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은도끼. 쇠도끼. 돌도끼. (235/344)

은도끼. 쇠도끼. 돌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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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가복(全家福) 온전할 전(全), 집 가(家), 복 복(福). 모든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요리. 가족의 행복을 비는 요리 전가복입니다.” 

낭군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전가복이라는 요리 이름의 설명을 듣는 순간. 

거대한 장력이 머리를 친 것 같은 충격이 미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 충격에 맛있는 전가복의 맛이 혀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 

눈도 귀도 모든 것이 순간 새하얗게 멀어버렸다. 

‘나, 낭군님···.’ 

그리고 낭군님을 향한 감사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터져 나왔다. 

아까 영영이 소소와 함께 저자를 구경하고 돌아올 때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늘 저녁은 기대하셔야 해요. 미미 언니.” 

“저녁? 어째서?” 

뭔가 한껏 기대하는 표정인 영영이의 얼굴에 미미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제와 어제 온종일 아주 싸늘한 분위기의 객잔에서 눈치를 봐야 했으니까 말이다. 

제갈가의 가주와 궁주님의 비무? 아니 결투? 그걸 뭐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기대해야 한다면 궁주님의 무공을 보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 외에는 다른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긴요! 가가께서 오늘 직접 요리하신다고 했잖아요.” 

“낭, 아니, 공자께서 직접 요리를 하신다고요?” 

“네.” 

식룡이라는 별호를 가진 분이시니 요리를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겠지만, 영영이의 말에 문득 그분께서 처음 만들어주셨던 토끼고기의 맛이 떠올랐다.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따스한 마음이 녹아있는 맛. 

왜 기대하는지 조금 알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영영이가 자랑하듯 말했다. 

“아, 언니도 모르시죠?” 

“뭐, 뭘?” 

뜬금없이 모르냐는 말에 조심스러운 얼굴로 되묻자, 영영이가 다시금 자랑하듯 설명했다. 

“가가의 요리는 맛도 맛이지만, 뭔가 다른 것이 있다니까요?” 

“다른 것?” 

“요리에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고, 뜻이 담겨있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한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요.” 

“그게 무슨?” 

그때는 영영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다 알아서 한다더니 역시나 그분은 확실했던 것. 

전가복은 그분 말씀대로 가족이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먹는 요리. 

그러니까 여기 이 식탁에 모여 전가복을 먹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이라는 의미. 

미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고 가족 모두를 모아놓고 식룡의 방법으로 알린 것이었다. 

의미 있는 요리로 자신을 온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이제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인 것이 분명했던 것. 

‘이것이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있는 요리···.’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솟구쳐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좋은 자리에 눈물은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는 눈물. 

“큭···.” 

어깨가 위아래로 떨리며 자기 멋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떨림에, 눈에 그렁그렁 매달려 있던 눈물들이 일제히 아래로 떨어졌다. 

-후두둑. 

마치 우박같이 쏟아지는 눈물. 

그리고 쏟아진 눈물과 함께, 참지 못한 감사함이 가슴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흐으으윽···. 가, 감사합니다. 저를 가족으로 받아주신다고 이런 자리와 요리를···. 말씀대로 꼬, 꼭 행복한 가족이 되겠습니다. 흐윽.” 

그리고 당황한 낭군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 

“어, 언니, 그게 무슨 말이세요?” 

“미미 언니?” 

“미, 미미 언니, 무슨 말씀이시지요?” 

나보다 더 놀란 아내와 영영이, 소소가 놀란 얼굴로 눈물 콧물 범벅인 미미를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백미미의 울음은 그 다그침으로 봇물 터지듯 터져버렸다. 

“끄흡···. 끄흐읍···. 후에에에···.” 

‘왜, 왜 울어 대체!?.’ 

장인 장모가 떠난 저녁 식사 자리는 미미로 인해 이제 결딴이 나버린 상태. 

아니, 그것보다 그녀가 한 발언의 의미에 따라서 이후의 상황도 마냥 핑크빛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 

뭔가 느낌이 싸했기 때문. 

분명 그녀가 자기 입으로 가족으로 받아줘 감사하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청이를 구해준 것으로 우리의 패밀리인 꽌시가 되는 것을 원한다면, 들어줄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중원 조폭의 패밀리인 꽌시 가족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한동안 울리지 않던 여난 경고 램프에 불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던 것. 

“어, 언니?” 

“이, 이걸 어쩌죠?” 

“일단 언니께서 진정하실 때까지 기다려 보죠.” 

