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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복(全家福) (233/344)

전가복(全家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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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오늘 밤을 위해 저리 노력하니, 나도 좀 더 요리에 바짝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러자면 요리의 핵심 재료인 굴 소스부터 완벽히 준비해야 했기에, 아내가 맡았던 굴 소스 냄비를 확인했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되었기 때문. 

아내도 은근히 기대하는 모양인데, 오늘 무조건 장인과 장모를 화해시켜야 했다. 

밤의 역사를 위해서! 

-쪼르륵. 

국자로 끓고 있는 엑기스를 한번 떠올려 다시 따르자 아직 점도가 부족한 느낌. 

아직 아내의 온기가 남아있는 국자로 바닥이 눌어붙지 않게 휘저어, 조금 더 졸여줄 필요가 있었다. 

원래 기성품인 굴 소스는 점도가 높아 졸이나 겔 상태에 가깝기 때문. 

굴이 끓고 있는 화구에 불을 좀 죽여 은은한 불로 굴 엑기스를 졸이기로 하고, 들어갈 다른 재료들을 준비했다. 

‘그러면 이건 일단 두고. 캐러멜부터 만들어야겠구나.’ 

굴 소스가 사기인 이유는 풍미 좋은 굴을 젓갈을 담가 발효시키거나 직접 갈아 넣어 안에 있는 조미료 성분을 충분히 뽑아내고, 거기에 노두유라는 콩에서 뽑아낸 조미료 성분을 추가해 카라멜화 한 설탕을 섞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설탕은 거대한 분자 덩어리이고 소금이나 다른 기타 조미료 성분들은 설탕보다 작은 덩어리, 그렇기에 이 소스를 음식 재료에 투입하면 재료 안쪽으로 조미료 성분들이 스며들고, 조미료들이 스며든 공간을 당분이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재료 안에 풍미를 올리는 조미료 성분들이 스며들면 밖이 설탕으로 완벽히 코팅되는 것.

그러니 당연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글부글. 

굴 소스 원액이 끓고 있는 사이 옆에 웍을 올려서 은은한 불로 설탕을 녹여 캐러멜을 만들었다. 

송 시대의 설탕인 사당(沙糖)을 탄내가 나지 않게 천천히 녹여주며 맛있는 갈색이 될 때까지. 

그것을 굴 원액이 끓고 있는 냄비로 곧장 투입했다. 

이어서 넣은 것은 노두유. 

-치이익. 

물론 그대로 넣지 않았다. 

웍에 노두유를 살짝 볶아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장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오늘 내 모든 기술과 기교를 여기 다 녹인다!’ 

그리고 세 가지를 다 섞어 반 시진 정도 끓여 점도를 끌어올리면, 영롱한 빛깔의 굴 소스 완성. 

부엌의 창밖으로 열린 창문을 바라보자, 저 멀리 언덕 끝에 걸려있는 태양. 

굴 소스도 완성되었고 아내도 슬슬 돌아올 테니 이제 요리를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요리와 함께 먹을 다른 걸 준비해 볼까 하는데, 부엌 입구에서 식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점주 어르신 말씀을 하시지요. 혼자 준비하고 계셨습니까?” 

식모가 부엌 입구에 들어서며, 내가 홀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어온 것. 

오늘 저녁은 내가 요리한다고 미리 알렸는데, 이렇게 이르게 준비할지는 몰랐던 모양이었다. 

“아, 간단한 걸 미리 좀 준비하고 있었소.” 

“그래도 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괜찮소. 아, 그리고 내 요리를 하나 할 것이니, 오늘은 쌀밥을 좀 합시다.” 

“쌀밥? 알겠습니다. 어르신. 아! 그러면 갱이라도 하나 끓일까요? 오랜만에 아황두생(鵝黃豆生)과 녹두아(綠豆芽)도 좀 만들고? 쌀밥이 있으면 아무래도 요리가 몇 가지 있는 것이 좋으니까요.” 

내 제자인 가련이와의 추억이 들어있는 콩나물무침과 숙주나물 볶음을 준비하겠다는 식모. 

둘 다 그렇게 강한 요리가 아니라 내 요리의 맛과 향을 죽이지 않을 것이니 좋은 생각이었다. 

“좋소이다. 그러면 다른 걸 부탁하겠소. 아, 쌀밥은 찌지 말고 내가 권하는 식으로 부탁하오.” 

“알겠습니다. 점주 어르신.” 

식모가 쌀을 씻고, 다른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이미 끓여두었던 육수를 한쪽에 치워두고 잠시 쉬기로 했다. 

요리는 밑 준비가 다 끝났으니 밥 뜸을 들이는 순간에 만들기 시작하면 되니까. 

그렇게 부엌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입구 쪽에서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오늘 재미있었죠?” 

