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3화 (263/344)

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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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아주머니, 저희 왔어요. 어떻게 소식 있나요?” 

“아이구. 영영 소저! 어서들 오시우. 오늘도 상태 보러왔구만?” 

“예, 오늘은 상태가 어떻습니까?” 

영영이의 인사에 주 아주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화답을 해왔다. 

그리고 내 기대감 가득한 물음에는 변검 하듯 표정을 바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제길. 대체 언제쯤 되려고···.’ 

아주머니의 고갯짓에 솟아오르는 실망감. 

우리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아주머니께서 헛걸음만 시키는 것이 미안하셨던지, 온 김에 상태나 보고 가라 제안하셨다. 

“아무래도 명줄이 긴 모양이유. 에휴···. 온 김에 한번 보고 가실라우?” 

“예, 그럼 한번 가볼까요?” 

우리는 주 아주머니를 따라 그녀가 안내하는 고깃집 뒤로 향했다. 

요 며칠 나와 영영이, 미미는 저자 한편 푸줏간이 즐비한 거리를 매일같이 찾고 있었다. 

우리가 이 거리를 매일 찾는 이유는 모두 소고기를 구하기 위해서. 

중원제일면인 우육면을 만들려면 소고기가 필수였기에 소고기를 사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면을 만들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소고기만큼 압도적인 만족감을 뽑아낼 수는 없었고, 또 고기를 금방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기대를 품어본 것. 

국법으로 소의 도축이 금지되었는데 소고기를 어찌 구하나 싶겠지만, 송나라에서 함부로 도축을 금하는 짐승은 말과 소. 

그리고 가장 비싼 고기가 양고기인 이유는 다 한가지 원인 때문인데, 그 원인은 송나라가 이 시대 서하와 요에 대평원을 빼앗겨 말과 양을 키울 목초지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송은 고질적인 전투용 말인 전마 부족에 시달렸고, 거기에 비싼 양까지 서하와 요에서 수입해올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송에서는 짐말까지 전마로 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당연하거니와 짐말이 빠져나가 부족해진 운송 자리를 소가 메꾸고, 소가 농사일과 운송까지 책임지니 함부로 도축을 금지한 것. 

하지만 도축을 금지했다고 소고기나 말고기를 먹는 것이 완벽히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도축 만이 금지되었을 뿐. 

도축이 금지되었는데 어찌 고기를 먹냐고 대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도축이 금지된 이 상황에서도 소고기를 구할 수 있는 예외적인 한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연사한 늙은 소의 고기는 사거나 팔 수 있는 것이었다. 

자연사해 죽어버린 소를 국법으로 도축을 금지한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으니, 소가 죽은 것을 신고하고 관원들에게 확인받으면 사거나 파는 등의 처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가끔 도축 금지를 풀어주기도 하고. 

다만 이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이 시대에 전화기가 있을 리도 만무하고, 공무원인 관원들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소 죽은 것을 확인하러 다니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소나 말이 죽어 신고하면 관원들이 나와서 확인하는 과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사이 고기가 썩어버리는 것이다. 

개봉부의 말고기 파는 거리에 고기 썩은 내가 진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며, 이미 죽어버린 말을 가져와 물에 삶고 향신료에 버무려 꼬치로 만들어 파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썩은 내를 감추기 위해서. 

“움무···.” 

저 앞 외양간에서 들려오는 소가 우는 소리. 

우리가 주 아주머니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외양간이 나타났고, 그 안에 늙은 소 두 마리가 말뚝에 묶여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 몸의 털이 듬성듬성 빠진 소 두 마리. 

두 녀석이 우리를 보고 눈을 끔뻑거렸다. 

“가가, 어째 너무 건강해 보이는데요?” 

어째 어제보다 더 건강해진 녀석들. 

주 아주머니를 바라보자 아주머니가 머리를 긁으며 난처한 듯 웃었다. 

“아니, 굶기면 살이 빠지니 굶길 수도 없고. 에효···.” 

얘들이 여기 묶여있는 이유는 주 아주머니의 독특한 고집 때문, 다른 푸줏간은 모르지만 주 아주머니는 자신이 직접 도축한 고기만을 판매하시는데, 그러다 보니 오늘내일하는 늙은 소를 사다가 두고 죽을 때를 기다리시는 것이었다. 

그래야 좀 더 신선한 고기를 팔 수 있으니까 말이다. 

농가에서 죽은 소를 사 오면 관청 직원이 거기까지 가서 죽은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고기가 상해버리니까. 

“그냥 잡으면 안 되나? 티도 안 날 것 같은데.” 

너무 건강해 보이는 소의 모습에 그냥 모른 척 잡아버리자는 영영이의 의견.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주 아주머니가 양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영영 소저, 그러면 큰일 난다니깐. 관원들이 와서 보고 몸에 상처가 있으면, 국법을 어겼다고 난리가 나.” 

