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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추(泥鳅) (206/344)

니추(泥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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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豆腐). 

콩 두 자에 썩힐 부. 두부 

두부가 두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콩을 썩혀서 만든다고 저런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라, 식감이 뇌수처럼 부드럽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어떻게 중원인들이 뇌수가 부드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지는 별개로 하고. 

그럼 이 두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역시나 이미 언급했던 물. 

일반적인 물이 아니라 약간 다른 종류의 물이지만 말이다. 

내가 두부를 만드는데 물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두부라는 음식의 메커니즘은 일단 불린 콩을 아주 곱게 갈고, 이 곱게 간 콩에 물을 내려서 콩 국물을 뽑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이 콩 국물에 응고제를 넣어서 응고시켜주면 순두부가 탄생하는데, 순두부를 고운 천으로 감싸 틀에 넣고 물기를 빼주면, 이것이 두부가 되는 것이다. 

콩 국물에 응고제를 넣어 굳힌 것이 두부라는 말. 

자 그러면 이런 제조 과정의 어떤 부분에서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응고제를 넣는 부분. 

콩에 포함된 수용성 단백질은 콩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열에 의해 물에 풀려나오고, 여기에 응고제를 넣어서 굳혀주는 것이 두부 제작의 과정인데, 여기서 응고제로 들어가는 것을 간수라고 부른다. 

간수는 노수(滷水), 염담수(塩淡水)라고도 부르는데, 보통의 간수는 천일염 밑으로 빠지는 물을 모아서 쓰기도 하고, 석고, 석회, 바닷물 같은 것도 많이 사용한다. 

그렇기에 전통적으로 두부가 유명한 지역은 바다가 가까운 지역이 많다. 

석고나 석회를 잘못 사용하면 떫은맛이 나는 경우가 많고, 간수를 받아 쓰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며 대량으로 모으기도 힘이 드니, 해수를 간수로 직접 사용하는 것. 

그런 이유로 전생의 초당지역 두부가 유명한 것도, 동해의 깨끗한 물을 간수로 사용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전생의 한반도야 삼면이 바다라 비교적 해수를 끌어다 쓰기 편하다지만, 바다와 멀리 떨어진 중원 한복판에서는 대체 두부를 어떻게 만들까? 

그 명쾌한 해답이 저 앞에 있었다. 

“이곳입니다. 식룡.” 

화산의 제자들을 따라간 우물. 

그 앞에서 화산의 제자들이 우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그러면 어디 살펴볼까?” 

우물로 다가가 두레박을 우물 아래로 던졌다. 

-풍덩. 

두레박이 떨어지자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에 가련이가 몇 번이나 시원하게 빠지고 싶어 했던 우물이라는 사실에 피식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련이는 아마도 우물에 빠져도 곧 떠오를 테지만 말이다. 

‘아차 그러고 보니 가련이 자습은 잘하고 있을까? 제갈세가 본가에 편지를 한번 써야겠구나.’ 

우물을 마주 대하자 떠오른 나의 소중한 첫 제자 가련이. 

그간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아내를 고치고 돌아가기 전까지 과외선생이라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황실 선공인 정화에게 부탁하면 기본기 정도는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편지는 화산에다 부탁해야겠구만.’ 

편지는 출장 요리의 대가로 화산에 부탁하기로 하고, 일단 두레박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얼른 나서는 화산의 제자들. 

“류 대협, 저희가 하겠습니다.” 

“이리 주시지요.” 

그렇게 두레박이 끌어올려지고, 화산의 제자들이 끌어올린 물을 옆에 있던 물통에 물을 부어주었다. 

-촤아악 

물통으로 다가가 물을 한번 만지자 느껴지는 미끄러움. 

등롱으로 우물의 주변을 살피자 드러나는 희끗희끗함. 

‘화산이 돌산이라 그런지 역시나, 이정도면 두부 만드는 데에는 나쁘지 않겠구만.’ 

물을 살피고 뒤돌아서자 여러 가지 물음이 들려왔다. 

“노공, 다 살피셨습니까?” 

“그렇소. 이정도면 괜찮을 것 같소.” 

“뭘 보신 건데요. 가가? 어디 한번 나도.” 

“저도요. 영영.” 

-꼴깍꼴깍. 

“그냥 물인데?”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영영이와 소소가 나를 따라 물맛을 보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다른지 궁금했던 모양. 

둘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향해 대답했다. 

“물맛을 본 것이란다. 영영아. 그리고 소소.” 

“물맛이요? 뭐가 달라요?” 

“저희는 다른 걸 잘 모르겠습니다.” 

현지인들은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속에 숨어있는 비밀. 

바다와 멀리 떨어진 중원에서 두부가 발달한 배경을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 우리가 맛본 중원의 나쁜 물 때문인 것. 

