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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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챙겨 먹고 잠이 든 우리는, 다음날도 아닌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자지도 않고 달려왔으니 누적된 피로로 깨어나질 못했던 것.
그리고 나는 일행 중 유일한 일반인이었기에, 중간에 한번 짧게 영영이의 등에서 잠이 들었음에도 가장 늦게 일어나야 했다.
아무래도 무림인들의 회복력과는 내 몸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동굴 앞에서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아침.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아내의 얼굴이었다.
갑작스럽게 안구에 가득 찬 아내의 얼굴에 눈을 깜빡거리다 물었다.
“청? 내가 늦잠을 잔 것이오?”
주변은 산속임에도 상당히 밝은 상태였는데, 내 물음에 미소만 짓는 아내.
눈알을 돌리며 주변을 파악하니 아내가 자기 다리 위에 내 머리를 누이고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상태.
그녀의 손길이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느낌만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영영이의 목소리.
“청아, 가가는 일어나셨어?”
“예, 언니 지금 막 깨어나셨습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다가온 영영이가 아내와 같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이야기했다.
“큰일 났던 줄 알았잖아요? 가가. 사람이 어떻게 죽은 것처럼 이틀이나 자지?”
“그, 그랬느냐?”
“네, 중간에 코에 손도 대보고 그랬다니까요? 청이가 머리를 들어서 다리에 뉘어도 꼼짝하지 않고 말이죠.”
그러자 아내가 영영이의 말을 듣고는 웃었다.
“훗. 언니, 언니도 어제 저녁때야 일어나셨잖아요.”
“헤헤. 그래도 가가보다는 일찍 일어났잖아?”
잔망스러운 표정으로 익살맞게 웃는 영영이.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키자, 이미 아침 해가 중천인 모양.
아직은 앙상한 나무 사이로 태양이 거의 머리 위에 가깝게 떠 올라 있었다.
‘잠깐만 이틀이나 지났다고!? 그러면?’
영영이의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밥.
‘그나저나 밥들은 어찌했지?’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나 식사.
아파서 거동이 힘든 투왕까지 있는데, 내가 깨어나지 않아 식사는 어찌했는지 하는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아내와 영영이의 실력은 이제 고작 무를 넣은 죽인 옥삼갱 정도를 끓일 수 있는 상태였고, 소소도 검만 휘두르느라 어떤 요리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 당연했으니까.
거기에 장모님도 북해빙궁의 궁주이니 당연히 요리 따위는 해볼 일이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옥삼갱 정도를 끓일 실력이면, 죽은 어떻게든 만들어 먹지 않았을까 싶어 주변을 살피자, 눈에 들어온 것은 새파랗게 질려있는 투왕 백미미.
“투, 투왕, 괜찮소?”
이틀 사이에 상태가 나빠졌나 싶어 묻자, 그녀가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고, 공자님. 저, 절대 저, 저를 두고 자, 잠이 드, 드시면 안 돼요.”
그러자 아내와 영영이가 왠지 투왕을 바라보지 않은 채.
잡아 온 까마귀를 손질하는 소소를 돕겠다며, 얼른 물가 쪽으로 걸어갔다.
“언니, 소, 소소 언니를 도우러 가시죠?”
“그, 그럴까 청아?”
내가 없는 사이 팔도 못 움직이니, 거절 못하고 식 고문을 잔뜩 당한 느낌.
투왕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해줬다.
“고, 고생하셨소. 투왕.”
그러자 투왕 백미미가 어깨를 떨며 눈물을 찔끔 떨궜다.
***
영영이가 잡아 온 까마귀로 죽을 끓여 늦은 아침을 먹고, 우리는 내 객잔을 향해 곧바로 출발했다.
출발하긴 늦은 시간이라 하루 더 묵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직은 초봄.
산속이라 밤에는 날이 꽤 춥고, 노숙을 계속해봐야 피로에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에 늦더라도 얼른 심우현으로 향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출발할 때보다 일행이 둘이나 늘어난 우리 일행은, 관도를 따라 곧장 심우현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을 나서는 우리의 모습은 영영이와 소소가 우리 급을 나눠지고, 투왕인 백 미미는 아내가 업은 상태.
