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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201/344)

핑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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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받아든 종이로 둘둘 만 것을 펴자 안에서 나온 것은 가늘고 긴 실뿌리들. 

붉은색을 내는 천연염료로 쓰이는 녀석이라 그런지 뿌리도 역시나 붉은색이었다. 

“좋아 보입니까? 노공.” 

“물론이요.” 

잘 사 온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아내. 

불순물이 적고 때깔이 고운 것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꼭두서니를 사 오라고 할 때 확인하라고 부탁했던 것을 물었다. 

“맛은 어떻다고 하더이까?” 

“짜고 쓴 맛이라고 하셨어요.” 

‘약재로 쓰는 녀석일 테니 당연히 쓸 테지?’ 

일단 점소이를 시켜 찬물에 담가두라고 부탁하고, 홍탕의 밑 작업을 시작했다. 

원래 훠궈에서 정통조리법의 육수는 홍탕. 

백탕은 전생의 현대에 개발된 것이고, 처음 시작은 홍탕 이었다.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고추, 오향과 화초, 등초, 마초를 넣어 매콤하게 만든 국물에 채소와 고기를 넣고 푹 익혀 건져 먹는 것. 

그것이 원래 훠궈니까 말이다. 

홍탕의 베이스는 닭이나 돼지, 소의 뼈로 구성할 수도 있고, 해산물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색만 다르고 같은 맛이면 아무래도 홍탕과 백탕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고, 여긴 내륙이니 신선한 해산물을 구할 길도 없으니, 전생에서 다용하던 훠궈 육수 중 지금 가능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건강한 홍탕의 국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다른 냄비에 물을 올리고 잠두(蠶豆)를 넣어주었다. 

잠두란 중원에서 우리의 백태처럼 흔하게 이용하는 콩인데, 두반장의 주재료가 되기도 하는 그런 콩이다. 

색은 완두콩보다 조금 옅은 연두색. 

크기는 엄지손톱 정도의 큰 크기. 

모양은 원형이 아니라 약간 눌러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콩이 잠두. 

콩 자체의 껍질이 조금 두꺼워서 밥에 넣어 먹기에는 별로 좋지 않고, 보통은 요리나 장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한다. 

그렇게 잠두를 넣은 냄비에 계피(肉桂), 회향(茴香), 팔각(八角), 화초(花椒), 정향(丁香) 5가지 오향을 추가해주고, 마늘, 대파, 생강, 양파를 넣어주었다. 

거기에 조미료로 추가한 것은 송 시대 설탕인 사당과 소금, 두반장, 두시(豆豉 더우츠). 

두시인 더우츠는 중원의 전통 장중 하나인데, 일종의 말린 청국장이라고 보면 된다. 

대두를 푹 삶아 누룩을 추가해서 짚을 덮어 발효한 후에 소금과 술을 추가해 볕에 말려두었다가 사용하는 중원 전통 장. 

전생에는 고추까지 추가해 매운 느낌의 장으로 많이 사용했지만. 원래 전통적인 더우츠는 소금 정도만 추가해서 말려서 쓰는 것이 원조. 

홍탕에 갑자기 무슨 청국장이냐 싶겠지만, 이것은 알고 보면 아주 지혜로운 요리 방법이다. 

요리사들이 하는 조리의 목표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실제 단백질에서는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다. 

그렇기에 조리를 통해 단백질을 맛을 느낄 수 있는 아미노산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요리사의 조리라 보면 되는데.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으로 만드는 방법은 가열하거나 발효하는 두 가지. 

그렇기에 육수를 만들기 위해서 뼈를 넣고 장시간 달이는 과정은,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을 뽑아 농축시키는 과정이라 볼 수 있고, 여기에 청국장의 종류인 더우츠를 넣는 것은 결국 MSG를 추가해주기 위한 것. 

콩을 짚에 붙어 있는 바실러스균으로 발효하면, 바실러스 균에 의해 생겨난 단백질 분해효소로 콩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화하는데, 이 아미노산은 청국장의 끈끈한 콧물 같은 것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청국장도 알고 보면 콩을 분해해 MSG인 글루탐산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의 하나인 것이다. 

결국 뼈를 달이고, 두반장이나 더우츠를 넣어주는 과정도 모두 글루탐산을 추가해주기 위한 것이다. 

