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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212/344)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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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덕. 터덕. 

몸 안에 모든 기가 빠져나간 것 같은 기운 없는 발걸음. 

도관에서 빠져나온 백미미의 발걸음이었다. 

내공을 돌리느라 치솟은 열기는 이미 모두 가라앉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이 이렇게 기운이 없는 것은 자기에게 찾아온 냉혹한 현실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당부셨던 내조지현(內助之賢)이라는 말이 귓가를 울리고 있었지만, 이제 자신은 중원 제일의 도둑년이 되어버린 상태. 

‘어느 누가 도둑년 따위와 혼례를 올리고 싶어 할까?’ 

늙은이가 자신을 놓아준다면, 깨끗하게 도둑질 따위는 잊을 것이라 다짐했었다. 

관병과 무사들에게 쫓기는 생활, 이제 지긋지긋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과거는 잊고 잘생긴 남자와 행복한 혼례를 올린 후.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꿨는데, 이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은 양친도 없고, 이미 스물셋이라는 혼기가 한참이나 늦은 나이. 

그것만 해도 혼례를 올리는데 부족함뿐인데. 

이젠 거기에 무림에서 제일가는 도둑년이라는 별호까지 붙어버린 상황. 

과연 정상적인 혼례를 올리고 누군가의 부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살며시 해봤지만, 솔직히 불가능한 이야기 같았으니까. 

처음에는 자신이 도둑년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몰래 누군가의 눈에 들어 혼례를 올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개 같은 늙은이가 자신에게 투왕이라는 별호를 물려주면서, 이제 마음대로 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말만 그런 것. 

늙은이는 투왕이라는 별호를 물려주며, 세 가지를 다짐받았다. 

첫째, 자신이 죽기 전에 내가 제자를 받아 그 녀석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는 것을 자신이 직접 봐야 한다는 것. 

둘째, 큰 도둑질을 한번 벌여 무림에 투왕의 위명이 한번 크게 들려오게 해야 한다는 것. 

셋째, 마지막으로 절대 잡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 

뭐 제자를 얻어야 이 도둑년이라는 별호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도 관병이나 무사 따위에게는 잡히고 싶지 않으니 늙은이가 말한 것들은 지킬 것이지만. 

혼례를 올린 남자 몰래 도둑질도 해야 하고, 도둑놈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인데, 같이 사는 사람을 속이면서까지 그런 생활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았기 때문. 

“젠장맞을 늙은이! 확 뒈져버려라! 크흑.” 

그냥 놓아주는 줄 알았더니 역시나. 더러운 늙은이였다. 

미미는 일단 숲속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동경의 술집으로 향했다. 

이런 울적한 기분 술밖에 달랠 길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개봉부 안으로 향하는데 한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허, 안된다니까 자꾸 그러시나···.” 

“아니, 어찌 안된단 말입니까? 걸륜 대협!”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네.” 

그러고 보니 여긴 거지들의 본거지.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도 개봉 총타주 걸륜이라는 자의 목소리 같았다. 

‘걸륜이라는 그 개봉 총타주인가?’ 

자신도 도둑질하기 위해서 가끔 거지들의 도움을 받았던지라,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 미미. 

그때는 얼굴을 가렸으니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할 테지만, 자신도 모르게 미미는 은잠술을 펼쳐 근처 숲으로 숨었다. 

숨는 게 버릇이 들어버렸기 때문. 

그렇게 미미가 숨자마자 그녀의 귓가에 분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소소가 이곳을 찾아왔다는데, 어째서 해줄 말씀이 없다는 말입니까!? 어서 제게 그 음적 놈의 이름을 알려주시오!” 

‘음적?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이 버젓이 중원을 돌아다니고 있단 말인가?’ 

같은 여자로서 음적이라는 말에 미미가 속으로 분노할 때 들려오는 결륜의 목소리. 

“어허! 으, 음적이라니! 말을 함부로···. 아차!” 

“걸륜 대협 누군지 아시오!? 아니, 아는 자가 분명하오! 대체 누구요!” 

“크흠. 우리 개방은 이번 일에서 아무 말도 해줄 것이 없소이다. 돌아가시오!” 

거지가 쌀쌀맞은 말을 남기고 낡은 폐가 안으로 헐레벌떡 사라졌다. 

코끝에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거지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잔뜩 가져온 모양인데, 신기한 일이었다. 

거지들이 고기를 마다하고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니. 

슬쩍 보니 천풍이라는 글이 무복에 쓰여있는 것으로 봐서는 남궁가의 무사들이 분명한데 말이다. 

미미가 속으로 신기한 일이라 생각할 때, 남궁가의 무사들이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어찌해야 할까요?” 

“허허, 아니, 어째서 하오문도 개방도 소소에게 몹쓸 짓을 했을 것이 분명한 그 음적놈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을 꺼리는 것인지···.” 

“설마, 황궁이나 관의 높은 벼슬을 하는 자라도 연관된 것일까요? 개방이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상합니다.” 

황궁이 엮인 것은 아니냐는 남궁 무사들의 대화. 

하지만 미미의 생각은 좀 달랐다. 