“그러면 몸에 상처 안 나게 독을 쓰면요?” 

“영영아, 독을 쓰면 사람이 어찌 먹겠느냐.” 

“아, 그런가?” 

성격 급한 영영이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기다리기 힘든 모양. 

영영이 말대로 슬쩍 때려잡고 모른 척하고 싶지만, 소 주인이 안된다는데 어쩌겠나. 

그렇다고 가끔 나오는 썩은 소고기를 쓸 수도 없으니, 매일 소가 죽기를 기도하는 기도메타를 이어갈밖에. 

‘소고기를 구하기 위해서 매일 늙은 소 앞에 찾아와 죽었는지를 확인하다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참 별짓 다 한다 생각하며 외양간에서 걸어 나오며 주 아주머니를 향해 아쉬운 인사를 남겼다. 

“그럼, 내일 다시 와보겠습니다.” 

“에휴···. “오늘내일할 놈들을 사 왔는데, 왜 저리 명이 긴지···. 나도 저놈들이 빨리 죽어야 돈 좀 만질 텐데 아주 곤란하다니까. 조심해서들 가.” 

그렇게 주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저자의 큰 거리로 걸어 나왔을 때였다. 

저 멀리서 뭔가 사람의 행렬이 이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던 것. 

그리고 소란스럽게 밀려오던 일행의 선두가 우리 앞에 이르자, 제일 앞에선 관병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새 복주지주(福州知州) 행차시다!” 

“새 복주지주(福州知州) 행차시다!” 

‘응, 새 복주지주?’ 

새 복주지주라는 말에 소란스러운 행렬의 중앙 쪽을 바라보자, 가마인 유교자 위에 만두마냥 올라앉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의형 포 형님. 

형님의 든든한 풍채로 유교자의 긴 장대가 부드럽게 휘어져, 형님이 스키 썰매 위에 올라앉은 만두처럼 보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형님이 이곳으로 부임해오신다고 했는데, 드디어 오늘에서야 도착하신 모양이구나!’ 

형님은 이미 이곳 복주지주로 내정되어 있으셨던 상태. 

내가 이곳으로 출발할 때 본인도 곧 따라오신다고 했는데 오늘에서야 도착하신 모양이었다. 

“낭군님, 형님분이세요. 이제야 도착하셨나 봐요.” 

우리가 복주로 출발하기 전 이미 한번 인사를 나눴고 형님이 이쪽으로 오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미미의 말. 

미미와 영영이에게 옆으로 물러나 고개를 조아리자고 이야기했다. 

“그렇구려. 옆으로 피해 있읍시다. 영영아 옆으로 물러나자꾸나.” 

“네, 가가.” 

우리는 일단 평민으로 위장하고 있으니 괜히 형님에게 들킬 필요가 없었던 것. 

그렇게 저자 한쪽으로 물러나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때였다. 

“응!? 머, 멈춰라!” 

-쿠당탕! 

갑자기 들려온 형님의 목소리와 함께 뭔가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슬쩍 들어 형님을 살피자, 형님이 놀란 얼굴로 유교자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내 쪽으로 달려오고 계셨다. 

-쿵! 쾅! 쿵! 쾅! 

발경이라도 배우셨는지 한걸음 한걸음에 울리는 땅. 

‘응?’ 

형님이 허겁지겁 달려와 내 손을 붙잡으며 물으셨다. 

“처, 청운이 자네 이, 이 몰골이 무엇인가!? 자네의 부인들은 왜 이런 모습이고!? 이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형님은 내가 매일 비단옷을 입을 모습만을 보다가 평민들이 입는 반 팔에 반바지를 입은 모습에, 무슨 일이라도 겪은 것은 아닌지 놀라신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자기 겉옷을 벗어 나에게 걸쳐주신 형님. 

형님이 사람들 사이에서 대체 나를 어찌 찾았는지가 궁금해졌다. 

고개까지 조아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형님, 대체 어찌 알아보시고···.” 

“이 사람아! 내가 자네가 다른 옷을 입었다 해서 어찌 몰라보겠나! 하나뿐인 동생을 몰라보는 형도 있단 말인가?” 

‘하···. 이 양반 풍채만큼 정이 많아.’ 

형님의 말씀에 벅차오르는 가슴. 

하지만 감동의 여운을 즐길 때가 아니었다. 

형님이 호들갑을 떨어대며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계셨기 때문. 

“청운이,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인가? 이 옷차림은 무엇이고!? 내 아우가 어째서 이런 꼴인가!?” 

“형님,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무슨 사정이기에 옷차림이 이렇단 말인가! 얼른 말해보게 내가 도울 것이니!” 

형님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무 일도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형님은 멈출 기색이 없는 느낌. 

형님을 일단 조용한 곳으로 끌고 들어가기로 했다. 

