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5화 (255/344)

황어면(黃魚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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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의 면을 종류별로 크게 나누자면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소면, 압면, 절면, 납면, 하분. 

소면(素麵)은 반죽을 막대기에 감아 길게 늘여서 당기며 만드는 면으로, 대량의 면을 한 번에 만들기 좋으며, 건조 시키면 운송 보관이 용이해 아주 많이 사용하는 면이다. 

전생에 마트 가면 파는 마른국수를 떠올리면 쉽다. 

압면(押麵)은 부드러운 반죽을 구멍이 뚫린 통에 넣어 힘으로 뽑아내는 면인데, 전통적인 압면을 뽑아내는 기계는 흡사 작두와 같은 모습이다. 

그런 기계를 사람이 힘을 줘서 누르면, 반죽을 넣은 통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면발이 나오게 되는데, 이렇게 뽑은 면을 누를 압(押) 자를 써서 압면이라 부르는 것. 

절면(切麵)은 한국의 칼국수처럼 밀대로 밀어 접은 후 칼로 잘라 만드는 면을 총칭하는데, 한국이 칼국수 면발 정도만을 고집하는 것과는 다르게, 중원에서는 다양한 두께 굵기의 면발로 만드는 것이 특징인 자유로운 면이다. 

납면(拉麵)은 알칼리성 물에 반죽한 밀가루를 손으로 잡아 늘여 만드는 면으로 우리가 보통 수타면이라 부르는 면들의 총칭이라고 보면 된다. 

하분(河粉)은 쌀가루를 얇게 찌거나 부친 것을 칼로 가늘게 썰어 만드는 면인데, 보통 고명을 올리거나 볶음면으로 많이 만들어 먹는다. 

물론 다섯가지 안에서도 중원의 다양한 문화가 섞여들어, 만드는 방법과 면의 굵기 종류 모양으로 나누자면 천오백여 종에 이른다는 것이 중원의 면 요리. 

그중에서 내가 항구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복주의 메인요리로 선택한 것은 라면(拉面 납면). 

정확히 말하면 라면이 아니라 납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납면을 라면이라 부르냐면 납면의 발음이 중원어로 라미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나에게 라면이라면 전생의 인스턴트 라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지만, 중국에서 라면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손으로 만드는 수타면을 말하는 것. 

그러니 노동자들을 위한 요리로 수타면을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라면(拉麵) 말인가요?” 

“그렇소. 라면.” 

“처음 들어봐요. 가가.” 

“낭군님, 저도 처음 들어봐요.” 

중원인 임에도 영영이나 소소가 수타면인 라면을 처음 들어본다고 하는 이유는 중원에서 수타면이 처음 등장하는 것이 명나라 때이기 때문이다. 

아직 송나라에서는 비교적 만들기 쉬운 소면이나 압면, 절면 정도가 보통 면 요리에 쓰이는 면이니까. 

수타는 가장 늦게 개발된 면을 만드는 방법이면서, 수타를 제대로 배우려면 정말 매일같이 수타를 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간을 잡으면, 삼 년 정도가 경지에 오르는 시간. 

그렇듯 면 요리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요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타면을 만들자면 고생을 좀 하겠지만, 그만한 퍼포먼스가 없지.’ 

또한 수타면을 치는 호쾌한 액션은 무엇보다 볼거리를 제공하니, 몸이 좀 고되더라도 이목을 자연스레 끌게 될 것이고 광고로 아주 훌륭한 면 요리인 것이었다. 

그리고 궁금하다면 맛보여 주는 것이 요리사이자 남편의 도리. 

비연까지 놀러 왔으니 그러면 오늘 저녁은 무조건 수타면이었다. 

‘그러면 오늘 간만에 면 좀 치면서 재활을 좀 해야겠구나.’ 

전생 후 수타는 한 번도 안쳐봤으니, 지금 몸으로 얼마나 칠 수 있는지도 확인해볼 겸 말이다. 

“그럼 오늘 저녁은 납면을 요리해주겠소. 어떻소?” 

“좋습니다. 가가.” 

“좋아요.” 

“노공, 기대됩니다.” 

내 제안에 아내들과 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 

수타면이야 류가장에 있는 밀가루와 절벽 위에 있는 류가장의 우물에서 뜬 알칼리성 물로 만들면 된다지만, 면과 재료가 어우러진 것이 진정한 면 요리. 

그러니 면 요리를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했고 그러자면 복주의 저자를 다녀와야 했다. 

“아구 노인 마차를 준비해 주겠소?” 

“복주에라도 다녀오시려 하십니까?” 

“그렇소. 저자에 좀 다녀오려 한다오.” 

“알겠습니다.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벌써 점심때이고 걸어서 반나절 걸리는 복주를 다녀오려면 서둘려야 했는데, 나는 경공을 모르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제일 빠른 수단인 마차를 사용하기로 한 것. 