이제 전신의 내공을 막힘 없이 다룰 수 있게 되어 투왕을 업는 정도는 아내에게 아주 손쉬운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먼 희주와 난주 사이의 관도에서 자신을 업고, 사흘 밤낮을 쉬지도, 자지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이곳까지 달려왔다는 소리를 들은 아내는 자기가 백미미를 돌보겠다며 자진해서 나섰다.
워낙 착하고 친절한 아내이니, 다른 이에게 목숨을 빚졌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은혜를 갚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심우현으로 향하는 관도에서 아내와 투왕은 상당히 친해졌다.
매일 붙어있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미미 언니, 불편하진 않으십니까?”
등에 업은 미미를 향해 아내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둘은 이미 언니 동생을 하기로 한 상태.
목숨을 구명 받았으니, 그것은 중원에서 의자매 확정 코스였기에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뭐, 백미미가 도둑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둘이 의자매가 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팔왕 중 하나가 투왕이기도 하고, 좀도둑 새끼였으면 문제가 있지만, 그 도둑질을 무공으로 승화시켜 팔왕 중 하나가 된 투왕의 이름을 계승한 미미이니, 무림의 배분에 따르면 아내보다 윗배이자 명성이 높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도리어 아내가 언니로 모시겠다고 했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준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뭐 투왕이나 걸왕은 팔왕에 속해도 기인에 가까우니, 무림의 배분 같은 것은 따지지 않는 모양인가 싶긴 했지만.
그렇게 아내의 질문에 아내의 등에서 미미의 미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괘, 괜찮아. 청아. 매일같이, 미, 미안하구나.”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목숨을 구명 받은 것은 저인데. 저 때문에 이리되셨으니 제가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그래.”
“그나저나 미미언니, 언니 이야기나 좀 해주세요.”
“내 이야기?”
“예, 뭐 나이가 몇 살이고 그런 것 있잖아요. 언니로 모시기로 했지만,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아···.”
아내가 투왕과 친해진 덕분에 우리는 투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투왕의 나이는 나와 동갑인 스물셋.
이름은 백미미.
아직 미혼.
양친은 모두 돌아가신 상태였는데, 열 살쯤 배고픔에 개봉부의 저자에서 배고픔에 만두를 훔치다가 전대 투왕의 눈에 들어 스카웃 되었다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 부분에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도둑의 왕이라는 투왕의 눈에 들어 제자로 스카웃 될 정도면, 대체 얼마나 도둑질을 잘했다는 것일까 궁금했던 것.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놀랍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단하세요. 언니. 어찌 그런 어린 나이에 투왕에 눈에 드셨는지.”
“부끄러운 일이지. 얼마나 도둑년 같았으면···.”
“예?”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기 비하.
그녀의 말에 다들 당황할 때, 그녀의 신세 한탄이 시작되었다.
자기는 전대 투왕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며, 무공을 가르쳐주고 배를 곯지 않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제자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무공이 아니라 도둑질이었다는 이야기.
백미미 도둑질하기 싫어 도망을 치면 만리추종향을 발라두고 잡으러 왔다나?
얼마나 구구절절 슬프고 분노에 떨면서 이야기하는지, 미미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전대 투왕은 어린아이를 유인해 소매치를 시킨 나쁜 놈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그렇군요.”
“그래, 흐윽···. 정말 도둑질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나쁜 짓은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머니와 약속도 못 지키고···. 망! 아니, 나쁜 늙은이!”
투왕의 자기 비하와 슬퍼하는 모습에 아내가 어쩔 줄 몰라 하기에, 옆에 걷고 있는 내가 말을 좀 거들기로 했다.
“투왕, 그래도 그 재주로 제 아내를 살렸으니, 어떤 재주든 그것을 어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지, 나쁜 재주는 없는 것 같소이다. 검이라는 것도, 남을 해치기 위해서 들면 살인자가 되지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들면 영웅이 되지 않소이까? 앞으로 배운 것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되지 않겠소이까?”