“으응.” 

“미미 언니, 내일 또 가볼까요?” 

“그, 그래.” 

영영이와 소소 그리고 투왕이 저자에 마실을 나갔다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오늘 외출은 열흘 넘게 누워만 있다가 일어난 투왕의 코에 바람을 넣어준다는 명목이었지만, 영영이가 저자에서 뭔가를 사 먹고 싶어 하는 느낌이기에 용돈을 잔뜩 쥐어 내보냈는데, 아마 지금 돌아오는 모양. 

밖에서 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나저나 덕구가 가르쳐준 꼬치집 정말 맛있었죠?” 

“아, 노인이 하는 그곳 말이니?” 

“네. 덕구야, 너 그런데 언제 먹어봤니? 주인도 너를 아는 눈치던데?” 

‘덕구 녀석 거긴 또 언제 따라갔지?’ 

먹을 각을 정말 잘 보는 놈이라 생각할 때 영영이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흐응? 어! 좋은 냄새가 나요. 가가가 요리 하시 나봐요!” 

“냄새?” 

“냄새요?” 

그리고는 셋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부엌 쪽 입구에 머리를 내민 세 여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가! 저희 왔어요!” 

“은공, 다녀왔습니다.” 

“···” 

맛난 걸 먹고 와서 그런지 한층 밝아진 영영이와 한결같은 소소. 

그리고 울긋불긋한 얼굴로 내 눈길을 피하는 투왕. 

투왕의 안색이 이상해 어디가 아픈지를 물으려는데 영영이가 내 말을 자르며 질문했다. 

“저, 투···” 

“가가! 무슨 요리인가요? 향이 무척 좋아요!” 

후각이 뛰어난 영영이는 굴 소스와 육수를 우린 향만으로도 뭔가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군침을 꿀꺽 삼키며 물어왔던 것. 

영영이의 질문에 투왕이 어딘가 아팠으면 종일 같이 다녔던 소소나 영영이가 눈치챘을 거로 생각하고 일단 영영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기대하거라. 아주 맛있을 테니.” 

“오! 정말요?” 

“그럼. 내 언제 맛없는 요리를 만들어준 적 있더냐?” 

“하긴!” 

내 말에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소와 투왕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둘을 숙소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자, 그러면 우리는 갑시다. 가가가 요리를 만들 때는 나중에 완성되었을 때 보아야 더 놀랍고 맛있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돕지 않아도 됩니까?” 

“···” 

소소가 요리하는 것을 돕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지만, 초보자 여럿 보다야 옆에 식모 한 명으로 충분한 일. 

투왕은 환자이니 열외를 시키더라도 소소와 영영이 백 명보다야 식모 한 명이 더 도움이 될 터였다. 

“나는 괜찮으니 손이나 깨끗하게 씻고 식사할 준비나 하고 있으시요. 소소. 옆에 식모가 있으니 둘이면 충분하오.” 

“알겠습니다. 은공.” 

“가가, 그럼 좀 이따 봐요! 언니가요!” 

폭풍처럼 몰아닥쳤던 영영이와 잔당들이 사라지고 다시 찾아든 부엌의 평화. 

식모가 사라지는 셋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당가의 아가씨는 항상 기운이 넘치시는군요. 호호.” 

기운이야 당연히 팽가의 피가 흐르니 그런 것. 

그런 이유를 알지 못하는 식모는 영영이의 활기찬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옆에 있으면 기가 빨린다오.” 

“호호. 기가 빨린다니 재미있으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식모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요리를 준비하다 보니 냄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그락 달그락. 

쌀을 끓이고 있는 냄비가 달그락거리며 김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 

화구에 불을 줄이고 뜸을 들여야 하는 상태. 

재빨리 불을 줄이고 뜸 들이는 과정을 시작했다. 

“갱과 다른 요리들은 준비되었소?” 

“갱은 이제 거의 다 끓어가고, 아황두생은 데쳐서 무쳐두었습니다. 녹두아 볶음은 밥을 내갈 때 바로 하려고요.” 

식모는 손이 상당히 빠른 여자였다. 

내가 영영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와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국은 준비가 끝나 끓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콩나물무침도 이미 완성. 

숙주 볶음은 밥을 뜨기 시작할 때 바로 볶아낸다는 이야기. 

숙주는 미리 볶아두면, 잘못하면 재료 안에서 물이 나올 수 있으니 좋은 생각이었다. 

역시나 베테랑. 

내 객잔을 맡길만한 실력이었다. 

“자, 그러면 나도 슬슬 시작해야겠구만.” 

제일 불이 좋은 화구에 웍을 올리고 끓고 있는 다른 녀석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그리고 먼저 기름을 웍에 부었다. 

-쪼르륵. 