고기 좋아하는 거지들이 고기를 마다하는 것이라면, 황궁이나 관부의 인물 때문이 아니라, 개방의 정보로 인해 저희 구대문파나 칠대세가에 분쟁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말일 수도 있으니까. 

참 바보 같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며, 술이나 먹으러 갈 걸 괜히 엿들었다고 생각하고 미미가 몸을 돌리려 할 때. 

남궁가 무사들의 대화가 미미의 뒤편에서 다시금 들려왔다. 

“이러면 소림이라도 찾아가야 하나?” 

“소림 말입니까? 어째서?” 

“소림의 현원법사라도 찾아가서 놈을 잡을 방법을 여쭤봐야지 않겠나? 법력이 뛰어나신 분이니 그놈을 찾을 방법을 가르쳐 주시겠지.” 

현원법사라는 말에 멈칫하는 미미의 발걸음. 

뒤에서 남궁가 무사들의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능할까요? 세간의 말을 저는 좀 믿기 힘들어서···.” 

“어허 이 사람. 현원 법사님을 잘 모르는구만. 죽을 사람에게 살길을 마련해주고, 짝을 못 찾은 서른의 늙은 여자에게, 잘생긴 남자와 혼례를 올릴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실 수 있을 정도로 그분은 법력이 아주 높은 분이시네. 점을 잘 봐주시지는 않지만 한번 봤다고 하면 그분의 말씀은 틀림이 없네.” 

그리고 몇 마디가 더 이어졌지만, 다른 이야기는 미미의 귀에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서른의 늙은 여자도 제짝을 찾게 해준다는데, 어쩌면 미미 자신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몰랐으니까. 

그런 생각이 끝나자마자 미미의 생각보다 몸이 더 빠르게 반응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숭산(嵩山)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남궁가 무사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뭐, 일단 개봉에 왔으니, 누님댁에 가서 일단 며칠 쉬세. 가서 저부(姐夫)의 고견도 좀 들어보고, 아무래도 제갈가의 분이시니 좋은 생각이 있으실지도 모르니까. 자, 다들 가세!”

*** 

봄 향기 가득한 소림의 달마동. 

달마동 앞을 열심히 비질하던 동자승 공진(空眞)에게 현원 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말씀을 하시지 않는 분인데, 먼저 말을 걸어오신 것. 

“공진아, 오늘은 손님이 오실 테니, 너는 내려가 쉬다가 이틀 후에 올라오너라.” 

“예? 손님이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진이 깜짝 놀라 되물은 것은, 원래 오는 손님을 맞고 큰스님을 수발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인데, 손님이 온다고 하산하면 소임을 다한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현원 법사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봐서는 안 될 손님이니, 내려가 있거라.” 

“예? 예, 아, 알겠습니다.” 

가끔 이해 못할 말씀을 하시는 큰스님의 말에 공진을 얼른 주변을 정리하고, 달마동 아래로 향했다. 

처음에는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산에서 내려가는 공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오늘은 따듯한 음식과 잠자리를 기대할만하였으니까. 

달마동 생활은 아무래도 어린 공진에게는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공진이 달마동을 오르는 계단에서 사라지자, 현원법사가 달마동에서 나와 공진이 사라진 산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고기 맛쯤 보겠구나.” 

실은 무림에 현원 법사를 만나려면 큰 재주를 선보여야 그가 얼굴을 내민다고 알려졌지만, 품 안에 고기를 숨기고 온 놈만 만나준다는 사실이 정확한 진실. 

현원 법사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이 다섯 번째인가? 세상사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구나. 어째서 무공 한 자락 익히지 못한 요리사. 그것도 강을 거슬러 오른 물고기에게 이리 큰 소임이 맡겨졌단 말인가···. 나무관세음보살.” 

*** 

“하악. 하악.” 

미미의 전신에서 내공으로 인한 뿌연 김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삼 일이나 달려 한밤중에서야 도착한 소림의 달마동. 

달마동 앞에 피워진 모닥불에서 따듯한 온기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김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백미미는 자기의 몸을 한번 살피고, 잠행복을 다시 여몄다. 

그리고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달마동 입구로 걸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고려인삼이 든 작은 상자. 

이곳으로 오는 길에 지나가던 상인의 마차에서 잠깐 빌린(?) 것이었다. 

미안하긴 했는데, 배운 게 도둑질뿐이니, 현원법사를 만나는데 선물을 준비할 길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숨을 가다듬은 미미는 일단 모닥불 앞에 고려인삼을 내려두고, 포권을 하며 안쪽을 향해 물었다. 

“혀, 현원 법사님 계신가요?”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 

그러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달마동 안쪽이 아니라 그녀의 뒤였다. 

“일찍도 오는구나. 내 기다리다가 눈이 빠지는 줄 알았느니라.” 

“히익!”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백미미. 

그녀가 앞으로 펄쩍 뛰며 고양이 같은 민첩한 행동으로 돌아보자, 구부정한 늙은 중 하나가 그녀가 서 있던 자리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대체 언제?’ 

미미는 화들짝 놀랬지만, 일단 사과부터 해야 했다. 

