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0화 (260/344)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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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못 먹겠다는 말. 

그의 말실수에 영영이가 벼락같이 화를 냈다. 

“전 대백, 지금 그 말은 무슨 말이죠? 설마 우리 가가의 요리가 ‘맛이 없다는’ 그런 말씀인가요? 전 대백이라도 그런 말은 용서할 수 없어요!” 

영영이의 말에 청이와 미미가 둘 다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전대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아가씨. 제 제가 마, 말실수를 한 것입니다! 이놈이 정신이 나갔지. 이 주둥이, 주둥이!” 

-짝짝! 

자기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내려치는 전 대백.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뭔가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 

사람 대하는데 이골이 난 장사꾼이 이유 없는 말실수를 할 것 같지는 않았던 것. 

“영영아, 기다려보거라. 내 요리가 맛이 없다는 말은 아닌 것 같으니.” 

“마, 맞습니다. 이 이렇게 맛있는데, 설마요.” 

-후르릅! 후릅! 

“켈륵! 켈륵!” 

자기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아주 맛있다는 표정으로 면발을 급하게 빨아올린 전 대백. 

하지만 다급하게 빨아올린 면발이 기도를 때리자, 그는 아까와 같은 허리가 끊어지는 기침을 해댔다. 

그러자 그의 그런 행동에 영영이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고, 한참의 기침 후 얼굴에 끊어진 면발을 덕지덕지 붙인 전 대백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 기침병이 왔나···. 왜 이러는 거지···.” 

일단 영영이를 자리에 앉히고 전 대백에게 물었다. 

“두 번은 못 먹겠다는 말.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겠소?” 

내 물음에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전 대백. 

영영이의 눈썹이 움찔하며 그를 으르자 그의 몸도 덩달아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눈치를 보며 쭈그러든 전 대백에게 깨끗한 행주를 건네며 말했다. 

“자꾸 손님이 줄어 걱정하던 중인지라, 꼭 듣고 싶어서 그렇소.” 

그러자 그가 얼굴의 면발을 털어내고는 영영이를 흘깃거리며 질문을 해왔다. 

“공자님, 고향이 호, 혹시 어디십니까?” 

“아, 지금은 비밀이긴 한데, 어디 가서 말하지는 마시오. 나는 이 옆에 복청 출신이요.” 

“복청? 아, 복청 출신이셨군요? 그쪽은 죄다 벼랑이라 그럴 수 있겠군요? 그래, 그렇지.”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뭔가 이해한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그.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거리자 그가 도리어 다시 질문을 해왔다. 

“공자님, 혹시 이 복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북주는 무역항이기도 하지만 어항으로도 유명한 곳. 

게부터 닭새우, 열대지방의 물고기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딱히 무슨 물고기가 많이 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글쎄요? 제가 어부가 아닌지라···.” 

그러자 내 대답에 전 대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황어입니다.” 

“황어 말입니까?” 

“예, 그렇지요.” 

내가 면 요리로 만들어 팔고 있는 황어가 제일 많이 난다는 전 대백의 대답. 

그가 자기 고향의 명물이라는 듯 복주의 황어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복주의 황어는 봄에 잡히는 황어를 최고로 치지만, 겨울에도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무더운 여름을 제외하고는 연중 잡힌다고 봐야지요. 많이 잡힐 때는 어선을 대는 해변이 쌓인 황어 무더기에 번쩍번쩍 황금빛을 내기도 하지요.” 

“그렇구료. 복청은 아무래도 절벽이 대부분인 곳이라 물고기잡이를 많이 하지는 않아 내 잘 몰랐구려.” 

“예, 그러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해서 복주 사람들은 황어를 튀겨 먹기도 하고, 많이 잡힐 때는 말려두었다가 먹기도 하지요. 또 그것으로 어로(漁露)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어로란 물고기 어(魚)에 이슬 로(露) 자를 써서 물고기의 이슬이라고 부르는데, 액젓을 지칭하는 말. 

그러니까 전 대백의 말은 복주 사람들이 황어를 잡아 튀겨도 먹고, 볶아도 먹고, 액젓도 만들어 먹고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즐긴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예, 아무래도 많이 잡히니 익숙해서 처음 사 먹는데 부담감은 없지만, 집에서도 매일 먹는 황어이니 아무래도···.” 

“그, 그렇구려···.” 

“또한 어선에서 일하는 자들은 삯으로 물고기를 대신 받기도 하는데, 요즘 같은 때는 황어를 많이 받지요.” 

이거 들어보니 손님이 줄어든 이유를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매일 오는 손님 중 항구나 어시장에서 일하는 손님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었고, 오늘도 항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찾지 않았던 것. 

매일 먹어서 질릴 대로 질린 황어로 면을 만들어 팔았으니, 한두 번이라면 호기심에 사서 먹을 만 했지만, 집에 가서 또 황어를 먹어야 하니, 자연스레 다른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낭패가···. 시장 조사는 직접 발로 뛰었어야 했는데. 청운아, 너 아주 그냥 호텔에서 편히 꿀 빨았다고 근본을 잊었구나?’ 

