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권(花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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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다섯 마리 비둘기의 속을 향긋한 죽순과 표고버섯 그리고 햄인 화퇴로 꽉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 다섯 마리의 비둘기를 다시 야생오리의 속에 집어넣고, 야생오리를 마지막으로 집오리 안에 넣어주었다.
물론 마지막에 외과 의사처럼 배를 꿰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총 다섯 세트의 작업이 끝나면, 배가 빵빵한 집오리 하나당 이삼 인분.
우리가 모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 준비되었다.
“휴···.”
주재료인 오리의 손질을 끝내고 이마에 난 땀을 소매로 훔치려 하자, 양옆에서 소소와 영영이가 자기들의 소매로 내 이마를 꾹꾹 눌러 땀을 닦아주었다.
“가가, 저희가 닦아드릴게요.”
“고맙소. 둘 다.”
“고맙긴요. 저희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고 계신걸요. 은공.”
이마에 땀도 닦아졌겠다 바로 다음 과정을 이어갔다.
다음 과정은 남은 화퇴와 죽순을 편으로 썰어주는 것.
-탁. 탁. 탁.
화퇴와 죽순을 먼저 예쁘게 정 사각형으로 모양을 잡아주고.
-사악. 사악.
채도를 눕혀 얇은 편으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편으로 썰어낸 햄과 죽순은 오리를 찔 때 냄비 위에 올려서 모양을 내줄 것이다.
그렇게 편으로 썬 햄과 죽순이 준비되면, 이제 준비된 오리를 도자기 냄비에 넣은 후, 물을 부어주는 것이 마지막 과정.
마지막에 편으로 썬 화퇴와 죽순을 번갈아 가며 겹쳐 오리 위에 올리고, 편으로 썬 생강과 약간의 마늘, 그리고 실파를 묶어서 물속에 넣어주면 준비 끝.
“후, 끝인가?”
요리의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마지막 과정 조리만이 남은 상태.
익혀주는 과정만 남은 것이다.
한국에서 냄비에 닭이나 오리가 들어있다면, 보통 그대로 끓이는 요리가 되겠지만, 중원에서는 재료의 모양을 살리기 위해서 찜을 선택하는데, 그런 이유로 삼투압은 이대로 냄비에 끓이는 것이 아니라, 냄비를 대나무 찜기에 넣고 쪄먹는 요리.
옆을 슬쩍 확인해 식모와 하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식모가 만두를 찐다고 했으니, 찜기와 물을 끓이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디 보자.’
그렇게 다른 화구를 살피자 역시나 물 끓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보글보글.
식모가 만두를 찌기 위해 올려둔 물이 끓어오르고 있는 것.
“식모 내가 먼저 써도 되겠소?”
“물론이지요. 점주 어른. 양이 많아서 저희는 반죽이 좀 걸립니다.”
“알겠소이다. 아, 절대 같이 찌면 안 되오.”
찜 요리라는 것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적은 물로 다량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찜기를 켜켜이 쌓아 동시에 조리할 수 있지만, 삼투압과 만두를 같이 찔 수는 없었다.
밀가루 특유의 냄새가 오리의 고기에 밸 수도 있기 때문.
그런 이유에서 혹시라도 같이 찌면 안 되다고 주의시키자 식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희는 따로 물을 올리겠습니다.”
“고맙소이다.”
식모가 양보한 끓어오르는 물 위에 찜기를 올리고, 오리를 담은 도자기 냄비들을 올려 뚜껑을 엎어주었다.
이제 찜기에 올리고 한 시진만 기다리면 되는 것.
“은공,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이제 한 시진 기다리면 됩니다.”
“기대됩니다. 낭군님.”
삼투압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사이.
내 요리 준비가 끝났으니 남는 시간에는 식모를 돕기로 했다.
“식모 반죽은 준비되었소?”
“예, 어르신. 이쪽에 준비되었습니다.”
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만두(증빙 蒸餅)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을 발효시켜야 하기에 준비 시간이 좀 걸린다.
더군다나 이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니 송 시대에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야 하는데, 송 시대 사용하는 흔한 천연 발효종은 두 가지.
달걀이나 술.
둘 다 안에 있는 미생물로 밀가루 반죽을 부풀게 하는 것인데, 달걀로 하면 반죽이 부푸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리지만 잡내가 적고, 술로 할 경우에는 살짝 술 냄새가 나게 된다.
부푼 반죽을 살펴보니 식모가 준비한 것은 후자.
준비된 반죽으로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두를 좀 빚어볼까?”
그렇게 만두를 만들려고 하는데 들려오는 영영이의 목소리.
“가, 가가. 저, 저도 하고 싶어요!”
아직 잘생긴 아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영영이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 만두는 남궁 장인과 장인이 데려온 무사들을 먹일 요리.
