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시기
.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일단 밖으로 나가 인사를 하고 손님을 맞기로 했다.
부엌에서 나와 문 앞에 도착하니, 아직은 껄끄러운지 두무리로 갈라져 있는 여섯.
여섯은 어제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아마 다시 각자의 문파로 돌아가기에는 거리가 머니, 근처 객잔에서 하루 묵고 오는 모양이었다.
“어서들 오십시오. 종남, 그리고 화산의 장문인. 그리고 다른 분들.”
포권을 하며 두 장문인과 관계자들에게 인사하자 둘이 미안해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로 화답했다.
“허허, 이리 쾌차해 벌떡 일어나다니, 역시 우리 매화영탕이 효험이 좋은 것 같구만. 식룡.”
“식룡, 몸은 괜찮으신가? 이거 우리 때문에 이리 요리까지 만들게 하니 미안한 마음뿐이네.”
가까이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친한 척하는 화산의 장문인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포권을 하는 종남의 장문인.
“두 분께서 살펴봐 주신 덕분에 쾌차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잠시 앉아서 기다리시면 요리를 내겠습니다.”
겸손한 멘트로 인사를 끝내고 손님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각 문파에 세 명씩.
종남과 화산의 인물들이 서로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점소이가 차를 내는 사이 마지막 준비를 시작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도착하자 청, 영영이, 소소는 막 삼선볶음밥을 다 먹고, 입을 닦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서니 도울 것은 없는지를 물어왔다.
“뭐 도와드릴 것은 없나요? 은공?”
“예, 가가. 저희가 도와드릴 건 없나요?”
“노공, 삼선초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면 저희가 돕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요. 밖에 여섯 분을 우리 집에 모신 손님이라 생각하고 대접할 것이니, 음식을 나르는 것을 도웁시다.”
“알겠습니다. 노공.”
“예.”
“알겠어요.”
먼저 송 시대 난방기구 중 하나인 화로를 점소이에게 부탁했다.
훠궈를 식탁 위에서 끓이는 데는 화로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
화로야말로 이 시대의 부루스타이자 인덕션이니까.
“점소이, 화로 하나 내주시게.”
한겨울 송 시대 동북쪽에서는 침상형 온돌인 항을 이용해 난방하고. 남쪽이나 다른 곳에서는 겨울 난방으로 화로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니 항이 있는 동북쪽에서는 사람들이 항 위에 옹기종기 모여 겨울을 나는 것이 보통이고.
화로를 쓰는 다른 곳은 화로에 불피운 숯을 넣고, 그것을 난로처럼 방안에 들여 화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서 겨울을 나는 것이, 일반적인 송 시대의 겨울나기.
화로는 얕은 서너 개의 발굽과 손잡이가 있는 세숫대야 같은 모습을 상상하면 되는데, 여기에 주전자를 올려 방안에서 찻물을 데우기도 하고, 밤이나 간단한 음식을 구워 먹기도 하는 것이 보통.
그런 이유로 화로는 이 시대의 휴대용 부루스타이자 인덕션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화로 말입니까? 예, 알겠습니다.”
흔하게 사용하는 난방용품인지라, 부탁하자마자 역시나 어디선가에서 화로를 가져오겠다는 점소이.
역시나 점소이는 얼마 안 돼 적당한 화로를 하나 가지고 왔고, 잠시 후 점소이에게 넘겨받은 화로에 아궁이에서 긁어내 시뻘겋게 불타는 숯을 올려 영영이에게 전달했다.
“영영아, 이것을 여섯 분이 앉은 식탁 한가운데 가져다 두고 오겠느냐?”
“식탁 위 가운데요?”
“그래, 식탁 위 한가운데.”
“추울까 봐 그러시나? 그렇게 춥지는 않은데?”
영영이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화로를 들고 밖으로 향하고, 다음으로 훠궈에 넣을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인 세 가지를 고기를 모양 좋게 접시, 네 개에 올렸다.
“청, 이것을 밖으로.”
“예, 알겠습니다.”
정실의 위엄을 살려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고기를 아내에게 맡기고 다음으로는 채소들을 준비했다.
먹기 좋게 자른 두부, 표고버섯, 양파와 무, 콩나물과 겨울난 배추를 접시에 적당히 나눠 다음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소소에게 전달.
“소소도 이것을 밖으로 부탁하오.”
“알겠습니다. 은공. 마치 객잔에서 일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네요.”
“맞아 소소야. 재미있지? 그렇지?”
귀한 집 아가씨들은 서민 체험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싱글벙글한 모습.