볶음 중식 요리의 기본 파기름을 내기 위해서. 

기름 온도가 오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곧바로 파와 마늘을 투하했다. 

-촤아아아악! 치이···. 

오랜만에 웍에서 파기름과 마늘의 향이 솟아올라 후각을 자극했다. 

중화 요리사로서 뽕이 차오르는 순간. 

그렇게 넣은 파와 마늘 끝의 수분이 날아가는 순간. 

간장을 넣어 마이야르. 

-치이이익! 

간장이 끓어오르며 진한 향이 솟아날 때. 

바로 건해삼(말린 해삼), 노순(아스파라거스), 백채(배추), 청채(청경채), 양총(양파), 광목이(목이버섯), 죽순을 넣고 뜨거운 불에 재빠르게 볶기 시작했다. 

-촥악! 촤악! 

웍을 쥔 손목에 스냅을 줄 때마다 웍의 벽면을 타고 재료들이 공중을 날아 회전했다. 

재료들의 표면이 살짝 익은 순간. 

여기에 소흥주 약간. 

그러자 소흥주의 알콜 성분이 증발하며 불이 붙어 웍 안의 재료들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르륵! 

불꽃을 머금은 재료들이 공중을 날아 불의 바퀴가 된 듯 회전하고, 불향을 머금은 재료들의 냄새가 은은히 코끝을 자극했다. 

이제 불꽃이 잦아들면 바로 굴 소스. 

그렇게 굴 소스로 재료들을 전부 코팅해주고 나자 첫 재료의 준비가 끝이 났다. 

볶은 재료를 접시 위에 올리자 들려오는 감탄하는 식모의 목소리. 

“대, 대단하십니다, 저, 점주 어른! 저는 한 번도 이런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국자로 휘저어가며 볶는 것이 아직 일반적인 시대인지라, 내 퍼포먼스가 강렬한 인상을 준 것 같았다. 

“뭐 별건 아니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고, 이어서 두 번째 재료. 

간패(키조개 관자), 건오적(말린 갑오징어), 향고(표고버섯), 송용(송이버섯), 은행을 조리할 차례. 

웍에 기름을 잔뜩 넣고 온도를 올린 후 이 녀석들은 튀기듯 볶아주었다. 

굳이 이 녀석들을 따로 튀기는 이유는 키조개와 갑오징어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표고버섯, 송이, 은행은 향을 안에 가두기 위함이다. 

그렇게 표면이 튀겨져 준비되면 굴 소스로 코팅해서 살짝 볶아주면 튀긴 녀석들의 준비가 끝이 난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스. 

적당한 기름에 파와 마늘을 넣고 파기름을 내주고, 육수와 전분. 

-부글부글부글부글. 

여기에 지금까지 준비해둔 재료를 넣고, 웍을 몇 번 돌려 모든 재료를 섞어 접시에 올리면 완성. 

모든 재료가 제대로 섞이자 고급스러운 해산물의 향과 송이와 표고 특유의 진한 향이 웍에서 폭발했다. 

장인과 장모를 화해시키고 아내와 하를 합방시킬 요리가 완성된 것. 

“흐음. 향이 정말 좋습니다. 점주 어르신.” 

식모의 감상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이제 식사 시작! 

“자 식사를 준비합시다!” 

내 말에 밖에서 기웃대던 하인들이 뛰어 들어오고, 냄비에서 뜨거운 밥이 김을 뿜어내며 퍼져 밥그릇에 담겨 밖으로 내어졌다. 

*** 

이틀 전 무림인 중에서도 상위권에 랭크 된, 한 부부가 펼친 부부싸움으로 인해 기울어진 느낌이 드는 식당 안. 

식사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식탁에는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밥, 그리고 뭇국과 아황두생과 녹두아 볶음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상석에는 눈치를 보는 장인이, 반대편에는 장모님이, 그리고 좌우에는 목욕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와 영영이, 소소, 투왕이 앉아있는 상태. 

장모님의 서슬 퍼런 냉기에 아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찬 바람만이 휭휭 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작전대로 아내가 목욕을 마치고 장모님을 식사 자리로 간신히 끌고 나온 모양. 

장인이 쭈구리가 된 모습에 장모님의 은빛 눈썹이 움찔움찔하는 상태였다. 

저대로 두면 이차 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기에, 곧바로 넓은 접시 두 개에 요리를 가지런히 담아 얼른 식사 자리로 가져갔다. 

-탁. 탁. 

두 접시가 식탁에 자리를 잡자 움찔하는 장모님의 눈썹. 

장모님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모님, 이 사위가 가족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의 바람을 담아서 만든 요리. 전가복(全家福)입니다. 한번 드셔 보시지요.” 

테이블 위에서 흘러나오는 전가복의 김이 장모님의 얼굴로 스르륵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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