“형님, 그러면 다 이야기할 것이니, 저기 찻집에 잠깐 괜찮겠습니까?” 

“그래, 어서 가세! 다들 따르거라!” 

“예, 복주지주(福州知州) 어른!” 

그렇게 형님을 가까운 찻집으로 끌고 들어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해서 잠시 노점 장사를 하느라 그런 것입니다.” 

“그, 그런 것이었나? 어휴 놀랬지 않은가? 나는 자네가 난봉꾼이라서 혹시라도 제갈가에서 쫓겨난 줄···.” 

“예?” 

“아, 아닐세. 다, 다행이네. 난 자네가 무슨 변고라도 겪은 줄 알고. 이리 건강해서 다행이네. 아, 그래 그러면 노점이 이 근처인가? 어디 가보세. 이 형님이 그냥 지나칠 수 있겠나? 아우가 노점을 열었으니 이 형님이 한 그릇 팔아줘야지.” 

부임하다 말고 노점으로 가시자는 형님. 

출출하신 모양이었지만 형님을 진정시키고 이야기했다. 

“형님, 오늘은 재료를 사러 나오느라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제가 요리는 나중에 대접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아, 그거 아쉬운 말이구만. 그나저나 재료를 사러 나왔다면서 어째 빈손인가? 아직 못 샀는가?” 

왜 빈손이냐는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내가 말을 멈칫하자, 형님께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으셨다. 

“왜 그런 표정인가? 무슨 일이기에?” 

덩치와는 다르게 섬세하신 형님은 내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시고 의아하다는 듯 물으셨다. 

그리고 그때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영영이가 냉큼 나서며 대답했다. 

“팔지 않아서 구할 수가 없었어요. 포 형인(兄仁).” 

“뭐라!? 당 제식(弟媳), 팔지를 않아 사지 못한 것이요? 아니면 물건이 없었던 것이요?” 

“물건이 있어도 팔지를 않으니 살 수가 없었어요.” 

‘아니, 그게 그렇게 되나?’ 

국법 때문에 팔지 않으니 물건이 있어도 팔지 않는 것은 맞는데. 

물건이 있어도 우리에게 팔지 않았다는 말에 형님이 두 눈을 부릅뜨고 외치셨다. 

“아니, 있는데도 팔지 않았다는 말이요!? 어떤 놈들이 감히 내 동생에게 물건을 팔지 않았다는 말이요!? 아니지! 청운이 앞장서게! 내 이놈들을 당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나를 채근하는 형님. 

하지만 국법 때문인지라 형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 형님 그것이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닌가!? 자 앞장서게 내 어느 놈들인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그렇게 형님에게 등을 떠밀려 다시 푸줏간 거리로 밀려간 우리. 

우리가 현령인 복주지주인 형님과 함께 나타나자 주 아주머니께서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조아리셨다. 

형님의 신분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일단 높은 관리로 보이니 어쩔 줄 몰라 하시는 주 아주머니. 

주 아주머니를 향해 형님의 매서운 질타가 쏟아졌다. 

“누가 감히 내 동생에게 물건을 팔지 않은 것인가? 자네인가?” 

“아, 아닙니다. 어르신. 소, 소고기를 사러 오셨는데, 국법으로 도축이 금지된 지라 팔 수가 없었습니다.” 

“응!?” 

주 아주머니의 말에 형님이 깜짝 놀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셨다. 

그러자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영영이. 

“저 안 외양간에 소가 묶여있는데, 죽질 않아서 팔지를 못하신데요.” 

그러자 저 말이 맞냐는 듯 나를 바라보시는 형님. 

“예. 형님, 그리된 것이니 괜찮습니다. 필요하긴 한데 국법으로 구하지 못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되돌아가서 차나 마저···.” 

내가 그 말이 맞는다고 대답하자, 형님께서 피식 웃으며 말씀하셨다. 

“청운이, 잘 들으시게. 내 보면 자네는 세상을 너무 힘들게 살아.” 

“예?” 

그리고 푸줏간에 놓여 있는 도살용 망치를 손에 쥐고 주 아주머니에게 호통치셨다. 

“소가 어디 있나!?” 

“예!? 저, 안에···.” 

주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시는 형님. 

우리도 형님을 따라 소들이 묶여있는 외양간 앞에 도착하자, 형님이 손에 들고 계신 도살용 망치를 소의 머리에 냅다 후려치며 말씀하셨다. 

-퍽! 

“무우우우우!” 

“동생, 지금 막 소가 늙어 죽었네.” 

“예!?” 

형님의 패기 넘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터져 나오는 외침. 

‘갸아아아아아악!’ 

형님의 노빠꾸 상남자 모습에 전율할 때 형님의 늠름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한 마리 더 필요한가?” 

아, 포형님 포청천의 방계라더니 단호한 명 판결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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