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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적 (191/344)

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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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이야기가 다 끝나고 모든 문제가 그렇게 정리되나 싶었는데, 우리가 미처 생각 못한 사람이 있었다. 

아내의 숙부님인 제갈각. 

숙부님도 이헌과 마찬가지로 술병 때문에 휴가를 받은 것이 미안했던지, 휴가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등청 하셨던 모양이셨다. 

저녁때 놀란 얼굴로 식사하는 우리 앞에 나타나 외치는 숙부님. 

“청운이 이 사람 큰일이네!” 

“예? 큰일?” 

“아니, 내 등청 했더니, 자네에게 제서가 내려졌다는데, 이를 어쩌나.” 

생각해보니 소소를 받아들이기로 하는 문제는 벼슬을 하고 계신 숙부님께 알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그것은 결국 딸바보인 장인의 귀에도 들어간다는 이야기. 

‘무슨 문제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구나! 이래서 난(難)인가?’ 

마음속으로 절규할 때, 숙모님께서 의아한 얼굴로 물의셨다. 

“주객낭중, 제서라면 좋은 일일 텐데, 어찌 큰일이라 하십니까?” 

보통 사가에 제서가 내려올 때는 상을 내리거나 할 때나 내려지는 것이고, 황제의 옥새가 찍힌 제서 자체가 보물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큰일이냐는 질문. 

그러자 숙부님께서 낭패라는 얼굴로 대답하셨다. 

“처인 소소와 같이 황궁으로 와 제서를 받들라는 황명이시오.” 

“소, 소소와? 그, 그렇다면?” 

“태후께 거짓을 아뢰어, 제서까지 내려진 것이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목이 떨어질 것인데, 큰일이오!” 

자기 조카를 구해달라고 말한 이유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 숙모님이 바로 사과를 해오셨다. 

“청운, 미, 미안합니다. 제 부탁 때문에···.” 

이 상황에 당황한 우리 넷의 시선이 서로에게 오가고. 

아내가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가 처리하겠다는 느낌. 

그 모습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자, 아내가 입을 열어 숙모님과 숙부님을 향해 이야기했다. 

“그, 일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숙부님.” 

“알고 있다고? 어떻게?” 

“낮에 이헌 태감께서 벌써 다녀가셨습니다.” 

“그분이? 오셔서 대체 뭐라 하시더냐?” 

“노공의 목숨을 건지려면, 소소낭자와 혼례를 올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요. 그래야 나중에라도 혼인할 사이였기에 그리 말한 것이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허!” 

큰소리로 한탄하셨지만, 제갈가 사람인 본인이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는 듯하니, 숙부님께서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드셨다. 

그러자 소소를 향하는 고모님의 말씀. 

“소소야, 우리 가문을 돕다가 주객낭중의 가문인 제갈가의 대를 끊게 생겼으니, 큰일이구나. 이 일을 어찌하느냐?” 

순간 아내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반짝 떠지는 소소의 눈. 

소소가 마치 빙의 당한 사람처럼 국어책 읽듯이 말했다. 

“고모님. 저, 소소. 은혜를 받고. 어찌 은공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겠습니까. 태감의 말씀대로. 제가. 평생 모실 것입니다.” 

아마 아내에게서 전음을 통한 어떤 명령이 떨어진 느낌. 

“응!?” 

그러자 숙부와 숙모님의 시선이 아내에게 쏠리고,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허락하였습니다.” 

“그, 그런···.” 

“하니, 두 분께서 좀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남궁현 공자의 목숨을 구하려다 이리된 일. 노공께서 양 가문 때문에 힘든 일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내 귓가에 아내의 전음 한마디가 나직이 들려왔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전화위복? 아!’ 

우리 제갈끼리 못 알아들으면 섭섭한 신호. 

숙부님에게 들켰지만 도리어 이 상황을 도움이 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말.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아내를 향해 윙크하자 아내인 제갈청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숙부 숙모님께서 앞다투어 말씀하셨다. 

“청이 너와 소소가 그리 결정했다면··· 내 처의 부탁을 들어주다 일이 이리 꼬여버렸으니, 혹 문제가···. 아니, 반드시 문제는 생길 테지만, 내 형님은 어떻게든 설득해 주마.” 

“그럼 남궁 쪽은 제가 나서 보겠습니다. 청운이는 좋은 사람이니, 소소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렇게 두 분의 죄책감으로 일이 잘 풀리나 싶었는데, 들려오는 뾰족한 외침. 

“청아, 나는? 가가 저는요!?” 

나와 아내의 사이에 앉아있던 영영이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친 것이었다. 