내가 전생에 중국으로 요리 유학을 떠난 것은, 모두 아버지의 작은 중국집을 돕기 위해서였다. 

내 최종 목적지가 손님들과 직접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식당인 것. 

그러니 노점을 한다고 생각했으면, 직접 사람과 부딪히며 시장 조사를 해야 했는데, 호텔에서 일했다고 비연이 준 자료에 근거해 그냥 구하기 편한 재료로 메뉴를 정한 것이 실수였다. 

“이런 낭패군···. 항구에서 일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요리인데, 정작 그들에게 외면당한다니···.” 

‘이런 망신이 있나···.’ 

내가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청이, 영영이, 미미가 놀란 표정으로 다가와 나를 위로했다. 

“괘, 괜찮습니다. 노공.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도 손님은 많은걸요?” 

“마, 맞아요. 가가. 황어면도 충분히 지금 잘 팔리고 있고, 그, 그래. 다른 요리를 하나 더 팔면 되잖아요?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한 가지 더 만들어 팔면 되잖아요.” 

“맞습니다. 낭군님. 기운을 내셔요.” 

쪽팔려서 침통한 척을 한 것인데, 정말 침울해진 줄 알고 위로하는 셋. 

어색한 표정이 들통날까 싶어 눈을 지그시 감고 한 손으로 살짝 얼굴을 가리자, 셋이 더욱 놀란 목소리로 위로를 이어갔다. 

“노, 노공 괜찮습니다. 노점 장사는 잠깐 하는 것이니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영 언니 말대로 다른, 다른 요리를 만들어 팔면 되니까요” 

“그, 그래요. 가가, 실망하지 말고 다른 요리 뭐 만들지 같이 생각해봐요. 아, 그래 황어처럼 다른 재료를 찾아봐요. 무엇을 좋아들 하시려나?” 

“그래요. 낭군님. 항구에서 일하는 분들이 무엇을 좋아할까요? 제가 한번 주변을 돌아볼까요?” 

이어지는 간절한 위로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굴을 들기도 애매한 상황. 

얼굴에 경련이 날 것 같지만 침통함을 유지하며 생각했다. 

‘항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리라···.’ 

그리고 생각에 빠진 내 머릿속에 전생의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 

친구들과 놀다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 오후, 책가방을 집안에 던져넣자마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아버지의 가게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국민학교 저학년은 도시락을 싸고 가지 않으니, 아버지의 가게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던 것. 

그렇게 신이 난 발걸음으로 시장통을 지나 끝 골목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시는 가게 입구에 발을 딛자, 점심시간이 끝난 한가한 우리 가게에서 어머니의 째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청운이 아빠, 고기 좀 아끼라니까요! 다른 데는 이거 반도 안 들어가! 반이 뭐야 한 숟가락 정도 넣으려나? 이러면 안 남는다니까?” 

-챠르르르르. 

알루미늄새시로 된 미닫이문이 어머니의 목소리에 바르르 떨려왔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아버지가 짜장면에 고기를 너무 많이 넣는다고 구박 중이셨는데, 아마도 그 이유로 아버지가 털리고 계시는 것이 분명했다. 

장사는 돈이 남아야 하는데, 고기를 많이 넣으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어머님의 말씀. 

그때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우리 짜장면에 고기 많은 것이 좋은데.’ 

어린 마음에 고기가 많은 것이 좋은데, 왜 어머니는 고기를 빼라고 하시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 

동네에 우리 짜장면이 유명한 이유는 우리 짜장면이 고기 폭탄 짜장으로 유명하기 때문.

짜장이 고기 반, 채소 반의 비율이기에 유명하고 인기가 높은 것이었는데, 거기서 고기를 빼라는 말은 안될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른 어머니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졌다. 

“우리도 먹고살아야지! 왜 장사를 이렇게 해욧! 요리 그거 좀 대충 하면 어때! 청운이 이제 중학교도 가야 하는데, 중학교 가서 남들 다 시키는 보이스카우트 그것도 좀 시켜주려면 돈 더 모아야 한다구욧!” 

‘헉! 그, 금기!’ 

생각보다 어머니의 톤이 상당히 높은 상태였기에, 이러다 나에게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가 싶어 집으로 후퇴 각을 보고 있을 때. 

어머니가 우리 집의 첫 번째 금기를 건드리고 마셨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요리에 관해서는, 요리의 재료를 아끼라는 말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의 마지노선인데, 홧김에 아버지가 제일 싫어하시는 대충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 아버지를 공격하고 마셨던 것. 

대충하는 요리. 

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역시나 평소라면 한 귀로 흘리실 어머니의 잔소리에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아니, 이 사람이! 요리에 대해서 대체 뭘 안다고! 그런 무식한 소리야!” 

‘크허억! 파, 파국인가!’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금기. 

70, 80년대가 으레 그렇듯 당시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중,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은 시대. 