물론 더우츠를 너무 많이 넣으면 쿰쿰한 냄새가 나니 적당히 말이다. 

그렇게 더우츠까지 넣어주고 조금 지켜보자 끓어오르는 냄비. 

-부글부글 

콩 국물이 끓어오르는 고소한 향에 추가된 더우츠와 두반장의 몇 배 더 고소함. 

거기에 오향의 향이 어우러진 그런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렇게 재료들을 다 넣었다면 마지막으로 넣을 것은 귤피(橘皮)인 귤껍질. 

향에 상큼함을 추가해주기 위한 것. 

잠두와 더우츠, 두반장으로 묵직해진 향에 산뜻함을 가미해 주는 것이다. 

-촤륵 

반 줌 정도 쥔 귤피까지 솥 위로 뿌려주고 나면 이제 색을 입혀야 할 때. 

찬물에 담가두었던 꼭두서니를 손질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찬물에 담가두었던 꼭두서니인 천초근(茜草根)을 잘 씻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순물을 제거해주었다. 

그리고 점소이가 끓여준 물에 천초근을 넣어 한 번 살짝 삶아주었다. 

고사리에서 쓴물을 빼는 듯이, 그렇게 두 번, 세 번 천초근을 물이 많이 빠지지 않게 끓여 쓴물을 빼주었다. 

그렇게 쓴물을 뺀 천초근을 잠두베이스 홍탕의 국물 안으로 던져넣자, 잠시 후 붉게 변하는 국물. 

고추를 넣었을 때처럼 시뻘건 느낌은 아니지만, 화산의 매화를 상징하듯 진한 핑크 느낌이 드는 것이 더욱 좋았다. 

화산의 홍탕과 종남의 백탕이라는 의미에 딱 맞는 색이랄까? 

아내가 붉게 물드는 국물을 보고 신기한 듯 말했다. 

“노공, 정말로 붉은색이 되었어요.” 

“천초가 원래 옷을 물들이기도 하는 것이니까 말이오.” 

“아, 천초로 옷을 물들이는 것이군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아내를 옆에 두고, 나중에 홍탕에 추가해 줄 화초, 마초, 등초로 마라 기름을 뽑아냈다. 

이제 최소 서너 시간 정도는 삶아야 하니, 점소이에게 불을 부탁하고 잠시 쉬다 오기로 했다. 

“그럼 저녁때까지 불을 지펴 주시게 은은한 불에 천천히 끓어야 하네. 혹시 물이 줄면 물을 더 넣어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렇게 아내와 처소로 돌아오자 썰렁한 방안. 

덕구만 침상 밑에 엎어져 귀를 움직이며 눈을 감고 있었다. 

영영이와 소소는 부탁했던 훠궈 냄비를 받으러 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모처럼 조용한 객실. 

얼른 침상으로 달려가 바로 침상 위에 널브러졌다. 

“아이고 좋구나. 모처럼의 고요함이구나.” 

그렇게 내가 침상에 눕자, 아내가 침상 옆으로 다가와 침상에 걸터앉았고, 한참 아무 말도 없이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갑자기 물어왔다. 

“내, 냄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나? 돌아올 때가 지났는데, 이상하군요? 제, 제가 한번 가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아니오. 그냥 좀 기다립시다. 뭐 둘이 함께 갔는데 별일이야 있겠소?” 

무슨 일이 생겨 늦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겠다는 아내. 

뭐 하지만 둘이 같으니 별일이야 있으려고. 

“하지만···.” 

“그러면 덕구에게 다녀오라 합시다.” 

침상 아래 자는 척하는 덕구에게 지시했다. 

“덕구야, 가서 영영이랑 소소 잘 있는지 보고와 줄래?” 

그러나 귀가 한번 팔락 움직이는가 싶더니 미동도 하지 않는 덕구. 

분명 알아들었을 텐데 계속 자는 척을 하는 덕구였다. 

요즘 덕구의 충성심이 의심되는 것이, 원래 개는 충성심이 뛰어난 동물인데, 이것도 전부 덕구가 중원에서 난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메이드인 중원이라는 것은 그런 느낌이니까. 

‘덕구야 너 자꾸 그러면 너도 영물이나 마찬가지니, 영영이 내공 증진에 이용하는 수가 있다?’ 