그렇게 초조한 한 식경이 흐르고, 식어버린 전가복이 차려진 식탁 앞에서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언니, 아까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진정이 되셨으면 알려주세요.” 

아내의 물음에 미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훌쩍···. 이,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지···.” 

그렇게 시작된 미미의 이야기는 서론이 좀 길었다. 

왜 가족으로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했는지 결론이면 충분한데, 갑자기 자기가 투왕이 된 후부터의 이야기를 꺼내는 미미. 

“이걸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제 가족이니까요. 그러니까 이게 내가 투왕이 되고 나서부터 시작되는데······.” 

예전에 그녀의 신세 한탄할 때 이야기한 것과 겹치는 것도 있었지만, 결론은 그랬다. 

땡중 새끼가 내가 그녀의 낭군 감이라고 이야기해줬고, 청이를 구해주면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는 것. 

하지만 청이와 친해져 자기 소원인 내 여자가 되는 것을 말하기가 힘들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장모님이 미미의 마음을 알고 있어 제안하셨다나? 

나에게 허락받아오면 장모님께서 아내와 소소, 영영이를 설득해 주시겠다고. 

긴 이야기 끝에 아내의 물음이 미미를 향했다. 

“그러면?” 

“응. 낭군께서 허락을 해주셔서···.” 

이어서 수줍게 들려오는 미미의 대답. 

‘뭐라고!? 내, 내가 언제!’ 

갑자기 내가 하지도 않았다는 허락을 해줬다고 이야기하는 백미미.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을 때, 세 여자의 눈빛이 동시에 나를 가리켰다. 

개 억울한 상황.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한마디도 안 나올 때, 아내와 영영이, 소소의 입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공,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제 목숨을 구하신 미미 언니의 청을 거절하기 힘드셨던 모양이군요.”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미미 언니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안 그래 소소야?” 

“그래요. 영영. 미미 언니는 청이의 목숨을 구하셨으니, 이 정도 보상은 당연한 것 같네요.” 

‘응?’ 

난리라도 칠 줄 알았더니 갑자기 당연하다는 듯 구는 셋. 

아내는 당연히 목숨을 빚진 입장에서 미미가 요구한 조건을 거절치 못하는 모양이었다. 

영영이와 소소는 좀 의외였지만. 

의외에 반응에 여기서 조금 고민해야 했다. 

어처구니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뭔가 슥슥 진행되고 있었던 것. 

부드럽게 넘어가는 이 상황을 그냥 슬쩍 넘겨 여난의 한 조각으로 보이는 투왕인 백미미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운명에 도전하느냐.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했는데,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분위기였던 것. 

‘아니, 그래도 좀 억울해.’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니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그런 이유에서 어쨌든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무슨 오해가 있기에 내가 자신을 받아들인다고 대답했다고 생각하는지. 

“그, 그런데 투왕.” 

내 물음에 벌써 머릿속에서 나와 혼례 올리고, 자식 이름은 뭐로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는 투왕이 낭군이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며 대답했다. 

“미미라 부르셔도 돼요. 낭군님.” 

“아, 그, 그래. 미미. 그 내가 미미를 받아들인다고 했다는데, 그 그것이 언제인지···. 내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서···. 어, 언제 그랬는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미미가 아미를 파르르 떨며 울먹거리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흑···. 어, 어떻게 그런 말씀을. 기, 기억이 안 나신다니···.” 

그리고 꽥하는 소리와 함께 영영이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가가, 어쩜 여인에게 그런 참혹한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 기억이 안 나신다니! 저희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아서 좀 서운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희 화난 건 아닌데. 언니, 뚝 해요 뚝. 가가께서 좀 겁이 난 모양이에요. 자 흥.” 

“은공, 그리 말씀하시면 미미 언니가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기억이 안 나신다니. 이번에는 저도 편을 들어드리기 힘들겠네요. 이미 대답까지 하셔놓고 저희 앞이라고 말을 번복하시다니.” 

그리고 아내까지 나를 마치 장모가 장인 바라보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헉! 청이 너마저!’ 

아니, 분명히 갑자기 새로 얻은 도끼가 내 도끼가 아니라고 정직하게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모든 도끼를 나에게 주어야 정상이거늘. 

은도끼 아내와 쇠도끼 소소, 그리고 돌도끼 영영이까지 싹 빼앗아 가는 느낌. 

‘중원은 시바 산신령도 거꾸로구만!?’ 

너무나도 억울해 가슴을 두드리며 물었다. 