영영이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최소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모양으로는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이유로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한가지.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영영아, 나중에 하면 안 되겠느냐? 손님들에게 낼 요리라서···. 크흠···.”
그렇게 난처한 듯 대답하자 영영이가 토라진 표정으로 양손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저, 저두 잘생긴 아들 낳고 싶단 말이 예욧!”
그러고는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영영이의 얼굴.
그 모습에 그냥 연습이라도 몇 번 시켜줘야 하나 생각하는데, 궁금증 가득한 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영, 그건 무슨 소리죠?”
“영영아, 그, 그건 무슨 소리?”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그런 물음.
그러고 보니 만두 배틀에 참가했던 것은 영영이와 아내인 청이 뿐.
나중에 합류했던 둘은 만두를 빚은 일이 없었던 것.
물론 그때는 만두가 아니라 교자를 빚긴 했지만.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말이지. 가가의 고향에서는 여자가 예쁜 만두를 빚으면, 잘생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 있대···.”
영영이가 내 고향에서 만두를 잘 빚으면 잘생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파하자마자 내 양팔을 붙드는 두 손.
-척.
좌우로 고개를 돌리자, 미미와 소소가 내 양쪽 팔을 붙잡고 물었다.
“은공, 그거 저희도 꼭 해보고 싶군요.”
“낭군님 저도 잘생긴 아들 낳을 수 있을지 화,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어쩔 수 있나 허락해야지.
“아, 알겠소.”
혹시라도 모양이 예쁘지 않으면 영영이처럼 몇 번이나 리트라이를 하겠다고 도전할 것 같기에 일단 제일 평범한 동그란 모양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가장 쉬운 모양은 누가 뭐래도 전생의 한국에서 찐빵 모양이라고 부르는 반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마냥 동그란 모양으로 빚는다고 나오는 모양이 아니다.
일단 반죽을 동그랗게 말고, 엄지손가락 아래 도톰한 살인 엄지 기부로 반죽의 한쪽을 돌려가면서 눌러주어, 반죽을 봉긋하게 반원으로 만들어주어야 예쁜 모양이 나오는 것.
마냥 쉽지만은 않다고 할까?
“자 다들 이렇게 꾹꾹 눌러주어서 만들어주어야 하오.”
“알겠어요. 가가! 저도 이건 잘할 수 있겠어요.”
“어렵지 않군요? 은공.”
“저, 저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번 시범을 보이자, 따라 만드는 셋.
셋의 손에서 동그란 만두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셋이 열심히 초보자용 만두를 빚으라고 두고 나는 옆에서 조금 더 모양을 내기로 했다.
우리 상에 오를 만두는 조금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보려는 것.
먼저 밀가루 반죽을 길고 넓게 밀고 한 면에 기름을 발랐다.
그리고 길게 민 밀가루 반죽을 삼단으로 접었다.
그런 다음 할 것은 같은 간격으로 자르기.
-탁탁.
채도를 이용해 반죽을 엄지 굵기로 잘라냈다.
이어서 자른 반죽 두 장을 겹치고, 젓가락을 이용해 세로 방향으로 반을 가르듯 눌러주면 밀가루 반죽 두 장이 딱 붙어버리는데.
이제 이것을 반으로 접고, 가운데 젓가락을 끼워 쭉 잡아당겨 주며 한 바퀴 반을 돌리면 꽈배기 모양이 된다.
이 꽈배기의 젓가락을 끼운 부분을 아래로 꾹 하고 눌러주면, 만들어지는 것은 전생의 한국에서도 익숙한 모양.
화권(花卷).
꽃빵이라 부르는 주름진 만두가 만들어지는 것.
젓가락이 꼬아질 때마다 만들어지는 화권.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도마 위에 흰 꽃이 한 송이씩 내려앉았다.
“오, 그건 뭔가요. 가가?”
“아, 이건 예쁘게 모양을 내는 것이란다. 화권이라고 하지.”
“화권. 너무 예쁩니다. 은공.”
“쪄내면 꽃이 더 예쁘게 핀다오.”
반죽의 모양으로만 예쁘다고 하지만, 실제로 만두와 화권 같은 밀가루 빵들은 쪄내면 크게 부풀어 더 예쁜 음식.
한쪽에 다시 끓이고 있는 물 위로 찜기를 올리고, 얼른 만두를 쪄내기로 했다.
“자, 그럼 슬슬 쪄볼까?”
“가가, 예쁘게 만들었죠?”
“그래, 이번에는 잘했구나.”
자랑하는 듯 물어오는 영영이의 목소리에 영영이 앞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영영이도 쉬웠던 지 제법 모양이 나쁘지 않았다.