말 안 듣는 개새끼를 속으로 씹어줄 때 아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덕구, 영영 언니와 소소 두 분이 잘 계시는지 확인해주고 오겠습니까?” 

“멍!” 

내가 말할 때는 들은 척도 않더니, 아내의 말에 벌떡 일어서 대답까지 한 덕구는, 사람 새끼처럼 문까지 닫아주고는 얼른 밖으로 향했다. 

“저, 저. 저놈 새끼. 내 말은 안 듣더니!” 

“풋···.” 

내 분노에 아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어색한 모습으로 웃음을 멈췄다. 

‘왜 그러지? 이상하네?’ 

아내의 반응에 왜 저렇게 어색해하는지 생각해보자, 덕구까지 사라진 현재는 정말 우리 단둘만인 상황. 

오랜만에 단둘인 것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귀도 살짝 붉어진 것이 부끄러운 느낌. 

‘하긴 우리는 볼장, 못볼장, 하나도 보지 못한 사이이니 그럴 수 있지.’ 

더군다나 신혼집에 눌러앉은 여동생처럼 영영이가 계속 우리를 따라다녔으니, 단둘이 시간은 보내지 못했던 상태. 

아내에게 조용히 물었다. 

“부인, 그러고 보니 요즘 몸은 좀 어떠시오?” 

“예!? 예. 아, 몸. 괘, 괜찮습니다. 힘 조절도 이제는 문제없고, 화가 나거나 당황해도 힘을 어쩌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내공은 어떻소?” 

“가득 찬 느낌이긴 하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상이 없다는 아내의 말. 

그 말에 안심과 함께 다른 생각이 솟았다. 

생각해보니 약왕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십구금을 금지하라고 했지, 모든 신체접촉을 금지한 것은 아닌 상태. 

그간 겁나서 손잡는 것과 포옹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사나이가 한발을 내디딜 때가 된 것. 

이리 단둘만 있는 상황이 흔하지 않으니, 얼른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슬며시 아내의 등 뒤로 몸을 밀착했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아내를 이름을 불렀다. 

“청···?”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는 아내.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병아리처럼 아내가 가냘프게 몸을 떨었다. 

동시에 붉게 물드는 아내의 귀. 

그녀가 고양이 앞에 병아리가 자기 운명을 깨달은 것처럼,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는지, 부끄러운지 소매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내 쪽을 반쯤 돌아본 채 대답했다. 

“예, 예에···. 어, 어찌 그리 부르십니까?” 

‘왜긴. 우심뽀가 하고 싶어서 그러지.’ 

우심뽀, 우리 심심한데 뽀뽀한 한번. 

그렇다! 결혼하고 거의 일 년 만에 뽀뽀, 아니 키스가 하고 싶었던 것. 

중원 전문용어로 접문(接吻)이라고 할까? 

“크흠. 그, 아무도 없이 단둘이는 무척 오랜만 아닙니까?” 

“그, 그렇지요. 노공.” 

천천히 말을 걸며 등 뒤를 감싸 안아 백허그를 시도하자, 안마의자 위에 오른 것처럼 떨리는 아내인 제갈청의 몸. 

“엑, 히윽.”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뱉어냈다가 더욱 놀라 아내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곧이어 내 가슴이 그녀의 가슴에 닿자 느껴지는 미칠 듯한 고동. 

-쿵쾅! 쿵쾅! 쿵쾅! 쿵쾅! 

내 심장이 이 순간만은 듀얼코어처럼 느껴졌다. 

응급실에 실려 갔으면 의사가 빈맥에 놀라 코드블루를 외칠지도 모르는 그런 박자. 

아내의 뛰는 가슴에 박자를 맞추듯 내 가슴도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솟구쳐 오르는 그런 느낌. 

아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노, 노공. 제, 제가 혹시나 노공을 다치게 할까 봐 두, 두렵습니다. 약왕께서도 아, 안 된다고 하셨고···.” 

뭔가 오늘 갈 데까지 갈 것으로 생각한 모양. 

하지만 그럴 수야 있나. 

고개를 저으며 아내에게 대답했다. 

“크흠. 내부인의 몸을 아끼니, 합방은 나중에 할 것이지만, 저, 접문은 괜찮지 않겠소?”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떨림이 그대로 멈췄다. 

그녀의 뛰는 심장도 놀랐는지 잠시 멈춘 것 같은 느낌. 