“아니, 무서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 진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렇소. 대체 언제 어디서 아니, 누가 본 사람이라도 있소?” 

그러자 눈물범벅이 된 미미가 식당 입구에 널브러져 있는 덕구를 가리키며 울먹였다. 

“흐윽···. 여, 영물이가 봤습니다!” 

백미미의 말에 잘됐구나 싶었다. 

덕구가 그냥 개라면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없었지만, 덕구는 그냥 개가 아닌 대법을 받은 똘똘한 개. 

말도 어느 정도 통하니 나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것 같았기 때문.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용히 덕구를 불러 질문했다. 

“덕구, 이리 좀 와보세요.” 

아내가 부르자 토끼 새끼가 마냥 깡충깡충 뛰어오는 덕구. 

무척 신이 났는지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휘두르면 달려온 덕구가 아내 앞에 개로 만든 동상마냥 앉아 아내의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작된 아내의 질문. 

“여기 미미 언니가 자신을 노공께 노공의 여자로 삼아달라 말했습니까?” 

그러자 덕구가 사람처럼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짖었다. 

“월!” 

“그러면 그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누구죠?” 

“으릉.” 

아내의 질문에 덕구가 주둥이를 떨더니, 앞발을 내게 올리며 대답했다. 

“월!” 

「요 새끼요.」 

그리고 싸늘한 세 여자의 눈빛이 내 가슴을 헤집었다. 

*** 

깊은 밤. 

아무도 없는 싸늘한 빈 처소가 오늘 나의 침소였다. 

아내의 온기가 사라진 싸늘한 침상. 

그렇게 장인과 장모를 화해시키려고 노력했는데, 븅신같이 아내와의 첫날밤 생각에 빠져 그런 중요한 일에 생각 없이 대답하고 말다니. 

그리고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다니. 

아내와 소소, 영영이가 울먹거리는 미미를 끌고 사라지고 나서 기억을 더듬자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 

“그, 그러면. 저, 저를! 펴, 평생 채, 책임져 주실 수 이, 있겠습니까? 그, 그러니까 처. 아니, 첩···.” 

“아이고, 투왕. 걱정하지 마시라니까 그러네. 처소 가서 쉬고 계시면 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자.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처소에서 몸이나 쉬고 계십시오. 이 류청운 한 번도 약속을 어겨본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셨습니까?” 

했다 분명히. 

했던 것. 

대답을···. 

그런데 다른 여자들 앞이라고 한 적 없다고 거짓말한 모양이 되었으니. 

미미가 서럽게 우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다른 애들이 나를 쓰레기 같이 바라봤던 것도. 

중원의 여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는 혼례에 대한 대답을, 면상에서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으니···. 

‘그아아아아아아~’ 

정말 울고 싶었다. 

셋 더하기 하나가 단단히 화가 나가서 슬퍼하고 있었으니, 오늘뿐만 아니라 한동안 첫날밤 이야기도 못 꺼낼 것이 분명했던 것. 

첫날밤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다니. 

이제 다시 각을 보려면 또 얼마나 기회를 보아야 할지.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참을 수 없어 주먹을 입 안에 넣고 숨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그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렇게 주먹을 입 안에 넣고 울부짖고 있을 때, 

-달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물진 얼굴로 방문을 바라보자, 흘러드는 달빛 아래 서 있는 아내. 

아내가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미 언니가 잘 생각해보시더니, 노공께서 그날 멍한 얼굴이셨긴 했다고···. 아마도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이지요? 그날은 저희가 햐, 향수행에 다녀온 날이니까요.” 

제갈가의 지혜를 가진 그녀가 뭔가 의심스러운 것을 잡아낸 느낌. 

나는 주먹을 입 안에 넣은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툭. 

그러자 아내가 달빛 속에서 옷 매듭을 풀어 바닥에 떨궜고, 아내의 겉옷 속에서 드러난 것은 고대하고 고대한 흑사. 

은빛인 아내의 머리카락과 순백의 나신에 휘감긴 검은 망사가 달빛을 받아 묘하게 대비를 이뤘다.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자 아내가 얼른 침상 위로 올라왔고, 내 옆에 누운 채 내 눈물을 훔쳐주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한 번만 용서해 드리는 겁니다. 나중에 미미 언니에게도 확실히 말씀해 주시고요.” 

[그아아아아아!] 

아내의 말에 잠시 참았던 울음이 감격스레 터져 나왔고, 곧 처소의 내 울음은 아내의 신음이 되어 밤하늘로 흘러나갔다. 

‘하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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