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화(豆花) (208/344)

두화(豆花)

.

-부글부글. 

마치 비누를 삶는 것같은 거품이 잔뜩 올라온 솥. 

고소함의 용광로 같은 콩물이 은은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미 주변은 깨 볶는 것에 버금가는 고소함이 집어삼킨 상태. 

누가 보면 여기서 신혼부부 모임이라도 열린 것 같다고 할 그런 고소함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소함에 취하기보다는 주의를 시켜야 할 때, 

“끓어오르지 않게 불을 더 줄이고, 넘치지 않게 잘 저어야 합니다. 그래도 넘칠 것 같으면, 물을 한 그릇씩 넣읍시다.” 

“알겠습니다. 자 다들 형님 말씀 들었지?” 

중간중간 내 솥 이외에 다른 자들이 끓이는 콩비지를 살피며 경고했다. 

두부를 만들 때 이 콩비지를 끓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잘 저어 주지 않으면 눌어붙어 탄내 나기에 십상이고, 또 너무 오래 끓이면 메주에서나 나는 아주 쿰쿰한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 

그러니 시간과 불을 아주 잘 살펴야 했다. 

두부가 별거 아닌 음식 같아도 이런 미세한 부분이 미묘한 맛의 차이를 만드니 조심해야 하는 것. 

그렇게 솥들을 돌아다니며 콩물을 살핀 지 한 식경. 

이렇게 한 식경 정도 콩비지를 끓이고 나면, 콩물을 천 주머니에 담아 콩물을 짜내줘야 한다. 

뜨거운 시간이 찾아온 것. 

-촤아악 

뜨거운 김이 훅훅 피어오르는 그런 콩 국물을 천 주머니에 담고, 세로로 자른 대나무 위에 얹어 짜내주는 작업. 

찬물에 먼저 손을 담갔다가 꺼내, 천 주머니를 대충 눌러 먼저 첫 번째 콩 국물을 뽑아냈다. 

‘어휴 뜨거워라.’ 

-주르르륵. 

손에 뜨거움이 금방 찾아와 중간중간 찬물에 손을 담글 수밖에 없었지만, 이렇게 한번 콩 국물을 짜주면 대충 어느 정도 콩 국물이 빠져나온다. 

그리고 이제 손으로는 잘 나오지 않으면 두 번째 방법으로 콩 국물을 짜내야 할 때. 

대나무 봉을 엇갈려 양쪽에서 주머니를 누르는 것이다. 

“이리 양쪽에서 잡고 이렇게 누르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대협.” 

시범을 한번 보이자, 몸 쓰는 일이라서 그런지 곧잘 따라 하는 화산의 제자들. 

-주륵. 주르륵. 

두 사람을 시켜 엇갈린 대나무 봉을 누르자 쏟아져 내리는 순백의 콩물. 

양쪽에서 힘을 줄 때마다 희고 고소한 콩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받혀둔 나무통에 콩물이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승곽아, 식초를 좀 준비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몇 명은 가서 우물물을 떠다 주시오!” 

이제 콩물이 식기 전에 서둘러야 할 때. 

일단 나무 뚜껑을 덮어 콩 국물 식는 걸 막고 간수를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은 온도가 너무 높아 살짝 온도를 떨어트리려는 것. 

두부 만드는 최적 온도는 팔십도 정도니까 말이다. 

“자, 다른 분들은 콩 국물을 계속 짜냅시다.” 

“예, 대협.” 

그렇게 승곽이의 사제들을 시켜 콩물을 계속 짜내라고 하고, 우물물과 식초를 기다릴 때. 

잠에서 깨 나를 찾아왔는지, 영영이가 소소와 다가와 물었다. 

“흐응. 고소한 냄새. 가가, 두부를 만드시는 중인 거죠?” 

“은공, 새벽부터 고생하십니다. 도와드릴 건 없나요?” 

영영이는 배가 고픈 표정이었고, 소소는 항상 하던 새벽 수련을 자체 휴강한 느낌이라 되물었다. 

영영이는 둘째치고 소소가 수련을 자꾸 거르면, 남궁현 형님께서 분노하실지도 모르기 때문. 

총각으로 ‘독고’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소소, 왔소? 새벽 수련은 하지 않는 것이오?” 

“예, 오늘은 은공을 도우려고요.” 

소소는 내가 고생한다고 나를 도우려고 온 모양. 

