 차라리 은공께서 처음부터 네 정혼자였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면 우리 남매가 이런 자리에서 만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예, 좋은 분이십니다. 오라버니 문제로 마음의 검이 무너질 때 조언을 주시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면 이제 매부라고 불러야 하나?” 

‘아, 통과인가?’ 

요단강 어귀에서 되돌아온 느낌. 

얼른 남궁현을 향해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러자 남궁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 허락했다 해도 아직 아버님의 결정이 남았으니, 잘해보게. 쉽지는 않을 테니. 뭐 소소의 뜻이 저리 완고하니 어떻게든 될 테지만.” 

‘뭔가 무서운 분인가?’ 

쉽지 않을 거라는 말에 되물었다. 

“장인어른이 무서운 분입니까?” 

“응? 듣지 못했나?” 

“예.” 

소소를 바라보자 오라버니가 나를 받아들여 줬다는 말에 기뻐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뿐. 

일방적 통보와는 다르게 또 기분이 좋은 모양. 

곧이어 형님의 입이 열리며 믿지 못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무림인이 아니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무림인들인 이리 부르지. 검왕(劍王).” 

‘아하···. 검왕이시구나. 아하하, 하하. 하. 음.’ 

황제의 칼을 피했더니, 무림 최고 검객인 검의 왕이 칼을 뽑고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이쪽 칼이 더 날카로우니, 갈 때는 한 번에 아픔 없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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