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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193/344)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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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은 물로 질척거리는 초봄. 

우리가 탄 마차는 구정물인 황하(黃河)를 따라 상류로 향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난주(兰州)가 될 테니, 일단 황하를 따라 상류로 올라가다 서경(西京)에 도착하는 것이 첫 목표. 

서경이란 서쪽의 수도란 뜻으로, 북송 시대의 낙양을 부르는 명칭. 

위나라의 수도이자 존경하는 제갈공명 형님께서 죽을 때까지 공략하려 했던 도시. 

역적 놈들의 나라였던 위나라의 수도인 낙양이 첫 목표인 것이었다. 

그리고 낙양에서 다시 황하를 따라 영흥(永兴)에 도착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 

영흥을 두 번째 목표로 삼은 이유는 영흥에서 황하의 지류 중 하나인 위하(渭河)를 따라 올라가면 난주 가까이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 

황하 본류를 따라가면 너무 빙 돌아가기도 하고, 그곳은 장성(長城) 너머 북방. 

지금은 다른 나라의 땅이기에. 안전하고 최단 거리인 위하를 따라가려는 것이다.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도 배를 타지 못하는 이유는. 

황하, 이 빌어먹을 강이 중간중간 똥물이 튀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 

그래, 토사 섞인 급류 구간이 많아 배편 이용이 용의 치 않은 것. 

그러니 이렇게 질척거리는 땅을 마차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덜컹거리는 마차에 몸을 싣고 한참이 지났을 때, 영영이가 심심했던지 여정에 관해 물어왔다. 

“가가, 처음에 어디로 간다고 하셨었죠?” 

“서경이 첫 번째 목적지로구나.” 

“아! 맞다! 그러면 저희는 일단 서경을 거쳐 영흥으로 가는 거군요.” 

“그렇지. 거기서 이제 위하를 따라 올라가면, 난주 근처에 도착할 수 있다더구나.” 

그렇게 영영이에게 여정을 다시 알려주자 들려오는 소소의 목소리. 

집에서 검만 휘둘러 그런지, 소소가 다 같이 하는 여행에 제일 기대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영흥 어떤 곳일까 기대되네요. 은공.” 

“나도 그렇소.” 

여정을 계획하다가 영흥이라는 부분에서 어떤 도시인가 좀 고민했는데, 영흥은 다른 곳이 아니었다. 

송 시대에만 이곳을 영흥이라 부를 뿐, 전생에는 그곳을 부를 때는 서안(西安)이라 칭했으며, 고대에는 그곳을 이렇게 불렀다. 

장안(長安).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지는 낙양을 거처 장안 그리고 난주가 최종 목적지가 되는 것. 

그리고 이런 순서라면···. 

그렇다! 

나의 이번 여정은 장모님을 만나 부인을 치료한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삼국지 마니아인 나에게는 일종의 성지순례(聖地巡禮). 

역적의 나라 위(魏)의 수도인 낙양과 제갈량 형님께서 삼국지 영웅들과 공략하려 했던, 장안을 차례대로 방문하게 되는 여정. 

그것도 제갈가의 후손과 함께. 

‘갸아아아악! 형님. 이제 제가 제갈이 되어 형님 대신 그 땅을 밟겠습니다.’ 

마음속에 깊은 전율이 전신을 타고 내달렸다. 

이건 절대 참을 수 없으니까. 

*** 

그렇게 팽가가 있는 정주를 거처 도착한 첫 번째 순례 목적지 낙양. 

성문 입구에서 마차에 내려 직접 내 발로 낙양 입성의 감동을 직접 느끼려 했으나,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낙양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으리으리한 모습의 도시에 첫발을 내딛는 그런 모습을 기대했지만, 여긴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태. 

“어? 성벽이 왜 저렇죠? 가가?” 

“서경, 무척 기대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군데군데 허물어진 채 오래된 것 같은 외 성벽과 세월의 풍파에 노후 된 도시. 

그것이 현재의 낙양이었던 것. 

큰 도시이긴 했지만, 뭐랄까? 

전후에 복구가 제대로 안 된 그런 모습이랄까? 

동경에 비하면 서경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좀 그런 모습이었다. 

나중에 객잔에서 객실을 잡으며 연유를 물었더니, 수, 당 시대에 파괴된 도시가 아직 복구가 덜 된 것이라고···. 

복구가 덜 된 이유로는 이 시대에는 치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터라, 황하가 자주 범람하는데. 

황하가 한번 범람하면 강줄기가 바뀔 정도이기에, 대운하인 통제거의 일부 구역이 당 시대부터 몇십 년 전까지 말라 있어 그렇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파괴되고 수로까지 말라버려 복구할 수 없으니, 도시도 천천히 말라간 느낌. 

삼국지의 영웅들이 그렇게나 점령하고 싶은 도시였는데, 상전벽해(桑田碧海)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 

뭐 외관이 허름했지만, 그래도 낙양이 그렇게 허접한 도시는 아니었다. 

동경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번듯한 건물들이 중심에는 자리 잡고 있었고, 볼거리도 꽤 있었으니까. 