‘물맛 진짜···. 전생의 시원한 물 좀 마셔보고 싶구만.’ 

중원의 나쁜 물 때문이라면, 중원의 튀김이나 찜 요리가 발달하게 된 배경처럼, 물을 최대한 아껴 쓰거나 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부의 발명과 발달은 도리어 그 중원의 나쁜 물을 사용함으로써 생겨난 것. 

두부의 역사는 전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연단술을 만드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그냥 흔한 중원 버프이고, 실제로 두부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북송 말. 

양고기 수입이 힘들어져 가격이 오르고, 사람들이 채식을 즐기는 문화가 널리 퍼진 지금 내가 사는 이 시대인 것이다. 

그러면 이 시대 내륙지방은 두부를 어떻게 만들었나. 

바로 눈앞의 우물물. 

정확히 말하면 중원 북쪽의 많은 지역은 물에 석회의 함유가 높고, 중원 남쪽은 석고의 함유가 높아 물을 며칠 가라앉히면, 하얀 가루가 바닥에 쌓일 정도이거나, 산도가 느껴져 살짝 시큼할 정도인데. 

물이 이렇다 보니 물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다. 

가라앉혀 끓이지 않으면 먹기 힘드니까. 

하지만 이런 물은 칼슘 함유량이 높아 두부를 만드는 데 최적. 

간수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상태인 것. 

두부의 발달을 두고 의견이 많다지만, 분명 석회나 석고의 함유가 높은 우물물을 받아 콩국을 끓이다가 생겨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석회나 석고의 함유량이 풍부한 물로 콩국을 끓이면 뭉쳐서 곧 두부가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 

그리고 역시나 화산의 물도 흔한 중원의 다른 지역의 물과 다르지 않았다. 

주변에 희끗희끗할 정도이고, 물도 미끈미끈하니 석회 함유량이 매우 높다는 말. 

두부 만들기 아주 좋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물에 관한 확인이 끝나자 화산의 제자들이 물어왔다. 

“류 대협 확인하셨습니까?” 

“예, 그러면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날이 밝으면 승곽이에게 제 처소로 좀 찾아와 달라고 해주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류 대협.” 

그렇게 처소로 돌아가는 길. 

영영이와 아내, 소소가 물어왔다. 

“가가, 뭐가 다른데요? 알려주세요.” 

“저도 궁금합니다. 노공.” 

“저도요.” 

왜 한밤중에 나와서 우물의 물맛만 보고 되돌아가는지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 

셋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초선두부를 만들 때 알려주겠소.”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들려오는 승곽이의 목소리. 

“형님 찾으셨습니까? 저 승곽이 입니다.” 

승곽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침상에 널브러져 잠든 영영이와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아내. 

소소는 아마 일찍 수련이라도 하러 나간 것 같은데, 밖을 살피니 아직도 어둑어둑한 느낌. 

새벽이 밝아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놈 새끼, 날 밝으면 오라니까! 왜 이리 일찍왔누. 꼴에 도사라고 더럽게 일찍 일어나는구나!’ 

화산에서 우리에게 배정한 객당은 긴 건물을 중간에 미닫이로 나눈 건물이었는데, 세 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나와 아내가 한 칸을 쓰고, 영영이, 소소가 각자 쓰라는 느낌이었지만. 

지금 내부의 미닫이는 모두 열린 상태. 

우리끼리니 넓게 사용하는 것. 

그런 이유로 잠결에 영영이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어 옆방으로 내달렸다. 

-쿠당탕! 

“꺄윽!” 

문지방을 넘다가 영영이 머리를 미닫이에 처박았지만, 지금 영영이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괜히 걸려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보다 나으니까. 

“아야야! 가가? 흡!” 

영영이의 입을 재빨리 막고, 속삭였다. 

[밖에 지금 승곽이가 와있으니 여기서 일단 자고 있거라 영영아.] 

-끄덕끄덕. 

영영이를 빈 침상에 눕히고 곧바로 밖을 향해 소리쳤다. 

“자, 잠시만 기다리거라 승곽아.” 

“형님 괜찮으십니까? 뭔가가 돌 같은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 내가 지금 돌···. 우우 웅!” 

돌이라는 말에 영영이가 발끈했지만, 입을 다시 틀어막고 문밖의 승곽이를 향해 외쳤다.

어떤 의미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 

팽가의 지능지수라는 것은 뭐 그런 것이니까. 

“어어, 괘, 괜찮구나 의, 의복만 갖추고 나갈 테니 잠시 기다리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영영이의 이불을 덮어준 후. 

다시 아내가 있는 쪽으로 되돌아와 미닫이문을 닫고, 재빨리 옷을 걸쳤다. 