객잔 점소이 체험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이 훠궈의 마지막을 장식할 냄비.
곧바로 아까 소소가 만들어온 냄비를 꺼내 들었다.
일반적인 웍을 나눈 것뿐이지만, 여기 대장장이 솜씨가 좋은지 접합부도 티 안 나게 잘 처리한 모습.
냄비를 화구에 올리고 위에서 냄비를 한번 확인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란 솥 안이 묘한 굴곡으로 나뉘어 있는 특별한 냄비.
전생에서는 아주 흔한 냄비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의 냄비.
전생의 훠궈는 이렇게 절반씩 나누어진 냄비를 많이 사용했었다.
원조 훠궈야 홍탕 하나로 이루어진 요리이지만, 전생에는 홍탕과 백탕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요리로 변모했었기 때문.
그렇기에 냄비도 두 가지 육수가 섞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냄비가 필요했는데, 반원으로 절반씩 나뉜 냄비도 있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냄비처럼 내부가 굴곡진 형태로 나뉘어 있는 냄비가 대부분이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이유가 중원인들이 태극이라는 무늬를 사랑하기 때문.
이제 흑색뿐인 태극에 색을 채워 넣어야 할 때.
-쪼르륵.
국자를 들어 화산을 상징하는 홍탕을 태극의 윗부분에 담고, 종남을 상징하는 백탕을 떠 태극의 아랫부분에 채웠다.
그렇게 백색과 홍색의 국물이 각각 차오르자 선명하게 드러나는 홍백의 태극.
검은 솥을 배경으로 홍색과 백색의 두 가지 색이 어우러진 태극이 도드라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세 여자의 감탄.
“아, 두 가지 국물을 담으니, 이리 확연히 태극으로 보이게 되는 거군요? 가가?”
“홍과 백으로 이루어진 태극이라니.”
“두 색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네요. 은공.”
나의 철저히 계산된 제갈형님급 설계에 감탄하는 목소리.
무림인들을 위해 준비한 식사니 당연히 그들이 좋아하는 태극 모양으로 준비했더니, 역시나 효과가 남달랐다.
“은공, 이리 사용하시려고 만들어오라 하신 것이군요?”
“그렇소.”
셋의 따가운 존경 빔을 맞으며 데워진 냄비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그렇게 냄비를 들고 여섯이 기다리는 자리에 도착하자 뭔가 기묘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고기를 젓가락에 꿰어 화로에 직화구이를 하고 계셨던 것.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며 떨어진 기름기에 숯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훠궈집이 숯불구이 집으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아하하···. 하···. 이새 아니, 이분들 이거 뭐 하는 짓거리지? 미친놈들아 멈춰!’
당황해 여섯이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자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목소리.
“허허, 이리 직접 구워 먹는 것인가?”
“채소도 섞어서 구워 먹는 것 아니겠소?”
“식룡이 병석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아직 요리를 제대로 준비하기 힘든 모양이로군요?”
“그래도 역시 형님이 아니십니까? 이런 방법으로 먹는 요리라니.”
냉랭한 분위기더니 창의적인 헛짓할 때는 왜 이리 도란도란 사이가 좋은 모습인지.
정신을 차리고 인기척을 냈다.
“크흠.”
그제야 냄비를 들고 서 있는 나를 발견한 여섯, 그들이 나를 보며 말했다.
“식룡 음식이 아주 맛있구만.”
“허허, 이리직접 구워 먹는 요리는 처음일세.”
“형님, 아주 맛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또 무엇입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화로 위에 슬그머니 솥을 올렸다.
그러자 흐르는 정적.
삐걱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들 갑자기 먼 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쪽팔려서 그런 것 같은데 조용해진 지금이 기회.
여섯이 무안할까 싶어 모른 척하며 준비했던 말을 시작했다.
저기 적어도 네 분은 높으신 분이니 ‘체면’을 지켜 드려야 했으니깐 말이다.
무식하다고 면박을 주거나 눈치를 주면, 오늘 화해무드는 이것으로 끝.
“제가 오늘 준비한 요리는 화산의 홍탕과 종남의 백탕이 태극으로 어우러진 요리. 이리 채소와 고기를 붉고 흰 국물에 넣어 끓여 나누어 먹는 요리. 훠궈입니다.”