‘하긴 작은 암기도 뿌리는 녀석인데, 저 정도는 해줘야지. 그동안 좀 이상하긴 했어.’
그렇게 각자가 만든 만두를 통 하나씩에 넣고 찌기 전에 각자의 찜기를 확인했다.
“제일 밑이 영영이, 가운데가 소소, 제일 위가 미미가 만든 것이구료.”
“예, 맞습니다. 낭군님.”
만두는 만들째는 품이 좀 소요되지만, 조리에는 얼마 안 걸리는 아주 편한 요리.
이대로 찜기에 넣고 십오 분.
약 반 다경쯤 기다리면 만두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 위에 찜기를 올리자 곧이어 피어오르는 밀가루의 향.
그리고 약간의 술 냄새.
잠시 후 만두가 완성되고, 각자가 만든 만두가 담겨있는 찜기를 각자의 앞에 놓아주었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만두에서 피어오르는 향.
그리고 뜨거운 김.
“처음 만들어보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은공.”“마, 맞아요. 낭군님. 처음 해보지만 이정도면 자, 잘 만든 것이지요?”
“그렇소. 이정도면 아주 훌륭하오.”
그렇게 만두 만든 것을 칭찬하는데 들려오는 영영이의 슬픈 외침.
“아! 안돼! 왜 나만!”
소소와 미미 그리고 나까지, 영영이 목소리에 놀라 영영이쪽을 바라보자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찜기를 보고 울상을 짓고 있는 영영이.
다 같이 찜기로 시선을 돌리자 영영이가 만든 만두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고 있었다.
“은공, 저게 왜 저러죠?”
소소와 미미의 만두는 그렇지 않은데, 영영이의 만두만 쪼그라들고 있는 상태.
저렇게 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영영이가 받은 반죽의 글루텐이 충분히 활성화 되지 못했거나, 영영이가 모양을 잡을 때 엄지 도톰살로 충분히 돌려가면서 눌러주지 못했거나.
만두를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는 기준은 복원력이다.
원래 만두는 손에 꽉 움켜쥐었다가 놓았을 때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영영이의 만두는 복원력 제로.
잘못 만든 만두의 표본 같은 모습이었다.
“내, 내 아들···.”
분명 쪼그라드는 것은 만두인데 아들을 찾는 영영이.
영영이가 망연한 표정으로 만두가 담기 찜기를 바라보고 절망했다.
저 정도면 이제 받아들여야 할 때.
세상이 영영이를 억까하고 있으니, 이건 받아들여야 했다.
세상이 영영이가 아들 낳는 것을 원하지 않는 느낌.
영영이의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올리고 위로했다.
“영영아, 이 오라버니는 아들도 좋지만, 우리 영영이 닮은 딸도 좋은데···.”
“저, 정말요?”
물론 영영이 닮아서 백치미인 여자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요가 높다는 말은 못 했지만 말이다.
***
조금 시간이 지나자 미리 찜기에 넣어둔 삼투압이 완성되었고, 찜기의 뚜껑을 열자 오리 특유의 진한 향과 함께 죽순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표고의 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흐응. 향이 너무 좋아요. 낭군님.”
미미도 그렇게 느끼는지 반쯤 눈을 감고 향을 음미하며 즐거워했다.
잠시 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걷히고 그 속에서 드러난 것은, 머리 세 개가 달린 오리가 국물에 엎어져 있는 모습의 요리.
“자, 갑시다. 소소, 장인께 저녁 식사를 대접해야지. 않겠소?”
얼른 젖은 천으로 감싼 손으로 도자기 냄비를 들고 소소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소소가 화권(花卷)을 들고 내 뒤를 따랐다.
그렇게 준비된 요리를 들고 쪼르륵 나오자, 식당에는 의외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남궁 장인과 북해 장모님이 대화를 나누고 계셨던 것.
장모님께서는 오늘 아내에게 필살기 같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아침 일찍 데리고 나가셨는데, 아마 수련이 끝나고 돌아오셨다가 남궁 장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모양이었다.
“하하, 새외무림에서 그 위명이 하늘을 찌른다는 북해빙궁주께서 제갈가의 안주인 이셨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따님께서 벽안이라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그런 연유가 있었을 줄이야.”
“검왕께서 소소 소저의 아버지셨다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호호.”
이야기로 보아서는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느낌.
아내가 장모님의 뒤에 서 있다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살짝 눈인사를 해왔다.
남궁 장인과 북해 장모님 두 분은 서로의 얼굴에 금칠이 하고 계신 모양인데, 분위기도 좋고 요리도 완성되었으니,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나쁘지 않았다.
얼른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곳으로 다가가 냄비를 앞에 내려두며 물었다.
“식사하시며 이야기를 나누시죠?”
양 가문에 화권과 삼투압을 선보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