천천히 나를 돌아본 그녀가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두 번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왜 그걸 몰랐을까 하는 그런 느낌? 

곧바로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조심스레 당기자, 멈췄던 그녀의 가슴이 다시금 맹렬히 뛰기 시작했고. 

-쿵쿵쾅쾅 쿵쾅 쿵쾅 쾅쾅쾅 쿵쿵쿵쿵. 

잠시 후 서로 각자 마음대로 뛰던 가슴이 서로에게 반응하듯 일정한 박자가 되고. 

두 심장 박동이 공진하듯 하나처럼 뛰기 시작한 그 순간. 

-쿵쿵 쾅쾅 쿵쿵 쾅쾅. 

-쪽. 

우리 둘의 입술이 살짝 붙었다 떨어졌다. 

부드럽고 따듯하며 촉촉한 입술의 감촉. 

혼례 십여 개월 만에 공식적 첫 입맞춤이었다. 

나의 무협 세계와 아내의 판타지 세계가 만나 엉뚱하게도 로맨틱 판타지가 되는 느낌. 

꼭두서니에서 흘러나온 핑크빛 염료처럼, 우리 둘의 시야도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꼭두서니로 물들인 천이 사방에서 나부끼는 것 같은 핑크빛 분위기. 

짧은 입맞춤을 끝낸 객실 안의 분위기였다. 

그런 핑크한 분위기 속에서 황홀경에 빠진 아내의 달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 노공.” 

“청···.” 

이름을 불러주자 베시시 웃는 아내. 

상기된 얼굴로 아내가 말했다. 

“이름으로 불러주시니 더 조, 좋습니다.” 

“그렇소? 그럼 앞으로도 이름으로 불러주리까?” 

조심스레 끄덕여지는 아내의 고개. 

아마 영영이나 소소를 이름으로 불러주니, 자신도 그것이 부러웠던 모양. 

앞으로는 아내의 이름도 불러줘야겠다 생각하며, 다시금 아내의 턱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또, 또?” 

또 하느냐는 아내의 부끄러워하는 물음. 

당연했다. 

심각히 진도를 뺀 것도 아니고 살짝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이니, 이것은 접문이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일. 

오늘 아주 영영이, 소소 돌아오기 전에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해보리라 다짐하며, 아내의 턱을 끌어당기는데 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삐거덕. 

문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아내와 서로 침상 양 끝으로 몸을 날리며, 문 쪽을 살피자 덕구가 안으로 들어오며 우리의 모습에 ‘님들 뭐 하세요?’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대체 어딜 다녀왔길래 이리 빨리 다녀온 것인지. 

고작 개새끼인데 우리는 괜히 변명하듯 말했다. 

“크흠. 더, 덕구가 왔구려. 더, 덕구야 그래 영영이와 소소는 잘 있더냐?” 

“더, 덕구 그래, 둘은 어, 언제 돌아온다고 하던가요?” 

-툭. 

“이, 이게 뭐죠?” 

우리의 물음에 슬금슬금 다가온 덕구가 아내의 앞에 뭔가를 툭 하고 떨구고. 

덕구가 뱉어낸 것을 살피자 그것은 쪽지. 

꼭꼭 접은 쪽지를 펴들자 그 안에는 영영이의 필체로 한 시진 정도는 더 걸린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아, 한 시진은 더 걸린다고 합니다. 노공.” 

“그 정도면 늦지는 않을 테니 괜찮을 것 같소이다.” 

그 정도면 가져온 냄비를 씻어 준비하는데, 무리가 없는 시간.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쪽지를 전하고 나서 침상 아래 자리를 잡은 덕구. 

아내가 자기 발치에 자리 잡은 덕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덕구에게 물었다. 

“덕구, 그런데 여, 영영 언니는 잘 계셨습니까?” 

“월!” 

“그, 그렇군요. 그런데 덕구는 계, 계속 여기 있을 겁니까?” 

아내의 물음에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 덕구가 대답했다. 

“월!” 

“그, 그렇군요. 응, 여기 계속 있을 거란 말이군요. 계속 쭉···. 영영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말이지요?” 

“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아내가 덕구에게 다시 물었다. 

“더, 덕구 혹시 나가서 노, 놀다 오지 않을래요? 바, 밖에 날이 좋습니다.” 

“?” 

아내의 물음에 덕구가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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