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6화 (256/344)

수타(手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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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가격 철전 열 개에 황어인 부세조기 열다섯 마리. 

영영이의 최종 협상 실적이었다. 

거래가 끝나고 또 온다고 하자 기겁하는 상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 

역시 우리 구매 담당이었다. 

그렇게 필요한 주재료를 구매하고 다시 미미의 등에 올라타 되돌아오자, 해가 우리가 달려 온 등 뒤 복주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저녁 시간까지는 약간 여유가 있는 상태 얼른 저녁을 서두르기로 했다. 

수타를 만든다는 약간의 여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영아 황어는 부엌에 가져다 두거라.” 

“알겠어요. 가가.” 

“미미는 처소에서 좀 쉬고 있겠소? 오늘 많이 고생했소. 힘들진 않았소?” 

“예, 나, 낭군님. 괜찮습니다.” 

영영이에게 부엌에 황어를 가져다 두라고 부탁하고, 미미를 처소 안에 넣어둔 후 곧바로 내 초소에서 급을 꺼내기 위해서 달렸다. 

한 해 동안 함께했던 웍과 이젠 채도라고 보기 힘든 식룡도(食龍刀)를 꺼내오기 위해서.

그렇게 웍과 식룡도 그리고 급에 들어있던 몇 가지 재료를 꺼내 부엌에 도착하자, 안에서 영영이와 청, 소소, 비연까지 다들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가가, 다들 구경하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노공, 잘 다녀오셨습니까?” 

“은공, 저희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라면을 만들어준다는 말에 다들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모양. 

수타는 원래 많은 사람이 보아야 재미가 나는 법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부르려고 했으니 잘됐군요.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아, 그리고 영영아 아구 노인의 며느리에게 부탁해 밀가루와 우물물을 좀 떠다 달라고 부탁해주려무나.” 

“알겠어요. 가가.” 

그렇게 영영이가 아구 노인의 며느리에게 내가 이야기 한 것을 부탁하러 간 사이, 큰 냄비에 물을 잔뜩 올려 물을 끓여주었다. 

또 부엌 안쪽을 뒤져 예전에 면을 만드는데,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큰 나무판을 하나 찾아, 그것을 깨끗하게 닦아 탁자 위에 올려 수타면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수타면을 만드는 과정 중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반죽. 

잠시 후 영영이가 받아온 밀가루와 물을 받아 반죽에 시동을 걸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무척 기대됩니다. 노공.” 

손목을 돌려 손을 풀자 들려오는 기대된다는 청이의 목소리.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라면(拉面 납면)은 중원에서 가장 화려한 면이니 기대해도 좋소이다.” 

“가장 화려한 면?” 

“가장 화려하다니···.” 

내 가장 화려하다는 말에 증폭되는 기대감. 

먼저 큰 그릇을 가져와 작은 그릇으로 조심스레 밀가루를 계량했다. 

내가 이렇게 밀가루 계량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수타는 무엇보다 밀가루와 물의 비율이 중요한데, 좋은 수타 반죽의 비율은 밀가루 2, 물 1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밀가루를 잘 계량해 두는 것. 

‘계절이 봄이니, 정량으로 준비하면 되겠군.’ 

밀가루 반죽은 아주 예민해서, 계절이나 날씨 그리고 공기 중의 수분량에 따라 상태가 잘 바뀌는 편이니, 그것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밀가루 계량이 끝나면 다음은 소금물 준비, 소금은 보통 밀가루의 1.5 프로 정도의 양을 투입한다. 

물은 약간 부족하게 준비해서 부족한 만큼 소금을 타 소금물을 만들어주는 되는 것. 

물론 중원의 우물물은 대부분 알칼리성이라서 글루텐이 충분히 활성화된 잘 끊어지지 않는 반죽이 만들어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pH7 정도의 알칼리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면을 칠 때 면의 가닥이 모두 끊겨버리기 때문. 

‘우리 본가야 지하에 석회 동굴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알칼리 물이라 다행이구만.’ 

준비된 우물물에 소금을 물에 충분히 녹인 후. 

판 위에 밀가루를 산처럼 봉긋하게 쌓아 올리고 가운데를 분화구처럼 비워두었다. 

그리고 그 비워둔 분화구의 중앙에 천천히 물을 부어주면서 밀가루와 물을 섞어 주었다.

-쪼르르륵. 

물이 밀가루와 만나 질척하게 얾 혀 드는 과정. 

이 과정에서는 힘을 주지 않고 밀가루와 물이 충분히 골고루 섞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렇게 물과 밀가루가 어느 정도 섞였다고 보이면, 이제 본격적인 반죽 시작. 

-스윽. 스윽. 

천천히 반죽을 손바닥으로 앞으로 굴려주며, 밀 듯이 반죽. 