원래 자신이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소림의 전역은 원래 금녀의 구역이니까. 

“혀, 현원 법사님 저, 정말 죄, 죄송해요. 그, 금녀의 구역인 소림에 발을 디딘 것을 먼저 사죄···.” 

하지만 그녀의 사과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현원 법사. 

노승이 모닥불에 앉으며 자신이 내려둔 고려인삼이 든 상자를 열어보며 말했다. 

“됐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걸 알면서도 이리 들어왔겠느냐? 그나저나 이따위 풀뿌리는 뭐 하러 가져왔누?” 

“예? 푸, 풀뿌리가 아니라 고려인삼···.” 

-휙. 

고려인삼을 풀뿌리라고 말하고는 그걸 자신에게 던진 현원법사는 미미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네가 먹고 나는 그 안에 든 것이나 주거라.” 

“예?” 

‘이, 이런 미친! 저 늙은이 뭘 달라는 거야!’ 

화들짝 놀란 미미가 가슴을 여미며 불신을 눈빛을 보내자, 현원 법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이야? 품 안에 육포나 내놓으라 이 말이다!” 

“아···.” 

개 같은 늙은이와 같이 살다 보니 자신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한 미미는, 얼른 품 안에서 육포를 몽땅 꺼내 현원 법사에게 바쳤다. 

“여, 여기. 지, 직접 사슴을 잡아 만든 녹포(鹿脯)이니 맛이 조, 좋을 것이에요.”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다니는 육포이니, 죽은 말고기 따위로 만든 육포보다야 당연히 맛이 있을 것. 

준비한 선물이 현원 법사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지만, 육포를 원한다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현원 법사를 살피자, 그가 얼마 남지 않은 이빨로 육포를 씹으며 물었다. 

“그래, 뭐라고 불러야 하나? 투왕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보는 현원 법사의 말에 미미는 놀란 눈으로 노승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라면 아마도 자신의 소원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미미, 백미미라 합니다!” 

“오, 그래. 육포가 정말 맛있구나. 그래, 도둑질을 그만두고 정숙한 아내가 되고 싶은 것이렷다?” 

“예! 법사님! 맞습니다! 제가 나쁜 늙은이에게 잡혀 원치 않는 도둑질을···. 흑흑.”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은 현원법사. 

그의 한마디에 설움이 폭발했다. 

‘그래! 찾아오길 잘했어!’ 

그리고 들려오는 현원 법사의 물음. 

“그래, 그러면 어떤 사내면 좋을 것 같으냐?” 

“예?” 

“아니, 네가 원하는 사내가 있을 것 아니냐?” 

“아···.” 

하긴 자신의 바라는 남자의 모습까지 알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미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항상 꿈꾸던 남자야 당연히 있었으니까. 

“이, 일단, 자, 잘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림인이 아니면 아니, 무공을 모르면 좋겠습니다. 무림인 너무 무식하거든요. 그렇다고 백면서생(白面書生)은 또 싫습니다. 제가 어릴 때 배를 좀 곯아서 배고픈 건 정말 싫어서요. 저를 배고프게 하지 않을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저를 아껴줄 그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흐음···. 그래 아주 참 자세하구나. 그런데 또 이리 딱딱 맞아떨어지기도 힘 들거늘. 뭐, 제 놈 운명인 게지. 어디 보자, 어디쯤 도착했으려나···.” 

손가락 접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뭔가를 살피던 현원법사. 

그가 미소를 지으며 미미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잘 듣거라.” 

“예? 예! 알겠습니다!” 

뭔가 엄청난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은 현원 법사의 말. 

미미는 귀를 기울여 현원 법사의 말을 경청했다. 

“우선 이 길로 화산으로 가 제일 긴 객당 위에 납작 엎드려있거라. 그러면 하루나 이틀이 지나고 네 짝이 될 사람이 나타날 것이니라. 그 남자가 아니면 다시는 혼례를 못 치를 테니 무조건 그 남자를 잡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저, 정말인가요!?” 

“그럼 정말이지. 내가 풀도 아니고 고기 먹고 허튼 소릴 하겠느냐?” 

묘하게 설득력 있는 현원 법사의 말. 

미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 그런데 법사님. 그다음에는요?” 

“?” 

“아니, 그 사람이 제 짝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다음에는 어찌해야 하나요?” 

그 말에 현원 법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누가 네 짝인지 알려줬는데, 그것까지 알려 줘야 하느냐? 육포 이만큼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구나···.” 

“법사님 제발!” 

한 번도 남자를 만나본 일이 없으니, 어찌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미미. 

그녀가 간절하게 매달리자, 현원법사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했다. 

“가서,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거라.” 

‘내가 가장 잘하는 일 뭐지?’ 

미미는 현원 법사의 말을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화산에 도착해 그의 짝이 될 잘생긴 남자를 보는 순간 현원 법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보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 중원에서 가장 잘하는 것. 

도둑질. 

저 남자의 마음을 그녀들에게서 훔쳐야 할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하기 싫은 도둑질이지만, 마지막 도둑질로 저 남자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라면,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에게는 미안하지만, 언니도 급해서 잠깐만 빌릴게. 한 오십 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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