그리고는 깔려있는 재료 중 일부를 적당히 양쪽에 나누어 넣고, 여섯이 굽고 있던 재료들도 적당히 빼앗아 국물에 던져넣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제가 검으로 도에 이르고자 하는 여섯 분보다야 태극에 대한 배움이 적어, 많은 것은 알지 못하지만, 태극은 본디 하나이고 그것을 무극(無極)이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듯 본디 하나에서 나온 두 도문이 반목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오늘 이 요리를 드시고 부디 불편한 과거는 다 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극으로 되돌아가듯이 말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두 장문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 일 없는 듯 말하자 약간은 기뻐하는 듯도 하면서.
“이, 이것이 종남의 백탕.”
“오, 이, 이것이 화산의 홍탕.”
“그, 그렇지. 본디 도문은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한 것. 요리 하나에도 이리 큰 의미를 담아 우리를 부끄럽게 하다니. 식룡 자네는 역시 대단한 요리사네. 나 종남의 천무자 식룡과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 화산과의 일은 모두 잊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네.”
“크, 크흠. 이거 우리가 식룡에게 큰 가르침을 얻었구만. 이, 태청양 종남과의 불미스러운 일을 모두 잊도록 하겠네.”
부끄러운지 얼른 화해해버리는 둘.
-부글부글.
두 장문인의 약속과 함께 홍탕에서 솟아오르는 매콤한 향과 백탕에서 솟아오르는 중후한 향이 식당 안에 무극처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문파의 서로를 향한 감정도 홍과 백이 섞이듯 무극처럼 어우러져 무로 되돌아가기 시작하는 듯했다.
부끄러움을 조금 가미해서 말이다···.
“두 문파가 도문의 두 기둥이 되길 이 식룡이 기원하겠습니다.”
그렇게 정식으로 두 문파의 화해가 끝난 후.
내가 떠준 홍탕과 백탕의 맛을 보며 서로 감상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두 장문인.
점소이를 시켜 소흥주인 월주를 가져와 술까지 대접했더니, 이미 거나하게 취한 둘은 언제 사이가 나빴냐는 듯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화산 장문인 홍탕에는 다양한 매운맛이 들어있고, 입을 시원하게 하니. 꼭 화산의 검과 같구려. 환과 쾌가 국물에 녹아있는 듯합니다.”
“백탕은 어떻고요? 여러 가지 고기들이 들어있는 이 묵직한 맛은, 종남의 중검이 그대로 담겨있는 맛입니다.”
그렇게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도중.
이분들 또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환과 쾌, 중을 맛봤으니 그럼 무극을 경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식룡이 무극을 이야기했으니, 무극도 맛봐야지요!”
그리고는 국자로 두 국물을 섞어 맛을 보더니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맛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맛이로구나!”
“그것이 바로 무극 아니겠소? 하하하.”
‘무슨 맛이길래 저러지?’
나도 궁금해 맛을 봤더니, 정말 복잡 미묘한 맛이었다.
다양한 맛이 섞여 있는데, 맛이 없는 그런 상태.
‘아!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맛이 ’없으니‘ 없을 무.’
그래서 무극이라고 했구만···.
아···. 중원식 개그 이해하기 힘들었다.
***
식사가 끝나고 두 문파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늦은 저녁.
“맛있어요. 은공”
“정말 맛있습니다. 노공.”
훠궈를 먹는 둘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영이는 입에 잔뜩 음식을 넣고 고개만 끄덕이는 상태.
손님들을 돌려보내고 아내와 영영이 소소를 위해서 새로 훠궈를 준비한 것.
그렇게 셋이 맛있게 식사하고 있을 때.
조용히 객잔 문이 열리며 종남의 사람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아, 오셨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찌 오지 않을 수 있겠나?”
주독을 내공으로 날려버렸는지 취한 모습에서 멀쩡한 상태가 된 종남의 장문인, 그 뒤로 약간 긴장한 장로와 직전제자가 서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긴장된 얼굴로 나를 찾은 것은, 되돌아갈 때 소소를 시켜 시주문제를 해결해 드릴 테니, 한 시진 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전음을 날렸기 때문.
“일단 저쪽으로 앉으시지요.”
“그, 그러지.”
셋이 훠궈를 먹게 두고 일단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급한지 얼른 본론을 이야기하는 장문인.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누워있을 때 안사람을 시켜 두 문파가 어찌 싸웠는지 연유를 알아보니, 이 상태로 화해가 끝나버리면 종남이 좀 억울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해보았는데 말입니다.”
서두만 꺼냈는데도 끊기는 말.
종남의 장문인이 막힌 체증이 뚫린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식룡 자네가 잘 보았네. 종남이 있는 종남산은 가까운 도시가 적어 아무래도 영향력이 좀 떨어지고 영흥 정도가 가장 가까운 도시라네. 영흥도 나누어 도를 전하기로 했지만, 그게 지켜지지 않고 있지, 영흥은 아무래도 관이 영향력이 큰 도시이니 무림인들이 대놓고 활동하기는 힘들거든. 그러다 보니 본문의 재정이 좀···.”