그렇게 아구 노인에게 마차를 준비해달라 부탁하고, 의복과 전낭을 갖추고 나오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영영이와 미미. 

영영이가 내 팔짱을 끼며 물어왔다. 

“가가, 복주 다녀오시려고 하는 거죠?” 

먹을 것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영영인지라 물음으로 봐서는 저자에 따라가고 싶은 느낌.

미미도 그런가 싶어 슬쩍 바라보자, 미미는 영영이의 팔짱을 끼고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청이와 영영이라면 양쪽에서 팔짱을 껴왔을 텐데, 아직도 미미는 직접적인 스킨쉽은 어색한지 영영이의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것. 

그 모습에 옅게 웃으며 영영이를 향해 대답했다. 

“그래, 재료를 좀 보고 오려고 하는구나.” 

“그러면 저희랑 같이 가요!” 

“예, 나, 나, 나, 낭군님 저, 저희랑.” 

냉큼 대답하는 영영이와 이상하게 말을 떠는 미미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잠깐.

둘에게 대답하고 아구 노인이 마차를 끌어내고 있는 마구간 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래, 그럼 마구간으로 가자꾸나.” 

그러나 앞장서 앞으로 나가는데 영영이가 낀 팔에서 느껴지는 무게. 

영영이가 힘을 주고 있는 느낌. 

왜 그러나 싶어 영영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영영이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더 빨라요!” 

“응?” 

무슨 소린가 싶어 영영이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자, 미미가 새빨개진 얼굴로 돌아앉으며 말했다. 

“타, 타세요.” 

아까부터 둘이 나를 돕고 싶다고 하더니, 아마도 복주까지 경공으로 데려다줄 모양. 

미미한테 업힌다는 게 좀 부끄럽긴 한데, 그런데 이게 또 거절하기도 힘든 것. 

누군가에게 마차를 탈래? 아니면 아내를 탈래(?)라고 물으면 당연히 후자일 테니까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타라니까 타볼까?’ 

눈을 딱 감고 미미의 등에 냉큼 업혔다. 

그러자 가슴으로 느껴지는 미미의 가슴 뛰는 소리. 

-두근두근두근두근. 

미미의 가슴이 사나운 맹수가 울부짖는 것처럼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미, 미미 괜찮겠소?” 

이러다 가다 쓰러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 묻자, 미미가 덜덜 떨며 대답했다. 

“괘, 괜찮고 마, 말고요.”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느낌이었다. 

코피라도 대차게 뿜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 

‘정말 괜찮을까?’ 

그렇게 미미에게 업혀 복주의 저자로 향하는 길. 

도둑질의 프로답게 사뿐사뿐한 발걸음과 빠른 속도. 

덜덜 떨었던 것과는 다르게 경공이 펼쳐지자 미미의 경공은 안정적인 속도와 안락함을 제공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미미를 안고 있으니 무엇보다 안락했고, 말을 타고 가자면 흙먼지나 말똥 냄새를 맡고 이동해야 했지만, 미미에게서는 향긋한 냄새가 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영영이의 말대로 이건 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나마 영영이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최대한 천천히 가고 있다는데, 한 번에 다섯 걸음 정도를 휙휙 움직이는 미미. 

두 시진도 되지 않아 우리는 복주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구나. 저기서 멈춥시다. 미미.” 

“언니, 저기서 멈춰요. 우리.” 

“응.” 

경공을 펼친 채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에 우리는 성문 밖 풀숲에서 멈춰서기로 했다. 

그리고 미미가 멈춰서자 약간 기이한 현상이 그녀의 몸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이익. 

끓는 물의 뚜껑을 연 것처럼 미미의 몸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약간 휘청거렸다. 

“읏···.” 

“괜찮소?” 

얼른 미미를 부축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원래 신풍을 오래 쓰면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쉬는 것이 좀 필요해요.” 

“얼마나?” 

“한 일 다경쯤?” 

삼십 분 정도 쉬어야 한다는 미미. 

하지만 되돌아갈 시간도 생각해야 하니, 여유가 없었다. 

“돌아갈 것도 생각해야 하니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그럼 제가 여기서 기다릴···.” 

“업읍시다.” 

“네에!?” 

자기는 나를 업고 와놓고 나에게 업히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미미. 

“언니, 저 따라와서 오늘 복 받았네. 얼른 업혀요. 저자에 가려면 바쁘다고요.” 

“으, 응? 아, 아니. 그, 기다리는 것도 괜찮은···.” 

“얼른 업혀요! 아, 좋겠다. 언니는. 가가 저도 이따 업어줘야 해요?” 

“그래, 영영이는 이따가 올 때 업자꾸나.” 

“뭐해요. 얼른 업혀야지.” 