그러자 당황한 투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그럴까요?”
“당연하지 않겠소?”
“제 이런 재주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어디 쓰려나 이런 쓸모없는 재주를···.”
백미미는 정말 전생에 태어났으면 오토바이도 없이 배달의 기수로 억대 연봉은 찍을 재주가 있는 여자였는데, 아쉬운 일.
그런데 생각해보니 송 시대에도 배달을 할 수 있는 재주는 나쁘지 않은 재주였다.
황제도 가끔 개봉의 저자에서 요리를 배달해다 먹으니 말이다.
나중에 내가 열 요리 집에도 있으면 아주 괜찮은 재주.
그녀의 장점들을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서찰이나 작은 물건들을 빨리 보내주는 일을 해도 좋을 것이고, 표국 같은 데서도 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다시 물어오는 투왕 백미미.
“호, 혹시 요릿집이나 객잔 같은 곳에서는 쓰, 쓸데가 어. 없나요?”
왜 없겠나, 미미 같은 직원이 있으면, 배달 서비스도 할 수 있는데, 송 시대에는 의외로 배달 요리도 활성화되어있으니까 말이다.
뭐 전화기 같은 것이 없어, 사람이 테이크아웃하거나 직접 찾아와 가져다 달라고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확실히 쓸데가 있는 것.
“왜 없겠습니까? 빠른 경공이야 말로 요릿집이나 객잔에서 필요한 재주지요! 그러니까 이게 말입니다······.
그렇게 또 장사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한참 열변을 토하자, 아내의 등에 얼굴을 묻은 백미미가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다행이다. 나도 쓸모가 있었어.]
***
”도착했나?“
그로부터 며칠 후.
점심때가 조금 지난 오후, 우리는 심우현의 내 객잔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 꺼진 치자등이 걸려있는 익숙한 모습의 건물.
제갈가에서 신경을 썼는지 문짝은 진사(辰砂)를 이용해 중원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관리를 잘하는지 훨씬 깨끗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입구에 떡하니 제갈(諸葛)을 상징하는 글자가 붙어있기도 했고.
“노공, 도착했습니다.”
“가가의 객잔 오랜만이구나!”
객잔의 모습을 보자 예전 생각이 났는지 아내와 영영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보다 먼저 객잔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소소는 내 객잔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들어오기보다는 조금 떨어져 내 객잔을 감상하듯 살폈다.
“이곳이 은공의 객잔···.”
“장모님, 어서 들어가지시오.”
“그래요. 사위님.”
장모님을 모시고 일단 둘을 따라 객잔 안으로 들어서 식모부터 찾았다.
“식모(食母)! 안에 있소?”
그러자 한가한 점심때를 틈타 부엌에서 저녁 장사를 준비하고 있던 모양인지, 고개를 내민 식모가 내 모습을 보고는 놀란 얼굴로 뛰어나와 우리를 맞았다.
“손님이 오셨나? 어머낫! 어르신! 이게 누구야! 어르신 아니십니까? 어서 오셔요. 어르신. 연통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그러고 보니 부인께서도?”
갑자기 찾아왔지만 아주 반가워하는 모습.
나는 식모에게 일단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다.
“내 다른 곳에 들렀다. 몸이 불편해 한동안 쉬어가려 하는데 괜찮겠소이까?”
“몸이 불편하시다고요!? 어, 어디가 말입니까!? 의원이라도 부를까요? 그리고 어르신의 가게인데 물론이지요!”
호들갑을 떨며 대답하는 식모.
원래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가 잘돼야 항상 기분이 좋은 법이니, 그녀의 반응에서 장사가 꽤 잘되고 있는 모양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곧 새로 들인 점소이와 객잔의 하인들을 불러 우리에게 인사시켰다.
“아니, 이럴 게 아니지! 변가야! 채희야! 채화야! 얼른 나와서 인사 드리거라!”
식모의 부름에 불려 나왔으나,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점소이와 하인들은 멀뚱한 표정이었는데, 식모가 그 모습에 호통을 치자 셋이 우리를 향해 얼른 고개를 숙였다.
