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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解氷) (230/344)

해빙(解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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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디불쌍한 우리 부부는 달빛 아래서, 아쉬움에 한참이나 끌어안고 있다 헤어져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아내의 처소에서 장모님이 쏘아대는 눈총과 기죽은 장인어른 사이에서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관청으로 내달렸다. 

식모에게 부서진 객잔을 대충 치워두라고 부탁하고 말이다. 

“식모, 일단 부엌만 쓸 수 있게 치워두시오.” 

“거긴 괜찮습니다. 점주 어르신. 그래서 아침도 했는걸요.” 

“아, 그랬나? 그러면 대충 치워두시오. 내 저자에 가 필요한 것을, 사 올 테니.” 

“알겠습니다. 점주 어른. 직접 요리를 하실 모양이군요?” 

“그렇소. 내일 저녁은 내가 할 테니. 그렇게 아시오.” 

“알겠습니다.” 

허겁지겁 관청으로 달려간 이유는, 모두 어젯밤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던 행복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장모님께 처음으로 선보이는 요리이니 절대 아무 요리나 낼 수 없었고, 내 모든 재주와 최고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와중에 둘을 화해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런데 요리의 재료를 구하려면 당연히 저자로 가야 할 테지만, 내가 저자도 아닌 포형님이 계신 관청을 찾은 이유는, 여러 가지 고급 재료가 필요했기 때문. 

예전에 형님댁에서 짬뽕을 만들어줄 때 보았던, 형님이 창고에 쟁여두신 여러 가지 상태 좋은 해산물들이 기억났던 것. 

다른 재료들이야 모르겠지만, 이런 내륙지방에서 고급 재료라면 당연히 해산물이고, 형님댁 말고는 심우현의 시장에서 그런 고급 재료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시장보다는 포형님의 집에 있던 고급 재료를 얻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종류도 다양하기도 했고, 품질도 아주 고급이었으니까.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관청 앞에서 관병들의 아장에게 부탁했다. 

“포형님 계신가? 동생인 제갈가의 류청운이 왔다 알려주시게.” 

“제, 제갈가!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어르신.” 

아장이 급하게 관청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곧이어 달려나 온 포형님. 

오랜만에 보는 형님의 풍채는 역시나 푸근했다. 

“아이고! 이게 누군가! 장난꾸러기 내 아우 청운이 아닌가!” 

“아이고 형님! 예? 장난꾸러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아니면 더 친해져서 그런지 농을 건네시는 형님. 

형님이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런 장난꾸러기 같으니, 이 형을 그리 놀리면 쓰나. 내 자네의 뜻도 모르고 원망했지 않은가?” 

“예? 그게 무슨?” 

“이 친구, 끝까지 그럴 텐가? 으하하.” 

형님이 즐거워하시기 덩달아 좋긴 한데,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눈을 깜빡이자, 형님이 내 등을 두드리시며 설명하듯 말했다. 

“자네가 그때 제갈각 어르신께 써준 서찰 있지 않은가?” 

‘숙부님께 써준 서찰? 아!’ 

형님이 가족과 떨어져 이런 변두리에서 지내는 게 딱해서 내가 숙부님께 승진을 부탁드렸었는데, 그 이야기를 꺼내시는 걸 보면 아마 승진이 이루어진 느낌. 

형님의 손을 꼭 부여잡으며 물었다. 

“그, 그럼 설마?” 

그렇게 형님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묻자, 형님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우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그래, 내 복주지주(福州知州)로 승차(陞差)했네!” 

“오오! 형님 축하드립니다!” 

지주(知州)라면 뭐 현령이나 같은 말인데, 이런 심우현 촌 보다야 강남의 떠오르는 신도시인 복건(福建)성 복주(福州)의 지주라면, 규모 면에서 다르니 승진이 맞았다. 

아주 괜찮은 자리인 것. 

더군다나 형님의 고향에서도 가깝고, 형님이 좋아하는 해산물도 아주 많이 나는 복주니, 형님에게 아주 완벽한 자리. 

그리고 나에게도 아주 나이스 한 자리였다. 