아마도 왜 소소만 반쯤 공식 인정이고, 자기는 빼냐는 그런 질문. 

이 자리에서 자기도 인정해달라는 그런 질문이 분명했다. 

‘그래, 이게 영영이지.’ 

가끔 아이큐 삼백을 넘어가는 영영이지만, 이 순간만은 아니었던지. 

참지 못하고 냅다 지른 느낌. 

귓가로 다급한 외침이 날아들었다. 

[노공! 막으셔야 해요! 언니는 아직 때가 일러요!] 

‘어, 어쩌지!’ 

나도 영영이의 입을 어찌 티 안 나게 틀어막아야 하나 고민하는데, 눈앞에 들어오는 하얀 것. 

그것을 확인하고 아내를 바라보자 아내도 내가 본 것을 확인했던지, 고개를 끄덕이며 잽싸게 손을 뻗었다. 

그렇게 나와 아내의 손이 번갈아 가며 하얀 것을 향해 날아들고. 

곧이어 만두 두 개가 영영이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텁. 텁. 

“저도···. 케루흡!” 

“여, 여기 있구나! 영영아. 마, 만두! 팔이 닿지 아, 않았구나.” 

“언니, 만두, 여, 여기 있습니다. 만두가 마, 맛있지요?” 

만두에 입을 강제로 틀어막혀진 영영이의 눈이 슬픔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맛있어서 더 슬픈 느낌. 

*** 

내부 문제가 정리되고 이헌에게 연통을 넣자. 제서를 받드는 것은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연통을 넣고 바로 다음 날, 이헌이 아침 일찍 나와 남궁소소를 데리러 왔으니까. 

제서를 받들라 해서 바짝 긴장했지만, 다행스럽게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저 멀리 삼 층 누대 위에 잘 보이지 않는 어린 황제가 뭐라 뭐라 칭찬하고, 비단 백 필과 은자 삼백 냥이 상으로 내려졌다. 

그 후에는 태후전으로도 끌려가 태후께서 내리는 차를, 입으로 마신 건지 코로 마신 건지 모를 시간을 보내며 덕담을 들었긴 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황궁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연성공 형님댁에도 뭔가를 보냈다고 했다는 것만 기억날 뿐. 

“은공, 괜찮으세요?” 

돌아오는 마차 안 소소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기가 다 빨려 늘어진 내 모습에 걱정이 된 모양. 

소소는 머리까지 꾸미지는 않았지만, 황궁의 황제 앞이기에 숙모님께서 시집올 때 입으셨다는 연두색 혼례복을 입은 상태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입술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괜찮소. 나는. 소소도 고생했소.” 

“아니에요. 은공.” 

부끄럽게 웃는 소소. 

그렇게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제갈가로 향하는데, 다시금 소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은공, 제 본가에는 무슨 제서가 내려갔을까요?” 

“보, 본가인 남궁가에 제서가 내려갔다고 했소?” 

“예, 아까 은공의 형님이신 연성공 댁인 공가와 저희 남궁가에도 제서와 비단 백 필을 내리셨다고, 태후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아뿔싸···. 연성공 형님 꽌시가 세긴 세구나.’ 

그냥 나한테만 상을 주면 되었지, 연성공 형님과 세 번째 처가인 남궁가도 챙겼다는 태후. 

원래 섭정하는 태후라면 뭔가 악독하고 그런 느낌이어야 하는데, 왜 쓸데없이 나한테 한없이 어진 태후인지. 

자꾸 혼자서 눈덩이 굴리듯 일을 크게 만들고 계셨다. 

제발 중원 평균 태후면 좋다고 생각하며, 소소를 향해 망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장인께서 무섭거나 화를 잘 내는 분 이시오?” 

“자, 장인···. 이라니.” 

장인이라는 말에 부끄러워하는 소소.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아버지가 화내시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오라버니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목소리는 조금 무섭게 하셨지만, 화를 내시지는 않았으니까요. 어찌 그런 일을 벌였는지 확인이 먼저라고도 하셨고요.” 

“그렇소?” 

‘영영이의 할아버지, 전 의조부 독왕 어른 보다는 지적이고 성격이 차분한가?’ 

“예, 생각해보니. 제가 검을 배울 때도 혼이 난적은 한 번도 없네요.” 

그나마 셋째 장인이 차분하고 지성인이라는 사실에 조금 위안이 되었다. 

지성인이라서 화를 막 잘 내고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나중에 지성인끼리 대화로 어떻게든 풀어보면 될 테니까 말이다. 