“뭣들 하느냐! 제갈가에서 오신 제갈가의 접각부이자 점주 어르신이니라. 인사하지 않고!”
“아,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아니, 인사는 나보다 이분께 먼저 하시게.”
식모가 호들갑을 떨어대는 통에 정신이 없었지만. 장모님에게 인사를 먼저 하게 하는 것이 맞았기에 얼른 장모님을 소개했다.
일단 장모님이 제갈가의 안주인 이시니까 말이다.
“예? 미부인께서는 누구신지?”
“제갈가의 큰 부인 이시네.”
“예엣!?”
내 대답에 눈을 부릅뜬 식모가,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했다.
“제, 제가 몰라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큰 부인.”
“아닙니다.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처소를 안내받을 수 있을까요?”
“예, 무, 물론입니다! 채희, 채화는 얼른 방을 치우고 이분들을 모두 방으로 모시거라! 아니다! 내 직접 살필 것이니 같이 가자!”
그렇게 식모가 하인들을 끌고 사라지고, 들려오는 장모님의 목소리.
“사위님?”
“예, 장모님! 사위 류청운 여기 있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자 장모님의 부탁이 들려왔다.
“아, 다름이 아니고. 제가 며칠 청이와 같이 처소를 써도 될까요?”
“예?”
객잔에 도착하면 눈치를 봐서 얼른 오마케 파일을 적용해보려 했거늘.
갑자기 긴급 서버 점검이라니!
이런 식의 운영 곤란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고작 일 년을 기다렸지만, 장모님은 이십 년을 기다리신 분.
며칠 정도 딸을 품에 안고 자고 싶은 모양이셨다.
‘그래, 뭐, 며칠 내가 양보해야지.’
뭐 며칠 정도면 양보할 수 있었기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장모님. 이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딸인데. 품에도 안고, 손도 잡고, 잠자리도 살펴주면서, 밤에 이야기도 나누고 싶으실 테니. 당연히 그러셔도 됩니다.”
“역시 우리 사위님. 제 마음을 어찌 그리···. 고마워요. 사위님.”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긴 장모님이 다른 모두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가자, 나는 곧바로 점소이에게 부탁했다.
“점소이야 여기 지필묵 연 좀 가져다주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점소이에게 지필묵연을 부탁한 이유는 모두 장인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
투왕도 한 달 정도 요양해야 한다고 했고, 아내도 치료하고 장모님도 만났으니, 이십 년간 독수공방 중이신 장인께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 했으니까.
그리고 장인이 일찍 도착하면 도착할수록 장모님과 아내가 함께 자는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장 빠른 경공 특송으로 편지를 제갈가 본가에 쏘기로 했던 것.
내 입으로 ‘장모님 이제 사흘이나 되었으니 슬슬’ 이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점소이에게 넘겨받은 종이에 장인이 헐레벌떡 달려올 수밖에 없는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장인어른, 사위 청운이 아내의 치료를 위해 북해빙궁으로 장모님을 만나러 가던 중.
중간에 장모님을 만나 아내를 치료하고, 심우현에 도착해 몸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다친 자가 있어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이곳에서 요양할 듯한데, 장모님께서는 저희와 같이 움직이신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장모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십 년간 서찰 한 통 없는 걸 무척이나 서운해하시던데···. 제가 보기에는 장인어른께서 얼른 오셔서 수습하셔야 할 듯합니다.
이제 여생을 중원에서 보내신다는데, 잘못하면 평생 원망 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장인어른의 노후를 걱정하며···.
유능한 사위 식룡 유청운 배상(拜上).』
“점소이야. 심부름 하나 하겠느냐?”
“예! 어르신!”
“지금 심우현에서 경공이 가장 빠른 자를 데려올 수 있겠느냐? 제갈가 본가에 서찰을 보낼 일이 있느니라. 일찍 도착하면 도착할수록 많은 돈을 줄 것이라고 하거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철 전 몇 개를 손에 쥔 점소이가, 신이 난 얼굴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긴급 장인 호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