내 본가인 류가장이 있는 복청은 아주 작은 마을이고, 결국 경제활동은 복주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형님이 복주의 현령이 되신다면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 

나는 얼른 그 사실을 형님에게 이야기했다. 

“형님! 제, 본가가 복주 근처 복청에 있어 저도 그리로 거처를 옮길지 모르는데, 아주 잘 되었습니다!” 

“오오! 그렇지! 아우님 본가가 복건이라고 했지? 으하하. 우리 인연이 이리 깊은 것을 보니 분명 우리는 의형제가 아니라 친형제가 분명하네. 아니, 아니지! 전생에 부부였으려나? 으하하하.” 

‘아니, 형님 그건 좀.’ 

아무리 친해도 막말은 하면 안 되는데, 형님 기분이 너무 업되신 모양이었다. 

전생에 내가 여자였든 남자였든, 공격이든 수비든 좀 끔찍할 것 같았기 때문. 

그러나 분위기 타서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법. 

이정도 막말에 꽌시끼리 지적하는 것은 실례이니, 모른 척하고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런데 형님 장난꾸러기는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형님이 애교를 부리듯 내 가슴을 툭 치고는, 앙증맞게 눈을 깜빡이며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아니, 자네가 승차할 때까지, 내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 가족을 먼저 보내준 것을, 내 오해했지 뭔가. 나는 여기에서 평생 있으라는 말인 줄 알고···. 내 속 좁은 사람처럼 자네를 잠시 원망하지 않았나. 미안하네, 아우. 이 형이 아우 뵐 면목이 없구만.”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런데 원망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제갈각 숙부께서 풀 서비스로 모신 것 같지만, 형님이 처음 받아보는 대우에 오해를 하신 모양. 

형님의 말과 행동으로 봐서는 단순히 원망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지만, 형님이 말의 마지막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기에 얼른 형님을 부축하며 말했다. 

“어허, 형님 이 무슨. 어찌 유교의 법도가 바로 선 이 나라에서 형님이 아우에게 고개를 숙인단 말입니까! 제가 이번에 연성공을 형님으로 모시게 된 후, 깨달은 바가 크니 그런 말씀은 거두시지요.” 

“여, 연성공!?” 

아우가 슬쩍 출세한 사실을 알려주자 눈을 부릅뜨는 형님. 

형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연성공 형님을 한번 복주로 모시던지, 저와 함께 공가에 한 번 들리시지요. 제 형님이면 또 형님의 형님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포형님이 대중목욕탕 안마기를 목에 걸친 것처럼 턱살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취엔(圈 권)에 끼, 끼워준단 말인가? 아, 알겠네! 그, 그렇지! 자네의 형님이면 내게도 형님이지!” 

이제 괜찮은 꽌시들이 제법 모였으니, 꽌시의 집합체인 권을 만들어 볼 차례. 

연성공 형님을 제일 큰형님으로 모시고, 막내는 장의문의 장진, 포 형님은 급이 떨어지긴 하지만, 나는 급이 떨어진다 해도 낮은 위치일 때 맺은 인연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자이니. 포 형님은 둘째. 

그리고 나는 셋째. 

권의 이름은 아무래도 복주방(福州帮) 정도로 해야 할 것 같았다. 

*** 

그렇게 형님과의 해후가 끝나고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하는 순간. 

형님이 나를 관청 안으로 끌고 들어가 차를 대접하며 물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인가? 뭐 자네가 나를 꼭 일이 있어서 찾지는 않았겠지만.” 

‘무슨 일 있어서 찾아온 것은 맞는데···.’ 

좀 찔리긴 했지만, 지금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장인과 장모를 화해시켜야 나도 님도 보고 별도 딸 테니까. 

“제가 긴히 형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도움? 무슨 일인가? 내 당연히 아우의 일인데 도와야지!” 

그렇게 내가 형님께 사정을 이야기하자, 형님이 품에서 열쇠를 꺼내서 내 손에 쥐여주며 말씀하셨다. 

“아니, 이 사람 도움이라니! 섭섭하게시리! 내 것은 다 자네 것이니 맘대로 꺼내 가시게!” 

그렇게 활짝 열림 형님의 보물창고. 

역시나 여기저기 말린 해산물들이 아주 잘 관리되고 있었다. 