그러나 여기 노예가 잔뜩 있는데, 소소에게 까지, 뭔가를 시킬 이유는 없었다. 

“도울 사람이 많으니 괜찮소. 그래, 영영아. 배가 고프더냐?” 

“예, 가가. 두부는 아직 좀 기다려야 하죠?” 

역시나 배가 고픈 영영이, 뭐라도 줄 것으로 생각했는지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하는 눈으로 대답했다. 

그런 영영이를 보자 무거워지는 어깨. 

‘오빠는 널 보면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단다 영영아.’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원래 뼈 빠지게 고생해야 하는데, 나는 남들의 세배를 노력해야 하는 상황. 

거기에 영영이 먹는 걸 보면 남들의 네 배는 노력해야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배고프다니 어쩌겠나 먹여줘야지. 

한 번에 열달 동안 배가 부르게 해줄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 곤란하니···. 

콩국이라도 따듯하게 한 그릇 먹여주려고, 식는 걸 막기 위해 덮었던 콩물이 든 나무통의 뚜껑을 열었다. 

아침에 이 두유만 한 게 없기 때문. 

전생에 중원인들은 아침에 이 콩국을 많이 먹었는데, 이걸 두장(豆浆 또우장) 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여기에 유조(油条 요우티아오)라는 기름에 튀긴 꽈배기 같은 것을 같이 먹는 것이 전생 중원인들의 아침 식사 중 한 가지. 

유조는 표면을 약간 데니쉬식빵처럼 스크류 모양으로 비틀어 만드는 꽈배기인데, 금방 튀긴 유조는 담백하고 아주 고소하다. 

이것을 잘라서 두 장에 넣어 먹기도 하고, 찍어 먹기도 하는데, 먹어보면 아침으로 나쁘지 않다. 

그러니 유조는 지금 만들 수 없지만, 든든하고 따듯하게 두장이라도 한잔 먹여주려는 것. 

완연한 봄이긴 해도 아직은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하니, 따듯한 두유가 들어가면 몸도 풀리니까. 

그렇게 통의 뚜껑을 열자 다시 고소한 김이 확 하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콩 국물을 뜨려는데 보이는 흰 콩물 위에 뜬 노오란 막. 

“오, 그래 이게 있었지?” 

“뭔데요. 가가?” 

“뭐긴, 맛있는 것이지.” 

“맛있다고요?” 

맛있다는 말에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영영이. 

젓가락 두 개를 얼른 들어 그것을 반반씩 젓가락에 돌돌 말았다. 

“가가 그게 뭔가요?” 

콩 국물이 똑똑 떨어지는 돌돌 말려있는 비닐 같은 모습. 

이 콩 국물 위에 뜬 노오란 막의 정체는 일본어 유바. 

한국어로는 며느리 두부. 

중원어로는 두부피(豆腐皮). 

콩물을 가열해서 떠오른 기름기와 단백질이 굳는 것인데, 단백질 함유량이 많고 고소한 것이 특징. 

진한 풍미와 고소함을 가진 비닐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끓고 있는데 건져주면 콩 국물을 머금어서 더욱 고소하기에, 그것을 소소와 영영이에게 얼른 내밀었다. 

“자, 이것 한번 먹어보거라 영영아. 자, 소소도 한번 먹어보시오.” 

두부피를 내밀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것을 입으로 쏙하고 집어넣는 영영이. 

영영이의 입에서는 새벽의 찬 기운을 가르고 뜨거운 김이 훅하고 뿜어졌다. 

“허후 뜨거워.” 

그리고 뜨겁다며 후후거릴 때마다 뜨거운 김이 훅훅 치솟았다. 

원샷을 때리니 뜨거울 수밖에. 

“그래도 정말 고소해요. 가가.” 

“맛있습니다. 은공.” 

소소도 어느새 맛을 봤는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맛있다니 다행입니다. 자 둘 다 이것도 한 잔씩 해보시오.” 

두부피를 맛보고 기뻐하는 둘에게 이어서 내민 것은 두장. 

아까 미꾸라지를 손질하려고 가져왔던 소금을 살짝 타 둘에게 한 잔씩 대접했다. 

-후르릅. 

-호록.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흰 국물이 둘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것을 맛본 둘이 감탄한 목소리로 외쳤다. 

“꼭 내(奶 우유) 같아요! 은공.” 