“사부님 저희 때문에 크흑···.”
생각보다 상황이 힘든 모양.
사고 친 놈이 징징 짜며 슬퍼했다.
식룡인 내가 아니면 원조집 누가 살리겠나.
징징 짜는 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제가 묘안이 있는데 들어보시렵니까?”
“묘안? 무, 무엇인가? 그 문제만 해결해준다면 종남은 자네를 큰 은인으로 여길 것이네!”
“내 그리된다면 식룡을 평생 형님으로 모실 것이며, 본문을 배신하는 일만 아니라면 식룡의 편에 설 것이오!”
다급한 목소리.
셋의 머리를 모르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
화해의 식사가 있던 저녁 화산파 장문인은 헤어지며, 약속대로 화산파에 꼭 들려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자신이 돌아가는 길에 같이 화산으로 가자고 권했지만, 그 자리에서 그를 따를 수는 없었다.
소소가 맡긴 검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
상주의 철장인 대장장이는 화산과 종남에서도 검을 맡긴다는 꽤 유명한 사람인 듯했는데, 아무튼 그 철장의 작업이 끝나는 며칠 후 화산으로 향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검이 완성되는 시점, 이른 아침 도착한 승곽이.
“형님,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검이 완성될 거라고 한 날.
화산의 장문인이 우리를 위해 직접 가이드로 승곽이와 제자 셋을 보낸 것이었다.
그렇게 승곽이 일행을 따라 철장포에 들려 검을 찾아 화산으로 향하기로 하고 길을 나서, 저자를 가로지르는데 보이는 익숙한 누군가.
지나치려다 슬쩍 살펴보니 그는 종남의 대제자 감연릉이었다.
녀석이 사제들과 머리에 뭔가를 꽂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쁜 표정으로 말을 걸려다, 뒤에 승곽이를 보고는 움찔하며 전음을 날려왔다.
[형님, 가르쳐준 대로 하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그리된다면 식룡을 평생 형님으로 모실 것이며, 본문을 배신하는 일만 아니라면 식룡의 편에 설 것이오!’
며칠 전 이야기의 대가로 일만 잘되면 나를 평생 형님으로 모시기로 한 연릉이.
나를 형님으로 부르는 것으로 보아 일이 잘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승곽이가 있기에 슬쩍 고개만 끄덕여주고, 은밀히 수고하라는 손짓을 해주고 녀석을 지나치려는데, 그의 사제들이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귓가에 들려왔다.
“도사님, 그런데 그 꽃은 무엇입니까?”
“아, 이것 말입니까? 종남을 상징하는 산수유꽃입니다.”
“예, 종남을? 종남도 그런 것이 있었나?”
화산도 아니고 종남이 꽃을 꽂고 돌아다니니 신기해서 묻는 모양.
내가 일러준 대로 감연릉의 사제들이 묻는 이에게 대답했다.
“예, 팔선 중 하나인 검선께서 세우신 첫 번째 문파이니, 봄에 피는 첫 꽃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예? 봄에 피는 첫 꽃은 매화가 아닙니까?”
역시나 예상했던 물음.
슬쩍 고개를 돌려 종남의 제자들이 잘하는지 확인하자, 종남의 제자들이 손가락을 두 개 펴고는 물었던 사람에게 대답했다.
“아니지요. 매화는 두 번째입니다. 산수유는 이리 활짝 피었는데, 매화는 아직 보이지 않지 않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두 꽃이 개화 시기는 확실히 매화가 보름 정도 빠르긴 하지만, 그것은 같은 곳에 심겨있을 때나 그런 것.
지리상 화산이 상주보다 북쪽이기도 하고, 산꼭대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온이 낮아 상주 민가의 산수유가 필 때는 화산의 매화가 개화하지 않는 것.
민가에 찾아보면 매화가 핀 곳이 있겠지만, 이 시대에는 보통 민가에 산수유를 많이 심는다.
매화는 귀족과 사대부의 전유물이기에, 이 시대의 민가는 매화보다 산수유를 많이 심는것.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약으로도 쓰고 음식에도 넣어서 쓰기 때문.
그러니 종남의 제자들이 하는 말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매화에 미쳐 나무를 심기도 힘든 돌산인 화산 꼭대기에 기어코 매화를 쳐 심겠다고 고생한 화산의 업보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