“이제 객잔을 잡아야겠구나.” 

도시 구경을 좀 하다가 해가 지려고 해, 얼른 객잔을 잡자고 이야기하자, 영영이와 아내가 배고픔을 호소했다. 

“얼른 가요. 가가, 배고파요.” 

“저도 허기가 좀 지는군요.” 

“자, 그럼 어서 갑시다!” 

잠시 후 도착한 객잔. 

배고픔을 호소하는 둘을 위해, 얼른 저녁 식사를 하고 객실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의 본격적인 첫 숙박은, 삼국지 시대의 화려함이 빛을 잃은 도시 낙양에서 이루어졌는데, 문제가 있었다. 

중간에 정주에서는 돈을 아끼자는 영영이의 말에 팽가에 들려 하루 신세를 졌기에 문제가 없었는데. 

낙양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객실 하나를 빌렸더니, 옆자리에 누가 자느냐로 문제가 생겼던 것. 

팽가에서는 팽 가주의 눈치에 각방을 썼지만, 이곳에서는 아내 영영이와 함께 여행할 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객실 하나를 빌렸더니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침상이 두 개 있어 나눠 자면 되었는데, 문제는 쟁탈이 아니라 서로 양보해서 문제가 생긴 것. 

“제가 둘 중 한 분과 자겠습니다.” 

“아니요. 제갈부인이 어째서 은공 옆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주무신단 말인가요. 제가.” 

“오늘은 내가 따로 잘게. 둘 중 하나가 가가 옆에서 자.” 

싸울까 싶어 내심 고민했는데 흐뭇한 모습. 

이런 여난이면 환영이었다. 

이런 싸움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혼자 흐뭇한 표정으로 셋을 바라보는데, 상상치도 못한 해결 방안이 영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럼 우리 이러지 말고 다 같이 자자.” 

“언니 다 같이 말입니까?” 

“영영, 다 같이 말인가요?” 

“응. 다 같이.” 

“어떻게 말인가요. 영영?” 

“한 명이 위에서 자면 돼!” 

“위 요?” 

‘위!?’ 

그리고 잠시 후. 

영영이가 생각해낸 제갈가 뺨을 아니, 뒤통수를 후려치는 방법에 따라 자리가 결정되었다. 

영영이 오른팔, 소소 왼팔. 

그리고 아내 가슴 위. 

고개를 들어 살포시 가슴 위에 엎드린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잠이 오겠소?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노공, 저희는 무공을 익혀서 이런 자세로 잠을 자는 것도. 혹시 무겁거나 불편하십니까?” 

살짝 시무룩한 눈빛이 되는 아내. 

어떻게 거기에다 불편하다 할 수 있겠는가. 

“아, 아니오! 아주 그냥 깃털처럼 가볍소. 아무렴.” 

내 말에 아내가 만족한 미소를 띠며 내 가슴에 착 하고 엎드렸다. 

‘아하하···. 이건 씨바 천국인가 지옥인가···.’ 

자다가 가위눌릴 것만 같았다. 

*** 

낙양을 지나 산서로(山西路 섬서)의 관문 도시 상남(商南) 지나 도착한 상주(商州). 

“이제 다음이면 영흥이군요.” 

“그렇소. 부인. 영흥까지 이제 당분간 노숙해야 할지 모르니, 한 이틀 정도 쉬어갑시다.” 

“좋아요.” 

“가가, 세욕하고 싶어요.” 

상주부터 영흥인 장안까지는 큰 도시가 없어 노숙 확정. 

이미 상남에서 상주까지 오늘 길에 계속 노숙했기에 이틀 정도 푹 쉬어가기로 한 것. 

영영이도 목욕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목욕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말이다. 

“그래, 얼른 객잔을 찾아보자꾸나.” 

그렇게 우리가 찾은 곳은, 큰길에 있는 객잔이 아닌 조금 외진 곳에 있는 객잔. 

아무래도 넷이 한방을 써야 하는지라, 번잡한 객잔보다는 한가한 객잔을 찾아 들어가기로 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모텔에서 넷이 방을 하나 달라고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으면 이게 좀···. 

그렇게 들어선 객잔. 

“어, 어서 옵쇼!” 

손님이 넷이나 들어서자, 졸고 있던 점소이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 인사를 해왔다. 

“큰방 하나만 주시오.” 

“하, 하나 말입니까?” 

나와 내 뒤에 서 있는 세 여자를 보더니 당황해 되묻는 점소이. 

잠이 덜 깬 것은 아닌지 머리를 털어댄 점소이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 

“그렇소.” 

내 대답과 점소이의 시선에, 뒤에 있는 세 여자가 부끄럽다는 듯 내 뒤로 앞다투어 숨자, 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고 잠시 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예, 방. 방 하나. 그, 그런데 손님. 식사는 이곳에서 하실 것입니까?” 

“어찌 물으시오?” 

원래 객잔을 이용하면 식사는 객잔에서 해주는 게 예의인지라,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점소이가 미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저희 요리하는 자가 지금 몸이 별로라서. 큰길에 나가시면 괜찮은 요리집이 많으니, 그곳을 이용하셔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물론 괜찮소.” 