“맞아요. 가가 너무 고소하고 맛있어요!” 

어느새 둘 다 두장을 다 비웠는지, 입술에 피어난 우유 수염. 

귀여운 모습에 저 우유 수염을 전통적인 우유 수염 닦는 법으로 닦아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꾹 참아야 했다. 

전통적인 방법이란 내 입술로 천천히 닦아주는 방법이니깐. 

그것이 아주 전통적이고 올바른 방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쉬움 가득한 마음이 솟아오르는 그때 사람들이 우물물과 식초를 가지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대협, 우물물 여기 있습니다.” 

“자 이쪽으로.” 

일단 우물물을 한번 찍어서 맛보고 우물물에 식초를 타 주었다. 

우물물에 식초를 타는 이유는 석회 성분만으로 이루어진 우물물의 경우 물이 알칼리를 띄게 되는데, 두부 응고에 좋은 것은 약산성이기 때문. 

식초를 타 우물물을 약산성으로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또 알칼리인 석회 성분이 많은 우물물을 그대로 사용하면, 두부에서 자칫 떫은맛이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식초를 타 우물물을 약간 신맛이 들락 말락 하게 만들고, 두장을 작은 그릇 몇 개에 떠, 식초 탄 우물물은 조금씩 넣어 섞은 후 반응을 보았다. 

응고제의 비율과 반응을 확인하기 위함. 

소금에서 내린 간수도 아니고, 해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정확한 비율을 확인해야 했던 것이었다. 

일단 해수를 기본으로 잡고 그 내외로 농도를 조절해 그릇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릇들에서 기다리던 응고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중점으로 보는 것은 맛과 응고시간. 

숟가락을 하나 들고 하나씩 맛을 보자 느껴지는 고소함. 

떫지 않고 제일 부드러운 그릇을 골라 비율을 확인했다. 

‘일 할이면 충분하겠군.’ 

이제는 두장에 두부 꽃을 피워야 할 때. 

-촤르륵. 

국자를 이용해 안쪽으로 저어 주던 콩물 위, 식초 섞은 우물물을 부어주었다. 

그리고 콩물을 살살 저어 주다가 국자를 멈춰 콩 국물을 잔잔하게 만들어주었다. 

콩물의 흐름이 멈추자 뽀얀 우유 국물 같은 두장이 천천히 투명해지고, 그 투명한 국물 안에 피어나는 두부의 꽃. 

점점이 점점이 여기저기서 마치 눈의 결정처럼 통 안에서 두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름답네요. 은공.” 

“가가, 언제 먹을 수 있나요?” 

어디서 가져왔는지 그릇과 숟가락을 든 영영이와 소소가 내 양쪽에 쪼그리고 앉아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탕. 

일단 뚜껑을 덮고 잠시 기다려야 했다. 

“잠깐들 기다립시다.” 

이렇게 잠시 기다리면 통 안에서 생겨나는 것은 순두부. 

중원에서는 이걸 연두부(软豆腐) 또는 두화(豆花)라 부른다. 

그렇게 한 다경쯤 기다리고 뚜껑을 열자 드러나는 푸딩 같은 두부 덩어리들. 

일단 영영이와 소소에게 한 국자씩 퍼주고 다음 작업을 서둘렀다. 

이제부터 할 작업은 두부의 모양을 잡아주는 것. 

두부 틀에 천을 깔고 그 위에 순두부를 부어주는 것이다. 

-촤르륵. 

두부 틀 위에 깔린 천에 순두부를 붓고, 미꾸라지를 한 방향으로 올렸다. 

그리고 다시 순두부와 미꾸라지를 번갈아 가며 겹겹이 올려주고, 마지막을 순두부로 마무리해 천을 덮어주면 두부 만드는 과정은 모두 종료. 

이제 최후의 작업은 두부 틀 위에 나무판을 올려주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 물기를 빼주는 것. 

두부의 종류에 따라서 한 식경에서 반 시진 정도 진행해 주면 되는데, 두부라는 놈이 까다로운 것이, 너무 오래 누르면 두부가 단단해져서 식감이 단단해 먹기 불편해지고, 너무 짧게 누르면 두부에 물기가 많이 남아, 두부를 자르면 물이 줄줄 흘러 내리게 된다. 

그러니 빠지는 물의 양을 잘 살펴서 부드럽고 말랑한 두부를 만들어주는 것이 오늘의 목표. 