그 때문에 초등학교 그러니까 당시 국민학교까지 밖에 나오지 못한 어머니는 무식하다는 소리에 아주 민감하셨는데, 그 아킬레스건을 아버지가 건드리고 마셨던 것. 

“뭐, 뭐라고욧! 그래! 나 무식하다! 무식하다! 자기는 고등학교 나왔다 이거지? 그래, 무식하다! 어쩔래! 어쩔래! 아이고! 자기는 고등학교 나왔다고 사람 무시하고! 그래, 나 국졸이다! 흐아아앙!” 

대 파국. 

짜장면이 아니라 이제 내 목숨을 보전해야 할 때. 

보통 이런 패턴이면 의례 나한테 불똥이 튀기 때문이다. 

‘청운아 너희 아빠가 엄마를! 엄마는 너밖에 없단다! 그런데 너 저번에 성적이?’ 같은 패턴으로 나에게 항상 불똥이 튀었던 것. 

해서 눈치 빠른 내가 뒷걸음을 칠 때였다. 

“청운아, 거기서 뭐 하니? 아까부터?” 

엄마의 친구인 채소가게 아줌마가 눈치 없이 나에게 아는 척을 해 온 것이었다. 

“청운이가 왔어? 청운아! 아빠가 말이야···” 

‘이런 제기···.’ 

눈을 질끈 감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어머니의 하소연을 한참 들어줘야 했다. 

“청운아.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엄마처럼 초등학교만 나와서 고생하지 말고······.” 

“그, 그럼요. 제가 여, 열심히 할게요.” 

“그래, 청운아, 그리고 흐윽···. 고기 좀 덜 넣으라고 했다고 무식하다는 이야기나 하는 네 아버지는 절대 닮지 말거라.” 

그러나 입을 꾹 닫고 있었으면 좋았는데, 그놈의 고기가 무엇인지···. 

“어, 엄마, 그런데 고, 고기는 많이 넣는 것이 조, 좋지 않을까요?” 

그러자 나를 품에 안고 눈물을 쥐어짜던 어머니가 도끼 같은 눈을 부릅뜨고 물으셨다. 

“청운이 너 지금 아빠 편드는 거니!?” 

“아, 아니, 아빠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어머, 어머, 어머. 이 자식 인제 다 컸다고 제 아빠 편을 드는 것 봐? 그래! 너도 고추 달린 남자라 이거지!? 그래, 남자끼리 어디 잘살아봐!” 

-쾅! 

삐진 어머니는 그대로 외가로 삼 일간 휴가를 떠나셨고, 그날 오후 나와 함께 덩그러니 가게에 남겨진 아버지께서는, 말없이 내게 고기가 듬뿍 들어간 짜장면을 하나 만들어주셨다. 

그리고는 비싸서 잘 마시지도 않으시는 고량주인 빼갈을 하나 꺼내서 잔에 따르셨다. 

-꼴꼴꼴. 

왠지 피로해 보이시는 얼굴. 

나는 자장면을 먹기 전 조용한 목소리로 아버지께 이야기했다. 

“아빠, 저는 그래도 아빠 말씀대로 고기는 줄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괘, 괜찮으실 거예요. 또 외할머니에게 혼나고 돌아오시겠죠. 뭐. 아마도···.” 

-후루룩. 

그러자 첫 잔을 들이켜려던 아버지께서 손을 멈추시더니, 잔을 내려두고 나에게 물으셨다. 

“청운아.” 

“네?” 

“왜 고기를 많이 넣는지 아니?” 

“음···. 맛있으라고?” 

배시시 웃으며 뇌 없는 것처럼 대답하자, 아버지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왜 고기를 많이 넣으시는지. 

대답은 그랬다. 

70, 80년대는 고기가 아무래도 귀했고, 그러다 보니 비싼 짜장면을 먹으러 온 사람들에게 고기를 듬뿍 먹여주고 싶으셨다고, 짜장면은 고급 요리니까 말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이나 노동일을 하러 다니시는 분들이 오면 고기를 더 넣으신다고. 

고기를 먹고 힘내라는 의미라나. 

실제로 고기를 먹으면 든든하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단백질을 먹으면 소화되는 시간이 기니까 말이다. 

뭐 고기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 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도 하고, 노동일을 하시는 분들이 손님이라면 배가 든든해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과거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께서 마지막에 남긴 말씀이 아련히 메아리쳤다. 

“청운아, 요리사는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맛있게 먹게 해주는 것이 요리사란다.”

*** 

그때는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거꾸로 흘러 지금 송 시대. 

“······무엇을 좋아들 하시려나?” 

“······항구에서 일하는 분들이 무엇을 좋아할까요?” 

영영이와 청이, 미미의 물음에 나와 전 대백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고기.” 

“고기.” 

시대를 거슬러 올라도 누구나 좋아하는 재료. 

전생의 아버지께서 알려주셨던 노공자들의 동반자 고기를 말이다. 

‘암 고기는 진리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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