결국 움직임이 불편한 미미는 영영이의 손에 강제로 업혀져 내 등위에서 바들바들 떨어야 했다. 

“괜찮소?” 

“네? 네. 나, 낭군님···.” 

“언니, 저 따라오길 잘했죠?” 

영영이의 대답에 등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그렇게 미미를 업고 성문을 지나 저자 입구에 다다르자, 밀려오는 복주의 해산물 냄새들. 

바닷바람과 섞인 비릿한 생선 냄새들이 저자에 가득했다. 

“가가, 그런데 아까 오시면서 그랬잖아요. 라면은 면을 만드는 방법의 하나라고 그러면 다른 재료는 뭘 쓸 거예요? 저는 그 짜장면이 좋은데.” 

먹을 것에 진심인 영영이는 경공으로 달려오면서 계속해서 무엇을 만들 것인지, 무슨 재료인지 라면이 무엇인지를 추궁했는데, 저자에 도착하자 전에 먹었던 짜장면이 생각나는지, 입맛을 다시며 물어왔다. 

하지만 영영이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예전에 만들어 둔 춘장은 모두 사용해버렸기에 새로 춘장을 만들어 맛을 들여야 했는데,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니느라 춘장을 만들 시간이 없었기 때문. 

짜장면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나도 짜장면 만들어주고 싶지만, 지금 짜장면에 쓸 비법 춘장이 없단다. 그러니 어떤 것을 만들지는 재료를 보고 결정하자꾸나. 영영아.” 

“나중에 그럼 짜장면도 만들어주셔야 해요.” 

“그럼 당연하지. 그리고 신기한 재료들이 눈에 들어오면 알려주려무나.” 

“알겠어요. 가가.” 

“낭군님 그것은 제가 자신 있어요. 제가 눈썰미가 좋거든요.” 

중원에 다양한 면 요리가 있으니 무엇을 만들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일단 이 시대와 이 복주에서 수급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베스트. 

오늘은 아내들에게 수타면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 요릿집을 광고할 요리를 미리 만들어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를 지나 연결된 어시장까지 다다르자, 활기 넘치는 어시장이 우릴 맞이했다.

오징어와 갑오징어, 여러 가지 물고기들. 

각종 말린 해산물들이 우릴 맞이한 것. 

그렇게 한참 어시장을 구경하는데 한쪽에서 상인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오늘 막 잡아 온 첫봄 황어(黃魚). 황금빛 비늘을 가진 황어 어떻습니까?” 

“황어?” 

“저리 가봐요. 낭군님 황금빛 황어라니 궁금해요.”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이제 완벽히 적응했는지 이리저리 방향을 지시하는 미미. 

미미의 부탁에 셋이 황어를 파는 곳에 도착하자, 가판에 널려있는 것은 내가 익히 아는 물고기였다. 

조기. 

‘아, 그러고 보니 조기를 황어라 불렀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먹는 조기는 아니고 중원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세라는 물고기였다. 

전생에 한국 사람이라면 조기는 굴비로 만들어 먹는 생선이기에 밥도둑으로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부세는 짝퉁 조기라 불릴 만큼 그리 인기가 있는 물고기는 아니다. 

조기보다 아무래도 살이 단단하고 감칠맛이 떨어져 선호하지 않는 것. 

하지만 중원인들은 조기나 부세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잡힌 놈 중 좀더 누런 놈을 선호하는데, 이 누런빛을 황금이라 생각해, 새해에 이 부세를 먹으면 황금이 입으로 들어온다는 뜻이 된다나? 

“이게 황어군요?” 

“그래 아주 싱싱해 보이는구나.” 

우리가 황어를 구경하자 상인이 우리를 향해 물어왔다. 

“공자님 황어를 사러 오셨습니까? 열 마리 철전 열 개 어떻습니까?” 

가판에 늘어선 황어를 들어 보이며 우리를 구경시켜주는 상인. 

영영이를 슬쩍 바라보자,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늘 잡은 것 맞은 것 같아요.” 

전생처럼 한 마리에 몇십만 원 하는 것도 아니고 가격도 저렴하고 싱싱한 부세. 

전생 생각이 나서 몇 마리 사다가 말려 굴비라도 만들까 생각하는데, 불현듯 떠오른 생각. 

‘아, 그러고 보니 저걸로 면 요리를 만들면 되겠구나!?’ 

황어가 가격이 좋고 구하기도 좋으니 저것으로 면 요리를 만들면 좋을 것이었던 것. 

얼른 영영이에게 부탁했다. 

“영영아, 저 황어를 좀 사보거라.” 

“저걸요?” 

“그래, 저걸로 내 황어면(黃魚麵)을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이다.” 

내가 부세 조기로 면 요리를 만들어 준다는 말에 곧이어 영영이의 입에서 어시장 상인들을 공포에 떨게 할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귀(貴 꾸에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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