첫 번째 틀은 물이 빠지라 두고 빠르게 움직였다. 

완성된 콩물에 간수를 타 주고, 두 번째 틀에 다시 순두부를 부어주었다. 

그렇게 하나의 두부 틀이 완성되고, 두 번째 세 번째 두부 틀을 계속해서 완성하자,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하는 하늘. 

요리를 준비하는 쪽에서도 잔치에 올릴 요리를 만들어내는지 분주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화산의 매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아무도 없는 처소 안. 

청이는 침상에 누워 멍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밤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 원인 때문. 

몸에 일어난 이상한 현상에 약왕의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며칠. 

처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 후, 이틀이 지나고 다시 찾아왔던 증상이 간밤에는 하루 만에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증세가 나빠지기라도 하듯. 

이제 노공의 급 안에 놓여 있는 약상자에 남은 약은 마흔 알 남짓. 

‘과연 어머니께 사십일만에 찾아갈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해. 어머니 외에 중원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아니, 있다고 해도 사십일 안에 찾는 것은 불가능해. 어쩌지. 약왕께 돌아가야 하나? 약을 더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하루에 한 번 찾아오던 고통이 하루에 두 번 세 번이 되면? 과연 약으로 버틸 수 있을까? 아냐, 잠깐 이러다 말 수도 있잖아?’ 

그렇게 수많은 생각에 휩싸여 있을 때, 처소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둘. 

영영 언니와 소소 언니가 방 안으로 들어와 뭔가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청아, 아직도 안 일어났어?” 

“아, 아뇨. 일어났습니다.” 

“청,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안색이 어두워 보이는데요?” 

“청이 안색이 어둡다고? 난 모르겠는데?” 

자신의 이상함을 금방 알아챈 소소 언니. 

움찔하며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데 이어지는 둘의 대화. 

“저는 눈썰미가 좋으니, 제 말이 맞을 거예요.” 

“소소가 눈썰미가 좋다고?” 

“은공이 멋진 남자라는 것을 알아봤으니 좋은 거겠지요?” 

“흐응, 그건 또 맞는 말인데?” 

둘의 대화에 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 

“풋.” 

청은 고민을 잠시 접고, 식탁에 앉으며 둘이 가져온 것을 확인했다. 

-달그락 

뚜껑을 열자 솟아오르는 김. 

안에는 하얀 백색의 두부가 몽글거리며 물속에 잠겨있었다. 

“이건?” 

“가가께서 가져다주라고 하셨어. 두화(豆花)라고 하시더라고.” 

두부의 꽃이라니. 

청은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부드러워 보이는 두부를 떠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입안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부드러움. 

그리고 담백하고 고소한 맛. 

요리에 따듯하고 부드러운 노공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의 고민도 부드럽게 녹아 사라지는 듯했다. 

그래, 아마 노공을 만나지 못했으면, 아버지와 당문으로 향하다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 

노공을 만나고 살아온 일 년은, 노공께 선물 받은 삶. 

이미 머릿속으로는 누구도 자신을 돕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복무쌍지(福無雙至) 화불단행(禍不單行). 

복은 쌍으로 오지 않고, 화는 홀로 오지 않으니까. 

목숨을 구명 받고 훌륭하신 분의 부인까지 되었으니 섭리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영영 언니와 소소 언니를 바라보니 결심이 섰다. 

무엇보다 믿을 만한 둘이 있기에 너무 큰 미련을 두지 않기로. 

그렇기에 청은 숟가락을 내려두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들.” 

“응?” 

“왜요. 청?” 

“혹시, 혹시 말입니다. 저희 중에 누가 먼저 죽으면, 나머지는 어쩌죠?” 

“청, 진짜 어제 나쁜 꿈이라도 꿨나요? 너무 슬픈 이야기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우리 청이가 죽으면 따라 죽을래.” 

옆에서 자신을 꼭 끌어안아 오는 영영 언니. 

청이는 웃으며 영영에게 말했다. 

“언니가 따라 죽으면 노공 혼자 불쌍해서 어쩌란 말입니까?” 

“아, 그런가?” 

“그러니 혹 우리 중 누가 먼저 죽더라도 남은 이들이 노공을 잘 보살펴드리기로 하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 몫까지. 알겠죠?” 

그 말에 영영 언니와 소소 언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