너무 반죽이 길어진다 싶으면 한번 접어주어 계속해서 밀가루를 밀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참 밀가루를 밀어주다 보면 반죽의 표면이 매끄러워지는데, 이 반죽을 그릇에 넣고 젖은 천으로 덮어준 후, 휴지 및 발효를 시켜준다. 

시간은 일 다경. 

약 삼사십분 정도. 

“자, 반죽은 잠시 쉬게 두고 그럼 다른 걸 준비해 볼까?” 

“응? 낭군님, 면을 만드는 게 아닌가요?” 

왜 면을 만들지 않느냐는 미미의 물음. 

내가 반죽하는 사이에 몸을 쉬다 온 미미가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한창 기대하고 있는데 반죽을 한쪽으로 치워두니 궁금증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아 반죽은 조금 쉬게 두어야 한다오. 이렇게 손으로 치대면 미미가 경공을 사용했을 때처럼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것이라. 충분히 쉬어야지 반죽이 더 쫄깃해지고 단단해진다오.” 

“아아. 그렇군요!” 

잠시 반죽이 쉬는 사이 할 일은 황어 손질. 

부세와 조기류는 비늘이 존재하는 생선이기에 먼저 비늘을 벗겨주었다. 

-벅벅. 

조기를 눕혀두고 꼬리부터 머리 쪽으로 채도를 움직이자 튀어 오르는 금빛 비늘. 

화구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황어의 비늘이 반사되어 금색으로 반짝거렸다. 

‘한 사람당 세 마리 정도면 충분하니, 열여덟 마리. 영영이는 더 먹을 테니, 스물대여섯 마리쯤 손질하면 되겠구나.’ 

재료 가늠이 끝나고 약간은 지루한 비늘 벗기는 작업 이어졌다. 

그렇게 황어의 모든 비늘을 벗기고 나면, 이제 다음 작업은 황어 포 뜨기. 

황어의 중간 뼈를 중심으로 회를 뜨기 위해 포 뜨듯, 두 면의 포를 뜨는 것이다. 

-스윽. 

아가미 옆으로 채도를 내려 채도 끝에 물고기의 척추가 느껴지면, 그대로 칼을 눕혀 부드럽게 꼬리 끝까지. 

칼끝이 부드럽게 물고기의 몸을 가로지를 때마다 포가 한 장씩 생겨나고, 모든 포가 다 떠지자 영영이가 물어왔다. 

“가가, 이 머리랑 다른 건 버릴까요?” 

영영이가 버리냐고 물은 것은 생선의 척추에 머리와 지느러미가 내장과 함께 붙은 부분.

하지만 저 부분은 버릴 부분이 아니었다. 

요리에 사용할 부분이지. 

“아니, 그곳도 요리에 사용할 것이니 그냥 두거라.” 

“네? 가시뿐인데?” 

“그래, 먹을 것은 아니지만, 그냥 두거라 국물을 내야 하니.” 

“아, 알겠어요.” 

다 떠진 포는 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해두었다. 

그리고 곧바로 웍을 화구에 올려 기름을 두르고, 열기 오른 웍에 생선투하. 

-촤아아아악! 

끓어오르는 기름에 생선튀김이란 언제나 진리. 

곧 내게 익숙한 조기구이의 향이 부엌에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꿀꺽. 

입맛을 다시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 영영이. 

“조금만 기다리거라.” 

잠시 기다리라고 이야기해준 후, 마저 황어를 튀겨주었다. 

-촤아악! 치익! 

잠시 후 모두 노릇하게 구워진 황어는 한쪽으로 치워두고, 이어서 연결 동작. 

생선을 모두 튀긴 웍의 남은 기름 위로 얇게 편으로 썬 생각을 넣어주었다. 

-치이이익! 

황어를 튀긴 고소한 기름에 향긋한 생강의 향을 입혀 주는 것. 

“흐응. 청운 공자님 정말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이제 시작이요.” 

조기구이의 향과 어우러진 생강의 향이 식욕을 자극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한 요리. 

생선을 한번 튀겨 고소해지고 거기에 생강을 넣어 향까지 입힌 기름에 다음으로 튀겨 줄 것은, 아까 황어를 손질하면서 남은 황어의 머리와 지느러미 붙은 생선 뼈. 

그리고 생선의 내장. 

무슨 생선 내장을 요리에 쓰냐 하겠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도 조기나 굴비는 내장을 손질하지 않고 굽거나 찜을 해 먹었다. 

조기류는 찌개로 끓이거나 조림, 찜을 하면 특유의 진한 풍미가 대단한 생선인데, 이렇게 내장과 남은 부위를 튀겨주는 이유는, 그 진한 풍미를 극대화하고, 이걸 끓여 육수를 내기 위함이다. 