“아마 사위가 태후께 웅장을 올렸으니 처가에도 상을 내린다. 그런 말일 게요. 그나저나 겨울이고 눈도 많이 내린지라. 남궁가가 있는 황산까지 제서가 도착하는데, 한 달이 넘게 걸릴 텐데. 그쪽에서 어떤 소식이 올 때쯤이면 봄이 완연할 테고, 우리는 봄에 중원을 떠나야 하니, 장인께 바로 인사를 드리기는 힘들 것 같소.” 

“예, 저도 그리 생각해요. 그건 미리 말씀하셨으니 괜찮습니다.” 

아내인 제갈청의 몸을 치료하러 가야 한다는 말은 이미 전한 상태. 

물론 소소도 따라나서기로 했기에 그 사실을 이야기하자, 소소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우리가 떠나고 숙모님께 이야기를 잘해달라 부탁합시다.” 

“알겠어요. 은공.” 

*** 

한 달쯤 지난, 봄의 초입. 

황산의 풀과 나무들이 막 겨울에서 벗어나 싹을 틔워 올리기 시작할 무렵. 

검왕 남궁강천(南宮江天)은 가주전에서 애검을 닦으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는 중이었다. 

장자인 남궁현의 단전을 자기 손으로 폐하고, 아들의 소망대로 딸인 소소를 가문의 후계로 만들었지만, 태연한 척해도 그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던 것. 

거기에 딸이 영원히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갔으면 좋았지만, 결국 사실을 알아내고 아들을 찾아 나선 지 몇 달이나 되었기에, 둘의 걱정에 마음이 심란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찾아 나서고 싶었으나, 검왕의 체면에 집 나간 자식을 직접 찾으러 갈 수도 없었기에 검을 닦는 그의 손길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달래는 일은 길게 이어지지도 못했다. 

“형님! 정말 소소를 찾지 않으실 텝니까?” 

동생 남궁성이 벌서 사흘째 자신을 찾아와 소소를 찾자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 

“그 이야기는 어제 하지 않았느냐. 소소는 이제 곧 나를 넘어선다. 이제 그 아이가 만나는 사람 접하는 산과 나무, 들 그리고 하늘이 그 아이의 검에 깃들어야 하는 단계. 여행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형님도 아시다시피. 소소, 그 아이가 검 외에는 다른 것을 전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가 혼자 여행이라뇨. 무사라도 몇 명 보내시지요.” 

동생인 남궁성은 남궁가의 긴 역사 중 한 손에 꼽을, 아니, 최고의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소소가 어찌 될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 

팔왕정도가 아니면 소소를 제압할 수 있는 고수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이 하던 걱정은 아이가 여린 마음을 다칠까 하는 것이지, 무력에 대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소소의 검이면 자기 몸은 능히 지킬 수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무림에 얼마나 나쁜 놈들이 많은데! 저는 소소가 혹시나 음적 같은 놈들이라도 만나 험한 일을 당할까 봐 걱정입니다!” 

음적이라는 말에 꿈틀한 남궁강천의 눈썹. 

그런 놈들은 더러운 춘약이나 독으로 고수를 마비 시킬 수도 있으니, 동생의 걱정이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 

“그, 그럼 네 말대로 무사를 몇···.” 

그렇게 남궁강천이 무사 몇 명을 보내려는 결심을 굳힌 순간이었다. 

“가주님! 가주님! 가, 가주님!” 

가문의 대총관이 다급한 얼굴로 처소 안으로 허겁지겁 뛰어든 것. 

“백총관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인가?” 

“백총관 무슨 일이 났소?” 

쉬 놀라는 일이 없는 대총관이 저리 놀랄 정도면 뭔가 큰일이 났다는 것. 

남궁강천이 의외란 얼굴로 총관을 바라보자, 그가 숨을 가다듬을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 급하게 대답했다. 

“빠, 빨리 나, 나가보셔야, 하악··· 하악··· 할 것 같습니다!” 

“어째서 말인가?” 

“제, 제서. 제서가 도착했습니다!” 

“제서!?” 

“제서 말인가!?” 

제서가 도착했다는 말에 그대로 뛰어나간 남궁강천과 그의 동생 남궁성. 

둘이 말(襪 버선)만을 신은 채 문밖으로 뛰쳐나가자, 어느새 가주전 앞에 도착한 한 무리의 일행이 가주전 앞에 돗자리를 펴고, 제서를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정의 관리 하나가 남궁강천을 향해 물었다. 

“가주 남궁강천 맞으시오?” 

“맞소이다. 그런데 어찌 관에서?” 