“죄송합니다. 대인.” 

‘나이스!’ 

솔직히 요리집이 요리는 더 잘하긴 했다. 

아무래도 전문으로 요리하는 곳이니 요리사가 있을 확률도 높고, 객잔이야 국수에 만두 채소볶음 정도의 간단한 음식이 전부이니, 우리에게는 더 좋은 제안. 

“알겠소이다. 아 그리고 혹시 세욕을 할 수 있소?” 

목욕을 할 수 있나 묻자 점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희 가게 뒤쪽에 향수행(香水行)이 몇군데 있습니다. 그곳을 이용하시면 될 겁니다.” 

“오, 향수행! 좋소이다.” 

그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밝아지는 셋의 얼굴. 

목욕을 할 수 있다니, 기쁜 모양이었다. 

정말 다른 원, 청, 명 시대도 아니고 송나라 시대로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송 시대에 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놀랍게도 송 시대에는 중원에 공중목욕탕이 존재하는 것. 

그것도 아주 흔하게. 

나도 얼마 전에 발견한 곳. 

이 시대에는 공중목욕탕을 향수행이라 부르는데, 사람이 여럿 들어가서 씻는 그런 곳이 아니라 약간 개인실 느낌의 목욕탕. 

돈을 주고 개인실에서 씻고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송 시대는 중원의 수많은 시대 중 가장 깨끗한 시대일지도? 

“자 얼른 짐을 풀고 갑시다!” 

“네! 가가!” 

“네.” 

향수행의 위치를 들었으니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향수행으로 향했다. 

아내와 영영이, 소소는 같이 씻고, 나는 덕구와.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우리가 향한 곳은 큰 길가에 있는 꽤 커다란 요리집. 

점소이에게 안내 되에 번잡한 일 층보다 한가한 이층으로 자리를 잡자, 점소이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파리 같은 모습으로 주문을 받았다. 

“저희는 만두와 채소볶음. 연양과 오리를 구워드릴 수 있는데, 오리는 말미를 좀 주셔야 합니다. 갱은 채소와 양고기를 넣어 끓인 갱이 있는데 어떠신지요?” 

“혹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는 없소?” 

“왜 없겠습니까요? 황하에서 잡아 올린 염어(鯰魚) 요리가 있습니다요.” 

염어라면 메기라는 말이었는데, 원래 처음 가보는 곳에서는 로컬푸드를 먹어보아야 하는 법. 

“그러면 양고기 두 근, 오리 한 마리. 두 명이 먹을 만두와 채소볶음. 갱도 부탁합니다. 염어 요리도 주시고. 그리고 월주도 한 병만 부탁하오.” 

“아이고, 알겠습니다욧! 대인!” 

점소이는 이것저것 요리를 주문하자 신이 난 얼굴로 주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주방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주문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상주의 명물 염어의 주문이 들어왔으니~ 요리사는 주문받으시오~ ······세 명의 미녀와 무림의 호걸다운 주문이구나~” 

이것저것 비싼 것까지 시켰더니 신이 난 점소이의 노래. 

그렇게 음식을 주문하고 하나씩 나오는 요리를 받아 넷이 식사를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우리와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더니,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던 것. 

“화산파 놈들 같은 정파끼리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이건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사제,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네.” 

“아무리 언급이 없었더라도 상주는 당연히 종남의 땅이 아닙니까? 상주까지 내어줄 수는 없습니다!” 

무척이나 분노한 듯한 목소리. 

상주가 화산과 종남의 중간쯤 되는 위치인지라, 대체 어떤 놈들이 간도 크게 화산파를 욕하나 슬쩍 확인했다. 

그러자 분노해 떠드는 놈들의 왼쪽 가슴에 수놓아진 구름 같은 문양. 

‘어떤 새끼들인가 했더니 뜬구름 잡는 놈들 아닌가?’ 

천하삼십육검법(天下三十六劍法)과 유운검법(流雲劍法)을 사용하는 종남파(終南派). 

그 종남파의 놈들인 모양이었다. 

화산이 매화 십덕이라면, 종남파 놈들은 흘러가는 구름을 검에 담겠다는, 약간 구름에 미친 놈들. 

뜬구름을 잡으려 하는 약간 그런 문파인 것. 

그런 종남파 제자들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괜히 엮이면 골치 아파질 것 같아, 빨리 식사하고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데, 계단 쪽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종남파 놈들과는 다르게 아주 신이 난 목소리. 

“하하, 그러면 그쪽에서도 저희에게 시주한다고 했단 말입니까?” 

“그럼, 상주의 많은 상인이 이제 우리 화산을···. 응?” 

막 이층으로 올라온 놈들은 종남과 엇비슷한 숫자의 꽃무늬 가득한 하와이안 무복을 입은 십덕 화산파 녀석들. 

그 모습에 종남파 놈들의 두 눈이 분노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째 분위기가 이거···’ 

아무래도 뭔가 일어날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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