갈색으로 맛있게 익은 생선 대가리와 내장, 그리고 뼈들. 

-촤아악. 

물을 부어주고 이제 이걸로 육수를 끓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육수는 끓게 두고, 먼저 아까 반죽을 했던 판을 깨끗하게 정리해 그 앞에 공손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아까 준비해둔 반죽을 슬쩍 만져보니, 충분히 글루텐이 형성된 반죽. 

수타(手打)를 시작하기로 했다. 

‘자, 그러면 한번 깜짝 놀라게 해 볼까?’ 

슬슬 문질러 반죽을 늘려 반죽의 양 끝을 손에 쥐고. 

-탕! 

반죽하는 판 위로 반죽을 내려치자,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소리에 비연과 아내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힉!” 

“어, 어머!” 

“까, 깜짝이야!” 

씩 웃으면서 반죽을 계속해서 쳐주었다. 

-탕! 탕! 

부드럽게 손을 털 듯 움직여주며, 반죽을 늘려 글루텐을 더 활성화하는 작업. 

반죽이 길게 늘어나면 꽈배기 엮듯 반죽을 반으로 접어 회전을 주어 서로 감기게 하는 것이 포인트. 

물론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중간중간 우물물을 발라주어야 한다. 

-탕! 

그렇게 여러 번 반죽을 쳐주자, 반죽이 부드럽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한쪽 손을 길게 들어 물결치듯 반죽을 흔들었다. 

“와아!” 

“은공, 반죽이 마치 파도가 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적당히 부드럽게 반죽이 늘어난다 싶을 때, 밀가루가 담긴 주머니에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집어넣어 시크하게 한 줌. 

그리고 나무판 위로. 

-촥! 

흩뿌린 밀가루가 판 위로 고르게 깔리고, 아내들이 존경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머, 멋있습니다. 노공.” 

“무, 무슨 초식 같애 청아.” 

“저리 고르게 뿌려지다니. 은공은 무공을 익히셔도 잘하실 것 같습니다.” 

“저것이 내 낭군님···.” 

‘찬송 사운드가 하나 더 늘었구만.’ 

넷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자, 지금까지는 준비였고 이제부터 시작이요. 잘 보시오.” 

가지런히 모든 반죽에 밀가루를 충분히 발라주고 반으로 접었다. 

그리고 그대로 쭉 당겨 가닥을 늘렸다. 

“자, 잘 보시오. 이리 손이 한번 움직이면, 면이 한가락에서 두 가닥.” 

-탕! 

내 손이 위아래로 부드럽게 춤을 출 때마다 늘어나는 면발. 

어깨춤을 추며 면발을 뽑는 것과 함께 곡조를 뽑아냈다. 

“손이 또 한 번 더 움직이면, 두 가닥에서 네 가닥.” 

-텅! 

“손이 연속으로 두 번 더 움직이면 네 가닥이 여덟 가닥이요. 여덟 가닥이 열여섯 가닥!” 

-터텅! 

“그리고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두 배로 늘어나니. 열여섯이 서른둘이 되고, 서른둘이 예순넷이 되었소. 그러면 한 번 더 움직이면 몇 가닥이겠소이까?” 

내 물음에 다 같이 어깨춤을 씰룩거리다가 당황하는 다섯. 

“어, 열여섯이 서른둘이 되었으니까···.” 

뭔가를 계산해 보려는지 옆에 있던 미미의 손까지 끌어 계산하는 시늉을 하는 영영이. 

그리고 다른 소소나 비연까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듯 했지만, 역시 대답이 나온 것은 제갈이라는 성이 빛나는 아내 제갈청. 

“백스물여덟 가닥입니다. 노공.” 

“맞소!” 

아내의 대답에 미소와 함께 맞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손을 한 번 더 움직였다. 

그러자 부드럽게 춤추는 면발. 

백스물여덟 가닥의 면발은 이제 이백오십여섯 가닥이 되었다. 

수타를 쳤을 때 이백스물여섯 가닥의 면은 짜장면이나 짬뽕을 만들 때 쓰는 중면 정도 굵기. 

오백열두 가닥은 기스면 같은 소면의 면 굵기이니, 이백스물여섯 가닥에서 멈춘 것. 

면을 치기 위해 잡고 있던 한쪽의 반죽 덩어리를 잘라내고, 아까 요리를 시작할 때부터 올려두었던 끓는 물에 이백오십여섯 가닥의 면발을 던져 넣으며 다섯에게 소리쳤다. 

“자, 그러면 손으로 쳐 쫄깃쫄깃한 이백오십여섯 가닥의 황어면(黃魚麵) 한번 먹어봅시다!” 

내 외침의 다섯의 목울대가 꿀꺽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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