그러자 들려오는 관리의 근엄한 목소리. 

“가주 남궁강천은 황제의 제서를 받들라!” 

“남궁가의 가주 남궁강천 황제의 제서를 받드나이다.” 

대답을 듣기 전 시작된 제서 전달. 

이러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황제께 머리를 조아려야지. 

남궁강천이 곧바로 돗자리에 올라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자, 이어서 관리가 제서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남궁가 사위의 공을 치하하고자 비단 백 필을 내리니, 황제의 어진 살피심과 공정하심을 기억하라. 헌원계도현덕정공흠문예무제성소효황제.” 

그러나 그 말에 남궁강천은 반응할 수 없었다. 

뭔가가 이상했기 때문. 

자기는 사위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남궁가주 뭐 하는가? 아, 무림인이라 예법을 잘 모르는가?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 폐하 만수를 누리시옵소서라고 하면 되네.” 

대답이 없자 들려오는 관리의 독촉. 

남궁강천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서가 잘못 도착한 것 같소이다.” 

“잘못? 여기 남궁가 아닌가?” 

“맞소이다. 그런데 저는 사위가 없으니, 잘못 도착한 것은 아닌지?.” 

사위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당황해하는 관리. 

“황산에 남궁가가 여기 말고 또 있나?” 

“아니오. 황산의 남궁가는 여기가 맞소이다···.” 

“기다려보게. 내 다른 걸 확인해봄세. 어디 보자. 옳지! 남궁현이 이 집 장자 맞는가?” 

오랜만에 남의 입을 통해 들려오는 그리운 아들의 이름. 

남궁강천이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렇소. 가문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그 여동생이 있던가?” 

“맞소, 소소라고 내 딸이오.” 

“그럼 이 집 맞네.” 

“응?” 

맞는다는 관리의 말에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 

“그 소소라는 딸의 지아비라 되어있으니, 이 집 맞네.” 

“하, 하지만 내 딸은 아직 호, 혼례를 올리지 않았소이다.” 

“그건 내 모르겠고, 여기 남궁현 여동생의 지아비라 적혀있지 않은가. 얼른 받들기나 하세.” 

결국 남궁강천은 황제께서 내리신 제서를 거절할 수 없어 억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 폐하 만수를 누리시옵소서.” 

그렇게 모든 과정이 끝나자 관리가 물러나며 아직 당황해 꿇어앉아 있는 남궁현을 향해 말했다. 

“딸이 아비 몰래 혼례라도 올렸나 보지? 허허.” 

관리들이 비단 백 필을 쌓아놓고 모두 물러난 적막한 가주전 앞. 

이미 관리들은 모두 돌아갔지만, 아무도 남궁강천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남궁강천의 입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아···.” 

형님의 스산한 목소리에 놀란 남궁성.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꿀꺽. 

“예! 혀, 형님!” 

“소소가, 소소가 혼례를 올렸다니, 이 무슨 말이더냐?” 

“서,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제가 황급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천천히 저어지는 남궁강천의 머리. 

“그, 그럼?” 

“잡아 오너라···. 남궁의 보물을! 남궁 제일의 검을! 훔쳐 간 그 도적놈! 아니, 음적놈을 잡아 내 앞에 데려오너라!” 

남궁강천의 외침에 가주전 앞마당이 쩌르르 울리고, 남궁성이 형님의 기세에 화급히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이 남궁성 그놈을 반드시 도륙해 형님 앞에 끌고 오겠습니다!” 

도륙해 수급을 가지고 오겠다는 동생. 

그러나 감히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를 꾀어 아비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데려갔다면, 결코 편안한 죽음을 허락할 수는 없었다. 

만약 소소가 몰래 혼인했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 

-뿌드득! 

활화산 같은 분노. 

남궁강천의 살기와 강기가 그의 전신에서 들불처럼 피어났다. 

-콰지직! 

그리고 뭔가 박살이 나는 소리와 함께 어떤 것이 가주전에서 쏘아져 나왔고. 

그것이 가주인 남궁강천의 손아귀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잡힌 것은 그의 애검. 

-스르릉. 

-덜그덕. 

그의 검집이 바닥에 떨어지고. 

검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남궁강천이 빛 잃은 눈으로 명령했다. 

“아니. 반드시 살려서 데려오너라···. 그놈의 더러운 물건은 이 내가 직접 벨 것이야···.” 

“예! 형님!” 

곧 남궁가의 문이 활짝 열리고, 가주의 동생인 남궁성이 이끄는 남궁가 최대 무력대인 천풍대(天風隊)가 개봉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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