그리고 문을 조금만 열고 몸을 빼 밖으로 나서자, 기지개를 켜고 있는 승곽이. 

승곽이가 나를 보고 흠칫하더니 인사했다. 

“기침하셨습니까? 형님. 날이 밝으면 찾아오라 하셨다고?” 

승곽이의 말에 떨떠름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분명 찾아오라고 했지만, 이리 이른 아침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분명 밤은 아니었지만, 너무 이른 때였던 것. 

“그래, 분명 아침에 해가 뜨면 찾아오라 했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니냐 승곽아?” 

그러자 승곽이 녀석이 저 멀리에 손가락질하며 웃으며 대답했다. 

“형님, 저기 보십시오. 해가 벌써 뜨고 있지 않습니까?” 

놈의 대답에 저 멀리 바라보자, 실낱같은 굵기의 빛이 보일락 말락 하는 상태. 

‘그래, 우리 승곽이 눈이 좋아서 좋겠네?’ 

내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소소가 수련하러 나간 이른 새벽만이 나의 꿀잠 안식처이기 때문. 

가슴을 누르던 한 명이 사라지니, 그나마 내가 최대한 달콤하게 잘 수 있는 순간인데, 이리 일찍부터 깨우니 짜증이 나는 것.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부르긴 했으니. 

투덜거리며 승곽이에게 대답했다. 

“내 할 말이 있어 불렀는데, 혹시 매화제에 내가 요리 한 가지를 준비하게 되었다는 것은 장문인에게 들었느냐?” 

“예, 좀 전에 듣고 오는 길입니다. 하인과 다른 사제들을 지도해 형님을 잘 도우라 하셨습니다.” 

“그래, 잘되었구나. 해서 부탁할 것이 있어 아침 일찍 오라고 불렀느니라.” 

“예, 말씀만 하십쇼. 형님!” 

주먹을 꼭 쥐며 대답하는 승곽이. 

아주 충직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탁할 것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일단 식사할 사람 네 명당 한 근의 대두(大豆)를 준비해 주어야 한다. 당장 오늘부터 씻어서 물에 불려 준비해두거라.” 

“네 명당 한 근. 알겠습니다. 형님.” 

콩 백 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 두부는 삼백 그램짜리 두부 한 모. 

하지만 그건 현대인이 먹는 기준이고, 그거 두 배는 되는 육백 그램짜리 큰 두부를 만들어야 할 테니, 두부 한 개에 콩이 이백 그램은 들어간다는 말. 

거기에 송 시대 일반 남자의 식사량을 계산했을 때, 두부 서너 모는 먹어야 할 테고, 활동량 높은 무인들은 다섯 모는 먹어야 할 테니, 필요한 두부는 일 인당, 삼 킬로그램. 

이걸 콩으로 환산하면 인당 삼백삼십삼 그램 정도의 콩이 필요했다. 

송 시대 한 근이 육백 그램 정도니, 한 근으로 일 점 팔 인분의 두부를 만들 수 있다는 말.

여기에 특수재료 추가하면, 콩 한 근으로 두 명의 사람을 먹일 초선 두부를 만들 수 있으니, 두 명당 한 근의 콩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두부만 먹었을 때 이야기이니 필요한 것은 그것의 절반. 

그래서 네 명당 한 근의 콩. 

“혹시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나는 승곽이를 보고 씩 웃으며 대답했다. 

“왜 없겠느냐. 니추(泥鳅)를 잡아 와야 하느니라.” 

내 대답에 당황한 승곽이가 되묻듯 확인했다. 

“니, 니추(泥鳅)!?” 

니추, 미꾸라지. 

초선두부는 미꾸라지가 없으면 안 되는 요리.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당황한 승곽이가 물어왔다. 

“혀, 형님 니추,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데, 어, 어떻게 잡죠?”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승곽이의 말. 

신입 사원이 할법할 질문이었다. 

장문인의 수제자이며 매화검수인 승곽이가 할 질문이 아닌 것. 

나는 승곽이에게 되물었다. 

“승곽아, 혹시 화산의 생활이 편하더냐?” 

“예? 아, 예 뭐 불편하지는 않지요?” 

“그래, 그런 것 같았느니라.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 

“예? 

‘뭘 어째? 너희 장문인이 먹고 싶다는데, 까라면 까야지.’ 

장문인이 시키면 천마 모가지라도 따와야 하는 것이 이 바닥. 

승곽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어쩌겠느냐. 화산의 장문인이 드시고 싶다는데. 네, 사제들과 어떻게든 잡아 와야지.” 

내 대답에 승곽이가 무표정이 되어 나를 바라봤고, 덕구가 이른 아침 새라도 본 것인지 지붕 위를 보며 짖어댔다. 

-월! 월! 월월! 

아니, 비웃은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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