‘자, 어디 보자, 뭘 가져간다?’ 

열린 창고에 널려있는 재료들을 살피자, 옆에서 형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제갈가주께서 심우현으로 찾아오셨단 말인가?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장인에게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싶은 모양인데, 지금은 때가 좋지 않았다. 

두들겨 맞아 여기저기 멍든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제가 잘 말씀드릴 테니 이번에는 참으시지요. 이십 년 만에 장모님을 만났는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이십 년 만에 부인을 만났는데 상황이 좋지 못하다니?” 

“아무래도 오랜만에 만나면 또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부 사이에는, 남들에게 말 못하는···. 사소한 다툼이랄까? 뭐 그런···.” 

그러자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는지, 형님께서 품에서 호랑이 고약 같은 연고를 하나 꺼내더니 내 손에 쥐여주며 말씀하셨다. 

“크흠. 이거 멍에 잘 듣는 약인데, 피, 필요하면 가져가게. 내 내자(內子)도 무림인인지라···.” 

‘어이구. 참 두 분이 아주 그냥 남자 망신 다 시키는구나.’ 

딱 보니 형수님도 한 성깔 하시는 느낌. 

나는 두 분처럼 살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냉큼 그것을 넘겨받았다. 

“크흠. 마침 필요했던 물건이니 감사합니다. 형님.” 

“그, 그래. 크흠···.” 

그렇게 장인에게 넘겨줄 약을 고맙게 받고, 다시 창고 안을 살피며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복어(鰒魚 말린 전복)는 어느 것으로 가져가면 좋습니까?” 

“아, 복어가 필요한가? 복어는 저기 왜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가져가게. 그것이 아무래도 색이 곱고 맛이 좋지.” 

‘오, 일본산 말린 전복이 있구만.’ 

일본산 전복은 귀하디귀한 것인데, 선뜻 그것을 챙겨주시는 형님. 

체면 불고하고 필요한 것을 전부 이야기했다. 

“건해삼(乾海蔘)과 간패(干貝 키조개 관자를 쪄서 말린 것), 호시(濠豉 말린 굴), 하미(蝦米 말린 새우), 건합리(乾蛤蜊 말린조개), 건오적(乾烏賊 말린 갑오징어)가 필요한 데 있겠습니까?” 

“건해삼은 내 고향에서 가져온 것이 있네, 꽃이 핀 좋은 놈이니 그것으로 가져가고, 간패와 호시는 이게 어떤가? 하미는 소주에서 잡힌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다의 것보다 맛이 깊더군. 건합리는 자네 앞에 있는 것이 전부네. 건오적이야 여기 이놈이면 될 테고.” 

해산물에 진심인 분이라서 그런지, 무슨 전생에 건어물 상점에 와서 대화하는 느낌. 

형님은 나중에 은퇴하고 건어물 상인을 하면 딱 맞는 분이셨다. 

“아이고 정말 상태들이 좋군요. 이런 것은 시장에서도 구하지 못하는데, 형님 덕분에 아주 한시름 덜었습니다.” 

“이 사람 자네가 나한테 해준 것이 있는데, 내 이정도도 못 해주겠나? 부디 일이 잘 해결되면 연통 한 번 넣어주시게. 내 제갈 가주께 인사드리러 찾아갈 테니.”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형님이 챙겨주신 고급 재료들을 잔뜩 챙기고, 형님의 하인들의 도움까지 받아 다시 저자에 들려 필요한 물건을 구매했다. 

그렇게 객잔으로 돌아오자 어느새 점심때. 

어제 부부싸움으로 반쯤 작살난 건물은 이게 식당인지 거지 본부인지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어차피 팔아 치우고 나중에 복주 쪽에 새로 새우려고 했지만, 이렇게 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구나.’ 

그래도 어쩌겠나, 장인 장모가 아니 정확히는 장모님이 때려 부쉈으니 입 다물어야지. 

첫날밤 대가로 좀 크긴 한데, 비싼 값 치렀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식모와 하인들이 대충 치워둔 상태. 

“오셨군요. 점주 어른.” 

“재료 좀 받아서 손질합시다. 식모.”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렇게 곧바로 식모와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져온 재료들을 정리하고, 요리 준비를 지시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전음.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 

장인이었다. 

[사위.]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부엌 밖에서 얻어터진 얼굴로 나에게 손짓하는 장인. 

냉큼 달려 나가자 장인이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네 어딜 다녀왔는가!? 나 좀 돕지. 이 매정한 사람!] 

내가 없어 온종일 가시방석이었던지, 장인이 원망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지금 연쇄추돌사고 내서 지금 피해자가 셋이나 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시나?’ 

일단 형님에게 받아온 멍에 좋다는 약을 꺼내 장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다 제가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밖에 다녀온 것이니, 이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오. 그런가? 그나저나 이건 뭔가?] 

[멍에 좋은 약이니 좀 바르시지요.] 

[크흠···. 내. 부, 부끄럽구만.] 

그렇게 장인의 손에 약을 쥐여주고 내일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일단 오늘 하루는 죽은 듯 계십쇼. 제가 내일 장모님을 위한 요리를 낼 터이니 그때 시키는 대로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오, 요리. 자네가 직접? 그래, 그렇지!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괜찮은 생각이네. 그런데 이야기는 뭔가?] 

‘뭐긴 뭡니까! 또 ’연락해야 했소?‘ 같은, 지뢰 발언 꺼낼까 그러지!’ 

[제가 어제 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모님이 왜 십구 년 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물으셨는데, 장인께서 연락해야 했느냐고 반문하셨다면서요?] 

[그래, 그렇지. 나는 지금도 그 말이 왜 그렇게 화나는 말인지 모르겠네! 정말 억울하네! 아니,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길래, 장모님이 연락하지 말라기에 혹 연락하면 아내가 벌이라도 받을까 싶어 연락도 못 했다는 의미로 그런 대답을 한 것인데! 왜 그런 반응인지 정말 모르겠네. 자네도 이상하지 않나? 북해 사람이라 그런가?] 

‘아니, 설마 장인이 고자였단 말인가!?’ 

장인의 대답에 자연스레 그분이 거세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제 보니 장인은 고자였다. 

환관 같은 물리적 고자가 아닌 연애고자. 

십구 년 독수공방으로 연애를 담당하는 신경이 거세되어버리고 말았던 것. 

십구 년 만에 만났으면 애틋하고 서윗하게 대답해야 하는데, 다 잘라먹고 당연히 알아들으리라 생각하고 저리 간결히 대화를 치다니. 

제갈가의 뛰어난 두뇌도 여심을 읽을 수는 없는 느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인데, 이 양반 정말 답답했다. 

‘하아···. 어지럽구나···. 이게 알고 보니. 그 똑똑 바보인가 바보 똑똑인가 그 상태구나.’ 

장인은 장모에게 좀 더 정신을 차리게 맞아야 할 것 같지만, 그러면 아내와의 첫날밤은 자꾸만 멀어질 것이니, 내일은 무조건 내 말을 따르라고 다짐시켰다. 

“알겠으니까. 진정하시고. 아무튼 제가 다 해결해 드릴 테니, 이제부터 무조건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죠. 말 하나하나 행동까지도 모두.” 

“아, 알겠네. 억울하긴 하지만···.” 

‘억울하긴! 그냥 장모한테 침투경(浸透勁)으로 머리를 치라고 할까?’ 

다시금 터져 나온 장인의 망언에 정신을 살짝 놓아버릴 뻔했지만, 아내의 아버지니 어쩌겠나 억지로라도 내가 이해해야지. 

‘그래, 재활이 필요한 환자라고 생각하자.’ 

어쩌겠나. 십구 년은 정말 긴 시간이고, 장인의 연애 세포가 모두 사멸해 버리기에, 충분한 시간. 

이제부터 내 임무는 장인에게 죽어버린 연애 세포 대신, 장모님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연애 세포를 이식하는 것. 

북해의 눈꽃을 이 청운이의 요리와 장인 정신 교육으로 해빙(解氷)시키고, 내일 당당히 아내와의 첫날밤을 차지하리라 다짐했다. 

‘기다리십쇼 장모님, 장모님이 사르르 녹아내릴 요리와 함께 이 청운이가 반드시 장인을 인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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